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계정 찾기 다시 시도 아이디 또는 비밀번호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생활일기

drsul
80520D74-5F0B-461C-BAB6-FC4ED1A85570
57954
Y
메뉴 닫기
오늘 방문자 수: 42
,
전체: 20,532
설동란
(피커링 거주)
메뉴 열기
drsul
설동란
72860
9214
2019-02-21
난 지금 어디쯤에 있나

 

지난 1월 22일. 내가 정말로 말이 아니다. 오후에 지하실 수도관이 동파했다. 2~4시 사이의 시청 문화 교실을 끝내고 귀가했을 때 물이 넘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자. 남편에게 알렸고, 옆집에서 똑같은 사고로 전문가를 불러 작업을 끝내고 우리 집에 왔다. 그런데 나는 기억이 없었다.
왜 기술자가 왔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났다. 기억을 잃었나? 어째 이런 일이. 퇴근한 남편 말에 의하면 밤 12시쯤 영수증을 읽으면서 “여보, 동파였대요?” “당신은 몇 시에 왔나요?” 하면서 자꾸 물어봤단다. 침실에 가서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집에 혼자 있을 수 없어서 남편 가게로 같이 출근하고, 침착하게 보험회사에 연락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24일 응급실에 갔다. 머리 사진을 찍느라 5시간을 기다렸다. 결과는 괜찮았다.
그런 일도 때로 있다는 듯 젊은 한국인 의사가 얘기했다. 
충격의 여파인 듯 두통, 복통까지. 다시 응급실에선 심장 조사(심전도)와 CT촬영까지 하였다. 4시간의 검사 후에 결과는 정말 괜찮았다. 그런 와중에 H S 아우가 소천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충격에 빠졌다.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아팠다.
카톡으로 소식을 알린 Y S 아우도 뇌졸중으로 사망. 이 소식은 너무 가혹한 벌인듯했다. 정신이 멍한 채로 일손이 안 잡히던 2~3일간의 내 모습이다. 오늘 두 후배와 작별했다. 하얀 종이만큼 내 머리도 하얘진다.
어찌해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자녀를 두고 남편을 뒤에 두고 한 많게 떠난 두 후배. 더구나 혹독한 추위와 눈발이 성성한 겨울에 당신들은 훌쩍 떠났구려. 땅속이라 춥지는 않은지 걱정이 되네.
날이 풀리는 대로 꼭 찾아갈게, 기다려 주게나. 허무한 인생길에서 우린 서로 사랑했지. 언니 노릇도 제대로 못한 점 부끄럽소. 용서하오. 내가 조금 불편했던 것, 두 아우의 죽음 앞에선 견딜만한 고통이었지만 나도 힘이 드네.
지금도 내 살을 꼬집어 보면서 무슨 일이 얼마큼 있었던 건지, 사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고 다부지게 물어오는 이가 있는걸 알았다. 
새벽이나 늦은 밤 가게에서 돌아온 남편이 피곤함 중에서도 말없이 응급실을 4번이나 들락거리면서 1주일 사이 나를 간호했던 무던한 남편의 성실함에 주님이 감동한 듯 회복되어 가는 나를 보면서 아이처럼 “그래, 내가 말했지? 좋아질 거라고”. 웃음 섞인 주름이 있는 당신의 수고가 고마워요.
충격의 여파인 듯 팔도 목도 어깨도 견딜만하게 고통스럽다. 기운 차린다고 매일 식당을 찾는다. 겨우 월남 국수인데 입맛이 아직은 연명을 위한 식사다. 밖엔 너무 어둡다. 하루 종일 혼자 있어 보긴 내 평생 처음이다. 조금씩 마음을 추스르자. 설날에 과로로 사망한 한국 의사 얘기가 남의 일이 아니다. 
충청향우회 대보름 잔치가 2월 23일 저녁 6시에 신라회관에서 있다. 정다운 고향 사람들 모두 모여 쌓인 정과 덕담을 나누고, 다양한 상품과 게임도 즐기자.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drsul
설동란
72428
9214
2019-01-18
“할머니를 기억해 주겠니!”

