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계정 찾기 다시 시도 아이디 또는 비밀번호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윤경남의 기획 연재

knyoon
EBDA9F09-993F-44D7-BFF7-A5D6A8429C26
58416
Y
메뉴 닫기
오늘 방문자 수: 36
,
전체: 37,937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가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메뉴 열기
knyoon
윤경남
72809
9209
2019-02-14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45)

 

 

<삽화: 조반니노 과레스키>

 

 


(지난 호에 이어)
이것은 분명히 아픈 데를 찌르는 얘기였다. 그래서 그가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그 이야기를 모두 쓸어내자, 기분이 한결 더 좋아졌다. 저녁 10시. 차가운 바람이 황량한 거리를 휩쓸고 있었다. 모스크바는 소비에트 연방의 우울한 수도임에 틀림없었다. 

 

파도는 운명을 넘고


러시아 여행단 일행은 아침 일찍 공항버스를 타고 모스크바를 떠났다. 거리엔 청소부 외에는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다. 젊은 여자들과 중년 여자 청소부들이 길거리에 물을 뿌리고, 기계청소기를 다루며 마지막엔 빗자루로 쓸어내고 있었다.. 


돈 까밀로는 빼뽀네에게, 저 여성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마치 남성의 일을 하고 있다는 특권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꼬집어 말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모습이지요.” 그가 결론짓듯이 말했다


 “그리고 소비에트 연방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고요. 우리나라에서 성직자들이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징집되는 날, 그 때에 내 마음은 더 편해질 거요.” 빼뽀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시베리아의 동토 지대에서 불어오는 듯한 살을 에는 바람이, 텅 빈 거리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불어왔다. 광활한 ‘붉은 광장’을 휩쓸며 불어오는 바람은 사람만 보면 과녁으로 보이는 양 아프게 때리며 지나가곤 했다. 


여기저기에 청소부가 와서 집어가기를 기다리는 듯한 넝마 보따리 같은 것들이 늘어 놓인 게 보였는데, 그것은 자세히 보니 영웅 묘지에 의례적으로 참배하려고 줄 서있는 순례자들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죠지아, 이루카슈크와 그 밖의 러시아의 먼 지방에서 올라온 농민들이 한밤 중에 기차에서 내려, 묘지로 들어가는 문이 열릴 때까지 양떼처럼 옹기종기 그들의 짐짝 위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들이었다.


“동무,” 돈 까밀로가 말했다.


“이 광경은 제정 러시아 시대하고는 아주 딴판이구려. 가난한 농부들이 짐마차를 타고 성 페테스부르그까지 여행하며, 짜르황제 와 그의 신부가 될 독일 공주를 보려고 공원에서 며칠씩 노숙하며 기다리던 때 말이오.”


“폭군에게 복종하는 노예가 되는 것과 그들의 해방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자유인이 되느냐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빼뽀네가 대꾸했다.


“저 사람들이 모두 레닌과 스탈린이 정말 죽었는가 확인하러 오는 것만은 아니잖소?” 돈 까밀로가 말했다.


빼뽀네가 온화한 얼굴을 지으며 말했다. “내일 밤에 밀라노의 기차 역에서 동무를 내려드릴 일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이게 꿈은 아닐까 하고 내 살을 꼬집어 보곤 한답니다.

아무튼 실컷 놀아 보십시오. 시간은 마구 지나갑니다요.”


모험은 거의 다 끝나갔다. 비행기는 9시에 그들을 S시에 내려 놓았다. 그곳에서 조선소를 방문한 다음엔 세 시간 동안 배를 타고 O시를 여행하고 나서야 베를린행 비행기를 탄다. 


배를 타고 가는 여행은 오리고프 동무의 생각이었다. 비행기, 버스, 전차, 지하철이 수송의 능률에 대한 소비에트의 전시 효과를 만족시켰지만, 바다 항해라는 끝마무리가 더 필요했다. 오리고프 동무는 이런 최종 계획안이 상부에서 통과되어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비행기는 9시 정각에 S시에 착륙했다. 공항은 자그마한 것이 도시의 크기와 어울렸다. 이 도시는 조선소로 중요한 기지였다. 넓은 곳에 방비가 잘된 이 항구는 장비 수리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었고, 가지각색의 배가 떠 있었다.


제노아 출신의 바치까는 방금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편안해져서, 전보다 더 수다스러워졌다. 여러 가지 모양의 배 가운데 새로 단장한 듯 번쩍거리는 유조선이 한 척 있었다.

바치까는 그 배의 무게와 내부 시설에 대해서 아주 치밀하고 전문적인 솜씨로 설명했기 때문에, 오리고프 동무의 안내가 전혀 필요 없을 정도였다. 


그는 이태리 방문단을 페트로프나에게 맡기고 조선소 방문에 대한 세부 사항을 마련하려고 조선소로 갔다. 바치까 동무는 기분이 최고조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어떤 질문이나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이따금 탄성까지 질렀다. “조선 기술은 제노아 사람의 전문업이지요.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도 전문가라고 하겠습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돈 까밀로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바치까 동무가 자기 의견을 몇 번씩 알린 다음에야 입을 떼었다. “맞아요. 그 사람들은 보기 드문 전문가들이오. 저 스쿠너를 좀 봐요! 아름답지요?”


다른 사람들도 스쿠너가 시야에 완전히 들어오는 데까지 가보려고, 돈 까밀로를 따라갔다. 19세기형의 배 같은데 아직도 칠이 새것 그대로여서 마치 새 상표를 붙인 것 같아 보였다.


“이거 참 놀랍습니다. 러시아인들이 지난날의 영광스러웠던 시대로 되돌아 가고자 하는 일들을 존중하고 있는 게 말입니다.” 


돈 까밀로가 소리쳤다.


“동무들, 이 배는 오랜 세월과 고귀한 전통을 가진 배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묵묵히 찬탄의 눈빛으로 본 다음, 그는 바치까에게로 몸을 돌렸다.


“부두 노동자 동무, 우리나라는 몇 백 년간 조선기술의 지배자였지요, 헌데 이와 같은 스쿠너를 보려고 멀리 소비에트 연방까지 와야 했습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한 노무자로부터 더 자세한 정보를 긁어 모았다. “저 배의 이름은 ‘토바리스크’입니다.” 그녀가 일행에게 배 이름을 알렸다.


“이 배는 실습 훈련에 쓴다고 합니다.” 


“3천톤 급이지요.” 바치까가 갑자기 그녀에게 몸을 돌리고 끼어들며 말했다.


