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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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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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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kim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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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5
가을 소풍

 
 

 초가을이 눈앞에 다가왔다. 오늘은 오랜만에 가을 소풍 길을 나섰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가을빛이 완연하다. 가을은 춥지도 덥지도 않아 야외 나들이에 좋은 계절이다. 바람은 시원해서 길 위에 서면 상쾌한 기분을 전해준다. 저절로 처다보게 되는 높은 하늘은 그 푸르름 만으로도 사람을 맑게 해준다. 가볍게 떠있는 하얀 구름 때문에 마음이 무게를 잃고 떠나게 된다. 소풍은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나는 가을 소풍을 사랑한다.


 이번 가을 소풍의 목적지는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Belfountian Conservation Area 였다. 예나 지금이나 소풍의 설렘과 추억은 아련하다. 아침 일찍 가을 소풍을 떠나면서 어릴 적 국민학교 시절 소풍 전날이면 잠들지 못하고 들떠 오르던 마음의 기억이 달달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Belfountain의 유서 깊은 작은 마을 옆에 위치한 산정호수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이 공원은 나이아가라 절벽의 멋진 전망을 제공한다. 때묻지 않은 연못과 분수 주변의 초록 잔디에서 폭포, 강, 흔들다리, 아직 이르긴 하지만 주변의 단풍으로 숨막히게 아름답다.


협곡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자연 산책로와 연못 및 계곡을 둘러 볼 수 있는 그 길을 따라 많은 곳이 나무경사로와 계단을 포함하고 있지만 강가를 따라 걷기 좋은 산책로가 있다.


 요즘은 골프를 하느라고 조금 멀리하고 있지만 아리랑 산행 팀과 한 달에 한번쯤은 이곳을 찾았었는데 이 나이에 다시 찾은 감회가 새롭다. 오늘은 더 많은 추억을 담아가야겠다. 


몇 시간 동안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멋진 장소, 이 지역은 아름다운 경관, 결혼식, 낚시, 산책로, 곱게 물들어 있는 가을 색 및 사진 찰영에 아주 좋은 곳이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니 들국화와 키 작은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며 우릴 반긴다. 코스모스는 청초하고 고아한 자태를 보이며, 꽃 중에서도 고상하여 첫사랑과 함께 코스모스 핀 가을길을 걷던 생각이 나게 한다. 


흔들다리 밑의 폭포를 지나면서 가을이 들려주는 진한 소리에 취해 잠시 발길을 멈춘다. 계곡을 따라 흘러가는 좁은 강에는 낚시하는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산 속에서 낚시하는 재미도 나름대로 가을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산 아래 능선엔 성질 급한 나무들이 수줍은 듯 살며시 가을 색을 선보였지만, 정상을 향해 가파른 계곡을 오를수록 단풍의 색깔은 더 곱고 아름답다. 산중턱에 올라 주위를 돌아보았다. 자연의 선물이 생각할수록 오묘해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하늘 아래에는 산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먼 능선들이 첩첩이 포개져 물결처럼 일렁거린다. 졸졸거리는 계곡의 물소리가 정겹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푸르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공기도 맑다. 산꼭대기엔 이미 녹음이 저만치 물러갔다. 팔팔하던 잎새는 풀기가 빠졌고 찌르듯 창창하던 색깔도 흐릿해져 있다. 서서히 먼길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피고 지는, 만나면 헤어지는 자연의 섭리가 조금은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오래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울창하다. 솔향을 맡으며 걸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길가에 들국화의 일종인 연보라빛 쑥부쟁이가 막 피어난 듯 싱싱하게 다가온다. 관심을 갖고 바라보니 비록 들꽃일지라도 퍽 사랑스럽게 보인다. 쑥부쟁이가 무리지어 피어나 가을의 정취를 더해 준다. 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과 기다림’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인생을 계절에 많이 비유한다. 원색으로 물든 산 정상에 올라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서 삶의 철학이 담겨있는 대자연을 마음껏 호흡하며 바람결에 묻어오는 자연의 소리에 잠시 멈추어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뚜렷한 무엇 하나 남기지 못한 세월의 아픔이 새삼스럽게 마음을 저리게 한다.


 단풍이 물들면 벌써 한 해가 끝자락이다. 싹이 트고 봄꽃이 핀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산에는 단풍이 든단 말인가. 단풍을 마주하면 아름다움도 있지만 쌩쌩 지나가는 세월에 정신을 못차리겠노라고 원망스런 마음도 함께 한다.


 아름다운 산과의 만남은 언제나 답이 없고 인자하며, 조용하고 우리의 심신을 어루만져 준다. 오랜만의 가을 소풍, 새로운 풍경이 거듭하여 진한 감동을 주었다. 역시 가을을 가을답게 느끼려면 자연과 함께하는 깊은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성큼 다가온 가을 앞에 곱게 물든 아름다운 산, 맑은 계곡 물소리가 가슴을 고동치게 한다. 오늘 가을 소풍의 추억은 오래가지 싶다. 그만큼 공원도 좋았고, 함께한 사람들도 좋았다. 특히 본한인교회 봉사팀이 제공한 맛있는 빵과 김밥은 언제나 야외에선 그렇듯 꿀맛이었다. 그들의 희생적인 봉사활동에 찬사를 보낸다. (20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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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kim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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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7
평양선언과 한반도 평화

 

 

 한반도에 새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를 놀라게 하는 한반도 전쟁설이 파다했었는데 참으로 기묘한 반전이다. 현재 남북정상이 함께 백두산 등반을 하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주인공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다. 거듭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국과 주변국들을 위협했던 북한의 변화가 놀랍고, 고집불통의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응이 어리둥절하다.