 

지난 가을 내가 좋아하는 Bosco Pear 나무 두 그루에서 열매가 주렁주렁 많이도 열렸었다. 단맛이 일품인 완전 유기농 서양배 맛. 며느리와 아들 집에 갖다 주면서 사돈들과 나눠 먹으라고 했다.
피커링, 오샤와 모두 외곽지대이다. 우리동네를 좋아한다. 눈만 뜨면 옆집인 셈의 사우나 월풀에서 나를 기다린다. 우리 또래의 70대 여자들이 친구처럼 정이 들고 다정하다.
“한나! 동네 뉴스가 있다”면서 슈퍼마켓의 세일 품목, 식당의 메뉴 소개까지 탈의실이 시끌벅적하다. 깔깔대며 수영장에서의 우리는 모두가 오래된 이웃친구들이다.
남편이 출근하면 나의 일상이 된 산책길에 나선다. 쇼핑몰에 가면 동네 낯익은 이웃들이어서 좋다. 내가 일을 할 때도 많이 걸었기 때문에 일손을 놓은 지 몇 년이 되어도 가끔 무료하다. 
무료봉사라도 바쁜 것이 좋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마음이 항상 아들, 손주, 며느리에 가있다. 거리가 먼 것이 애석하다. 손주가 보고 싶으면 전화기의 녀석 모습을 보면 위로가 된다.
‘우리가 이 세상에 없을 때라도 넌 할머니를 기억해 주겠니. 자주 못 만나 아쉽지만 잘 자라주어 고맙구나’. 톡을 보낼 때마다 Obey your parents(부모공경)을 강조한다. 첫 번째 가훈으로 각인시킨다. 동네 꼬마들만 봐도 녀석들이 보고 싶어진다. 
할머니의 건강이 허락할 때가지 계속 기도하고 염원할 것이다. 너희들은 나의 꿈나무들이다. 할아버지의 한국식 전통개념은 손자만 바라지만 가끔 손녀의 재롱도 상상해 본다. 큰 차이가 있다.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고 다시 딸네 집으로 간다. 개학이 되니 정상으로 돌아가는 듯 손주 녀석을 몇 시간 봐준다. 세발자전거를 능숙하게 잘 타고 다닌다.
놀이터에서도 제법 높은 곳을 안간힘을 다해서 올라가더니 신나게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녀석이 장하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drsul
설동란
72145
9214
2018-12-24
2018년이 저물어가네

 

신년하례식이 엊그제였던 것으로 느껴지는데 벌써 2018년이 저물어간다. 시청에서 매년 1월 1일 시장의 주선으로 피커링 주민들이 모여서 음악과 다과, 볼거리들과 함께 한 해의 각오와 계획을 세운다. 지금의 나는 잘 실천했나 반신반의 하게 된다.


더 열심히 살고 싶었는데. 작년부터 교회 경로대학이 줄어 올해는 도서관을 많이 이용했다. 너무 아까운 하루가 빨리 지나가고 성과도 없다. 2019년엔 계획이 잘 성취되어야 한다고 다짐한다. 


12월은 더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송년 행사들이 너무 많다. 해가 다 가기 전에 한자리에 모인다. 숙자, 복자, 영순, 유경, 헬렌, 도리스, 주디, 혜숙 등 나이도 성격도 모두 다르다. 


우리의 모임이 활발할 당시에 JS 아우가 세상을 떠나고, 지금 병석의 HS 아우가 맘에 걸리고 안타까워서 애가 탄다. 


22일 한인타운 내에 D식당에 모이자. 아우들아. 모두 나와라. 손님으로 정애와 두임을 초청할 것이다. 주말이고 연말이 되니 다음날엔 아들, 딸, 손주들이 모두 모여서 가족들의 화목을 다지자. 


요즘엔 자주 비가 주룩주룩 내 마음을 이해하는 듯 어둡고 음산도 하다. 1월이 오면 새 희망으로 새 출발할 것이다. 한국 TV의 우리말 뉴스도 어휘가 낯설다. 무슨 뜻인지.


엊그제 딸아이가 “엄마, 저한테 톡을 보낼 때는 될 수 있으면 한국말로 보내세요.” “아니, 네가 이해할 수 있니?”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는 의미다. 아들은 90% 이상 언어가 수월한데 사위가 약간은 마음에 걸린다.


