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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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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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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
62906
11067
2018-01-11
잉카 트레일(Inca Trail) (3)-Machu Picchu

 

오늘은 드디어 잉카트레일의 하이라이트 '마추피추'에 가는 날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모든 준비를 마친 후 'Sun gate' 앞까지 산을 타고 가서 문이 열리기를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몰리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원하는 곳을 둘러보는 것이 힘들어진다. 이 문을 통과하고도 마추피추까지는 약 한 시간 거리다.


오늘 우리팀 모든 사람들의 기도는 제발 비가 오더라도 마추피추 전경 앞에서 딱 10분이라도 맑은 날씨를 허락해서 사진 한 장만이라도 제대로 건지게 해달라는 것이다. 어제처럼 심하지 않아도 비닐 비옷을 벗을 수가 없이 비는 내리는데 그래도 이제까지 여정 중 가장 편안한 길을 따라 부끄럽다는 듯 아침나절 구름에 가리운 유적지로 가보자. 

 

 

 

 


'오래된 봉우리'라는 이름의 마추피추를 현지인들은 '마추픽추'라고 부른다. 해발 2,057 미터에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거석문화의 자취는 3000개의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고, 면적은 13평방 킬로미터로 건물터가 널찍하게 자리잡고 있다. 


시인 파불로 네루다는 "모든 사라진 것들은 연민의 감정을 자극한다. 하물며 그것이 한때 거대한 제국이었고, 자신들의 문자가 없어 아무런 기록으로도 남지 않은 망각의 대상일 때 그 쓸쓸함과 안타까움은 더욱 깊어진다. 가장 번성했던 15세기 무렵에는 수도 쿠스코를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중미권인 에콰도르까지, 남쪽으로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장악했던 잉카제국. 그 제국은 불과 180여명의 부하를 이끌고 대서양을 건너온 스페인의 불한당 피사로에 의해 어이없게도 멸망해 버렸다. 그리하여 그들의 흔적은 이제 관광객들의 연민 속에 수수께끼 같은 문명으로만 남아 있다."라고 기록해놓았다. 


굳이 약육강식이라고 말하면 적나라한 표현인지 모르겠으나 문명은 더 강한 무기와 더 잔인한 종족에 의해 지배 받아온 것이 맞다. 스페인 침략자들은 그 전까지는 아메리카대륙에서 본적도 없는 말이라는 짐승을 타고, 온갖 질병까지 묻혀가지고 와서 수많은 잉카인들을 병들어 죽게 하고, 학살하고, 생활터전마저 처참하게 파괴하느라 바빴는지 이 마추피추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1909년 미국의 남미역사학자 Hiram Bingham에 의해 발견되기까지 만해도 이 주변은 온통 덩굴로 덮여있었다고 한다. 여기가 바로 잉카의 마지막 제국이라고 믿은 Bingham은 내셔널지오그래피와 페루 정부의 지원을 얻어 1912년부터 1915년까지 대대적인 발굴 작업에 들어간 후, 아직까지도 발굴이 다 끝나지 않아다고 하니, 한 때 대제국의 위용이 어떠했을지 상상하기가 벅차다. 


게다가 지진대에 속하는 이곳 건물들이 현재 일본의 건축물과 같은 내진 설계까지 되어있다 하니 유네스코 '새로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지정될 만도 하다. 문자가 없어 통신 수단은 뿔로 만든 나팔과 알록달록 실을 꼬아 만든 매듭을 가지고 이 산꼭대기에서 저 산꼭대기로 한 마리 들짐승처럼 넘나들던 잉카의 장한 청년들은 흥망성쇠라는 문명의 흐름에 맡겨진 채 지금까지 이 터전을 지키며 살고 있다.     


우리 그룹이 마추피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구름은 서서히 걷히고 빗방울도 미세하게 끊어져서 모두 만세를 부르며 좋은 사진 건진다고 부산스럽다. 3박4일간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온 몸을 던져서 다다른 곳이니만큼 다소 절제가 부족하더라도 이해해달라고 하고 싶지만 한 쪽 계단식 터의 풀밭에 선한 눈과 긴 목 그리고 등을 타고 내려오는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라마 두 마리가 풀을 뜯으며 조용히 움직이고 있어서 어쩐지 우리도 이 소중한 장소에서는 예의를 지켜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새벽 3시부터 움직이느라 허기가 져서 캠프에서 싸준 샌드위치를 먹으려다 이곳은 음식물을 먹거나 마실 수 없다는 경고가 생각나서 도로 집어넣었다. 온 세계가 소중하게 여기는 곳이니만큼 모두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제 버스를 타고Auas Calientes 로 나가서 그 동안 산을 타고 가다 지쳐서 내려다보며 모두가 부러워했던 우르밤바 강을 끼고 달리는 기차를 타고 쿠스코로 돌아간다. 거기서 몇몇은 티티카카 호수로, 또 몇몇은 갈라파고스섬으로 나머지는 아마존의 Tambopata 로 헤어지지만 그 동안 함께한 건강하고 선량한 사람들에게 힘들 때마다 도움을 받으며 보냈던 시간은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돌아보게 해준다.


