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계정 찾기 다시 시도 아이디 또는 비밀번호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한순자 수필

hansoonja
76D0ED50-501C-4B41-8D7C-9205AA496927
56497
Y
메뉴 닫기
오늘 방문자 수: 33
,
전체: 13,235
한순자

경기도 여주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도 광수중학교 근무, 1992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문인협회 수필 부문 입상, 2006년 해외동포문학상, 작품집 <인생에 실패는 없다 다만 또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이만큼 행복한 여자>, <밀리언 달러 티켓 나도 한장>,<행복이라는 이름의 여행> 외 다수
메뉴 열기
hansoonja
한순자
66799
9202
2018-07-14
삼순이의 산기에서 출산까지(하)


 
   

(지난 호에 이어)
그 순간까지도 삼순이가 새끼를 낳으려고 하는 것이란 생각은 못하고 다시 또 빨래할 것에만 신경이 쓰였다. 


침대 이불이 젖어 마른 쪽으로 접어가며 다시 자다 보니 이번엔 이불에 뭐 ‘파란 것’이 묻어 있었다. 다시 또 잠결에 뭘 토해 놓았나, 하며 다시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삼순이가 ‘양수’가 터졌을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양수라 하면 으레 ‘벌건 피’로만 생각하고 있었으니 이불에 묻은 ‘퍼런 피’가 양수라고는 잠결이라 더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또 그 잠결에 보니 방바닥에 뭐 이상한 게 하나 떨어져 있었다. 조금 있다가 삼순이가 그 옆에 떨어져 있는 푸르딩한 것을 먹어 치우기에, 그 사이 새끼를 여섯 마리나 낳아 놓고 다 먹어 치우고 저것 한 마리만 남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다시 또 무서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삼순이가 낮에 남편이 열심히 만들어 준 ‘종이 상자 집’ 이를테면 ‘산실청’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 순간 또 동물들은 새끼를 낳을 때 사람이 옆에 있으면 낳지를 않는다는 말이 떠올라 실눈을 뜨고 삼순이를 쳐다보니 삼순이의 '반짝'하는 눈과 마주쳤다. 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 눈빛은 마치도 ‘엄마 나 새끼를 낳으려고 하는가 봐 그런데 나 무섭고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엄마는 내가 이렇게 새끼를 낳으려고 하는데 잠만 자는 거야’ 하는 것 같기도, ‘엄마, 쳐다보지 말고 있어’, 하는 것 같기도 했으나 난 그때까지도 졸리기도 했지만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삼순이를 주시할 만큼 담대하지 못했다. 


 그 순간 작은 딸이 일어나서 나오는 기척이 들렸다. 그래서 마침 잘 됐다 싶어 딸아이를 불렀다. 잠결에 방을 들어서는 딸아이에게 ‘저것 좀 보라’고 했더니 작은 딸이 자고 있던 큰딸에게 달려가서 얘기를 하니 큰 딸이 내 방으로 달려오고 난 큰 딸아이 침대에 가서 누웠다. 그만큼 졸리기도 하고 삼순이가 새끼 낳는 것을 보는 것이 무서웠고, 두 딸들이 알아서 하겠지 편하게 잠이나 더 자고 싶었다. 


 조금 지나 큰 딸이 위생 장갑을 낀 양손으로 새끼 한 마리를 들고 와서 내게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 순간에도 그 새끼를 보고는 다시 또 잠이 들었다. 왜 한 마리냐고 겁이 나서 물었더니 한 마리 낳고 30, 40분 간격으로 또 낳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지만, 삼순이가 그 사이 새끼들을 다 먹어 치운 것이 아닐까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삼순이가 새끼를 낳기 시작하면서 2시간 이상을 자고 일어났는가 보다. 삼순이가 있는 안방으로 들어가니 삼순이는 힘이 다 빠진 듯 누워 있고 딸들 둘이 위생 장갑을 끼고 마치 산파가 하듯 새끼들을 받아내고 있었다. 


 새끼 다섯 마리가 눈도 뜨지 못하고 어미젖을 찾기도, 그냥 누워 있기도 하였다. 어느 사이 카메라까지 갖다 놓고 삼순이의 출산과정을 찍고 있었다. 


 “새끼가 여섯 마리라더니 다섯 마리네”하고 걱정스레 물으니 이제 한 마리를 더 낳을 것이라며 큰 딸이 새끼 받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힘이 다 빠진 듯한 삼순이가 새끼를 또 낳을 수 있을까 염려가 되어 지켜보고 있었더니, 몇 번 힘을 주는 듯 하더니 새끼 한 마리가 머리를 내밀고 나오니 딸아이가 정성스레 받아 안았다.


 삼순이가 새끼를 다섯 마리까지 낳을 동안 난 잠만 자고 있었으니 작은 딸이 몇 번을 “엄마는 엄마 맞아”하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나를 몰아 부친다. 난 새끼들을 받아 내기는커녕 낳는 것을 한 마리만 보았을 뿐이니 작은 딸의 비난은 당연한 거였다. 


 삼순이 새끼 여섯 마리는 두 딸들이 마치도 산파가 하듯 위생 장갑을 끼고 앉아 거침없이 받아냈다. 어디 그뿐인가. 엄마인 나보다 딸들이 더 낫네 싶을 때가 많으니 늘 든든하고 의지가 된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hansoonja
한순자
66713
9202
2018-07-09
삼순이의 산기에서 출산까지(상)

 
    

 삼순이와 럭키가 짝짓기를 한 후 삼순이가 과연 새끼를 가졌을까, 궁금하기도 조금은 걱정도 되었다. 삼순이가 새끼를 갖기에는 나이가 좀 많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었다. 


 삼순이의 임신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찌 보면 배가 불러오는 것 같기도, 어떻게 보면 살이 찐 것 같기도 했다. 개들의 임신 기간이 얼마 동안인지 모르고 있었다. 


 큰 딸아이가 인터넷에서 확인한 바로는 2달이라고 했다. 그 2달로 날짜를 짚어보니 출산 예정일이 10월 20일경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삼순이 배는 점차 불러오고 거동도 더뎌지면서 잘 먹지도 않았다. 


 삼순이가 임신한 것이 확실하다면 우선은 개들은 탯줄을 어떻게 자르는지 그것도 걱정이었다. 남편 얘기로는 개들은 탯줄이 없고, 각자 떨어져서 나오며, 어미 개가 잘 알아서 낳는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난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 개를 키우면서 개가 새끼를 가졌는지도 몰랐는데 어느 날 아침에 현관문을 여니 화단에다 새끼를 한 마리 낳아 놓아 너무 놀랐고 개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개가 새끼를 가진 줄도 모르고, 또 개가 몸을 풀면서 흙에다 새끼를 낳아 놓고 그것을 보살피느라 얼마나 애를 썼을까 그것이 마음이 아렸다. 


 그 후 언제부터인지 개가 연탄보일러실에 자주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아 그런 개를 자꾸 밖으로 내어 쫓으며 털이 더 더러워진다고 아예 보일러실 문을 닫아 버리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개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보일러실로 들어가 눕기만 하였다. 그때까지도 개가 새끼를 가진 줄도 모르고, 어디 몸이 아픈 모양이라며 개를 가축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아뿔싸! 그 세리라는 개가 새끼를 너무 많이 가진데다가 이젠 새끼를 낳을 수도 없을 만큼 기진해 있어 개복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개복수술을 하고 보니 새끼가 일곱 마리였다. 