손주 녀석이 “할멈, 괜찮아요.” 기특하고 장하다. 2019년엔 손주들에게 한국말을 더욱 공부시켜 줄 계획이다.


한 장 남은 달력이 자꾸만 작아지는 느낌이다. 이제 2주밖에 안 남은 2018년이니 안타깝다.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오늘 모처럼 책상에 앉는다. 여유시간엔 습관적으로 TV를 켠다. 내 고향XX. 특별한 업소나 사람을 찾아 소개해주는 순서다.


늘 맛집을 소개하는 통례지만 50년을 혼자서 식당을 경영하는 77세의 할머니.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눈물이 나오게 딱한 사정들. 25살 전쟁터에 간 남편은 그만 사고로 돌아오지 못하고 아들 둘이 있는데 살길이 캄캄하여 시작한 장사가 식당이다. TV에 비쳐진 노모의 모습이 한없이 가엽다.  
손수 시장에 나가서 반찬거리를 구입해 반찬을 만들고, 돼지고기 국밥 장사를 하느라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식당 운영. 어려웠겠지만 큰아들이 4~5년 후 60세가 되면 식당 일에서 손을 떼겠다던 노모가 아른거린다.


등이 굽으면서 얼굴엔 검버섯이 가득하지만, 열심히 식당 일을 해 온 공로를 치하한다. 고객 한 사람을 정성껏 맞이하고 취재하는 방송인에게도 밥은 먹고 다니는지 물어본다. 어머니의 자상함이 몸에 밴 고객사랑이다. 


남편의 아침 출근길에서 무던한 성실함을 느낀다. 요즘 부쩍 일감이 많아졌는데 주님이 주신 귀한 손재주를 감사한다. 점심 도시락엔 이것저것 귀한 먹거리가 풍성하다. 오늘은 찐 고구마, 아스파라거스, 단감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보낸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drsul
설동란
72084
9214
2018-12-18
남편 은퇴 후의 생활

 

평소에 자주 보는 TV 공감토크쇼에서 한 시간 이상 여러 사람의 의견이 분분했다. 나는 아직도 남편이 1주일에 6일 동안 열심히 근무하는 중이고, 형편과 처지가 고국의 상황과는 많은 차이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고향의 Y선생님 별명이 '싸가지 없는 놈'. 말을 시원하게 해서 지나칠 정도다. 


W씨 부부의 고충도 이해한다. 고국에선 우리 또래의 아내들이 남편에게 제발 한끼만 나가서 해결하길 바란다. 삼식이는 못난이라고 말한다. 나의 주장은 조금 다르다. 늙어가고 힘이 줄어드는 남편을 용기와 사랑으로 3번 아니라 얼마든지 밥을 차려주고 싶다. 여기에서도 Break Time이 있으니 간식도 챙겨주고 성의껏 남편을 보필한다. 젊었을 때는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유명가수이자 우리 또래의 K여사의 “잠든 남편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잘해 줘야지 했는데, 아침에 눈뜨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말에 동감도 한다. 나의 경우를 비교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다. 


비교적 외출이 많은 편인 나는 행여 남편이 때를 거르는 일이 걱정이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항상 “내 걱정은 말고 볼일 잘 보고 오라”면서 흔쾌히 승낙과 여유를 준다. 옛날의 친정어머니 기억이 새롭다. 아버지의 수저나 식기는 감히 아버지만 쓰시고 상차림에서도 할머니와 아버지의 식탁은 언제나 먹을 것이 진수성찬이었다.


엄마와 나는 부엌에서 간단히 해결하였다. “얘야, 아버지 상을 물리시면 너도 식사를 하렴”, 불만 한마디도 못한 채 어느 땐 기다린다. “아버지 저도 이 식탁에 오면 안될까요?” 아무렴, “막둥아” 할머니는 눈치를 주신다. 계집애는 아무데나 앉아서 국물 한 그릇 있으면 되는 거라면서, 세대차이와 그나마 막내딸이라 다행이었다. 


시골 농가에서도 부농은 먹을 것이 언제나 충분했다. 부엌과 연결된 광 안엔 시루떡과 고구마 찐 것, 과자 종류, 곶감까지 엄마는 장손의 큰며느리였다. 부부만 달랑 살고 있는 우리들이 감히 남편보고 세끼를 차려줄 수 없다고? 나는 반대다.