 지금 국제사회의 눈이 남북정상 평양회담에 집중되고 있다. 2018년 9월 19일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완벽한 준비로 성공적이고 감동적이었다. 한반도에 따뜻한 봄(평화)이 올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두 정상의 진정한 노력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할 정도였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 한반도의 미래를 논하는 중요한 자리이며 작금의 국제사회 기류와 한반도 분단 70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두 정상의 힘찬 악수와 평화선언 서명 후 뜨거운 포옹은 말 그대로 잊을 수 없고 감동적이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남과 북이 하나임을 전 세계에 보여준 감동의 순간이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의 역사적 길을 닦은 “9월 평양선언”이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직도 의구심을 갖고 있는 세계를 향해 비핵화의지를 밝혔고, 남북의 종전선언으로 볼 수 있는 군사분야의 합의도 이뤘으며, 남북경협의 토대도 마련되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9월 평양선언에 담은 원칙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하는가가 관건이다. 특히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명시했다.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의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남과 북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가능하면 빠르게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했으며 종전 선언에 몸이 달아 있다. 미국은 북한이 최소한 핵 리스트는 내놓아야 종전선언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이상 남북 경협을 추진해선 안된다. 지금 정부가 외교력을 모아야 할 곳은 제재 완화와 종전 선언이 아니라 북에 “핵 폐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설득하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세계 초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남과 북은 그 틈바구니에 끼어 분단-전쟁을 겪으며 아슬아슬한 정전체제 속에 살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남북간 고위회담과 남북 협력사업, 남북이 원하는 조기 종전선언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행동은 같이 가야 한다. 


남북 경협은 물론 기초적인 남북 협력사업에도 대북제재에 묶여 남북 경협에 적극적이지 못한 상황이고, 미국이 대북제재를 면제해야 추진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전선언보다 북한이 검증할 수 있는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남북관계 진전을 모색하는 한국정부는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앞질러 가서는 안 되며 남북 정상회담을 비핵화를 견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국가안보는 국가의 최대의 가치인 만큼 모험과 연습이 있을 수 없음을 상기하면서 유비무환의 자세를 겸비해야 할 것이다.


남북정상의 평양선언으로 한반도의 남북관계 진전이 대단히 크지만, 여전히 북미관계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관건이다. 한반도의 평화 진척이 단지 남북간의 떠들썩 함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반드시 미국을 최대한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시작이 없는 완성은 있을 수 없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주변국들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그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다. 꽉 막혔던 담을 헐고 가보지 않을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지금, 큰 그림도 중요하고 세밀한 대응도 그에 못지않게 절실하다. 


평화는 이미 민족의 명령이다. 우리에겐 그 길밖에 없다. “9월 평양 공동선언”을 환영하며, 미래지향적이고 항구적인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공동번영, 민족통일의 대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20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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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kim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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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1
박꽃의 추억

 
  

 계절의 바뀜은 자연의 섭리, 그러나 한결같이 신묘하기만 한 것은 그 자연의 순리가 신비하고 엄청나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변모해 가는 것인지 짐작조차 어려운 불가사의한 자연, 다만 눈앞에 펼쳐지는 조화에 감탄하다가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옆집 울타리에 하얀 박꽃이 피었다. 같은 박과에 속하지만 노란 꽃을 피우는 박이면 호박이요, 흰 꽃을 피우면 그냥 박인데, 옛날에는 익어서 먹기도 하고 유용하게 쓰이는 바가지가 된다. 

 

 

 

 


우리 집 텃밭에는 마보훈 장로님으로부터 얻어온 호박 모종 한 포기를 심었는데 별로 손이 가지 않아도 잘 자라서 열매도 많이 달렸다. 호박 덩굴은 하루가 다르게 크게 자라나 그 옆에 자라고 있는 마늘 밭 자리마저도 위협할 정도가 되어 신기했다. 


호박꽃은 순수한 노란색으로 손바닥만하게 크고 꿀이 엄청 많아 벌과 나비들이 드나들어 꽃도 활짝 피고 열매도 잘 열렸다. 사람들 중에는 못난 사람들을 비하할 때 호박꽃 같다고 말을 한다. 이 순수한 꽃을 가지고 “호박꽃도 꽃인가”라고 박대하기도 한다. 어째서 이런 말이 생겼는지 짐작이 안 간다. 호박꽃이 아침햇살을 받으며 이슬을 흠뻑 머금고 함초롬히 피어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봄부터 피는 호박꽃이 여름의 끝자락을 지나서 바람이 살랑거리는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호박꽃은 어느 때보다 절정을 이룬다. 지금까지 호박꽃이 못생긴 여자를 비유하는데 사용되곤 하는데 이것은 호박꽃에 대한 커다란 실례다. 특히 남성들이 주의해야 할 일이다.