“원래의 배 이름은 ‘크리스토포로 콜롬보’ 구요, 이태리 해군의 훈련 선박이었지요.”


페트로프나 동무의 얼굴이 빨개졌다. “용서하세요, 동무.” 그녀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때 페트로프나는 오리고프 동무가 조선소 직원과 함께 그들에게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지시를 받으러 뛰어갔다. 빼뽀네는 돈 까밀로의 소매를 지그시 잡아 당겼다.

일행들과 멀리 떼어놓기 위해서였다.


“그 큰 메기입 좀 그만 다물구계슈.” 빼뽀네가 소곤거리며 말했다.


“이번엔 정말 실수하셨소.” 


“그건 전혀 실수가 아니라네.” 돈 까밀로가 말했다.


“나는 처음 그 배를 볼 때부터 ‘크리스토퍼로 콜롬보’임을 알아 보았소. 난 저들이 저 배와 ‘쥬리오 세자레’를 빼앗아갈 때 얼마나 고약한 기분이었었는지 잊을 수가 없었소.”


바치까 동무가 그들과 가까이 서 있었다. 빼뽀네는 그에게 돌아서며 분노를 터뜨렸다.


“당신은, 입 좀 다물고 있지 못하겠소?”


“지도자 동무, 내가 어떻게 입을 다물고 있겠소?” 바치까가 말했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knyoon
윤경남
72722
9209
2019-02-10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44)

죠반니노 과레스키 지음/ 윤경남 옮김

 

 

(지난 호에 이어)
“오늘날 소비에트 연방이 달을 정복하면 뭘 합니까? 공산당은 25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생명을 바쳐서 얻은 혁명의 정기를 잃은 게 사실인걸요. 정책이란 그 당시의 환경에 적응하게 되어 있습니다.” 


돈 까밀로가 조심스레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결과가 중요한 것이지 수단이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스탈린은 소비에트 땅 밖으로 한 발자국 나가지 않고도 원하는 걸 손에 넣은 건 사실이란 말입니다.” 꾸룰루가 또 우겼다.


돈 까밀로는 잠자코 있었고 애꿎은 보드카만 마셨다. 빼뽀네만 빼놓고 모두들 조금씩 스탈린에 대한 향수에 젖어 들어갔다. 빼뽀네는 입을 꽉 다물고, 영락없이 폭발할 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리고프 동무는 페트로프나 동무와 함께 열을 내며 이야기를 나누더니, 벌떡 일어나서 식탁을 주먹으로 꽝 쳤다. 두 눈에선 불이 나는 듯 번쩍거렸고 얼굴빛은 유령처럼 창백해졌다. 싸늘한 침묵이 흐른 다음, 그는 정확하진 않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이태리 말로 외쳤다.


“스탈린 만세!”


그는 잔을 높이 들었다. 나머지 사람들도 일어서서 똑같이 잔을 들어 올렸다.


“만세!”


그들은 똑같이 소리쳤다. 오리고프 동무가 그의 잔을 비웠다. 나머지 사람들도 따라서 비웠다. 그러자 오리고프는 그의 잔을 마룻바닥에 냅다 던졌다. 나머지 사람들도 따라서 내던졌다. 페트로프나 동무가 갑자기 알리는 말을 했다.


“오리고프 동무는 이태리 동지들에게 안녕히 가시라는 작별 인사를 하고자 하십니다.”


만찬은 조용하게 끝났다. 돈 까밀로와 빼뽀네는 조용해진 식당에서 제일 나중에 나왔는데, 페트로프나 동무가 길을 막고 나섰다.


“동무, ”


그녀가 말했다.


“커피 한 잔 끓여 드릴까요?”


그들은 어리둥절한 채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태리식으로 끓일 수 있어요.”


그녀가 웃으면서 설명했다.


“우리집은 아주 가까운 데에 있지요.”


고궁과 미국식 마천루가 늘어선 뒷길에는, 프롤레타리아식의 다른 도시 구역이 있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그 골목의 초라한 건물 4층에 살고 있었다. 아파트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양배추 냄새와 기름튀기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녀의 아파트는 방 하나뿐인 구조로 두 개의 카우치와 식탁 한 개, 네 개의 의자, 옷장과 라디오 한 대가 비치되어 있는 집이었다. 창문의 커텐과 술이 달린 등잔 갓과 바닥에 깔린 양탄자는 분명히 장식을 하느라고 한 것일 텐데도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더 밝게 해주진 못했다.


“이 친구는 나와 함께 사는 동지입니다.”


페트로프나는 문을 열어준 소녀를 소개하면서 말했다. 그 처녀는 페트로프나보다 나이도 많고 땅딸하고 외모도 촌스러워 보였지만, 입고 있는 옷감만은 둘이 똑같았다.


“내 친구는 프랑스어 통역관이에요. 이태리 말도 아주 잘해요.” 페트로프나가 소개말을 덧붙여 했다. 커피가 식탁 한가운데에 있는 알콜 버너 위에서 이미 끓고 있었다.


 “커피는 여기서 끓인답니다.” 페트로프나가 설명했다.


“왜냐하면 우린 옆집과 부엌을 같이 쓰는데, 부엌이 복도 건너편에 있기 때문이지요.”


커피 맛이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맛있었다. 두 소녀는 손님이 고맙다고 칭찬하는 말에 매우 기뻐했다.


“우리나라에 오셔서 즐거운 여행이 되시기 바랍니다.” 찬사가 끝나자 페트로프나가 말했다.


기분이 좋아진 빼뽀네가 여행하면서 구경했던 놀라운 광경들을 열심히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페트로프나의 친구가 그의 말을 중간에서 가로막았다.


“우린 다 알고 있는 일들이에요. 우리한테 이태리 이야기나 해주세요.”


“동무들,”


빼뽀네가 낙심한 모습으로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이태리는 작은 나라입니다. 자본주의자들과 성직자들이 떼지어 다니지만 않는다면 굉장히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 텐데 말이지요.”


“하지만 그곳엔 자유라는 게 있잖아요?” 페트로프나가 끼어들었다.


“표면상 우리나라는 자유국가지요.” 빼뽀네가 대답했다.


“하지만 신부들이 은밀하게 지배하고 있는데다 그들은 사방으로 스파이까지 보낸답니다. 우리가 고향에 돌아갈 때쯤이면 그들은 우리 여행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이 훤히 알게 되지요.”


“정말인가요?” 다른 친구가 말했다.


“동무가 나보다 더 잘 얘기해줄 수가 있을 텐데.” 빼뽀네는 돈 까밀로를 돌아다보면서 말했다. “그건 사실입니다.”


