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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희.....시와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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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희.....시와 오솔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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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희
66811
9207
2018-07-15
7월의 근황

 
7월의 근황 
 

 


 
나른한 오후 
이렇게 생이 가볍다
뙤약볕 아래 성자가 따로 없다
죄다 숙연해진다
그래서 7월의 오후는 고독하다


 
둥그런 저녁이 남아 있는 몽상의 시간은
근심으로 가득 차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듣고 싶지 않은 소리들이
 편의점처럼 가까이에 있다
 그것들이 우리를 지치게 한다


 
무한의 풍경이 이파리 끝에서 열리는
상수리나무 아래서 바라본 생의 단출함
내 기억에 유일하게 남은 건
나무도 사람처럼 위로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빛의 생살 앞에
고요를 보는 눈
말을 듣는 귀

 

7월의 나무 위로 고독이 빨래처럼 걸려 있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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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희
66727
9207
2018-07-09
부추꽃


 
부추꽃
 

 

 

 

후욱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심지 가벼운 사람 같아서 한동안 피해 다녔습니다 

 

처음엔 흰꽃이다가 차츰 햇살과 바람 핑계 대며
분홍과 보랏빛 표정관리에 들어가는 그 꽃은 아마
나비 하나 앉지  못할 가시를 가졌을 거라고
꽃대궁에 피워 올린 여러 겹의  마음을 얻을 수 없어
왠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추꽃은  언제나 희다 라는 ? 
당신에 관한 고정관념이 허물어지는 순간 
흰꽃과 분홍 사이 애매모호한 빛깔이 사람을  지치게 하고
때론 환장하게 한다는 걸 
그 꽃을 보고 비로소 알았습니다

 

때 지나면  
벌과 나비조차도  찾아오지 않을  
제 빛깔을 잃어가는 당신이 무척 외로워 보입니다
외로움이란 녀석은 예고없이 찾아오는 법이거든요 

 

겹겹이 숨겨진 부추꽃같은 
당신을 읽어내는데 참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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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희
66637
9207
2018-07-04
플라스틱 공법

 
플라스틱 공법 
 

 

 

 

갈라진 틈새로 물이 빠져 나간다
언제부터 벌어진 플라스틱의 공법이었을까
친절한 테이프로 물길을 막아 보지만
우리 사이는 여전히 유감을  표명한  사이로 남아 
혹여, 테이프에  문제가 있나 싶어
크레지글루까지 동원해 보았지만 허사였다

 

잎사귀 조금씩 말라가듯
가만가만 벌어진 틈새 물길을 짚어보지만
나는 안다, 합성제품이 낳은  함량미달의 근본을

 

합성과  흙으로 빚은 도자기는 한 끗 차이여서 
동강난 쇠붙이도 봉합한다는 크레지글루도 소용없는 듯     
정작 담담한 자세로 허리를 굽히는 표정관리가 필요하다 싶은 
플라스틱에서 파생된 제각각 들뜬 계보로 인해
귀보다 큰 말이 펑펑 튀겨지는 피로감으로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bh2000
정봉희
66482
9207
2018-06-18
어떤 불신

 
어떤 불신 
 

 

 

바닥에 떨어진 수박씨 놓고 개미들 논쟁 중이다
그냥 밀고 가자는 둥
밀고 가다 굴러 떨어지는 일 다반사니
우리 중 힘센 놈이 옮겼으면 좋겠다는 둥
입에 침 튀기며  한나절 의견이 분분하다

 

밀고 가면 어떻고 
머리에 이고 등에 짊어지고 가면 어떠랴
가만 들여다 보니
저들의 세계도 조용히 넘어가는 법 없구나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잡아서  끌어내리고 심지어
땅에 패대기치기까지

 

타협에 실패한  불신을 지켜보다
저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후끈거리는 광대뼈 붉게 달아 오르고
뒤통수 가려워지는거라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bh2000
정봉희
66389
9207
2018-06-13
똥을 말하다

 
 
똥을 말하다
 

 

 

멸치 다듬는 저녁 
수정체 잃은 눈을 떼어내고 
비쩍 달라붙은 허파 속 
고약처럼 달라붙은 똥을  떼어낸다

 

수초 속 천적 피해 다니느라 
똥줄께나 탔을 새가슴을 생각한다

 

씹어 삼켜도 배탈난 적 없고
멸치똥 먹다 뒤집혔단 말 들어 본 적 없으니
다만 똥이라 만만하게 본 우리가 부끄러운 것이다

 

뱃속에 달라붙은 색깔만으로 저들의 고단한 
바다속 사정을 짐작하고 남겠다 

 

딱딱하게 굳은 것일수록 꼬리를 자주 흔들었을테니
애타는 똥인들 온전했겠느냐고.