호박덩굴 아래 핀 호박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풍성하고 참 곱다는 생각이 들고 못생겼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호박꽃은 노란색이다. 새벽에 활짝 피웠다가 해가 지면 수줍게 오므라든다. 지난 주말 보니 그 동안 피고 졌던 호박꽃 덩굴에서 동그란 호박 열매들이 자라고 있었다. 여름의 뜨거운 햇볕이 다하기 전에 우리는 6개의 둥근 청 호박을 수확할 수 있었다. 


여름 밤은 박꽃을 떠오르게 한다. 박이란 식물은 옛날에는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 식물이었다. 박꽃을 보노라면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집집마다 박이 열리고 박은 속을 파서 된장에다 무쳐먹기도 하고 딱딱한 껍데기는 말려서 우물 바가지로 썼다. 


어릴 적 초가 지붕 위에 주렁주렁 달려 있던 그 박이 옆집 중국할머니 집 뒤뜰의 울타리 사철나무 위에 덩실 열려있는 박이다. 커다란 박을 본지는 정말 오래 전의 일이다. 무성하게 올라간 줄기와 박 잎이라든지 박이 주렁주렁 열려서 늦여름의 풍경을 돕는다.


오늘은 절기상 백로, 이렇게 길고 큼지막한 박이 달려 있는 것을 보면 많은 것을 느낀다. 마음의 고향 같은 푸근함이 보인다. 하얀 박꽃은 해질 무렵에 수줍게 피어나는데 달빛 아래 낮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다. 돌담과 초가지붕 위에 하얀 박꽃이 핀 모습이 희미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어스름 녘에 보는 박꽃은 새색시 같이 예쁜 여자 같다고 했다. 


철부지 시절에 내가 살던 시골 동네에서는 집집마다 토담 위에 그 어느 한해도 박꽃이 피지 않은 해가 없었다. 어릴 적에 시골의 초가집 아래채 지붕에 박이 열리는 것을 수없이 보았는데, 초가지붕 위에서 넝쿨을 뻗어가며 흰 꽃을 피우다가 희디 흰 둥근 박이 매달려야 하는데 옆집 중국할머니 집 울타리에 길다란 박이 수없이 달려 여물어 간다. 


어릴 적에 본 박은 우리 한국인의 고운 마음씨를 닮아서 둥글고 흰데, 중국할머니의 박은 종류가 달라서 그런지, 아니면 대륙의 거친 기질을 닮아 길다랗게 뻗어 바가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식용으로만 쓰는 모양이다.


우리 조상들은 공해가 없는 박을 따서 말려 천연 그릇으로 사용했는데 세월이 흘러 그 자리마저도 빼앗겨 버린 애잔한 추억이 있다. 아직도 동화 속의 그림 같은 풍경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여름 달밤에 초가지붕에 활짝 피어 달빛을 흠뻑 받고 있던 박꽃의 모습이 생각날 때마다 머릿속이 환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세월이 몇 십 년이 흘렀다. 생생한 추억도, 초가지붕 위의 박꽃도 자취를 감추었는데 어찌하여 이곳 북미에서 박꽃을 보는가. 영어 한마디 못 알아 듣는 옆집 중국할머니의 미소는 세상 모든 것을 다 말해준다. 


달빛 속에 피워내던 시리도록 맑은 박꽃의 소박함은 깨끗하다 못해 처절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그 자태는 살아 지난날의 정취에 흠뻑 젖게 만든다. (20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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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kim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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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여름을 사랑한다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아끼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은 모두 계절을 배경으로 사계절에 속해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계절을 생각할 때면 그 생각 뒷면엔 반드시 아끼고 싶은 일들이 기억으로 도사리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골고루 다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복이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그 각 계절의 독특한 맛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인간생활에 새로운 경이와 환희를 안겨주며 또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여름, 굵은 땀방울로 연일 옷을 적셔도 힘이 넘치고 희망이 절정에 다다르는 계절, 나는 여름을 사랑한다.


 나는 여름냄새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누구나 몸과 마음을 가장 많이 자연에 내맡기는 건 여름철이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사람들은 무더위에 불쾌지수가 높아간다고 하지만 나는 그래도 여름은 정열적인 계절이여서 좋다. 푸르다 못해 검게 느껴지는 저 숲속의 녹음, 가로수의 찌는 듯한 햇볕속에서 찬란히 빛나는 그 녹음의 생기, 그것은 바로 청춘의 정열이고 청춘의 꿈과 이상이며 성장의 상징이다. 여름은 낭만의 계절, 환상의 계절, 사랑이 무르익어가는 계절이다. 그래서 나는 여름을 더욱 좋아한다.


 그날도 아침부터 떠들어 대는 새들 소리에 나의 시선은 뒷뜰을 향했다. 익어가는 포도송이를 두고 새들과 다람쥐가 서로 차지할려고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리지어 날라온 새들이 공격하면 작은 다람쥐가 도망가고, 또 조용해지면 다람쥐가 포도 넝쿨을 장악한다. 이 장면은 우리 인간 세상에서 말하는 먹을 것을 두고 벌이는 일종의 전쟁이다.