더 잘해주고 싶은 나의 마음을 남편은 알고도 모른 척이다. 남편을 독일에서 만났을 때가 엊그제만 같은데 49년이 되어간다. 우리가 7학년이 훨씬 넘어 노인의 생활인데 부인들마저 황혼이혼이니 하는데 나에겐 언감생심이다. ‘있을 때 잘해’ 유행가 가사는 아니라도 서로를 배려하자.


돈을 벌고 젊고 패기 있을 때의 남편만이 제일은 아니다. 자녀들에게도 아버지의 위상을 높여주고 존중할 것을 알리자. 힘들고 지친 이민의 이방인들인 우리의 생활에서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남편을 섬기자.


지금 밖엔 눈비가 세차게 오고 있다. 그래도 일어나서 남편이 즐겨먹는 채소들을 사와야 한다. 브로콜리와 숙주나물, 각종 야채를 섞어서 저녁 식탁을 준비하자. 


그래도 남편의 할 따름이라고 반대하는 여성들이 있을 것이다. 설령 부인에게 소홀했던 남편들도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데 용서와 화해를 해야 하지 않을까?


가끔 친정엄마를 기억한다. “막둥아! 고향에 두고 온 네 아버지의 산소와 종가를 지켜야지”하며 아버지를 그리워하시던 80이 넘으신 노모의 모습.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되는 듯하다. 그렇게 조국으로 돌아가시고 치매로 고생하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자꾸 아련하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drsul
설동란
71990
9214
2018-12-12
평범함 속의 비범

 

서둘러서 오전 10시에 집을 나섰다. 휴일이었기에 은행 문이 닫혀있다. 20분간 산책하다가 Lablaw 대형 슈퍼마켓 2층에 와 앉는다. 새로 생긴 팀호튼에선 낯익은 이웃 고객들이 줄을 지어서 서로 인사하며 차례를 기다린다.


“Hanna, Long time no see” 여름내 못 봤다고 반색한다. 오늘은 베티 아줌마가 커피랑 베이글을 사준다. 옛정이 무섭다. 자기도 딸네 집에 손녀를 봐주러 떠나는 길이었다면서 “Have a nice day!”라고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도 한다.


집에서 나올 때 노트도 준비 못했으니 아무 종이에나 쓰기 시작한다. 어제 아침(11일) 쌀쌀했고 살얼음이 살짝 얼었지만, 공원에서 시작된 현충일(Remembrance Day) 행사는 인산인해였다. 


모두 엄숙하게 기념식을 치렀고, 남편과 나도 매년 피커링 오샤와 행사장에 참석해 왔다. 질서정연한 이곳 주민들의 생활방식을 또다시 배운다. 부모를 따라나선 꼬마들의 표정과 모습이 귀엽다. 천방지축이어야 할 텐데 참고 기다리는 것을 보니 부모의 교육을 잘 받은 모양이다. 


식이 끝나고 웅장한 밴드 음악과 시청앞길을 행진한다. 특별히 1951~1953년 한국전쟁에 참석했다가 순직한 장한 영웅들을 향해 머리 숙여 묵념했다. 라이언 시장은 축사에서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고 뭉치고 협력하며 사랑하자”고 말했다. 


주말엔 아들 집에서 가족들과 화기애애한 손주 생일잔치가 있다. 며느리는 정말 대단하다. 모두 한식으로 생일상을 푸짐하게 차렸다. 이제 잔칫상 차리는데 특별한 재주와 능력이 있는 듯하다. 모두 칭찬과 감동 일색이다. 시부모를 공경하는 장한 며느리, 말로 다할 수 없어 주님께 감사 드리면서 아들 집을 나섰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글쎄다. 칭찬과 격려와 감사도 필요한 우리네 삶이 아닌가. 누구라도 칭찬하고, 고마워하고, 감사가 넘치면 그건 복이요 영광은 높이 계신 분이 받을 것이다.


밤에 귀가하면서 우리는 내내 행복했다. 평범 속의 비범! 하루하루 작은 일들에서 고마움을 느낀다. 날씨가 몹시 춥다. 자연의 섭리고 법칙이니 순응하자.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면 평범이고, 노력하면 비범함이 되는 우리 7학년 시절이 정말 중요한 걸 느낀다.