돈 까밀로가 시인하며 말했다. “하느님께 맹세할 수 있어요.” 


“어마나, 무서워라!” 페트로프나 동무가 소리를 질렀다.


“그럼 보통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냅니까? 예를 들면, 스카못지아 같은 동무 말입니다.”


“스카못지아는 보통의 미숙련 노동자가 아닙니다.” 빼뽀네가 설명했다.


“그 사람은 바쁘게 돌아가는 자기 개인 작업장까지 가지고 있는 숙련공이오.”


“대략 돈은 얼마나 벌어 들이나요?” 그녀는 겉으로 태연한 척하면서 물었다.


“30 리라를 1루불로 환산한다면, 한 달에 대략 750 루불 정도 버는 겁니다.” 빼뽀네가 재빨리 셈을 해보고 말했다.


두 소녀는 러시아말로 몇 마디 서로 주고받더니 페트로프나가 말을 계속했다.


“화폐 가치는 모두 리라의 구매력에 달려있거든요. 루불로 말인데요, 남자 양복 한 벌이나 구두 한 켤레 사려면 얼마 정도나 들까요?”


“옷감 따라 다르지요.” 돈 까밀로가 참견했다.


“양복 한 벌에 보통 700 내지 1400 루불 합니다. 구두 한 컬레가 70 내지 350 루불 되지요.”


“동무가 입고 계신 그 양복은 얼마나 할까요?”


페트로프나의 방친구가 빼뽀네의 사치스러운 상원의원 복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4만 리라요.” 그가 대답했다.


“루불로 치면 약 1350 루불이지요.” 돈 까밀로가 고쳐 말했다.


“그런데 스카못지아 얘기로 다시 돌아가서,” 빼뽀네가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특별한 경우지요,” 


“스카못지아, 스카못지아!” 방친구가 소리를 질렀다.


“내가 하루 종일 듣는 이름이군요. 그가 티피즈의 콜호즈에서 끔찍한 일을 저질렀던 그 사람이 아닌가요? 어떻게 그런 사람이 당에 계속해서 소속되어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 사람은 전혀 나쁜 친구가 아닙니다.” 빼뽀네가 말했다.


“그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해선 안돼요. 그는 아주 번뜩이는 재치가 있는 충성스러운 당원이오.”


“아마 그의 부모님이 교양이 없어서 올바르게 키우지 못한 모양이죠?”


“아니요 그의 가정엔 조금도 문제가 없어요. 그를 이해하려면 로마라는 도시부터 알아야 합니다. 로마 사람은 일단 집을 벗어나면 엉뚱하게 무모한 짓을 해 보인답니다. 그러나 집 안에 갇히면 마누라가 무서워서 감히 입도 못 떼지요.”


“스카못지아도 자기 아내를 무서워합니까?” 방친구가 물었다.


“아직 결혼도 안 한 사람인걸요.” 빼뽀네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그 사람도 결혼하고 나면 별 수가 없을 겁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이태리의 밀감 생산에 관한 통계표를 가지고 대화 속에 끼어 들었다. 빼뽀네는 그녀의 질문에 여러 가지 통계를 알려주며 대답했다. 


페트로프나는 열심히 귀를 기울여 듣고는 커피 한잔을 더 대접하려고 했다. 그런 다음 그녀가 두 사람을 호텔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으나 그들끼리도 찾아갈 수 있다고 고집을 세웠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빼뽀네는 이태리 여성 가운데 페트로프나 동무나 그녀의 친구만큼 정치적으로 출세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동무는 우리 이태리 여성들이, 소비에트 연방의 과일 생산량이나 중공업에 관심을 갖는 걸 상상해 보셨소?”


“아니, 상상할 수가 없소.” 돈 까밀로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대답했다.


“이태리 여성은 자기에게 구애하는 젊은 남성에게만 관심이 있소. 그 여성은 상대방 남자가 결혼한 사람인가 꼭 알고 싶어하고, 집안의 배경을 알고 싶어하고, 봉급과 명성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하지.”


빼뽀네는 머릿속에 뭔가 번개같이 스쳐가는 게 있어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빗대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난 아무것도 빗대어 말하진 않소.” 돈 까밀로가 대답했다.


“뚜쟁이 노릇 하러 모스크바에 오는 공산당 상원의원은 없을 거요. 그 분은 공산당 동지들과 짝 지워줄 예쁜 처녀를 찾아 다니는 일보다 더 중대한 일들이 많으니까 말일세.”


“맞았소!”


그의 동행자가 비꼬는 것도 잊어버리고 빼뽀네는 크게 소리쳤다.


“예쁜 처녀들은 나하고 거리가 멀지요. 결혼한 여자도 마찬가지 구요. 내 아내는 내가 집에 갈 때 이웃집 친구와 똑같은 밍크 털옷을 가져다 주기 바랍니다. 역시 다 마찬가지죠.”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knyoon
윤경남
72611
9209
2019-02-05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43)

죠반니노 과레스키 지음 / 유니스 윤경남 옮김

 

 

 

(지난 호에 이어)
지뱃티가 누워있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소녀에 관한 건 잊어버리는 게 좋겠소.” 돈 까밀로가 말했다.


“그 여자는 결혼해서 다섯 자녀를 두었소.” 


“그럴 리가 없어요!” 지뱃티가 말했다.


“동무, 러시아 말을 알고 있소?” 돈 까밀로가 물었다.


“아니오.”


“그럼 어떻게 그 여성과 그렇게 가깝게 사귈 수 있었지요?” 


“우린 말 없이도 서로를 이해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그녀에게 편지를 썼지요?”


“제가 그 여자의 이름과 그녀가 사는 마을 이름은 쓸 줄 알았지요. 이런 말도 배워 두었지요. ‘나는 지금도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돌아갈 것입니다. 내게 편지를 써 보내주십시오.’ 그 여자는 내 주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돈 까밀로는 그의 주머니에서 러시아어로 타자 친 종이를 꺼냈다.


“여기에 그 여성의 고향에서 보내온 보고서가 있소. 누구에겐가 부탁해서 번역해 보십시오. 그러면 그 안에서 내가 말한 걸 모두 읽게 될 것이오.”


지뱃티는 무엇인가 찾아낼 듯이 그 편지를 들여다 보았다. 


“그 여자의 이름과 마을 이름이 여기 있군요. 맞습니다.” 그가 시인했다.


“내가 말한 나머지 말도 거기 있을 거요.” 돈 까밀로가 말했다.