 수년 전에 3 그루의 포도나무를 뒷뜰에 심었는데 금년에도 풍년이 되어 작은 알맹이의 포도송이가 풍성하게 달려있다. 우리집 뒷뜰에는 2 마리의 귀여운 토끼들이 살고 있는데 채소를 망가뜨린다든지 우리에게 전혀 해꼬지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볼거리를 제공해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금년에 처음으로 나타난 다람쥐가 행패를 부리는 것이다. 주인은 포도주를 담글려고 포도송이가 완전히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주인보다 먼저 이것들이 맛을 본 것이다. 괘심 하지만 작은 새들과 다람쥐와 싸울 수도 없는 일이고 조금 양보하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포도를 빼았기는 이런 일은 금년이 처음이다. 내 차지의 몫이 돌아오면 포도주를 담을 생각이다.


 땅처럼 정직한 것도 드물다. 땅은 가꾸고 심은 대로 그 소산을 낸다. 텃밭에 씨를 뿌리고 땅에 떨어진 씨앗에서 싹이 나고 무성히 자라 꽃이 피고 열매 맺고 또 심고 자라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기적과 섭리를 보며 산다. 금년에는 마늘도 수확이 좋았지만 고추, 방울토마도와 오이도 주렁주렁 많이 달렸다. 호박은 Mr 마가 모종을 가져다 준 것인데 호박넝쿨은 길게 뻗어 둥근 호박이 달리고 있다.


 신기하게도 금년에는 텃밭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커다란 가지가 하나 달렸다. 그것도 처음보는 크기의 가지였다. 부추는 한 번 심어놓고 적당한 크기로 자랐을 때마다 베어내고 그 위에 퇴비를 한 줌 뿌려주면 금방 다시 자라난다. 어설픈 농사꾼 흉내지만 마음 뿌듯하다.


 아무리 좋은 땅도 계속 가꾸고 돌보지 않으면 황폐화 되고 잡초가 우거져 가시덤불 밭으로 변하고 만다. 아내는 아침 저녁으로 틈나는 대로 텃밭에 들려 잔손질을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텃밭농사를(?) 시작한 지 10여 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초보수준이다. 


여러 가지 농작물이 서로 어울려 사는 법과 뿌린 만큼 거두고, 땀 흘린 만큼 되돌려 주는 자연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익혀간다. 직접 키우는 재미와 함께 안전한 농작물도 얻을 수 있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질 수 있는 취미생활이 되고 있다. 삶의 존재와 건강의 관계는 행복이라는 생존 가치임을 새삼 느껴 봄직하다.


 집뒤 뜰에는 무궁화, 코스모스, 장미, 수국,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꽃사태를 이루어 이 더운 여름날에도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마치 이어 달리기하듯 다른 꽃들이 연달아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꽃들의 향연과 더불어 텃밭 농사도 풍성하다. 여기에 내가 말하는 텃밭은 집뒤에 있는 손바닥 만한 작은 땅인데 글을 쓸때면 너무 과장되게 표현되어 부끄럽기도 하고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나에게 여름은, 뜨거운 햇살의 반가움을 넘어서서 기대와 분주함이 만들어가는 어떤, 살아간다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활력의 계절이다. 많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듯,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은 선물이다. 태양이 떠오르고 우리의 삶을 비추어 주며, 아름다운 자연이 나의 시선을 초대할 때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 응답하리라. (20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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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kim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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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9
한반도의 봄은 북핵 폐기만으로 오는 게 아니다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탁구 한국오픈대회에 북측 여자선수와 한국 남자선수가 단일팀이 되어 중국팀을 꺾고 감격에 차 서로 부둥켜 안고 환호하며 우승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놀라게 된다. 영락없이 우리와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음식을 먹는 그들의 모습에,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북한선수단의 선전을 바라는 우리 모습에 두 번 놀란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기를 든 남북한 선수단의 참가로 이번 대회는 단순한 국제대회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같은 민족이지만 70년 가까이 갈라져 살았다는 군사적 대립이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군사적 대립을 떠나 설명될 수 없었다. 우리 국민들은 남북갈등의 핵심 사안이 바로 북한의 핵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는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뒤 독립했지만, 분단됐다. 한국전쟁 당시 1953년 체결한 정전협정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동아시아에서 정치, 경제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분명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은 개탄스럽고도 우려되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비핵화를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위기관리’ 라는 절박한 과제를 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협상의 전문가라며 북핵 문제해결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CVID) 하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그렇게 항복을 선언할 가능성은 없다. 


남북 판문점선언 이후 북미는 싱가포르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많진 않다. 싱가포르 회담은 일종의 “미디어를 위한 행사”였다.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를 포기하면, 미국이 파라다이스를 약속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긴 힘들어 보인다.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논의하기 위해 극비 방한한 중국의 외교실세 양체즈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정치적 효과만을 노린 종전선언보다 북한의 핵 폐기 계획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비핵화 방안이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하는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모래 위의 성이 될 수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는 90년대 이후 변한 적이 없다. 평화, 안정, 비핵화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해도 중국은 이 원칙만을 녹음기처럼 틀어대며 한국과 미국에 냉정을 촉구했다. 그런 한반도에 요즘 격변의 돌풍이 불고 있다.