인생도 알 것 같고, 젊어도 봤으니, 거울에 비쳐볼 줄도 안다. 우리 나이에는 건강이 보배다. 자기 몸을 잘 관리하고 지키자. 나의 평소 지론은 자고 깨고 먹고 모든 시간이 매일 똑같이 될 수만 있다면 그게 비범이다. 


운동과 명상으로 일상에 변화를 준다. 우리 내외는 추워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조금씩 걷는다. 공기를 쏘이고 오가며 대화를 나누고, 30분 정도 걷는 것이 보약이다. 남편의 과묵도 효과적이다. 우리의 나이가 이쯤 되었어도 얼마나 감사한 일상인지,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침나절에 팥죽이 별미라며 며느리가 보내준 두부 부침과 고구마 찐 것 등으로 식탁이 푸짐하다. 파전(부침개)을 ‘팬케잌’이라며 맛있다고 먹던 손주 녀석들 모습이 떠오른다.


“Korean food is so good!” 상추쌈을 먹는 나를 바라보면서 4살 녀석이 웃고 있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drsul
설동란
71828
9214
2018-11-26
날씨는 차가워지고

 

쓸쓸한 아침나절이다.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이자. 해가 짧아지고 한일 없이 시간이 잘도 간다. 아침 운동으로 간단히 걷고 기지개도 여러 번 하고 사우나에서 담도 흘리고 수영도 했다. 엊저녁에 추워서 잠이 두 번이나 깼으니, 거뜬한 상태가 아직 아니다. 히터는 아직 이르다. 


오늘은 16일 햇살이 좋은 아침나절이다. 시청 직원들(미화원)이 풀을 깎고 나서 잔디를 다듬는 모습이 좋은 풍경이다. 풀 냄새가 유독 가을에 풋풋하다. 이제 몇 번이나 잔디를 깎으려나?


풀 냄새와 낙엽들. 11월까지는 잎들이 다 떨어지고 앙상히 옷 벗은 나무들이 찬바람에 얼마나 춥고 쓸쓸할까? 나도 추위가 오면 싫어 밖에 나오는 것이 조심스럽다. 어서 겨울이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


첫눈, 남편의 차 트렁크에 조금 쌓였다. 벌써 실감이 안 나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각양각색이다. 긴 부츠를 신은 젊은 여자, 멋 부림일까 보온용일까 재미난 풍경이다. 겨울용 코트를 입고 밖에 나선다. 모자도 장갑도 단단히 무장한다.


내일은 파독간호사 출신 들이 할머니들이 멋있게 치장하고 앨곤퀸 공원에 모여 깔깔대면서 하루를 지낼 것이다. 각 곳에 살던 우리의 동역자, 모두 보고 싶은 얼굴들이다. “건강 했어요?” 다독이며 안부를 물을 것이다.


먼 곳의 친구 H여사, A여사도 볼 것이고, 미망인이 된 K여사, P여사, S친구도 만나자. 친구들, 장하구나. 멋지고 알차게 살아가고 뜻있는 노년의 우리가 되어보세.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서로를 사랑하며 정을 나누고 젊은 시절의 멋있던 추억들도 같이 기억하면서 앞으로 몇 년이나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데, 마음에 평화와 즐거움을 항상 만들자.


가을이 깊어가고 추위가 더해져도 우린 가끔 전화 아니면 톡으로 서로 사랑을 전할 수 있다. 


지금 도서실 끝에 앉아서 글을 마구잡이로 써내려 간다. 앞집의 3살 난 여자아이가 “Hi, Grandma!” 인사를 한다. 아빠랑 책 빌리러 왔다. 가방엔 줄 것이 없어 예쁜 빨간색 색연필을 선물로 주니 기뻐하며 “Bye, now!”(할머니 안녕)하며 떠난다. 


추워도 움직인다. 여름이면 저녁 8시까지도 훤할 텐데.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자. 소녀들마냥 즐거워할 우리들의 소풍날, 기다려지는 하루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drsul
설동란
71725
9214
2018-11-17
가을이 깊어가고

 

주변인들이 수, 목, 금요일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알렸기에 짐작은 했다.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고 젖은 채로 길에서 밟히며 쓸쓸한 주말이다. 비가 와도 좋아, 우산과 외출 준비를 마치고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걸어서 은행에 왔다. 주말이고 월 초라 줄을 서는 고객들이 많지만 모두 반갑다.