“이번엔 날 믿지 않는군요. 집에 돌아가면 얼마든지 쉽게 조사해 볼 수 있을 테니까.”


지뱃티는 서류를 접어서 그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저는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전 당신을 전적으로 신임하니까요. 다음 번에 내가 어떤 여성 때문에 정신을 잃게 된다면 이 서류를 꺼내보고 빠른 치료법을 알아내게 될 겁니다.”


그는 서글픈 미소를 띠고 계속해서 말했다.


“동무, 나의 당 기록을 보셨지요? 내가 한 일도 많지만 해선 안될 일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러시아에 와서 그 여자를 찾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죠. 이제부터 저는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요?”


“이념을 위해서 계속 싸워야지요.”


“하지만 나의 이념과 이상은 소니아였어요. 이제는 누군가 딴 사람이 그것을 떠맡았겠지요.”


돈 까밀로는 어깨를 풀썩거리며 말했다.


“동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잘 생각해 보라는 걸세. 나는 당의 동지로서 말해 주는 게 아니고 친구로서 말하는 거요. 당의 내막에 대해서 난 전혀 아는 게 없다오.”


“슬픈 일이지만 저는 알고 있답니다.”


지뱃티는 침대 위로 다시 몸을 던지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일행은 만찬 식탁에 모두 모여 앉았다. 지뱃티만 속이 좋지 않다면서 빠졌다. 오리고프 동무는 오후의 일정이 아주 잘 진행되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바치까 동무가 돈 까밀로 옆에 앉아서 그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동무, 오늘 거래가 잘 되었어요. 돈을 바꿔서 밍크 목도리를 샀거든요.”


“세관은 어떻게 통과하려고 그러지요?” 돈 까밀로가 물었다.


“밍크 목도리는 개인 옷에 해당이 안 될 텐데요.”


“제가 그 목도리를 외투 깃에 꿰매 붙일 겁니다. 남자들의 외투엔 거의 다 털을 댔더군요. 그건 그렇고, 우리의 반동적인 신문이 늘 그렇지만 또 잘못을 저질렀어요.”


“난 그 신문을 믿는데.” 돈 까밀로가 말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동무는 내게 그 반동적인 신문에 난 환율 대로, 1불에 20루불을 받을 거라고 하셨죠? 그러나 나는 26루불을 받았답니다.”


보드카 병이 한 차례 돌아가고 대화가 점점 신나게 무르익어 갔다.


“타롯치 동무,” 스카못지아가 말했다.


“동무가 우리하고 함께 가셨어야 했는데. 레닌의 묘역을 방문한 일은 뭔가 잊을 수 없는 일이 되었거든요.”


“맞아요.”


옆자리에 앉아 있던 꾸룰루 동무가 말했다. “스탈린의 묘지는 무시무시한 인상을 주고 있어요.”


스탈린에 대한 말은 결코 재치 있는 얘기가 못된 듯싶어, 돈 까밀로는 어색해진 침묵을 깨기 위해서 서둘러 말을 이어 주었다.


“물론입니다.”


그는 사교적으로 말했다.


“나도 파리에 있는 나폴레옹의 묘지가 얼마나 인상 깊었는지 생각납니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레닌에 비한다면 피라미지요 뭐.” 그러나 꾸룰루는 보드카에 힘입어 말머리를 돌릴 생각을 않고 있었다.


“스탈린, 그 사람이야말로 위대한 사람이지요.” 그는 우울한 듯이 말했다.


“말 잘했네, 동무.”


프리디 동무가 덩달아 끼어 들었다.


“스탈린은 소비에트 러시아에 있어서 뛰어난 영웅이지요. 스탈린도 전쟁에서 이겼으니까요.”


꾸룰루 동무는 보드카 한 잔을 더 따랐다.


“오늘 스탈린의 무덤을 구경하려고 줄 서있는 노동자 대열 속에 미국 관광객들이 몇 명 있더군요. 그 처녀들은 마릴린 몬로가 나오는 영화 시사회에 나가는 듯한 옷차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천치 바보들이더라고요!”


“동무 말이 맞소.” 프리디가 맞장구 쳤다.


“나도 동무처럼 벨이 꼬였어요. 모스크바가 카프리나 몬테칼로는 아니잖습니까?”


“스탈린이 아직도 살아있다면, 저 어린 천치들은 이 나라에 들어오지도 못했겠죠. 스탈린은 자본주의자들에게 되게 겁을 주었으니까요.”


빼뽀네는 페트로프나 동무의 협조를 얻으며 오리고프 동무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려고 애써 보았다. 그러나 어떤 때는 오리고프 동무 자신이 귀를 곤두세우고, 식탁 끝자리에서 하는 이야기를 통역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빼뽀네가 돈 까밀로에게 말없이 SOS 신호를 보냈다.


 “동무들,” 돈 까밀로는 두 반항아들에게 엄숙하게 말했다.


“스탈린의 장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도 아니고 장소도 못 됩니다.”


“진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꾸룰루가 주장하고 나섰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knyoon
윤경남
72537
9209
2019-01-27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42)

 

 

 

(지난 호에 이어)
스카못지아는 그의 주머니에서 타자로 친 편지를 꺼내어 주며 말했다. “이것이 답장입니다.” 


돈 까밀로는 그 편지를 앞뒤로 훑어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 내게 아무 의미도 없는데. 난 러시아어를 모른다네.”


“여기에 나디아가 이태리말로 번역해 놓은 게 있습니다.” 스카못지아는 그에게 또 한 장의 종이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편지는 짤막했다. 소비에트의 기계화 부대가 적의 전선 근처에 있는 이스바에서 이태리군의 코트를 입고 있는 그 소녀를 발견하고 이태리 군대가 K마을을 철수한 다음에 억지로 그 소녀를 그곳으로 끌고 왔지만, 그 소녀는 그곳에서 마침내 도주했다고, 조사한 친구는 주장했다. 


결국 그 소녀는 다시 K마을로 잡혀와서 그 마을 지도자들에게 넘겨졌으며, 적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현장에서 처형되었다는 얘기였다.


“난 지뱃티에게 이 사실을 얘기해 줄 수가 없어요.” 스카못지아가 결론짓듯이 말했다.


“만약 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시거든 당장 가서 그에게 말씀하십시오. 만일 안 그러신다면, 그 사람은 그 여자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여기 그대로 남아서 죽치고 있을 것이란 걸 알아야 합니다. 이건 내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에요. 난 이 문제에서 그만 손을 떼겠습니다.”