 매일 놀랄만한 뉴스가 쏟아져 어지러울 지경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났고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두 번이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앞세운 미국의 압박에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차이나 패싱”을 막고 향후 한반도 영향력 강화를 노린 중국의 흉한 속셈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 모두가 북핵 비핵화를 위한 현란한 서곡이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에 앞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 훼손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 북핵 폐기에 합의하고 한국의 핵우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자국이 전략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을 대미 완충지대와 대미 협상카드로 활용하며 전략적 자산으로 봤다. 그런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중국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전면적 재고를 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는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비핵화가 예상대로 진행되어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북일수교 코스를 밟게 되면 ‘대미 완충’ 카드의 자산 가치는 추락할 게 뻔하다. 그래서 중국은 지금도 북핵의 단계별 핵 폐지를 지지하며 단계별 국익 극대화 전략을 모색 중이다. 중국이 북핵 폐기를 보는 시각은 이렇게도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견해와는 다르다.


 북한 비핵화도 쉽지 않지만 그 뒤에 숨은 중국의 또 다른 북핵 셈법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문제는 더 어려울 수 있다. 이제 우리 민족은 중국에 대한 착각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중국의 한반도 전략은 북한은 물론 남한까지 자기 영향권에 넣는 것이다. 이것이 ‘비핵화와 평화’를 강조하는 중국의 진짜 얼굴이다. 봄은 늘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우리 민족이 갈망하는 한반도의 봄은 북핵 폐기만으로 오는 게 아니다. (20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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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kim
김종호
67121
9204
2018-08-13
북한은 비핵화로 갈 것인가?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온 이후, 한국 사회는 물론 해외동포 사회에서도 장밋빛 물결과 희망으로 넘쳐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질 전망이 밝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종전 선언이나 평화체제, 또는 상징적 조치가 북한을 “보통 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필자는 이 분위기를 보면서 놀라움을 많이 느낀다. 북한 지도부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면서, 이번 회담으로 극복하지 못할 한계가 무엇인지 알아야 새로운 기회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간에 걸친 북미관계의 오랜 적대와 불신관계를 한 번의 만남으로 신뢰관계로 돌릴 수 있는 것으로 기대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희망적 사고” 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거대한 탄두 “핵무기” 에 대한 걱정이 현실이 됐다. 북한의 비핵화는 여전히 불가능한 일이다. 북한을 움직이는 엘리트 계층 처지에서, 비핵화는 “집단 자살”과 다를 바 없는 이유가 많다. 먼저 그들은 역사의 교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후세인이 핵 개발에 실패했고, 미국의 공격에 타도당하고 처형된 것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역사상 비핵화에 동의한 유일한 독재자, 리비아 카다피 대령의 운명도 비참하게 살해됐다. “미국이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경우에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지만, 북한 내에서 혁명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 북한 정권 안전을 보장할 능력은 없다. 물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평화 공세를 시작하고, 정상회담도 제안하고 동시에 중국에도 대표단을 파견했을까? 근본적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 외교” 때문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암시를 많이 보냈다. 이러한 실질적인 계획이 있을지는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북한 지도부는 공포가 많아졌을 것이다. 


북한은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 자기들이 결정적 타격을 받을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미국의 압박 때문에 중국까지 참여하는 대북제재가 가까운 미래에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하기 어려운 위협이다. 회담을 통해 시간을 벌 희망을 품은 북한은 핵을 동결할 수는 있으나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어 보인다. 가능한 양보는 핵-미사일 동결이나 부분적 감축이다. 그래서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만일 북한이 만족할 만한 보상(체제 보장, 경제 원조 등)이 이뤄진다면 현재 보유한 핵무기는 충분히 폐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인적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필요를 느끼면 다시 만들 수도 있으므로 북한의 입장에선 대미협상의 마지막 카드로 현재 보유한 핵을 내줄 수도 있다.


핵 전문가들에 의하면 핵물질과 시설만 있으면 몇 주 내로 다시 핵을 만들 수 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3-6개월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CVID(완전하게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특히 돌이킬 수 없는 폐기라는 것은 사실상 비현실적인 목표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핵무력의 완성이란 단순히 핵무기 몇 개를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핵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북한 비핵화는 현재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어 더 이상 핵을 만들거나 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서해미사일발사장 해체, 미군 유해 송환 등 이제까지 북한이 보여준 비핵화 조치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지만, 합의 이행과 검증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며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신하기까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은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으로 이뤄진 합의가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회담 내용이 실패할 수도 있다. 타협을 이루지 못한다면 한반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아주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섣부른 기대감을 가지기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20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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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kim
김종호
66990
9204
2018-07-30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의 길

  
 

 한반도의 명운을 가를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세계인의 눈은 한반도의 평화의 희망과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두 번 다시 전쟁은 안된다는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면서 남북대화의 직접적인 길이 열리고 남북관계의 극적 개선을 통해 외세의 분단 유지 담합구도를 깨고 탈냉전과 통일 지향의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기적 직전”의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하고 있다. 


또한 북미간 “전쟁 임박설”이 돌면서 화염과 분노의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핵과 군사적 행동을 경고했던 미국이 북미 회담을 거치면서 한반도의 전쟁 위협이 줄었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냉전 유산으로 한반도 주변 갈등을 없애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된다.


반면, 북한의 요구가 과도하게 수용되어 사실상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인정을 받고,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따라서 여전히 짙은 불확실성이 동북아시아 지역을 감싸고 있는 시점이다.