 

기실 저들과 다를것 없는 우리네 불안함도  
고단한 비늘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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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2000
정봉희
66285
9207
2018-06-05
이슬 인생

 
이슬 인생

 


 

이른 아침
밥 안치다 훔쳐 보았지요
창틀 거미줄에 그렁그렁 매달린 
당신의 눈물을 

 

창 너머 달려온 바람도 
알전구 촉수에 드러난 부끄러움도
아랑곳없다는 듯
눈물의 몸피를 불리고 있었지요

 

인생의 무게를 달아
오메가 캡슐로 태어나려고
흐느낌 없는 새벽 
고요한 떨림으로 오신 당신

 

부추밭도 다녀 가시고 
엉겅퀴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독한 마늘 냄새에  취해서
그만 눈물 글썽이고 말았네요

 


덜 깬 눈 비비며
쌀 몇 번 헹구어 내는 사이
잠시 후 햇살 뒤로 사라질 
당신은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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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희
66197
9207
2018-05-31

 덫
 

 

수북한 밥상 앞
헐렁한 허리 싸이즈 30 을 떠올리는 일이란 
컵라면에 찬밥 한 술 뜨기
말라빠진 밑반찬 뒤지기
배달시킨 음식 반쯤 남기기
홀로 소주잔 비우기 
발꿈치를 좇다가 놓치고 돌아온 이후 
울컥, 그리움이다

 

내가 너에게 뜨겁지 않고는 
아니, 허기의 열꽃으로 피어나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일이니
둥근 밥상 앞에 보이지 않은 자를 위해
무언가를 먹이는 일이란 
내가 너에게 기울어가는
푸른 모과빛 시간인데 

 

비록 이번 생엔 장담 할 수 없어도
다음 생의 첫 잠에 올 것이라.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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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희
66086
9207
2018-05-22
봄날, 풍경 하나

 
봄날, 풍경 하나
 

 

 

 

손님 한가한 날 
바짓단 줄이다 등짝 대면 
앞 뒤 좌우로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뿌연 세탁소 창 너머
한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른채
들쳐 업고 도망쳐도 깨어날 줄 모르는 여자

 

맞어, 눈 붙인 단 30분은
밤새 긁어대던 딸아이 아토피에 연고 발라주던 잠이고
그래 맞어, 엉덩이 붙인 1시간은
배추 한 박스 절여 소쿠리에 물 빠지기 기다리던 잠이고
맞어 맞어, 관절에 물 빠지는 2시간은
세탁물 배달 다니느라 한나절 운전대 잡은 곤한 잠일테지 

 

두 발 뻗은 잠 속에 꽃씨를 뿌려 놓고
재봉틀 앞에 몸을 당긴 여자의 잠꼬대가   
꿈길에서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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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희
65978
9207
2018-05-15
시인의 지문

 
시인의 지문 

 

 

 

언젠가
큰 시인의 시집을 읽다
책갈피 속 지문 냄새를 맡아본 적 있었다
흐음~~뭐랄까, 그것은 
산벚꽃  숨결 머물던 흔적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이렇듯 지울 수 없는 지문의 기억이란 
바람에 날아든 꽃의 안쪽을
지키는 무취인데 그 숨겨진 행방을
읽어낼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다만 희미해진 문장의 속살을 만나
책장 어디쯤 얼룩진 습기로
앉아 있을 날숨의 자리
이제는 바깥 표지에 남겨진
시인의 무게까지도 몸을 낮춘
꽃잎의 무늬인 줄 알겠다

 

그런 지문을 다행히 바람이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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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희
65872
9207
2018-05-09
노을이 사는 법

 
노을이 사는 법 
 

 

 

언덕 아래 막 도착한 노을을
여자가 받아 내렸다
가벼운 듯하나
잠깐 보여주는 몸의 악기를 
제 키만큼 보듬어서 될 일은 아니었다

 

그런 노을의 무게를 견뎌내는 일이란
상한 혼음을 비켜가는 일인데
숨이 차서 그대 먼저 보내놓고 
짧아진 해의 뒤쪽을 아는 나는 
자꾸 서쪽으로 휘어지는 몸을 세웠다

 

할 말이 많은 당신은 주춤거렸고
염려된 사랑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누가 보아도 무리었다

 

간신히 받아낸 여자의 시름이 
꽃그늘 같은 노을에 걸렸다   
사랑이 풀밭까지 내려온 오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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