그리고는 돈 까밀로만 남겨둔 채 방에서 나가 버렸다. 소비에트 연방의 마귀들은 분배 받은 것 이상의 몫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 중의 한 마귀가 돈 까밀로의 사제복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사제복은 그가 변장한 옷 밑에 고이 입혀져 있었다. 마귀가 그에게 속삭였다.


“어서 가보게, 돈 까밀로! 지뱃티를 파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눈 앞에 있잖소!”


그러나 돈 까밀로는 그 마귀를 힘껏 걷어찼다. 잠시 후에 빼뽀네가 문으로 들어오자 돈 까밀로는 그의 팔을 꽉 잡았다.


“결국 당신이 나보다 서열이 더 위요. 난 이 작은 사건을 바로 당신 손에 맡기겠소.”


그는 그 서류를 빼뽀네의 손에 구겨 던져주면서 말했다. 그 서류 만으로는 내용을 알리기가 충분치 않았으므로, 돈 까밀로는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었다. 빼뽀네는 돌아서서 문을 잠가 버리고는 그의 감정을 폭발시켜 버렸다.


“그 엘리트마저!” 그는 소리를 질렀다.


“엄선된 열 사람이라! 그런데 우린 무얼 보고 있지요? 론델라는 애초부터 말썽을 일으켜서 집으로 보내야만 했어요. 스카못지아는 주머니에다 향수병인가 뭔가 넣어 갖고 와서는 돈환처럼 놀아날 생각만 하고 있지요. 그리고 카피체는 그 사람의 연적으로 나서서 미쳐 돌아가고 있어요. 바치까가 여기 온 목적은 암시장에서 거래하는 일이요. 타반은 동생 무덤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질 않나. 페랏토는 또 어떻고요. 당의 기관지에 필요한 사진을 찍어서 오히려 자본주의 기관지에 다른 사진들을 팔아 넘기려고 했다 나요? 그 자는 나 때문에 그 짓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그 자의 꿍꿍이 속은 아주 환히 알고 있다고요. 자, 이제 지금껏 비난 받을 일이 없던 지뱃티까지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군요. 소비에트 연방을 제대로 보러 온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모두가 하나같이 어떤 개인적인 목적만을 소맷자락 안에 쑤셔 넣어 갖고 들어왔군요?”


“자넨 그 사람들한테 좀 지나치군, 동무. 꾸룰루와 프리디는 눈같이 깨끗하다네.” 돈 까밀로가 위로하듯이 말했다.


“둘 다 멍청이지요. 그 자들은 체면 깎이는 게 두려워서 말 한 마디도 안하고 있는 것뿐이라고요.”


“그렇다면 자네는 타롯치 동무를 잊으셨군.”


“타롯치?”


빼뽀네가 중얼거렸다. “그게 누구더라?”


그리고 나서야 그는 정신을 차라고 두 다리를 벌리고 서서, 돈 까밀로의 코 앞에 엄지 손가락을 내밀며 흔들어댔다. “당신 말씀이지요!”


그는 소리 지르며 말했다.


“만약에 조심하지 않는다면, 심장마비에 걸린 나를 업고 집에 가게 될 줄 아슈!”


그리고는 녹초가 된 듯이 침대 위로 몸을 내던졌다. 그의 천부적인 공격성도 수그러지고 말할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


“당신이야말로 강탈자요! 동무는 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놨소. 만약 그 사실이 알려지면 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맙니다. 로마의 큰 길거리에서 동무와 맞닥친 그 다음부터 내 인생은 지옥길이였소. 신부님이 입을 열 때마다 내 심장은 고동을 멈추고 위장은 뒤틀립디다. 밤새도록 악몽에 시달리다 일어나면 내 뼈마디가 모두 으스러져 나간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어내고 또 말했다.


“신부님이 나를 기 죽이고 싶어하셨다면, 지금 행복해지실 수 있습니다. 나는 완전히 자포자기 상태니까요.”


돈 까밀로는 빼뽀네가 그런 절망 상태에까지 이른 것을 본 적도 없었고, 그렇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온통 탈진한 상태가 되리란 것을 상상도 못해 보았다. 그는 이상하게도 그에게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네에게 해를 끼치려고 했던 게 아니라는 건 하느님이 증명해 주실 걸세.” 


돈 까밀로가 간곡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신부님은 왜 나를 이따위 연극에 몰아 넣으십니까? 신부님도 보셨지요? 세계 각처에서 온 사람들이 여행하며 다니는 모습들을요. 신부님도 평상복을 입고 자기 발로 여기 올 수 있으시다고요. 내가 여비까지 다 지불했습니다. 그렇다고 신부님이 내 비용을 축낸 건 아니지만, 내게 그 빌어먹을 고통을 안겨 주었단 말입니다. 그리고도 그 고통은 아직도 끝이 나질 않았어요. 아마도 소비에트 연방의 돈으로 여행하시는 게 신부님에겐 즐거운 일이었겠지요.”


돈 까밀로는 머리를 저었다.


“난 여행자로서 소비에트 연방을 보고 싶진 않았소. 당신의 눈을 통해서 소비에트를 보고 싶었소. 관객석에서 연극을 보는 것하고 엑스트라로 무대 뒤에 남아있는 것하고는 완전히 다르오. 공산당이 자네 머리를 아주 바보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자넨 내가 신뢰할 만한 수준이란 것도 알아야 하오.”


빼뽀네는 일어서더니 그의 서류 가방께로 걸어갔다. 그는 가방을 반쯤 열다가 멈추었다.


“내 브랜디 병까지 가져 가셨군요!” 그가 소리 지르며 말했다.


“그 브랜디를 오리고프 동무에게 상납하려고 했던 의도는 무슨 뜻이었죠? 알고 싶군요.”


“아무것도 아닐세.” 돈 까밀로가 말했다.


“그건 결국 자네의 손실이기도 하고 내 손실이 되기도 했네. 왜냐하면 난 지금 자네에게 내 브랜디를 주어야만 하니까.”


그는 자기의 술병을 내놓았다. 빼뽀네는 그 술을 한 잔 들이킨 다음에야, 다시 한번 상황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러면”


돈 까밀로는 그에게 서류 두 장을 다시 내보이면서 말했다. “어떤 쪽 일을 해보겠소?”


“신부님이 알아서 하세요.” 빼뽀네가 말했다.


“난 그 일에 관해서 아무것도 듣고 싶질 않습니다.”


돈 까밀로는 곧장 지뱃티의 방으로 갔다. 그 방에서 그는 지체하지 않고 그 고통스런 문제를 해결했다.