북한의 핵개발계획의 의도는 분명 생존의 문제로 대두 되었기 때문이었다. 핵개발의 가장 큰 이유는 한국과 여러 동구권 국가간의 수교와 함께 북한의 입지가 줄어 들면서 군사적 원조를 쉽게 받을 수 없게 됨에 따라서 핵개발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본격적으로 한것이다.


사실 전까지만 해도 있으면 좋고 없어도 별 지장 없는 것이 핵이었다. 또한, 북한 핵무기 개발은 미국과 남북관계의 경색 등 외부환경보다는 북한 내부를 단속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은 한반도 평화와 북한 사회의 생존보다도 더 두려운 것은 바로 북한 정권의 붕괴일 것이다. 제한적인 외부 지원으로 북한 주민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지원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인도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 고려에 따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 핵무기 개발을 통한 벼랑끝 전술을 강행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한반도 주변의 새로운 정세 변화에 협상력을 강화한다고 하면서 핵무기 실험으로 외부의 적을 향한 적극적 행동으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진정 비핵화를 실행할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기존의 핵, 경제 병진 노선에서 경제 개혁개방으로 그들의 생존 방정식을 확실히 재구성할 것인가?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와 발전국가 진입이 현실화된다면, 그에 따라 향후 한반도와 동아시아 질서는 크게 변화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경제부흥을 중심으로 한미와 중국, 일본, 아시아 등이 각축을 벌이게 될 것이고,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북중, 북일 관계도 급속한 재편의 물결을 타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아시아에서의 미중 관계가 북한을 둘러싸고 협력과 갈등이 교차하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이고, 전략적 유연성 강화에 따라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반도는 과거보다 더 첨예한 미중 관계의 접점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북한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남북 경제협력과 민족의 공동 번영을 위한 금강산관광 사업, 개성공단 재개, 경제협력, 남북철도 사업 등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한 뒤 재개해야 하며 그전까진 전쟁에 대비하고 준비하며 국방에 총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은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될 것이다. 실로 모든 담대한 선택에는 끈질긴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가 완전히 실현되지 않고 유엔 제재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대북사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이른 생각이 든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뚜렷한 진전이 보이지 않는 지금 국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너무 앞서가지 말고 한발 한발 진지하게 미래 한반도의 큰 그림 속에서 평화 정착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야 할 것이다. (20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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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kim
김종호
66902
9204
2018-07-23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

 

 

 지난 6월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과거 70년 동안 적대했고 북핵문제로 사반세기 동안 “악마화” 시켰던 북한의 정상을 평화의 수호자 미국의 트럼프 정상이 어려운 난제들을 극복하고 만났다. 이번 만남은 세계인들이 놀랄만한 대사건이었다. 인공기와 성조기가 차례로 나열된 벽 앞에서 첫 악수로 시작된 두 정상의 만남은 형식 면에서 파격적이었다.


 정상회담 결과물인 “6.12 공동선언”은 내용면에서 더 놀라웠다. 북미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으며, 미국의 안전보장 제공에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제시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를 단행하면 그 보상으로 체제를 보장하고 경제적 풍요와 함께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는 거다. 쉽게 말하자면 정상국가가 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 동안 북핵 관련 북미간 합의는 “행동 대 행동” 원칙 아래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처를 하면 미국이 보상을 하는 구도였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새로운 관계 수립, 즉 북미수교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 비핵화를 삼위일체로 추진하는 구도였다. 지난 25년간의 북핵문제 해법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에 두 정상이 합의한 것이다.


 한국전쟁은 이제 사실상 완전히 종식, 냉전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되고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한 평화의 길로 가는 회담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환영할 만한 사건이었다.


 정상국가가 되려면 개혁개방이 필수적인데, 개방은 그렇지 않아도 부서지기 쉬운 북한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불러 올 수 있다. 그러니까 김정은과 그 측근세력들에게는 치명적인 삶과 죽음의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런 모험을 과연 그들은 감수하려고 할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일과 7일 이틀간 북한을 방문해 북한 비핵화에 관한 후속 조치를 논의했지만, 양국 간의 팽팽한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측은 이른 시일 내에 북한이 비핵화 시간표를 마련하고 핵 신고와 검증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은 단계적인 동시 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반발했다.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며 북한 외무성이 미국을 비난하면서 북미간 협상에 적신호가 감지된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핵실험 기지 등 다른 의혹 시설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절차를 원할 것이나 북한은 이에 비협조적이며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완전한 비핵화” 의사를 밝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시험대는 핵 신고로부터 일컬어진다. 핵무기와 핵물질부터 미공개 의심 시설에 이르기까지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해야 비핵화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의 길은 몇개의 핵시설이 해체되는 스펙터클이 아닌 길고 지리한 회계감사와도 같을 것이다. 그 길을 내닿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 길의 끝을 보는 것 또한 그 못지 않게 어렵다.


 한반도 비핵화란 “한반도에 핵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현재 남한에는 핵이 없고 북한에는 있다. 따라서 남한과 미국이 해석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북핵이 제거된 상태를 의미한다. 북한도 그렇게 생각할까?