다만 바라건대, 젊어서부터 알프스나 킬리만자로 등지로 트래킹을 해본 사람들이 각자의 길로 떠나기에 앞서 우리를 부추기지 않길 바란다. 혹시 나중에라도 '산꼭대기에서 죽다. ' 라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으니까.   (끝)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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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
6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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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7
잉카 트레일(Inca Trail)(2)-Urubamba Valley

 

새벽에 눈을 뜨니 밤새 내리던 비는 일단 멈춘 것 같다. 가이드가 어제에 비하면 오늘은 너무나 쉬운 길이라고 모두를 독려한다. 6시에 출발이라 서둘러 침낭을 챙겨서 더블백에 정리해 짐꾼(Porter)이 지고 가기 편하게 만들었다. 전에는 한 짐꾼 당 50 kg까지 짐을 날랐지만 새로운 규정은25 kg 만 지고 갈 수 있도록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들 각자의 짐도 한 사람당 6 kg이 넘지 않게 꾸려서 지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지 않게 해줘야 한다. 

 

 

 


짐꾼들은 이 지역의 잉카 후예들인데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몸체는 작고 마른 편이다. 크고 검은 눈에 속눈썹이 짙고 길어서 산 중턱에서 풀을 뜯고 있는 라마의 눈을 닮았다. 나무껍질처럼 거친 발에 짐을 나르면서 신은 신발이라고는 가죽으로 대충 잘라 만든 샌들일 뿐이다. 우리처럼 골텍스니, 나이키니 신고서도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은 그들이 짐을 지고 산을 타는 걸 보면 힘들다는 불평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다.

 

 

 


나중에 쿠스코 시티투어를 할 때 만난 가이드 말에 의하면 안데스의 짐꾼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허파와 심장이 크고, 적혈구수가 더 많다고 한다. 우리들은 가다가 짐꾼들이 뒤에서 다가오면 왼쪽으로 비켜서 길을 터주고 힘내라고 박수도 쳐주곤 했다. 


이제 Inca Trail 3번째 날을 시작해보자. 어제 온 비로 길은 미끄럽고 산 안개로 시야도 넓지 못하지만 공기 하나는 정말 맑아서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3,950m Runquraway를 향해서 발 밑을 잘 보고 올라가는데 비가 또 부슬부슬 오기 시작한다. 우리팀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이곳의 날씨는 페루 여자를 닮아서 도대체 알 수가 없다나. 


이럴 때를 위해 준비해온 비에 젖지 않는 겉옷, 골텍스 신발, 배낭까지 덮을 수 있는 얇은 비닐로 된 비옷 그리고 무게를 지탱해주고 미끄럼을 방지해주는 폴대, 짙은 안개에 앞을 비춰줄 헤드라이트 그리고 1리터를 담을 수 있는 물병이 꼭 필요하다.


어제만큼은 아니더라도 사실 오늘 트레킹도 쉬운 것은 아니다. 어느 지점에서는 너무 가파른 벼랑이라 두 발, 두 손으로 기어올라가야 한다. 우리는 가이드를 부르며 '일리아스, 오늘 일정 쉽다고 왜 거짓말 했어!!!' 라고 앙앙거리면서도 엉금엉금 기어올라가야지 돌아갈 길도 없는데 별수가 없다. 


비에 젖은 우루밤바(Urubamba) 산골짜기는 비집고 지나가야 하는 동굴 같은 터널도 있고, 새까만 깃털이 빛나는 새들과 고산지대의 이끼식물들뿐 아니라 고도에 따라 열대식물, 온대식물까지 다양해서, 붉고 노란 꽃, 선인장에 핀 꽃들까지 다양하고, 안데스 산맥 능선을 타고 걸쳐있는 구름과 모퉁이를 돌다 까마득한 골짜기 아래로 싱싱하고 힘차게 흐르는 우루밤바 강물도 문득문득 만나게 된다. 만일 기차와 버스로 마추피추까지 쉽게 간다면 이런 풍광들을 볼 수는 없겠지. 


그룹 중에 젊은 사람들과 속도가 비슷한 사람들은 먼저 사라지고 우리 여자들 몇몇은 비가 그치면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앞서가는 사람이 위험한 곳은 미리미리 알려주면서 Runquragay 3,950m 산길을 비껴가는 도중에 둥근 계단으로 쌓아 올려진 Phuyupatamarca(Town Above the clouds) 유적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새까만 라마 두 마리를 만났다. 


페루는 이 검은 라마를 신성하게 여겨서 흠 없는 것을 골라 태양제 때 제물로 바친다고 한다. 로맹가리의 단편소설 제목이 '페루에 가서 죽다'이고, 같은 제목으로 많은 시인들이 시를 썼지만 죽는 것은 한 마리 짐승일 뿐, 많은 시인들 중에 아무도 이 산꼭대기에 와서 죽겠다고 한 사람은 없으니 다행히도 라마여, 그들 대신 아무것도 하지 마라. 