“스카못지아 동무가 좋지 않은 소식을 가져왔소. 그러나 그 사람은 동무에게 직접 말할 수가 없다고 해서, 내가 말해주려고 왔소.”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knyoon
윤경남
72453
9209
2019-01-22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41)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유니스 윤경남 옮김

 

 

 

<삽화: 조반니노 과레스키>

 

 

(지난 호에 이어)


페트로프나 동무가 끓여준 커피


“동무, 난 지금 아주 곤란한 처지에 빠졌어요.”


“사람은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 합니다.” 돈 까밀로가 대답했다.


“이건 내 문제가 아닙니다.” 스카못지아가 설명했다.


“다른 사람의 문제입니다. 다만 그 문제가 내게 전달되었고, 나는 그것을 내 상관에게 전달하면 되는 것입니다, 동무는 바로 윗사람에게 보고하고, 그는 또 그의 윗사람에게 보고하고, 그는 또 그의 윗사람에게 보고하고 그런 절차를 거치는 게 옳은 방법이 아닐까요?”


돈 까밀로는 로비에서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떠들어대던 소리에 지쳐서, 위층에 올라가 그의 침대에 몸을 던지고 누워있던 참이었다.


“물론 공식적인 절차라면 그래야겠지요.” 그는 몸을 똑바로 쭉 펴면서 말했다. “앉아서 자세히 얘기 좀 해보시오.” 스카못지아는 어깨를 풀썩거렸다. 


“내용을 말씀드리지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나서 그 일이 얼마나 공식적인가는 동무가 결정하십시오. 지뱃티 동무를 아시지요?”


“물론 알지요.” 돈 까밀로가 말했다.


사실상 그가 아는 것은 빼뽀네의 서류에서 몰래 읽은 것뿐이었다. 지뱃티는 투스칸 출신으로 42세, 전기공, 능동적인 당원, 당의 이념으로 잘 무장되어 있음. 그는 애당초 그를 평가해 볼 기회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시실리에서 온 프리디나, 사르디니아에서 온 꾸룰루와 마찬가지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겉으로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난 그 사람을 좋아합니다.” 스카못지아가 말했다.


“그 사람도 나처럼 끈질기고요, 빨치산으로 겁 없이 목숨을 거는 사람이지요.”


“나도 그걸 알고 있소.” 돈 까밀로가 말했다.


“전쟁 중에 그 사람이 이 러시아의 스탈리노 근처 어디선가 싸웠다는 것도 아십니까?”


“그의 빨치산 기록 때문에 그가 불리하게 되어선 안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동무, 그런 것이 문제되어선 안되지요. 그러나 그의 경우는 그렇질 않습니다,”


“왜 그렇지요?”


“전쟁 중에 그는 겨우 23살이었습니다. 지시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적과 사귀고 싶은 충동을 가졌답니다. 그 적이 어처구니 없게도 17살의 소녀라고 한다면, 동무는 그 교제가 너무 지나치다는 걸 알 수 있겠죠? 사실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얼마 후에 후퇴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모든 게 끝난 겁니다.”


돈 까밀로는 그의 팔을 내밀면서 말했다.


“아름다운 얘긴 아니로군. 그러나 전쟁 중엔 그런 일들이 꼭 일어나지요. 어느 나라에서든지 외국 군인과 스캔들을 일으키는 여자들이 있게 마련이거든요.”


“그렇습니다.” 스카못지아는 그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지 17년이 넘도록 아직도 적진의 여자를 생각하고 있는 군인은 보기 드문 일이지요. 그것이 바로 지뱃티의 얘깁니다.” 그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말을 계속했다.


“그는 내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 놨어요. 원래 그는 그 소녀를 고향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어요. 그는 그 소녀에게 군복을 입히고 동료들의 도움을 얻어 계획을 완수해가기 시작했지요. 그때 그의 부대가 러시아 군대에 포위되었고, 소녀가 총살당할 것을 겁낸 그는 소녀를 부대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는 친구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한 많이 군대 식량을 모아 가지고 소녀에게 주면서, 폐허가 된 이스바에 숨어있으라고 했답니다. 그는 약속하기를 만일 그가 러시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곳으로 소녀를 데리러 간다고요. 그는 소녀에게 ‘만일 우리가 죽거나 잡히거든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가시오. 당신은, 이태리인들이 당신을 끌고 갔었다고 말하면 되오’ 이렇게 말했지요.


전쟁이 사흘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막판에 러시아는 거꾸로 그들이 포위될까 봐 후퇴해야만 했습니다. 지뱃티는 이스바에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그는 머릿속에 계속 그녀를 간직한 채 이태리로 돌아왔습니다.  


휴전이 되고 그는 빨치산이 되어 산을 탔지만 소녀를 잊을 수가 없었죠. 전쟁이 끝나고 그는 당에 들어갔어요. 그렇다고 그것이 그 소녀를 회상하는데 도움이 되진 않았어요.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러시아에 가는 당의 동지 편에 그 소녀에게 편지를 보내는 게 고작이었지요.


편지는 우편으로 부칠 수가 없었지요. 최종 목적지까지 도착하진 못하니까요. 어떤 경우건 그는 답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17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다음에, 그가 제 발로 러시아에 올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특히 우리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이 완화되어 가고 있는 때라서요.


 우리 일행의 원래 계획은 스탈리노를 방문하게 되어 있었지요. 그 소녀는 그 근처에 살고 있으리라 생각했고요. 한데 그 계획이 변경되어 버렸어요. 그는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 사람이 내게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은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내게 이렇게 말했어요. ‘동무는 페트로프나 동무와 사이가 좋지요. 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혹시 있는지 알아봐 주십시오. 필요하다면 여기 남겠습니다. 나는 그 여자를 찾기 위해선 무슨 짓이라도 할 테니까요.’


나는 그에게 그 문제는 내게 맡기고 내가 머리를 써서 할 테니 믿으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다음 나는 나디아에게 갔지요. 그 여성은 빈틈없는 두뇌를 가진 여자여서, 첫 마디에 하는 얘기가 그 소녀의 현재 상항을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답니다. 


나는 그녀에게 주소와 이름을 가르쳐 주었고, 그녀는 스탈리노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knyoon
윤경남
72382
9209
2019-01-13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40)

 

 

 

(지난 호에 이어)
시기적으로 위험한 때여서 사람들은 감히 나서서 그들을 상대로 증언하지도 못했다. 3년 동안 그 사건은 잊혀져 갔다. 그러다가 1948년 선거를 치르던 해에 마을 안에 포스터가 붙었다. 