 북한의 반응을 보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한반도 비핵지대화”로 생각한다. 즉 한반도에 핵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 전쟁이 벌어져도 핵이 사용될 가능성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주한미군, 한미방위조약, 한미군사훈련, 국가보안법 같은 적대행위가 제거돼야 하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선대의 유훈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한 핵보유국이므로 미국은 이를 인정하고,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핵무기를 폐기하거나 감축협상을 하자는 것이 북한이 보는 “한반도 비핵화”의 진정한 의미다.


 북한은 미국의 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 그리고 대미관계 개선을 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핵카드를 포기하지 않거나 불가피한 경우 최대한으로 비싸게 팔려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이처럼 멀고 험난하다. 그러나 고비고비마다 어떤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는지는 대체로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평화 구축의 당사자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 거시전략과 구체적인 전술들을 마련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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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kim
김종호
66823
9204
2018-07-12
사랑에 대하여

 

 사랑이란 무엇일까? 세상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말이 사랑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럼 사랑이란 말의 뜻이 무엇일까? 물론 사랑이란 말이 형이상학적인 말이어서 정의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현대 국어사전에는 사랑은 “아끼고 위하는 따뜻한 인정을 베푸는 일, 또는 그 마음”이라고 쓰여 있다. 따라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이다. 행복과 즐거움의 근원은 사랑이며 동시에 사랑은 만물을 생성 변화시키는 힘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하여 따뜻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사랑은 인생의 흐뭇한 향기이자 우리의 인생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인생의 따뜻한 햇볕이다. 우리는 가정에서 사회에서 그리고 이웃간에 흐뭇하고 아름다운 정을 나누고 산다. 그 고운 정 속에는 아름다운 사랑이 있다. 이러한 사랑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을 희망과 용기와 기대를 가지고 살아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모든 사랑의 기초는 자기애로부터 출발한다고 한다. 이는 의욕과 의지, 긍지와 자부심, 책임과 희생 등이 모두 자기애로부터 나오며 또 자기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만이 타인도 사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일생을 통해 많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다.


수 많은 관계 중에서 사랑으로 맺어지는 관계는 그들의 생활 속에 생명을 불러 일으키는 힘을 갖는다. 따라서 사랑은 진실한 생명적인 인간관계를 획득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생명적인 관계를 획득하려는 목적은 무엇일까. 


오늘날 수많은 소설이나 드라마와 영화의 보편적인 주제로 청춘남녀의 사랑의 내용을 다루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많아 흥미롭다. 어찌 보면 세상은 온통 사랑의 문제로 들끓고 있는 것만 같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한 일이 있는 사람이면, 그것이 얼마나 뜨거운 삶이고 충만한 기쁨인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그 역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 주었을 때 이 세상은 온통 찬란한 무지개 빛깔로 변해버리고 만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무한히 축복해 주고 싶은 강렬한 기쁨으로 충만해 버리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소유물이 아닌 오직 추상 개념이기 때문에 소유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사랑은 그 대상의 행복과 성장과 자유를 간절히 바라는 적극적인 노력이며 내재적인 연관이라고 그는 말한다. 에리히 프롬이 정의하는 총체적 사랑에는 신적인 사랑인 아가페(Agape), 친구와 동료간의 사랑인 필리아(Pilia), 남녀간의 사랑인 에로스(Eros)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사랑이라 하면 남녀간의 에로스적인 사랑을 쉽게 떠올린다. 


아무리 부모나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강렬하고 겨레나 사회에 대한 사랑이 깊다 하더라도 이성 간의 사랑처럼 높고 강렬한 연소도를 가지는 것은 없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애정은 피어 오르는 감정이기보다는 차원이 다른 깊은 신념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이성 간의 사랑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누구나 감정의 피어 오르는 불꽃에 그들 자신을 사르게 된다. 목이 타 오르는 갈증과 사모, 끓어오르는 감정의 연소와 기대, 끝없는 도취와 황홀, 회의와 불안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몸을 사르는 것이 이성 간의 사랑이다. 한 남성이 한 여성을, 또는 한 여성이 한 남성을 사랑한다는 이성에 대한 열원과 사모는 인류가 비롯되는 그날부터 누구나 겪어 온 세계이다.


옛 성현들은 사랑을 알아야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사랑의 본질은 만나려는 힘이다. 먼저 만나려는 사랑의 힘에 의하여 만나고, 이 만남에 의하여 다시 사랑은 창조적 힘을 발휘하는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과 즐거움의 근원은 사랑이다. 


모든 만물의 근본원리와 만물을 지탱하는 힘이 사랑이듯이 인간과 인류역사를 지탱하는 힘도 사랑이다. 인간은 사랑의 힘으로 산다. 살아가는데 빛과 향기를 주고, 기쁨과 보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 곧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은 행복과 불행의 척도가 된다.