직원 Lean과 Jody가 정신 없이 손님을 대하면서도 “Hi”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도 일터에서 저렇게 바쁘고 했었지, 비까지 주룩주룩 겨울을 재촉한다. 


남편 가게가 요즘엔 바빠졌다. 부츠와 구두, 멋 부리는 젊은이들의 카우보이 신발까지 수선요청이 쇄도한다. 성실한 남편은 신발 바닥을 기계에 매끄럽게 갈아 청소도 하고 풀도 바르고 새로운 밑바닥(Sole)을 붙이고 심지어 꿰매기도 한다. 


장비도 입 마개에 안전 안경까지 다양하다. 매끄럽고 꼼꼼히 수선된 구두나 부츠 등 찾아가는 고객들은, 어쩜 이렇게 꼼꼼히 고쳤을까? 하는 고마운 표정이 역력하다. 흐뭇해하는 남편의 표정도 읽힌다. 


최선을 다해서 수선을 하니 일부 고객은 꽤 먼 곳에서도 우리 가게 ‘Genius Shoe Repair’를 찾아온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지. 수고의 보답이라고 팁을 카운터에 두고 가면서 “See you next time!” 한다.  


고객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당신. 이제 일손을 놓아도 되련만 아침 일찍부터 일에 충실한 남편. 주님! 77살의 체력으로 9시간씩 매일 충실히 일할 수 있는 건강을 허락하시니 감사합니다. 손재주도 주셨으니 더욱 많이 일하고 싶다고 다짐도 합니다.


 쇼핑몰에 들려서 2019년 수첩을 구했다. 입학식을 기다리는 초등학생 심정이다. 무엇을 적을까? 생각나는 대로 계획을 적어 나간다. 우선은 가족들 생일을 표시해 놓고 연금일과 손주 보러 가는 날, 외출 계획을 짠다.


모처럼 적고 싶은 토픽이 오늘따라 생각난다. 다 적을 수는 없고, 우선 11살 된 손주 생일에 대해 적는다. 침착하고 온순한 유일무이한 나의 외동 손주다. 하나님이 허락한 귀한 친손자, 재능이 많고 예의도 제법이다. 지난주 거의 2달 만에 손주를 만났을 때 많이 크고 의젓해졌다. 


“제가 숙제 다 해놨어요. 지금은 게임 중이에요. 할머니 괜찮죠?” 그래, 조금만 해야 한다. 피아노와 태권도 교실에 간다면서 작별할 때도 “할머니 또 봐요” 귓전에 맴도는 손주의 목소리. 그날따라 더욱 기특했다.


딸 가족이 그나마 가까운 거리여서 자주 만나고, 외손주 녀석들이 8살, 4살 순하게 잘 커가고 있으니 감사한다. 큰 녀석이 땅콩알레르기가 있으니 정말 조심투성이이다. 4살된 엘리옷은 “할멈! my mom knows everything, you know?(우리 엄마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엄마)”라면서 나를 웃기고 힘이 나게 한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drsul
설동란
71582
9214
2018-11-09
며느리 자랑

 

사랑하는 나의 며느리,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 나에게는 소중하고 귀한 아들이 하나이니 더욱 귀하고 흐뭇하다. 처음 아들이 상견례 하던 날, 소박하고 순진한 선생이라면서 소개를 하였다. “엄마, 마음에 들어요?”, 남편은 “글쎄 몸이 너무 약질인 듯” 걱정을 했다. 결혼 13년 된 아들 내외는 효성이 지극하다. 일년이면 몇 차례씩 우리 부부를 초대해서 즐거운 시간을 만들고, 한국말이 서툴러도 95%의 의사 소통은 어렵지 않다.


얼마 전, 음력 추석인 남편의 생일을 너무나 멋지게 정성껏 차렸다. 일요일이어서 다음날 출근할 아들 내외, 손주의 학교도 있었고.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자녀들이 너무 고맙고 축복이다. 전날 손주의 11살 생일파티를 집에서 친구를 초대해 근사하게 한 것을 사진으로 보고 감사했는데. 