그 포스터는, 그 당시 살인사건의 전모를 알리고 있었고, 빨갱이들이 어떤 계층의 사람을 권좌에 앉히려고 하는가를 지적하고 있었다. 세 명의 젊은 불량배들은 그들이 백작의 집에 가지도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있었고, 따라서 그 낯선 지도자의 신원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꼬맛시는 다시 한 번 종적을 감추었다. 다시 말해서 지금 순간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가 이제 돈 까밀로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프라하에선 뭘 하고 있었나?” 돈 까밀로가 그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내 목소리가 좋다고들 하기에, 이태리뉴스 방송을 맡고 있지요.”


“별로 좋은 직업이 아니군.” 돈 까밀로가 말했다. “가족들이 알고 있소?”


“아닙니다. 가족들은 모르고 있지요. 그러나 식구들이 내 목소리를 듣고,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당신 가족들을 정말 행복하게 해줄까? 식구들은 자네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편이 더 나을 걸세.”


“하지만 저는 그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꼬맛시가 고집을 세우며 말했다.


“그게 바로 내가 신부님께 이야기하는 목적의 전부예요. 하느님이 내게 이런 기회를 주신 겁니다.”


“하느님이라!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주님을 기억할 수 있는 좋은 때로군. 자네가 그 불쌍한 노인들을 살해했을 때는 자네 머릿속에 하느님은 안 계셨다네!”


꼬맛시는 뭔가 할 말이 있어서 꼭 말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듯 갑자기 거칠게 몸을 돌렸다. 분명히 그렇게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해는 합니다.”


그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신부님이 저를 믿어주시리라 기대할 순 없겠지요. 그러나 신부로서, 저의 고백을 거절할 순 없으실 겁니다.”


호텔 로비는 가지각색의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검은색, 갈색, 노랑 피부의 색깔들이 서로 어우러졌고 시끄러운 말소리가 방안에 가득했다. 돈 까밀로는 꼭 지옥의 문턱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하느님은 거기에도 계셨다. 세상의 그 어느 곳보다도 더 생생하게 살아 계셨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돈 까밀로의 귀에 울려왔다.


“두드려라, 그러면 너에게 그 문이 열릴 것이니.”


돈 까밀로는 성호를 그었다. 꼬맛시도 조심스럽게 그리고 신중하게 따라서 했다. 왜냐하면 프라우다 신문지로 가린 종이 장막 너머에서 그를 감시하는 눈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오, 한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 여기 당신 발 밑에 당신을 분노케 한 죄인이 엎드렸나이다. 겸손히 하느님의 용서를 구하나이다    . 주님, 저를 버리지 말아 주시옵소서. 겸손하고 회개하는 이 마음을 멸시하지 마시옵소서.”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꼬맛시는 돈 까밀로가 불러주는 대로 기도문을 반복했다. 그런 다음 그는 자기가 해야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신문을 읽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이 들어가서 총으로 그 사람들을 위협했습니다. 처음엔 숨겨둔 곳을 말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말했지요. 지도자는 내게 자기가 그 집 주인을 지키고 있을 테니, 2층에 있는 응접실로 올라가서 돈을 꺼내오라고 말하더군요. 돌아와 보니 그 지도자는 혼자 있었습니다. 그는 그 돈은 모두 공산주의를 위해 쓰여질 거라 고 말하면서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선거 바로 전에 포스터에 그 이야기가 나오자 그들은 나를 도망치게 해주었지요.”


“어째서 당신의 무죄를 주장하지 않았소?”


“그럴 수 없었지요. 그 지도자는 당에서 서열이 아주 높았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하지 그러나?”


“안 됩니다. 지금은 그 당시보다 더 사태가 나쁘니까요. 당이 부정과 관련을 갖게 되면 안 됩니다.”


“아직도 당을 존중한다는 뜻인가?”


“아닙니다. 하지만 두렵습니다. 내가 뭔가 얘기한다면, 당은 나를 숙청할 겁니다.” “지도자의 이름은?”


그 이름은 신문에 너무나 여러 번 올랐던 이름이어서, 돈 까밀로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누구든지 제가 신부님께 드린 말씀을 알면 안 됩니다. 다만 저의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제가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만 아셨으면 합니다. 그 정도는 신부님이 우리 부모님께 말씀해 주시겠지요.


그래서 저는 부모님이 내가 말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셨으면 합니다만, 그것은 내 말의 내용이 아니고 내 목소리를 들으셨으면 하는 것뿐입니다. 그래야만 나도 내가 아직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 광야에서 울부짖는 죽은 자가 아니니까요.” 


그는 주머니에서 봉함한 편지를 꺼내 돈 까밀로의 주머니 속에 슬쩍 넣었다.


“여기에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저의 서명도 있구요. 이 봉투는 뜯지 말아 주세요. 그러나 우리 식구들에게 그 편지가 그들의 것이라는 것과 내가 집에 가고 싶어한다는 얘기는 해주셔도 됩니다.”


꼬맛시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음성도 떨렸다. 


“Ego te absolve…” 돈 까밀로가 말했다.


꼬맛시는 마음의 평정을 되찾은 듯했다. 그는 신문을 접어서 돈 까밀로에게 건네 주었다.


“기념품으로 두십시오.” 그가 말했다.


“신부님은 이보다 더 낯선 땅에서 고백을 들어본 적이 없으시겠지요. 편지에 관해서 신부님께 말씀 드린 건 잊어 주십시오.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한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이지…돌아오지 못할 지점을 저는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단정하진 말게, 동무.”


돈 까밀로가 말했다.


“하느님은 지금도 프라하의 하늘 아래 전초 기지를 두고 계시다네. 자네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조직이 잘 되어 있지. 자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아들의 방송을 들으시도록 해보겠네. 내용 때문이 아니라, 아들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 말이오.”


꼬맛시는 일어섰다. “하느님!”


그가 말했다.


“이런 장소에서, 누군가가 내게 하느님에 대해서 얘기해 주리라고 어느 누가 상상인들 했겠습니까?”


“하느님은 어느 곳에나 전초 기지를 가지고 계시다오, 동무.”


돈 까밀로가 말했다.


“여기 모스크바에도 말이오. 하느님의 조직은 아주 오래 된 것이지만 지금도 활동하고 계시다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knyoon
윤경남
72297
9209
2019-01-10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39)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유니스 윤경남 옮김

 

 

 

 

 

(지난 호에 이어)


“진리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건만 모든 사람이 그 빛을 다 볼 수 있는 횃불을 밝히기 위해 레닌이 필요했습니다. 그 때문에 모스크 바에 오는 모든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그의 묘지를 보고 싶어하는 겁니다.”