 그런 새끼들을 낳아놓고 강아지들 어미는 너무 탈진을 해서 그 밤을 잘 지나고 나면 살 수가 있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세리는 그 밤을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눈도 뜨지 못한 새끼 일곱 마리만 남겨 놓은 채. 


 그때 마침 캐나다에서 어머님이 나와 계셨기에 아프다 비명 한 번 질러 보지도 못한 죽은 세리를 담요에 싸서 대문 밖 쓰레기 통 옆에 놓아두었었다. 날이 밝는 대로 어디엔가 가서 묻어 줄 것이라며. 


 그런데 누가 알았는지 아침에 나가보니 쓰레기 통 옆에 놓아두었던 개가 없어졌다. 산에 가서 묻어 줄 것이라며 우선 내다 놓았던 것인데 그렇게 없어지고 말아 더더욱 마음이 아팠었다. 


 남편에게는 차마 누가 가져가 버렸다고 말도 못하고 산에 묻어 주었다고 둘러 대었다. 그럼에도 남편은 한동안 세리가 불쌍해서 어떻게 하느냐며 술만 먹으면 들어와서 울먹이곤 하였다. 


 거의 30년이 넘은 얘기이건만 다시 상기하다 보니 가슴이 또 아려온다. 아프다, 힘이 들다, 말도 할 수 없는 내 집에서 키우던 동물이었기에 그래서 그것이 더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키웠던 세리와 그런 애잔한 기억이 있었기에 그래서 삼순이가 새끼를 무사히 낳을 수가 있을까 더 걱정이 되었다. 


 큰 딸이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삼순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엘 다녀왔다. 엑스레이 결과 새끼는 여섯 마리이며 며칠 내로 낳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단다. 병원에서 삼순이 밥이라고 영양식을 사다가 그 밤으로 그것을 먹이기도 하였다. 


난 병원에서 며칠 내로 낳을 것이라고 했다고 하기에 며칠은 여유가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병원엘 갔다 왔다는 그 밤에 자다 보니 삼순이가 내 옆에 와서 ‘쌕쌕’ 아픈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난 너무 졸려서 옆으로 밀쳐내고 자다 보니 침대 이불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hansoonja
한순자
66629
9202
2018-06-28
처연해지는 마음(하)

         

(지난 호에 이어)
삼순이 나올 때 따라서 나온 럭키까지 볼일을 보이고 집으로 들어가서 개들 밥을 주고, 삼순이가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것을 보고 삼순이를 그냥 두고 올라 올 때가 있다. 나도 잠을 좀 더 자고 싶기도 쉬고 싶기도 해서다.


 그러던 어느 날 몇 시간 잠을 자고 일어나서 나오니 삼순이가 계단 아래에 앉아 있었다. 새끼들 젖을 주고 이내 올라오려 했는데 얼마나 낑낑대고 있었던지 눈은 촉촉하게 젖어 있고 목이 다 쉬었다.


 내가 안고 올라오니 몇 시간 동안 올라오지 못해 속상했고, 엄마도 그런 삼순이 혼자 두고 있어 밉다는 듯 나를 향해 마구 짖어 대었다. 


 때로는 남편도 삼순이 새끼들 하고 같이 자라면서 삼순이를 거실에 두고 올라와서 문을 닫아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삼순이는 이내 따라 올라오거나 계단을 올라오지 못하면 아래서 엎드려 있기도, 어떤 날은 방문 앞에 엎드려 있기도 한다.


 어제는 삼순이 눈이 많이 충혈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계단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오르지도 못한 채 많이 울었는가 보다. 그 다음 날 보니 눈이 제대로였다. 


마음대로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해 식구들 손이나 기다리거나, 그러다가 눈치를 보기도 해야겠지 싶으니 점차 거동도 더 불편해지기도, 차츰 눈도 보이지 않는다는데 이를 어쩌나 싶은 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온다.


 그 동안 삼순이를 키우며 즐거웠던 받음의 사랑을 앞으로 톡톡하게 되돌려 주어야겠네 싶으니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어제는 나갔다 들어오니 거실에서 유난히 지린내가 났다. 누가 오줌을 쌌는지 거실에서 지린내가 난다고 했더니 큰 딸이 설명을 해준다. 삼순이가 베란다에 나갔다 온지 채 5분도 되지 않았는데 거실에다 오줌을 질펀하게 싸 놓았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새끼를 낳은 이후 식구들의 관심과 사랑이 새끼들한테 쏠림을 시샘하기도, 요즈음 들어 부쩍 계단을 잘 오르내리지를 못하게 되면서 거기에 대해 은근히 불안한 마음이 없지도 않고, 그때마다 안아서 올려 주거나 내려 주지를 않는데 대한 불만이 많이 쌓여 있음을 그런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 노망이나 치매에 걸릴 나이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삼순이를 보기가 이젠 측은한 마음이 없지도 않지만 싫은 마음이 동할 때가 더 많다. 


 또한 아직까지 럭키는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면 좋아서 팔딱거리는 것에 비해 삼순이는 좋아하지도 않고 나간다 해도 많이 걷지도 않아서 자리에 멈추어서 집으로 가자는 빛이 역력하다. 그런 삼순이를 볼 때면 나이는 어쩔 수 없어 이젠 매사가 귀찮아져서 움직이기도 싫은 모양이네 싶은 생각이 든다. 


 삼순이가 새끼들을 낳고 내가 새끼들을 더 많이 예뻐해 주는 것 같은지 어떤 날은 나도 옆에 있다고, 예뻐해 달라고 머리를 들이밀며 파고든다. 그럴 때 삼순이를 보면 그 사이 부쩍 늙어버려 눈은 움푹 들어간 것처럼 보이고 눈 밑도 많이 처져 보여 더더욱 추루해 보이는 삼순이가 더없이 측은하고 불쌍해 보인다. 

 

 늙는 것은 서러워


 처연해 보이기는 럭키 또한 못하지 않다. 삼순이가 새끼를 낳은 이후 럭키는 이젠 찬밥 신세가 되었다. 그나마 삼순이는 새끼들 젖이나 먹이고 또 새끼들하고 놀기도, 놀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럭키는 새끼들하고 놀아 주기는커녕 새끼들 다섯 마리가 우르르 쫓아 다니니 무서워서 도망을 치듯 하며 짖어 대기나 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귀여워서 우리 집 꽃 미견이기도, 밖에 데리고 나가도 보는 사람마다 귀엽다고 하였는데 얼굴에 털을 깎아 준 것도 촌스러운데 살도 너무 많이 쪄서 얼핏 보이는 인상으로는 촌 중늙은이처럼 보인다. 


오줌똥을 아직도 제대로 가리지를 못해 벌을 서고 있는 럭키, 그래서 더더욱 눈치나 보고 기가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럭키 또한 불쌍해 보인다. 먹는 양이 많아서인지 제 밥을 먹고도 때로는 새끼들 밥까지 먹어서 요즈음은 살이 더더욱 쪄서 얼굴이 말랐을 때보다 한층 더 둔해 보이고 못나 보인다. 늙을수록 식탐만 는다더니 럭키는 먹는 재미로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간이야 늙고 힘이 없어지고 병까지 들었다면 불쌍하고 가슴 아리는 경우야 일상 보아 온 터여서 마음을 접고자 하면 쉬이 지나칠 때도 있다. 하지만 내 동물에게서 이런 감정을 느끼리라고는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애완견을 키우기 전에는 우선 남의 얘기만 듣고 “애기 키우는 것과 똑 같대요.”하는 얘기들을 한다. 아기를 키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키우다가 점차 강아지에서 개가 되고, 늙어서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야 하며, 임종까지도 지켜봐 줘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난 그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밖에서 키웠던 개들에 대해서는 물론이요 캐나다에 와서 처음 키웠던 두리 역시도 그런 생각까지는 해보지도 못하고 그냥 한 마리 키우고 싶어서 키우게 되었었다. 