 사랑이 가득한 가정은, 사랑이 있는 사회는 활기차고 생동한다. 반대로 사랑이 없는 가정과 사회는 불행과 슬픔을 느낀다. 그것은 사랑이 인간을 지탱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우주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며 인류역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우리는 사랑을 위하여 기나긴 밤을 밝히며 고된 시련을 겪게 되고, 허다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물론 사랑이라는 지고하고도 순수한 감정의 교류와 인간관계를 무엇 때문이라는 공리적인 목적으로써만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비롯되는 그날부터 남녀가 체험한 사랑이라는 감정적인 교섭은 그렇다 하여서 누구나 다 아는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감정적 구체적인 세계를 의미하는 것일 뿐, 말로서 표현할 수도 배울 수도 가르칠 수도 없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심오하고도 미묘한 감정 세계는 스스로 경험함으로써 깨달을 도리밖에 없는 영원한 처녀지로서 우리 앞에 가로 놓인 신비의 세계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공유하고 자신보다 상대를 더 많이 생각하고 보살피게 된다. 사랑은 두 인격이 서로를 향한 온전한 헌신을 통해 서로를 결합시키는 힘이다. 그래서 폭넓은 사랑을 해 본 사람이 풍부한 삶을 갖도록 되어 있으며, 사랑의 깊이와 높이를 알기 위해서는 진정한 사랑을 체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랑이란 말은 인간의 삶 가운데 잠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삶 그 자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인간과 인간의 생명적 진실한 관계를 획득하기 위하여, 가슴이 설레는 긴 기다림과 밤을 새우는 무수한 날과 불꽃처럼 타오르는 감정의 불길, 소용돌이치는 불안의 심연을 겪게 된다. 그것들이 사람을 사모한다는 사랑이다. (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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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kim
김종호
66715
9204
2018-07-05
평화 그리고 인간다운 삶의 길

 
 

 인류는 평화를 갈망한다. 그리고 그 갈망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 계속 그러할 것이다. 평화는 인류가 염원하는 최대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역사는 평화와는 거리가 먼, 전쟁의 역사로 일관되어 있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평화를 얻기 위해 전쟁이라는 수단을 쓰는 인간!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 세상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항상 자신의 안전이나 사회의 안정, 국가의 안녕과 화평을 위해 그것을 방해하는 요소들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과의 투쟁을 계속해야 했으며, 그것이 나아가서는 사회악과의 투쟁으로 확대되고 급기야는 전쟁이 불가피적으로 야기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의 대립은, 인간 사회에서 야기되는 각종 범죄와 그것을 막으려는 노력과도 흡사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대를 가리켜 우리는 “인간 상실”의 시대라고 말한다. 즉 인간성이 메마르고 인간을 존엄시하는 정신이 땅에 떨어졌다는 뜻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현실을 눈여겨 보자. 신문 사회면의 어둡고 살벌한 이야기들은 어제 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날이 가면 갈수록 해가 가면 갈수록 우리는 그 어둡고 살벌하고 또는 잔혹한 사건들이 보다 새롭고 보다 심각한 데 계속 충격을 받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진화인지 또는 선진 조국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갈구하는 마당에서 부딪히는 장애는 엄청나게 많다. 그것은 단순히 국가적이고 시국적인 현실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역 국가의 범위를 넘어서 깊이 얽혀 있는 세계권의 문제가 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가릴 것 없이 요는 물질주의가 오늘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물질주의는 비인간적 이기주의 방향으로 작용한다. 


 공산화된 아시아 대륙의 동쪽에 돌출한 반도 남쪽 끝에서 외롭게 자유를 지켜 가는 한국의 형세는 더욱 외롭고 불안해 보인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는 사람들이 미래에 희망을 걸지 못하고, 되도록 신속히 폭리를 취하려는 이기주의적 도덕 파탄에 떨어지기 쉽다. 폭리의 대상은 바로 물질이다. 정신적 속성인 인간성이 몰락하는 자리에서 반대로 치솟아 오르는 것은 물질욕이다.


 요즘 한반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큰 충격적인 사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진정한 평화의 길을 염원하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아니겠는가.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한반도에서도 평화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한국국민이 원하는 것은 북핵 폐기와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난 평화이며 이와 더불어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간의 남북관계를 돌이켜 보면 우려를 불식시키기 힘들지만 희망의 현실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하는 사명감이 한국정부와 국민들에게 요구된다.


 중요한 것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과정을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단기간 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CVID)방식으로 타결해야 진정한 핵폐기가 가능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런 지구촌의 염원에 걸맞게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평화 정신이 담겼기를 기대한다.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남북간 군사적 신뢰 구축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안보위협과 전쟁 발발의 위험성은 해소될 수 있고 평화 체제도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평화로운 삶으로 가는 길은 긴 여정이다. 


오랫동안 분단 체제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분단과 전쟁, 적대적 체제 경쟁을 겪으면서 남북한 주민들 사이에 불신, 적대감이 누적돼왔다.


 진정한 의미의 평화가 우리의 내면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남북한 주민들 사이의 마음의 벽이 허물어져야 하며 민족 통일의 토대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도 진정한 평화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남북한 교류협력이 다방면에 걸쳐 획기적으로 확대-지속돼야 하며, 남북한 경제 교류협력은 평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남북이 갈라져 전쟁을 한 뒤 대치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통일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다양하다. 남북 간에 생기는 경제 성장의 차이, 서로가 가지고 있는 적대감, 군비 증강은 결코 우리 민족이 화해하고 일치하기가 쉽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그러나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민족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통일의 그날이 오리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출발점으로 삼아 남북한 주민들의 마음의 벽을 허물어가면서 우리 모두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가야 할 때이다.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우리 민족의 단합된 힘을 모아 인간다운 삶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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