여기서 2,650미터 Paqaymayo 캠프까지는 1시간 반의 거리다. 하루 종일 내리는 비에 젖은 신발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털과 선해서 서러워 보이는 눈을 가진 짐승의 기억 때문에 내리막길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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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4
잉카 트레일(Inca Trail) (1)-Dead woman's pass

 

마추피추는 다들 알다시피 남미의 안데스산맥 고원지대에 있는 페루의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다. 사진으로 볼 때마다 깊은 곡선의 산들 아래 펼쳐져 있는 잉카유적이 멋있어 보여서 한번쯤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다 올 2월에 결정을 내렸다. 다리에 힘 있을 때 가보자. 이왕 가는 김에 트레킹도 해서 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Gadventure에서 하는 소그룹에 합류했다. 

 

 

 


마추피추는 하루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가이드와 짐꾼들을 포함해서 5백 명뿐이라 원하는 기간에 가려면 미리 입장권을 사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기를 피해서 2017년9월에 가기로 하고, 2월에 보증금을 걸고 등록을 했다. 6개월이 긴 것 같아도 마지막 한 달을 남기고는 트레킹과 캠핑에 필요한 물품을 꼼꼼하게 챙기다 보면 꼭 긴 것도 아니라고 느껴진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비행기로 해발 3,399m인 쿠스코에 도착하면 고지대라서 두통이 오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오는 것을 느낀다. 다행히도 고산병에 필요한 약을 미리 의사에게서 처방 받아온 것이 있어서 한 알 정도 먹으면 다음 날은 약 없이도 적응이 된다. 의사 처방을 받을 때 한국 뉴스에서 본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 바이아그라가 고산병에 도움이 되느냐고 물으니, 고산병에 맞는 약이 있는데 그런걸 왜 먹느냐고 되묻는다. 흠. 그렇군!


쿠스코에서 작은 버스로 수탉이 새벽 4시에 목청껏 깨워주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Ollantaytambo 에 있는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다시 버스로 82Km 떨어진 Inca Trail 이 시작되는 기차길 옆으로 이동해서 우리 그룹 모두 배낭과 폴대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여기서부터 옛날 잉카인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트레킹이 시작된다. 오늘 우리가 묵을 Wayllabamba 캠프까지는 11km.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가며 사진도 찍고 5~6시간 걸어서 캠프에 도착하니 포터들은 미리 와서 텐트도 쳐놓고 저녁식사 준비까지 해놓았다. 


캠프의 위치가 해발 2950m. 도착한 순서대로 손 씻을 물을 주고 각자 텐트 앞에는 1인당 작은 세숫대야로 보이는 플라스틱 통에 따뜻한 물을 준다. 이것으로 씻든지 담그든지 알아서 해결하고 앞으로도 4일간은 샤워라던가 수세식 화장실을 그리워하며 지내야 한다. 큰 텐트 안에는 18명 정도가 모여서 따끈한 수프와 닭고기, 밥과 삶은 야채 등 배불리 먹을 만큼 준비되어 있고 말린 코카잎 차도 주는데 저녁에는 되도록 마시지 말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별다른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밍밍한 차 맛이라고 할까. 


트레킹 이틀째 되는 날은 가장 높은 곳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아침 6시에 출발해서 내 짧은 다리로 아장아장 기어올라 'Dead woman's pass' 라는 악마의 지점을 가려니 4,000m 까지는 그럭저럭 올라갔는데 그 다음부터는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눈도 빠질 것 같은데 어지럽기까지 하다. 


오면서 물을 조금씩 빨아서 1리터 가량 마시고 지그재그로 발걸음을 옮기며 올라간다고 해서 특별히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왜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휴가를 내가지고 이 고생일까. 후회가 밀려온다. 


남들이 보기에도 힘들어 보였는지 지나치던 청년이 내 배낭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자신도 힘든 여정인데 나까지 짐이 될 수 없어서 거절했다. 키도 크고 인물도 좋은데 친절하기까지 한 저런 아들 하나 있었으면. 게다가 싱싱한 젊음은 또 얼마나 부러운지. 


마지막 고지를 앞두고는 내가 죽기 직전이라는 소문이 나가지고 가이드가 와서 내 배낭을 낚아채서 올라간다. 가이드라고 쉬운 길이 아닐 텐데 내가 딱해 보였나 보다. 너무 멀리 와서 돌아갈 길도 없으니 두 발 옮기고 쉬고, 세 발자국 옮기고 쉬고 해서 정상에 오르니 해발 4,215m. 먼저 도착한 몇몇 같은 그룹 사람들과 가이드가 You made it! 하면서 마구 축하를 하며 부산을 떠는 통에 울지도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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