 그 다음 삼순이를 키우기 시작한 6, 7년 전만해도 이런 순간이 오리라고는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하고, 딸들이 강아지 한 마리 키우자고 제안했을 때도 손이 많이 갈 것 같아서 선뜻 환영을 하지 못했었다. 


 이제야 삼순이, 벼락이, 럭키가 나이 들어감에 이젠 그들을 보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저 ‘애물단지’들을 어찌 할꼬 싶은 마음이 더 앞선다. 그것은 개들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도 점차 무거워지기 때문인지, 게을러져서 그런지, 움직이는 것을 더 싫어하고 눈치는 더 많이 본다. 


 벼락이 같은 경우는 이젠 식구들이 나갔다 와도 방에서 나오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러니 방에서 나오지를 않아 일부러 들어가서 보면 침대에서 자고 있거나, 눈만 멀뚱히 뜨고는 나를 쳐다보거나, 개 껌을 지키고 앉아 있거나 한다. 그런 벼락이를 볼 때면 늙은 할망구 방귀신 되겠네,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고령의 부모를 한 집에 모시고 살면서 갖게 되는 그런 심적인 부담보다는 덜 하겠지만, 개들에게 퍼부어졌던 사랑만큼이나 이젠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고 짠하게 자리잡아올 때가 더 많다. 그것은 아마도 말을 하지 못하는 짐승들이기에 더 마음이 아려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hansoonja
한순자
66564
9202
2018-06-26
처연해지는 마음(상)

 
        

 삼순이가 입덧이 끝나가는가 보다. 잘 먹지 않던 밥도, 그 동안 먹지 않던 것들도 먹고 또 먹으려 한다. 그 전엔 야채는 별로 먹지 않았는데 시장을 봐온 봉지에 있는 무청 잎까지 야금야금 먹는다. 어디 그뿐인가. 먹어도 배가 고픈지 내가 집에 들어가면 배가 고프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입맛을 다신다.


이젠 입맛이 돌아오기도 또 허기가 지는 모양이다. 그리고 또한 몸도 조금씩 무거워지면서 컨디션도 정상이 아닌지 삼순이가 배설해 놓은 똥까지 먹는 데야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년을 키우는 동안 그런 일은 없었는데 집안에 실례를 해 놓고는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인지, 식구들한테 혼이 날까 두려워 먹어 치우는지 알 수 없다. 바깥에 나가서 볼일을 보고 있는 동안 내가 빨리 보지 못하면 어느 사이 배설해 놓은 똥까지 먹어 몇 번을 기겁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삼순이 젖을 보니 확실히 더 커지고 분홍색으로 변해 있었다.  삼순이 배가 점차 불러오다 보니 몸도 많이 무거워지는가 보다. 아침에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좀 더 걸어보고 싶어도 삼순이는 조금 따라 오다가 자리에 멈추어 서서 조금은 서운해 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마치 엄마는 삼순이 배가 불러 걷기도 힘든데 너무 몰라 줘서 서운하다는 듯. 


 난 럭키와 앞서 걸으면서 “삼순아, 너 운동도 좀 해야 되거든 빨리 따라와” 하며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어떤 날은 마지못해 따라 오거나, 어떤 날은 아예 자리에 멈추어 서서 꼼짝도 않는다. 그런 삼순이를 두고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어 그냥 집으로 가야겠다며 들어오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추석날이어서 차를 타고 개 세 마리를 데리고 하이 팍(토론토 시내에 있는 공원)을 갔다. 그곳에는 개들을 따로 풀어 놓을 수 있는 곳도 있어 데리고 갔다. 그렇게 밖으로 데리고 나갔을 때 다른 개들을 보고 우리 개들을 보면 서로 비교가 되기도 한다. 


 큰 딸이 하는 얘기가 우리 개들은 다른 개들과 같이 잘 어울리지를 못한다고 한다. 그 중에도 럭키는 사나운 척해도 다른 개들이 있으면 어울리지 못하고 다른 데로 간다더니 혼자 다른데 가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물론 삼순이는 내 옆에 앉아 있고 벼락이도 대체로 얌전한 편이다. 


 그곳에서 빠져 나오며 벼락이와 럭키의 개 줄을 잡고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삼순이는 개 줄을 묶지 않고 나와 같이 걷고 있었는데 멀리 나온 것을 아는지 열심히 따라서 걷기는 하는데 부른 배를 안고 따라 걷는 모습이 더없이 처연해 보인다. 


 영락없이 나이 들어 얼굴모습도 추루한데다 임신까지 한 여자의 힘들어하는 낯빛처럼 그렇게 보인다. 밖으로 나가면 그 추루해 보이는 것도 안쓰럽고 마음이 싸한데 그런 모습을 집에서도 종종 느끼곤 한다. 


 삼순이가 좀 겁이 많기도 해서 계단을 오르려고 할 때는 자세를 몇 번씩 발을 구르듯 호흡을 가다듬는 듯 하는데, 그럼에도 어떤 때는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오다가 굴러 떨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삼순이를 안아보면 가슴이 마구 뛰곤 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날은 정말 겁이 나는지 계단 밑에서 오르지도 내려오지도 못하고 슬픈 눈을 하고 있는 삼순이가 더 없이 처연해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외출하고 들어와 개들 발을 씻기려 욕실을 가려는데 삼순이가 먼저 거실 쪽으로 또르르 내려갔다. 럭키 줄을 잡고 삼순아 가서 발 씻자며 삼순이를 쳐다보니 어느 사이 소파 방석 위에 똥을 싸 놓고 그것을 먹고 있었다. 난 잽싸게 달려가서 못하게 했다. 


 삼순이가 새끼를 갖고부터 벌써 몇 번째 똥을 먹곤 한다. 삼순이가 똥을 먹는 것을 아는 작은 딸이 삼순이를 데려 온 사람에게 얘기를 했는가 보다. 그랬더니 삼순이 먼저 주인이 하는 얘기가 새끼를 낳고부터 그렇게 되었다고 하더니, 돌이켜보니 삼순이가 똥을 먹기 시작 한 것이 새끼를 낳기 얼마 전부터이니 미리 예행연습을 했는가 보다.


 새끼를 낳고 보니 태반에서부터 새끼가 쓰고 나왔던 하얀 막까지 다 먹고 새끼들 오줌똥도 다 먹는다. 새끼들을 낳고 새끼들이 배설해 놓은 것을 치우려 휴지를 찾는 동안 삼순이가 어느새 그 배설해 놓은 것을 먹어 치우기 일쑤였다. 그런 삼순이가 더없이 측은해 보일 때가 있다. 


 어느 사이 삼순이가 새끼를 낳고 새끼들이 젖을 빨아 대면 때로는 힘도 드는지 헉헉댄다. 그럴 때면 측은해서 삼순이 새끼들 다섯 마리나 젖을 먹이려니 힘이 드는가 보구나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새끼들이 젖을 양껏 먹었는지 각자 떨어져서 잠을 잘 때 되면 이제 새끼들 배고픈 것은 해결해 주었으니 난 좀 쉬어야 되겠다 싶은지 옆으로 가서 벌렁 누워 있는 모습이 더없이 측은하다. 