고급 한식상에 너무 감격했던 우리부부,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교육받은 2세인데 우리 음식을 준비해 감동이 더 컸다. 남편이 좋아한다고 김치찌개, 두부조림, 오이무침, 상추쌈과 고구마 구이 등 우리 1세대들에게도 번거로울 때가 많은 한식 요리를 차리고, 식탁에선 아버지를 위해 아들, 며느리가 갖은 성의를 보였다. 


딸아이는 “엄마, 언니는 너무 착해요”라고 말한다. 어쩜 나에게는 딸보다 더욱 정이 가는 며느리다. 며느리는 손이 크다. “어머님, 내일 아버님께 케이크와 커피를 드리세요”라며 많은 음식을 차에 실어준다. 며느리가 직접 만든 생일케이크가 맛있다. 


딸은 아들이 둘에다가 바쁜 일이 많으니 모처럼 부탁이라도 하려면 며느리를 찾게 된다. 정말 착하고 효심이 있는 주님이 주신 축복이다. 바쁜 중에도 새로 구입한 시아버지의 핸드폰에 갖가지 옵션을 넣어주고 알려준다. 말수가 적은 남편은 “고마워, 수고 많았어” 칭찬한다.


돌아오는 밤길의 고속도로에서 흐뭇해 하는 우리 부부. 피로가 밀려오고 육신이 조금 지쳐도 너희가 있어서 고맙다. 우리는 서서히 늙어가지만 너희는 더욱 열심히 살라고 자주 말해준다. 우리가 없는 세상에서도 꼭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벌써 서늘하다 못해 오싹한 가을 날씨지만 마음은 평온하다. 더 추워지기 전에, 눈이 쌓이기 전에 나도 여유롭게 아들, 며느리를 방문할 계획이다. 뒤뜰에 이어진 공원을 너희들과 걸으면서 오순도순 쌓인 정을 나누고 싶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drsul
설동란
71501
9214
2018-11-02
“옛날이 자꾸 그리워서…”

 

나는 가끔 생각해본다. 지금의 나는 어릴 적의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아침 산책길 뒤 공원에 바람이 차고 풀잎이 아직 젖어 있어도 옛날엔 가방을 메고 다녔는데 오늘은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면 편리하다. 무거운데도 수월하다. 손가방은 메고 콧노래가 흥겹다. 혼자서 걸어가니 쓸쓸하다.


20여 분 걸었다. ‘자라’(zara)가 운영하는 세탁소에 가니 나를 반기면서 얼싸안고 플라자 끝의 유명한 식당으로 아침을 사준다며 데려간다. 오늘은 일감이 있다고 했다. 고객의 부탁으로 가죽 가방의 끈이 떨어진 것을 고쳐야 한단다. 
토스트와 베이컨, 달걀과 과일까지 맛있게 먹었다. 나의 딸아이와 또래이니 아직은 젊다. 아들 둘이 벌써 십대라면서 엄청 먹어댄다고 한다. 친정엄마가 안 계시니 어떤 때는 안쓰럽기도 한 이웃이다.
Zara의 남편은 온종일 가게에서 수선을 하느라 배고플 텐데 집이 멀어서 건너뛰기 일쑤란다. 그래서 머핀과 베이글을 전달해주니 마음이 흐뭇하다. 


옛날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은 천방지축, 오빠들이 많은 시골집의 막내딸이었으니. 지금은 아들, 딸이 가정을 이루어 손주들을 기르면서 열심히 최선을 대해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장하다.
완연한 가을날씨. 낮 시간이 짧은 탓에 어둠이 빨리 온다. 여름엔 저녁 9시가 넘어도 밖에 있었는데 아쉽고 섭섭하다. 나는 지금 70을 넘은 나이지만 만년 소녀 같은 생각뿐이다. 사과나무에 빨강 사과들이 풍요롭고 보기 좋다.
다행히도 우리 아들, 딸, 며느리, 사위까지 직장이 있고 쉬운 일이 세상에 없겠지만 남편도 6일 동안 꾸준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니 고맙다. 또한 남편에게 좋은 손재주와 건강을 주신 은혜에 감사한다. 남편이 구두수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열쇠도 커팅하고 닥치는 대로 고친다.