 그렇게 새끼들 젖을 먹이느라 발갛던 젖꼭지는 새카맣고 주변도 검붉다. 새끼들이 어찌나 젖을 힘차게 빨아대는지 처음 한 두 주는 배가 온통 푸르딩딩 하였다. 뱃살도 새끼를 낳기 전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젖이 멍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이 늘어져 걸을 때도 출렁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삼순이를 안아 보면 허깨비처럼 가뿐하다. 새끼들 아비인 럭키는 살이 더 쪄서 뒤룩뒤룩하는 것과는 판이하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또한 측은해진다. 밖으로 나갔다가도 볼일만 급하게 보고는 서둘러 들어와서 새끼들에게로 가면 다섯 마리가 달려들어 사정없이 젖을 빨아대면, 미처 앉지도 못하고 있다가 점차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누워 있는 삼순이가 안쓰럽기만 하다. 


 방에서 나와 같이 자고 있다가도 새벽이면 새끼들 소리를 듣기도, 아니면 그렇지 않아도 새끼들이 염려가 되는지 새끼들 있는 데로 가려는 기세지만 어떤 날은 계단 앞에서 내려가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날은 안고 내려가기도 하는데 다시 내려가서는 이미 새끼 다섯 마리가 일어나서 놀고 있기도, 젖을 찾느라 찍찍 소리를 내면 새끼들 곁으로 가기도 해야겠고, 볼일도 급해져서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애가 달아 하는 모습도 또한 안쓰럽다. 그런 날은 밖으로 데리고 나가면 오줌만 누고는 다시 집으로 들어오려 자리에서 꼼짝도 않는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hansoonja
한순자
66472
9202
2018-06-15
삼순이가 입덧을 하삼순이가 입덧을 하는가 봐요

              


 삼순이가 생리를 하는 동안 그 동안은 보지 못했던 ‘짝짓기’에 가까운 광경을 목격하고는 놀라고 뛰었던 가슴은 이제 많이 진정된 것 같다. 그렇게 좋다고 쫓아다니던 럭키도 내가 언제 그랬느냐 싶게 이따금 삼순이 꽁무니에 머리를 들이미는 게 고작이다. 


 이제 본래 강아지들과의 일상을 되찾았는가 싶더니 요즈음 며칠 삼순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 처음 몇 번은 먹기 싫은 모양이라며 그냥 보아 넘겼는데, 이제까지 밥을 먹지 않아도 이렇게 여러 날을 거른 적이 없어 헛말처럼 ‘삼순이가 새끼를 가졌나’ 했는데 아마도 그것이 분명한 것 같다. 


 하루 이틀 마른 밥만 줬더니 먹지 않아 장조림과 어묵에 물을 약간 섞어 비벼줬다. 그랬더니 고기만 살짝 건져 먹고는 먹지를 않아 깡통을 사다가 마른밥과 섞어서 비벼 주었건만 입도 대지 않는다. 덕분에 럭키가 삼순이 밥까지 다 먹어 치워 먹은 만큼 배설도 많이 해놓았다. 


 어젯밤에도 다른 때 같으면 내가 들어오는 기척이 나면 삼순이가 달려 나와 아는 척을 하며 반기는데 아무 소리가 없어 거실을 살펴보니 소파에 앉더니 발랑 누워 버린다. 그것은 배라도 만져 달라는 몸짓이다. 


난 삼순이에게 얘기하듯 삼순이가 새끼를 가졌나, 아니면 벌써 나이가 들어 다 귀찮아진 것이냐고 안쓰러워 몇 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까지도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다시 누워 버린다. 


 그 다음 날도 낮에 나가는데 침대에 누워 곤하게 잠이 들었기에 엄마 갔다 올게 자고 나오라며 그냥 집을 나왔었다. 삼순이가 며칠 밥을 먹지 않아 내가 밥을 먹기 전에 미리 개들 밥부터 주었건만 입에도 대지 않고 자리에 앉고 만다. 


 저녁을 먹고 삼순이를 쓰다듬으며 “삼순이가 새끼를 가졌나, 우리 삼순이 힘들어서 어떻게 하지” 그랬더니 옆에 앉아 있던 작은 딸이 그럼 그렇게 둘을 방에까지 가둬 놓았는데 임신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남편의 야만인 근성을 꼬집는 듯했다. 


 삼순이가 밥을 먹지 않으니 개 껌이라도 없느냐고 찾았다. 마침 그 날 개 껌을 사다 놓은 것이 있어 하나씩 나눠줬다. 그 개 껌은 평소에 개들이 잘 먹지를 않는 것이었다는데 그 날은 개 껌을 꺼내 드니 삼순이가 먼저 달려들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큰딸이 삼순이 먹는 것도 가리는 것을 보니 ‘임신이 확실한 모양’이라며 개들이 먹는 것을 지켜봤다. 삼순이가 하나를 다 먹고 또 하나를 먹기에 하나 더 줬더니 그 다음엔 먹지를 않는다. 


 그 다음 날 아침을 줬더니 다시 또 삼순이는 밥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럼 개 껌이나 먹으라고 하나 주었더니 그것도 입에 대지 않는다. 어제는 두 개씩이나 먹었는데 왜 먹지를 않느냐고 다시 주었으나 얼굴을 돌려 버리고 만다. 삼순이가 밥도 먹지 않고 잠만 잔다. 마치 사람처럼. 


 그 다음 날은 늘 먹던 깡통에 마른 밥은 조금만 섞고 비벼 주었으나 먹지를 않는다. 그러더니 우리가 먹던 청국찌개에 있던 두부를 하나 주었더니 맛있게 받아먹기에 밥을 비벼 줬더니 맛이 있다는 듯 다 먹어 치운다. 


 그렇게 저렇게 한 두 주가 흐른 다음 삼순이를 보니 젖꼭지가 까매지면서 젖 부위가 발그레해진 것을 보니 삼순이가 새끼를 가진 것이 확실한 것 같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hansoonja
한순자
66381
9202
2018-06-13
삼순이의 정조대

        
    

 강아지를 한 마리 키워볼까 할 때부터 우린 수놈은 아예 생각지도 않았었다. 그것은 아이들이 딸들이어서 수놈보다는 암놈이 더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엔 암놈 수놈 다 키워 보기는 했지만 그때는 안이 아닌 밖에서 키웠기에 개들의 징후에 대해서 별로 민감하지 않았었다. 


 그 후 캐나다에 와서 암놈 한 마리를 키우면서 생리하는 것을 딸들이 보긴 했어도 서로 별스럽지 않게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개를 세 마리, 암놈 한 마리, 수놈을 중성 수술을 시킨 벼락이 한 마리, 한 살 배기 수놈 럭키를 키우면서 무척 당혹스럽다. 


 지난번 삼순이 생리를 할 때에도 벼락이가 삼순이를 올라타려 얼마나 애를 쓰는지 쳐다보는 것조차 민망해서 혼이 났었다. 벼락이가 본능적인 욕구가 발동을 하긴 했어도 수술 덕분인지 아무 일없이 지나고 말아 다행스럽기도 벼락이가 무척 측은하고 안쓰럽기도 하였다. 


 럭키가 우리 집 식구가 되고 다시 삼순이가 생리를 시작했다. 생리를 한다고 해야 워낙 깔끔하게 하는지라 며칠 지나서 알게 될 때가 많다. 이번에도 삼순이가 생리를 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나갔다 들어오니 반갑다고 달려 나오는 삼순이 꽁무니가 유난히 붉게 보였다. 난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없는 낮 시간에 개들에게 무슨 변고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해서다. 개들이 무슨 탈이라도 나면 딸들이 당장 데리고 병원을 갈 것을 알기에 집에 아무도 없는 낮 시간에 개 세 마리가 물고 뜯으며 삼순이가 물리기라도 했나 그야말로 가슴이 철렁하리만큼 놀랐다. 


 자세하게 살펴보니 삼순이가 핑크색 팬티를 입고 있었다. 작은 딸이 삼순이가 생리를 하게 되니 럭키가 자꾸 올라타려고 해서 삼순이한테 꼭 끼는 팬티를 입혔다고 한다. 그런 것을 꽁무니만 보이는데다가 붉은 것만 먼저 보였으니 무엇인가 섬찟하도록 놀랐다. 


 삼순이만 키울 때 생리를 하게 되면 먹을 거라도 더 신경을 썼다. 딸아이들도 나갔다 오면서 삼순이 간식이라고 사다가 주며 “힘들지?” 하며 한 번 더 쓰다듬어 주기도 하였다. 


 그 다음 벼락이가 있긴 했어도 삼순이 생리할 때 몇 차례 올라타려고 하긴 했어도 럭키처럼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럭키는 수시로 삼순이를 올라타듯 하며 몸을 움직여대니 딸들이 다 컸다 해도 혼자 있을 때도 민망스럽기 이를 데 없는데, 식구들이 다 있을 때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럭키야, 하며 목청을 높이니 그런 때는 슬며시 피아노 밑이든 식탁 밑으로 도망치듯 한다. 잠시 가서 엎드려 있는 듯하다가 다시 삼순이 곁으로 가서 또 올라타려 하니 다시 또 누구인가 럭키하고 소리를 지르니 삼순이 곁에 가서 얌전히 엎드린다. 


 그 전 까지만 해도 잠을 자려면 큰딸아이 방 벼락이 한테 가서 같이 자다가, 아침이 되면 안방으로 와서 나와 같이 자고 있는 삼순이 한테 오곤 하더니 삼순이 생리를 시작하고부터는 아예 삼순이 곁을 떠나지를 않는다. 


 잠결에 들으니 럭키가 삼순이 한테 올라타려 나무로 되어 있는 바닥이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설치고 말았다. 그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밤새도록 들리더니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럭키가 삼순이 곁에서 지친 듯 얼굴을 맞대고 잠이 들어 있었다. 


 난 속으로 럭키 요 녀석아 네가 아무리 그래 봐야 삼순이 한테 ‘정조대’를 입혀 놨으니 헛일이라며 스스로도 웃음이 나왔다. 낮에 식구가 집에 있을 때는 삼순이 팬티를 벗겨 놓았다가 밤이 되면 꼭 끼는 팬티를 입혀 놓으니 영락없는 정조대였다. 


 럭키가 쫓아다니면 ‘엄마 나 어떻게 해 럭키가 쫓아 다녀 귀찮아’ 하는 듯 나를 쳐다본다. 그러면서도 때론 두 녀석들이 엄마가 보지 않으니 우리 이제 사랑하자는 듯 눈치를 보는 그런 모습도 보여진다. 


 아침이 되어 팬티를 벗기고 산책을 데리고 나갔다. 개 세 마리를 데리고 나가니 벼락이 줄만 내가 잡고 럭키와 삼순이는 놓아주니 조금 처진다 싶어 돌아보면 럭키가 삼순이 한테 올라타는 시늉을 한다. 큰 소리로 럭키, 삼순이를 불러대면 엄마 때문에 안 되겠네 싶은 듯 나 있는 데로 뛰어온다. 


 뒤에서 앞에서 걷는 것 같은데도 내 시야에서 좀 벗어났다 싶으면 다시 또 시도를 한다. 다행스럽게도 삼순이 생리 때를 맞추어 벼락이 럭키가 같이 덤벼들면 어쩌나 싶어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벼락이는 납작 엎드려 쳐다보긴 해도 럭키처럼 그런 시늉은 하지 않는다. 


 그대신 벼락이는 방에 들어가 인형에 대고 그런 시늉을 한다는 데야 다시 또 벙벙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삼순이 생리 이후론 럭키가 하는 모습이 너무 달라져서 어쩌면 사람과 저렇게 같을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삼순이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앉거나 엎드려 있어도 삼순이 곁에 바짝 붙어 앉다시피 한다. 삼순이 에게 팬티를 입혀 놓기도 했지만 럭키보다 삼순이 다리가 좀 길어서 하기도 쉽지 않겠다 싶은데 기회만 있으면 올라타며 몸을 움직여 댄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침대 밑에서 둘이 나란히 머리를 맞대고 정겹게 자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기만 하였다. 마치도 한 집 식구에서 다정한 오누이처럼 이젠 살가운 한 몸이라도 된 듯 그런 몸짓을 하고 있으니 삼순이 생리가 끝이 나고 나면 어떤 모습을 하려나 궁금해졌다.


 생리가 끝이 나자 럭키가 언제 내가 삼순이를 그렇게 애타게 쫓아다니기라도 했느냐는 듯 삼순이 한테 올라타려는 그런 몸짓도 않고 잠자리도 이젠 벼락이 곁으로 가서 자는 것을 보니 참 신기하기도 하건만, 식구들이 삼순이 한테 팬티까지 입혀 놓으며 둘의 사이를 막아보려 애를 썼건만 결국엔 그들의 사랑을 막지는 못했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hansoonja
한순자
66276
9202
2018-06-05
짝짓기(3)

 
                    

 (지난 호에 이어)
비명 소리가 나면서 방에 있던 작은 딸이 나오며 남편에게 맹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개들을 둘이 그냥 두고 문을 닫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며칠 있다가 럭키를 당장 남에게 주겠다고 선포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일이 있고 이번엔 작은 딸이 럭키를 다른 방에다 가둬 놓고는 문을 닫아 버렸다. 남편이 마련해 준 ‘신혼 방’은 이내 깨지면서 서로가 따로 있어야 했다. 난 생각할수록 남편의 처사가 못마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남편 생각으로는 차제에 삼순이가 새끼라도 가질 수 있게 대단한 ‘배려’를 해준 것이겠지만 난 사실 삼순이가 새끼를 낳는 것도 두렵다. 모르긴 해도 삼순이가 새끼를 낳게 되면 한 마리쯤은 또 키우게 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지금 세 마리 시중드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그 귀여운 새끼에 휘둘려 내 몸이 감당을 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작은 딸은 딸대로 남편의 그런 행동이 못마땅하게 싫었을 것이니 저녁 내내 세 식구 모두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가 없었다. 작은 딸이 삼순이와 럭키의 첫날 ‘짝짓기’ 얘기를 듣고는 왜 삼순이 한테 ‘정조 팬티’를 입히지 않았느냐고 하더니 당장 럭키한테 벼락이 옷을 입혀 놓고 보니 마치도 커다란 고쟁이를 입혀 놓은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짝짓기는 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 


그날도 럭키가 삼순이를 자꾸 따라 다니는 것이 보기 싫었던지 삼순이 팬티를 럭키한테 입혀 놓았으니 이번이야말로 럭키가 아무리 시도를 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그 팬티까지 벗겨 팬티는 얌전하게 개켜서 의자에 얹어 놓고는 한 방에 넣어 주었으니 작은 딸이 남편에게 맹공격을 해도 남편으로서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는 그런 지경이 되고 만 것이었다. 