엊그제 은행 여직원이 자기 코트를 보이면서 고쳐달라고 한다. 얼핏 봐서는 어려워 보이는데 남편은 신기할 정도로 풀을 붙이고 박음질을 한다. 진심 어린 감사인사를 받고 감동했다. 광부 생활을 이겨낸 파독산업전사들, 무엇인들 못할까. 요즘 사과 소스를 매주 손주들에게 줄면서 할아버지께서 했다고 얘기해 준다. 할아버지를 언제까지나 잊지 말아라.
오늘은 주말이다. 단풍 구경으로 멀리 갈 필요는 없다. 시청 앞 공원 길에서 색색의 나뭇잎들을 감상하고 공기 쏘인다. 저녁에는 차와 베이글을 맛있게 하는 식당에 가고 싶다.
일주일의 무사함을 감사하면서 남편을 격려도 할 계획이다. 요즘 나의 기호식품은 단호박 찜이다. 영양 있는 작은 서양 호박으로 만든 호박찜을 커피와 함께 먹으면 일품이다. 남편을 위해 감자와 고구마도 맛있게 쪄놔야겠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drsul
설동란
71060
9214
2018-10-01
어릴적 추억이 새삼스럽다

 

여름이 끝난 섭섭함과 함께 너무 시간을 허비한 느낌이다. 눈뜨면 도서실로 무의미한 흐름을 이어가고, 휴대폰의 톡들을 살피는 것도 시간의 낭비로 여겨진다.
오늘 따라 고향생각이 자꾸 난다. 따가운 햇살이 너무 좋아서 앞동산에 올라가 우리동네를 바라보면서 소박한 동심의 꿈을 꾸었던 시절. 산딸기, 먹딸기(Blueberry 종류) 많이 따먹던 그때가 그립다. 
밤에는 멍석 깔아놓고 이웃들이 모여 동네 소식을 전하기 한창이다. 고구마와 옥수수 찐 것, 수박과 참외가 풍성했던 그때. 
세상에 안 계신 어머니가 뵙고 싶다. 효도 한 번도 못 드린 막내딸의 불효막심을 자꾸 후회한다.
지난 여름은 무척 더운 날이 많았다. 남편은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부답 출퇴근하는 성실함에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렇게 늙어 가는데, 세월은 자꾸 흐르고, 저녁 산책길에서 많은 얘기를 나눠본다. 
앞으로의 우리 모습, 남은 인생을 가치 있고 멋지게 살고 싶다면서 운동을 즐긴다. 얼마 전에 후배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졌을 때 ‘값진 인생’을 설명해준 나의 의도를 잘 안다며 이구동성으로 “언니가 최고예요” 한다. 
오늘은 습도가 높은 탓에 땀이 줄줄 흐른다. 시청 앞 공원길을 걸으면서 초등학교 시절의 하교 길을 생각하면 이것도 감사하다. 그 시절 책가방은 왜 그렇게 무거웠는지. 
그래도 재미난 일들과 함께 어릴 적 추억이 새삼 그립다. 둑을 건너 고갯길에서 잠깐 쉬는 동안 나물도 캐고, 강물에 발도 담그고, 그때 그 시절은 결코 다시 올 수 없음을 알면서도 미련이 남는다.
어제 며느리와의 길고 긴 전화통화에서 사람들이 습관을 고칠 수 없음에 대해 얘기했다. 나의 습관은 걷는 것인데 너무 많이 걷는 듯 저녁시간엔 다리가 무겁고 피곤하다. 1~2시간은 무조건 걷는 습관, 앉는 시간이 아까워 길동무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먼저 나선다. 
나의 좌우명인 ‘최선을 다하자, 끝까지 배워라’를 실천 중이다. 요즘 도서실에서 책 읽기를 장려한다. 책 1권 읽는 시간을 적어두는 숙제도 준다. 나는 보통 5시간이면 한 권을 읽는다. 건강을 허락하신 창조주 주님께 이만큼 정도로도 감사하지만 더 많은 축복을 바란다고 간구 드린다.
벌써 귀가시간이다. 오늘은 냉면을 만들자. 육수가 맛있다던 남편의 소탈한 식성이다. 오이를 듬뿍 넣고, 계란과 김치를 조금 곁들이면 물냉면이 근사하게 저녁상에 오른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더보기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