 마침 큰 딸은 벼락이를 데리고 2박 3일 야영을 떠났기에 럭키는 안전하게 큰아이 방에 갇히게 되었다. 작은 딸이 럭키를 방에다 가두었으니 본인이 풀어 주기 전에는 그냥 두어야 했다. 


아래층에서 들으니 럭키가 문을 열려 몸을 부딪는 소리가 들리고 꽁꽁 앓는 소리까지 들렸다. 조금 지나 난 남편이 올라가서 방문을 열어주기를 바랐지만 남편도 참고 있는 눈치였다. 럭키가 방에 갇힌 채 몇 시간이 흘렀을까 싶었는데 남편이 방문을 열어주어 럭키가 바깥으로 나왔다. 


 그날은 아예 작은 딸이 럭키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고 삼순이는 나와 같이 잤으니 남편의 어설픈 배려에 둘이 각방을 써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아침이 되어서야 작은 딸이 럭키를 안고 내 방으로 왔다. 


벌써 삼순이가 생리를 시작하고 며칠이 지났고 보는 것도 가슴 떨리던 몇 번의 짝짓기도 지난 다음이기 때문인지 며칠 전보다는 한결 덜한 상태였다. 작은 딸이 럭키를 내 방으로 데려 왔을 때는 작은 딸 눈치를 보면서 내 뒤로 가서 숨기까지 했다.


 난 삼순이가 안쓰럽기도, 마치 정결치 못한 몸을 씻기기라도 하듯 삼순이를 깨끗하게 목욕을 시켜서 털까지 깎아 주었다. 삼순이가 생리를 하는 동안 유난히 눈도 퀭해 보이는 것 같고 길어진 털이 더더욱 추루하게까지 보이기도 했기에 그야말로 목욕재계하고 몸단장까지 새롭게 해주었다. 


 럭키 팔딱쟁이에 비해 그 나이는 어쩔 수 없네 싶게 삼순이 얼굴 모습과 럭키의 얼굴이 비교가 되어 눈에 들어오니 그것이 싫어서도 서둘러 털부터 깎아 주었다. 삼순이한테 올라타려는 그런 몸짓이 한결 덜하긴 해도 아무도 없으면 다시 또 시도를 한다. 그럴 때면 소리를 지르며 그만 하라고 하면 말귀를 알아듣는 것처럼 멈추고 만다. 


 그 다음날 낮에도 작은 딸과 내가 개 두 마리와 남편을 두고 나갈 일이 생겼다. 그래서 작은 딸에게 삼순이와 럭키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작은 딸 역시 엄마가 묻는 의도를 알겠다는 듯 한 놈만 데리고 나가자고 한다. 그것은 개 두 마리를 남편 있는데 남겨 놓게 되면 남편이 다시 신방을 마련해 줄까 그것이 안심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작은 딸이 럭키를 안고 삼순이와 남편을 남겨 놓고 밖으로 나왔다. 


 난 종종 개들을 보며 개의 지능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그것은 말만 못할 뿐이지 눈치는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짝짓기를 시도할 때도 사람이 하지 말라고 하면 하려던 행동을 멈추기도 한다. 또 사람이 있는 데서는 자제를 하는 빛이 역력하다. 게다가 식구들의 눈치를 살피며 시도를 하기도 한다. 


또한 그런 행위를 한 것이 큰 잘못은 아니더라도 엄마한테는 부끄럽기도 하다는 듯 그런 행위를 한 다음엔 내 눈치를 살피며 내 곁에도 잘 오지를 못한다. 그런 일이 없었을 때는 내가 소파에 앉기만 하면 폴짝 올라와서 내 옆에 앉든지 편하게 잠을 자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었던 며칠은 소파에 올라오지도 않고 내 발 밑에 엎드려 있는 것이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직도 생리가 끝이 나지 않았는지 럭키가 식구들 눈치를 보며 올라타려 해서 식구가 집에 있을 때는 감시하는 마음이 되곤 한다. 그것은 둘이만 있게 하지를 않고 따로따로 떼어 놓는 것이다. 그 다음 날도 작은 딸이 먼저 잠자리에 들면서 자러 갈 때 럭키는 작은 딸 방으로 데려다 놓으라고 하기에 럭키를 작은 딸 방에 놓고서는 문을 닫았다. 그랬더니 처음엔 나오려고 낑낑대더니 어쩔 수 없음을 알았는지 그냥 잤는가 보다. 아침에 작은 딸이 럭키 꽁꽁거리는 소리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한다. 


 큰딸에 비해서 작은 딸이 럭키에게 신경이 예민한 것은, 내가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한 것을 럭키를 데려 온 장본인이기에 행여 엄마한테 럭키가 미움이나 받을까,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할까 봐 그래서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안다. 큰 딸이 벼락이를 데려온 자식 감싸듯 하는 것과 다를 것 같지 않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는 동안 삼순이와 럭키의 ‘짝짓기’는 끝이 나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끝)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hansoonja
한순자
66179
9202
2018-05-24
짝짓기(2)

                 

(지난 호에 이어)
그 다음 날 산책을 나갔다 와서 우선 럭키를 줄에 묶어 두었다. 내가 주방에 있는 동안 둘의 사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그 방법이 좀 편할까 싶어서였다. 그런데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몇 번을 럭키 이름을 부르기도, 삼순이를 부르며 내 쪽으로 오라고 해도 멀거니 쳐다보고만 있으니 삼순이도 짝짓기를 하고 싶기는 한가 싶다. 


나 혼자 있을 때 그런 것은 보고 싶지 않아 수시로 이름을 불러 대며 그때마다 보면, 럭키가 삼순이한테 올라타려고 해서 어제 그런 일이 있기는 했지만 설마 오늘도 그런 일이 있으려나 마음을 편하게 먹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주방문을 나서면서 럭키, 하고 부르는 것과 동시에 삼순이가 계단 아래로 도망치듯 내려서는 순간 삼순이가 째지는 듯 한 비명을 질러 대었다. 다시 또 그 순간 가슴이 떨려 눈을 돌려 보고 싶었지만 삼순이의 깨갱깨갱 질러대는 비명 소리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쳐다보니 본래의 자세에서 즉 럭키가 삼순이 위에 올라타서 둘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삼순이가 계단 아래로 내려섰는데도 떨어지지를 않으니 삼순이가 비명을 질러대고 있는 것이었다. 


둘이 식탁 밑으로 들어갔는데 마음 같아서는 삼순이와 럭키가 본래 위치를 찾아 주면 삼순이의 비명 소리가 멈추기도 하련만 럭키도 내 눈치를 보느라 삼순이 꽁무니에 엎드려 있었다.


난 너무 놀라기도 하였지만 우선 내가 그 자리를 피해줘야 할 것 같아 빨리 방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았다. 가슴은 마구 뛰고 삼순이가 아파서 피를 철철 흘리는 상상만 자꾸 되었다.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럭키와 삼순이가 ‘짝짓기’를 끝을 낸 다음인지 아니면 그대로 수그러들고 말았는지 두 놈들이 방문 앞에 와서 있는 기척이 났다. 그래도 징그럽고 무서워서 방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데 딸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난 천군만마라도 만난 듯 재빠르게 방문을 열고 나갔다. 


나중에 남편이 들어왔기에 낮에 있었던 삼순이와 럭키의 짝짓기에 대해서 얘기를 했더니 그렇게 둘이 붙어 있을 때는 그냥 두어야지 잔인하게 쫓느냐고 하지만, 내가 쫓은 것이 아니고 둘이 도망을 치다가 그리 된 것이라고 했더니 오늘은 정식으로 짝짓기를 한 것이냐고 럭키 잘했다며 안아 주기까지 했다. 


남편 얘기로는 그 동안 럭키의 고추가 밖으로 나와 있었던 것은 짝짓기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란다. 개들은 한 번 붙으면 그 행위가 끝이 나면서 서서히 빠진다고 했다. 그 시간이 보통 5분 내지는 10분이 걸린다고 한다. 


난 그 동안 딸들만 키웠기에 남자 애들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었던 것 말고는 크게 놀라는 일 없이 아이들을 키웠는데, 이젠 웬 개들을 세 마리씩이나 키워 이렇게 보지 않아도 좋을 일까지 보며 살아야 하느냐고 푸념하듯 했다. 


밥을 주면 럭키가 제일 먼저 먹어 치우곤 했는데 밥도 먹지 않는다. 사랑하는 것도 지치는지 팔딱쟁이가 몸놀림이 느리기만 하다. 삼순이 꽁무니만 핥든지 아니면 다정하게 가서 뽀뽀를 하거나 삼순이가 누워 있는 옆에 가서 머리를 맞대고 눕기도 한다.


그 날 밤에도 나를 따라오지를 않고 두 놈들이 멀거니 나를 올려다보더니 끝내 방으로 올라오지를 않고 아래층에서 둘이 오붓하게 신방을 차렸나 보다. 

 

신방을 차려 줬어요


그 다음 날도 럭키가 삼순이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것은 여전했다. 그래도 식구들이 있거나 누구인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면 자제를 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러면서도 둘만 있을만한 공간을 찾는 듯한 인상도 받게 된다. 


남편이 들어오고 남편이 방으로 들어간 사이에 삼순이가 남편을 따라서 방으로 들어가니 럭키도 방으로 들어갔는가 보다. 다른 때 같으면 식구가 방에서 나오면 이내 따라서 나오는데 방에서 나오지를 않고 럭키도 옆에 있으니 남편이 둘만 있으라고 방문을 닫아 주었나 보다. 


난 남편에게 삼순이와 럭키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방문을 닫아 주었다는 소리에 미쳤느냐고 언성까지 높이게 되었다. 난 내 방에서 삼순이와 럭키가 그렇게 엉겨 있을 것이 싫어 남편의 처사가 못내 못마땅했다. 그랬기에 아래층에 앉아 있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갑자기 또 삼순이의 째지는 비명 소리가 들리기에 남편 보고 빨리 가보라고 재촉하듯 했다. 남편도 처음엔 그냥 두라고 하더니 삼순이의 깨갱거리는 소리가 몇 차례 나니 급하게 올라갔다. 방에서 삼순이와 럭키가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남편과 작은 딸은 거기에 관해 언급을 회피했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hansoonja
한순자
66068
9202
2018-05-17
짝짓기(1)

                 
    

벼락, 럭키, 삼순(우리 집 견공들). 며칠 전부터 럭키가 삼순이를 더 잘 따라 다닌다 싶었다. 벼락이는 삼순이한테 덤덤한데 비해 럭키는 눈에 뜨일 만큼 삼순이를 챙긴다 싶게 보이기도 한다. 


지난 일요일 날도 큰딸아이가 TV드라마 ‘주몽’을 컴퓨터에서 다운로드 해 놓았다고 보라고 하기에 남편과 같이 마치 영화감상이라도 하는 듯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는 오징어와 한국과자를 먹으며 드라마에 흠뻑 빠지리라 싶었다.


오징어를 먹는 동안 이미 벼락이와 럭키가 저희들도 먹을 것을 좀 달라는 듯 얌전하게 옆에 와서 앉기에 오징어를 조금씩 주었다. 우리는 침대에 앉아 등을 벽에 기댄 채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 편이 끝이 나면서 남편이 삼순이, 벼락이, 럭키가 어디 있느냐고 묻기에 방안을 둘러보니 럭키와 벼락이도 편하게 누워 있었다. 그런데 삼순이가 보이지 않아 찾아보니 삼순이가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지를 못하고 서성이고 있었다.  


우리가 방에서 드라마 한 편을 다 보는 동안 삼순이는 계단을 올라오지를 못해 혼자서 아래층에서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남편이 나 보고 삼순이를 안고 올라오라고 했지만 난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아 그냥 두고 있었다. 그랬더니 럭키가 삼순이 혼자서 아래층에 있는 것이 안 되었던지 계단 아래에 있는 삼순이를 쳐다보고 또 내게 와서 쳐다보며 왔다 갔다 했다. 


럭키가 삼순이를 눈에 띄게 따라 다닌다 싶더니 삼순이 곁에 가서 앉기도, 얼굴에 대고 뽀뽀를 하기도, 삼순이 꽁무니에 연실 얼굴을 들이 밀어 이상하다 싶어 삼순이가 벌써 또 생리를 하는가 주의 깊게 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삼순이 생리가 시작되면서 럭키가 삼순이 꽁무니만 졸졸 따라 다니며 밤에 잠도 자지 않는다. 수시로 삼순이한테 올라타려 해서 럭키, 하고 소리를 질러대면 놀란 눈을 하고 쳐다본다. 


주방에서 일을 하며 거실 쪽에서 럭키가 삼순이한테 무언가 시도하는 소리가 들려 슬리퍼를 벗고 맨발로 살금살금 걸어가서 살펴보려면 그 느낌은 어떻게 아는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멈칫한다. 


“럭키, 삼순이한테 그러지 마”하고 아이들 타이르듯 하고 돌아서 보지만 이내 허사가 되고 만다. 내가 잠자리에 들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삼순이가 잽싸게 따라서 들어오는데 그 날은 럭키와 같이 거실에 그냥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 다음 날, 딸들이 하는 얘기가 삼순이와 럭키가 지하실로 내려가서 ‘사랑의 행위’를 하려 밤새도록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는 데야 귀엽기만 하던 럭키가 징그러워 쳐다보기도 싫었다. 


큰딸이 하는 얘기가 개 세 마리를 데리고 나갔는데 길 가운데서 둘이 ‘그 짓’을 하려고 해서 기겁을 했다고 하더니 난 그보다 더한 현장을 목격을 하고 말았으니 지금까지 가슴이 뛴다. 


식구들이 없는 주말 오후 벼락이는 누나 방에서 내려오지도 않는데 내가 주방에 있는 동안 거실에서 럭키가 삼순이한테 다시 또 시도를 하려는 소리가 들려 살금살금 걸어갔다. 


아뿔싸! 그런데 이번엔 럭키의 벌건 고추가 그야말로 웬만한 고추 길이는 되게 나와 있었다. 난 순간 너무 놀라고 속까지 메슥거려 그 자리에 멈추어 서고 말았다. 


삼순이는 엉거주춤 서서 있는데 럭키 역시도 한 쪽 엉덩이만 바닥에 대고 그 벌건 고추에서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피까지 조금 묻어 있는 상태로. 난 너무 놀라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럭키와 삼순이가 ‘사랑의 행위’를 끝을 낸 다음인지, 그 행위를 시도를 하다가 엄마가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것 같으니 멈추고 말아 그대로 있는 것인지, 남편한테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라도 해야 하는 것인지, 머릿속이 띵하니 속까지 메슥메슥 했다. 


그 순간 80도 넘긴 할아버지가 비아그라를 드시고는 성기가 수그러들지를 않아 병원을 찾게 되었다는 얘기가 떠오르며 럭키의 ‘그것’이 저대로 그냥 있으면 병원을 데리고 갈 수밖에 없겠네 싶으니 다시 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 순간 럭키의 표정은 혀를 내밀고는 침까지 흘려가며 또 할딱거리며 눈동자도 희미하니 나만 흘끔흘끔 쳐다 볼 뿐이었다. 난 무서워서 우선 그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아 방으로 들어 와서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런 상황이 조금 지나 개 두 마리가 또 따라 올라와서 방문 앞에서 엎드려 있었다. 방문을 닫았으니 들어오지는 못하고 방문 앞에서 두 놈들이 앉아 있는데 이젠 그런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나지 않으니 한바탕 광풍은 지나갔는가 보다. 


저녁에 식구들이 들어왔기에 낮에 있었던 얘기를 했더니 남편은 럭키를 쓰다듬으며 “럭키가 총각 딱지를 뗐느냐, 애썼다, 잘했다”며 먹고 있던 갈비 뼈다귀까지 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보고 개들이 그런 거 하는 것을 보지도 못했느냐며 별걸 다 가지고 유난을 떤다고 하기에, 왜 꼭 나 있을 때만 그런 짓을 해서 사람을 곤욕스럽게 한다며 어서 빨리 삼순이의 생리가 끝이 나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었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hansoonja
한순자
65974
9202
2018-05-15
그래도 고마운 당신이었네

 

 가끔은 ‘자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을 보면 그럼 ‘뭐는 마음대로 되더냐’고 반문하고 싶어진다. 살면서 과연 세상사가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되었던 것이 있었나 잠시 생각에 젖는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순간 선택하고 결정해서 실행에 옮기며 살고 있다. 그 중 삶의 중심추 역할을 하는 것이 학교, 결혼, 직장 문제 등일 것이다. 난 지금도 기억한다. 중학교를 시골에서 졸업하며 내 성적으로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를 갈 수 있을까 고심했던 적이 있다. 


 그때 배화여고와 성신여고를 놓고 저울질을 하다가 성신여고를 지원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 성신여고를 떨어졌거나, 배화여고에 지원을 했더라면 그 결과에 따라 오늘날 나의 삶의 방향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겠나, 그것은 우선 친구 관계가 가장 크지 않았겠나 싶다. 


 대학교는 내 삶이 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난 대학진학을 앞두고 전공을 뭘 해서 장차 뭘 해보겠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오로지, 장차 배우자를 만나려면 대학을 가야 한다 싶었고, 남녀공학을 가야만 했던 것 역시 결혼할 상대를 만나려면 남녀공학을 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득했다. 


 나 같은 시골태생은 혼처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기에 내가 대학을 가서 그때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대학교 3학년 때 만난 남편과 결혼을 해서 딸 둘을 낳고 살았다. 


 난 이따금씩 살아온 날을 돌아볼 때 그때 남편과 결혼을 했던 것이 참 잘했던 거야 싶어지는 순간이 많았다. 그것은 남편과 6년 교제하며, 군대, 직장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난 청혼조차 받지 못하고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난 그 사이 맞선을 11번이나 봤었다. 웬만하면 그냥 시집을 가려고 했었던 거였다. 


물론 그때 취업을 하려고 시도를 해보긴 했으나 적극적이지 못했고 난 결혼이 늦어지는 것 같아 심적으로 초조해지는 그런 마음도 있었다. 그때 남편은 입영통지서를 받고 훈련소까지 갔다가 운 좋게 방위로 빠져 동사무소에 근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우리의 만남은 지속할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남편은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도 직장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그러는 사이 대학원에 등록을 하긴 했으나 그것이 내게 정식으로 청혼할 그런 여건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직장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은 나 역시도 같긴 했지만, 그 시절만 해도 똑 같은 ‘백수’라 해도 남자가 느끼는 무게감과 여자가 갖게 되는 부담감은 많은 차이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기에 남편과 소원해지는 사이 난 시집을 가야 한다 싶었기에 맞선을 보게 되었었다. 


 그런데 우선은 외견상으로도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가슴에 있었기에 맞선을 봐도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기도 쉽지 않았을 터인데, 아마 괜찮은 사람이네 싶어 결혼을 했었다면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네 싶은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사람, 특히 연인관계는 무 자르듯 그렇게 잘라낸다고 과거에 있었던, 가슴에 담겨 있고 남아 있던 흔적들이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이따금씩 TV드라마를 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조건 찾아 맞추어 결혼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과연 저 결혼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기도 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겠지만, 내가 만약 남편과 결혼하지 않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더라면 그 후 연락처를 알아내어 만나려 하지 않았겠나 싶기도 하니 그래도 내가 사랑했고, 사랑했던 남자와 자식까지 낳고 살았다는 사실이 참 고맙기도 정말 다행이었네 싶다. 


 중간 중간 살아 온 세월은 접어둔다 해도, ‘역이민’을 하려 한국에 나갔다가 그곳에서 살 수도,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 술이 만취가 되어 운전대를 잡고는 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옆에, 앞에 가는 차량들을 향해 들이 받을 듯이 광란의 질주를 할 때, 그때 무슨 변이라도 당한다면 정말 삶이 엉망진창이 되겠네 순간순간 숨이 멎을 듯 머릿속이 하얘지기도 했었다. 지나 놓고 보니 그야말로 ‘죽을 운’을 넘겼네 안도하는 마음이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기를 “물질을 잃는 것이 가장 적게 잃는 것”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었음은 캐나다에 다시 들어와 살며 그래도 살아지니 무사히 돌아올 수 있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을 때 처음엔 얼마나 황당하고 기가 막혔나. 그런데 곰곰 짚어보니 그것도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역이민을 시도하던 해가 2000년이었다. 그때 남편이나 내게 무슨 변고가 있었다면 딸들 결혼은 물론이고 학교 공부도 마치기 전이었으니 나 혼자 ‘생계’를 꾸려가야 했을 텐데, 그 후 17년이 지나 2017년에 저 세상 사람이 되었으니 내 나이 올해로 70에 연금까지 타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한시름 놓았네 싶다. 


 게다가 남편이 심장질환으로 사망을 했는데 자칫 투병생활을 할 수도 있었겠다 싶으니 정말 아쉽긴 해도 그래도 참 다행이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난 그 동안 남편과 살면서 감기약 한 번을 사다 준 기억이 없다. 그만큼 건강하게 살았다는 얘기가 될 것 같다. 큰아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마 87년도인가 그 즈음 보약을 달여서 팩에 나오기 시작할 때 개소주라고 한 번 사다 줬었다. 그런데 먹지를 않아 냉동고에 넣어 두었다가 나중에는 다 버려버리고 말았다. 그랬기에 그 다음엔 보약이라고 한 번 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친구는 남편이 병약해서 가을철이면 인삼을 대 놓고 달여 대는 친구를 보며 그런 시중들지 않아 참 고맙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가끔은 꼭 짚어 말할 수 없지만 뭔가 모르게 마음속에서 두고 봐라 ‘벼르게’ 되는 날들이 있었다. 그럴 때면 나중에 나이 들어 앓아 눕기라도 하면 고운 마음으로 수발들 것 같지 않다는 마음이 도사리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감기 기운이라도 있을 것 같으면 약부터 사다 줬다. 그러니 훗날 내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남편이 기꺼이 해주겠지 안도하는 마음이기도 했다. 그런데 병수발은커녕 약 한번을 사다 주지 않았는데 그렇게 고맙게도 떠나 갈 수가 있는 것인지 참 미안하고, 아쉽고, 고맙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도 남편처럼 그렇게, ‘잠자다가 자는 듯이’ 아이들 곁을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더보기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