“레닌 말고 다른 사람은 또 없고?”


돈 까밀로가 물었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요” 빼뽀네가 말했다.


“어찌 되었든, 사람들은 레닌을 보러 오는 겁니다. 동무도 볼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난 안 보겠소.”


돈 까밀로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우리는 모두 그곳에 잠깐 들를 텐데요.” 빼뽀네가 말했다.


“오리고프 동무와 여러 가지 계획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거든요.” 


“난 레닌에게 갚아야 할 감사의 빚은 없소.”


돈 까밀로가 말했다.


“나는 유행의 변덕스러움을 따라가진 않겠소. 내게는 지금도 그리스도만이 유일하고 참된 빛이오.”


“하지만 동무는 세포 조직의 지도자로서의 의무가 있습니다.”


“신부로서의 의무가 먼저요.”


돈 까밀로가 대답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엽서 한 장을 꺼내어 옆에 있는 탁자 위에 올려놓고 쓰기 시작했다.


“동무가 이젠 더 이상 속임수를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빼뽀네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주소가 ‘교구광장’으로 되어 있는 친구를 갖고 있다는 건 합법적인 일이 못 된다 그 말인가?”


“주교 외에는 아무도 그 주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 뺀다면 말이지요!”


돈 까밀로는 자세히 알아보도록 엽서를 빼뽀네의 코 앞에 내밀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주소를 아무개씨에게, 하고 보통으로 부칠 수 있는 거요. 그 수신인이 우연히도 주교님의 이름일 수도 있지만 말이오.”


빼뽀네는 엽서를 들여다 보고는 그에게 다시 돌려 주었다. 


“나는 동무의 개인적인 일에까지 감 놔라 대추 놔라 하진 않겠소”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만일 자네라면 서명을 덧붙이겠는데.”


“미쳤어요?”


“만일에 그리스도가 다시 유행하는 시대가 온다면?”


돈 까밀로가 넌지시 물었다. 빼뽀네는 그 엽서를 받아 들고 그의 이름을 아래칸에 갈겨썼다.


“나를 나쁘게 생각진 마십시오.”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다만 당신의 주교님이 우연히도 아주 사랑스러운 분이었기 때문이오.”


돈 까밀로는 일어나서 그 엽서를 홀 기둥에 붙어있는 우체통속에 밀어 넣었다. 그가 돌아오자 일행이 모두 모여 들었다.


“여러분의 소원대로 우리는 레닌의 묘지를 방문하겠습니다.” 페트로프나 동무가 말했다.


돈 까밀로는 다른 사람과 함께 따라가다가 문지방에 걸려 발목을 삐었다. 만일 빼뽀네가 옆에서 팔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마룻바닥에 뒹굴었을 것이다.


“호텔 의사를 불러 오겠습니다.” 페트로프나가 말했다.


“많이 다치진 않으셨으리라 믿지만, 여기서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돈 까밀로가 아주 실망한 듯이 보였으므로 오리고프 동무는 그를 위로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무는 다음에 가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격려하듯이 말했다.


돈 까밀로는 절룩거리면서 그가 앉았던 의자로 되돌아 갔다. 그는 그의 발목을 주물렀다. 발목은 물론 곧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레닌의 어록>을 꺼냈다.


반 시간쯤 지나서였다. 돈 까밀로는 깊은 사색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타롯치 동무임을 깜박 잊고 있었다. 바로 그때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부님!”


돈 까밀로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다가 자신의 우둔함을 책하면서 자기 발로 자기 다리를 걷어찼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감추기엔 이미 때가 늦었다. 빼뽀네가 앉아있던 옆자리 의자에 45세 가량 되는 검은 머리의 삐쩍 마른 남자가 앉아 있었다. 돈 까밀로는 단번에 그를 알아보고 자기도 모르게 그의 이름까지 불렀다. “꼬맛시!”


새로 온 그 사람은 ‘프라우다’지를 들고, 그 신문 첫 페이지의 기사를 번역해줄 듯이 돈 까밀로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저는 신부님을 보는 순간 알아 보았지요.” 그가 말했다.


“신부님이 사제복을 입고 계시진 않았어도 말입니다.” 


“난 모스크바를 보고 싶었다네.”


돈 까밀로가 말했다.


“그러려면 거기에 어울리는 옷을 걸쳐야 했다네.” 


“그럼, 아직도 신부란 말씀인가요?”


그 사람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신부 말고 내가 뭐가 될 수 있겠소?”


돈 까밀로가 말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충성심을 바꾸었는데요?”


“내 충성심은 돌려볼 길이 없는 그런거요. 그런데 이봐요, 여기서 뭘 하고 있지요?”


“저는 프라하에서 동지들과 함께 왔습니다. 전 프라하에 살고 있지요. 우린 내일 돌아갑니다.”


“그럼 자네는 나를 바티칸의 스파이라고 보고하겠군 그래.”


“신부님, 저를 그런 사람으로 보시다니요!”


꼬맛시 집안은 카스텔렛도 출신으로 교회에 잘 다니는 가정이었다. 다만 어린 아도스만이 떨어져 나갔었다. 그의 지난 이야기는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다른 사람과 대동소이했다.


1943년 9월8일에 보도글리오가 연합국과의 휴전 조약에 서명했을 때, 그는 군복을 벗어 던지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잠깐 집권했던 뭇솔리니의 파시스트 공화국 군대의 소집령을 받고는 산 속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는 1945년 4월까지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빨치산들이 마지막 순간에 징집될 뻔했던 사람들을 데리고 산에서 내려왔을 때, 그들은 빨치산 투쟁의 베테랑처럼 보이려고 수염까지 길게 기르는 조심성을 보여주었다.


젊은 꼬맛시도 목에 붉은 손수건을 두르고 사령관 지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지방 자치활동을 책임지고, 주로 지주들에게서 강제로 기부금을 거둬들이되 각기 자기 땅에 비례해서 바치게 했다. 주먹 싸움이 여러 번 벌어졌고, 대부분의 지주들은 목숨만 부지하고 도망친다면 큰 다행이었다.


75세 된 마쏘니 백작은 70세 된 부인과 하녀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평야 한가운데에 있는 외딴 장원 저택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 그 집의 소작농이 우유를 배달하러 왔으나 초인종을 울려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집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 집의 개 한 마리가 한 구석에 서 있었는데 내쫓아도 꿈쩍 않고 서 있었다. 농부는 동네 사람들을 몇 명 불러왔다.

그들은 그 개가 집안에 있는 오래된 우물가를 지키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우물 밑바닥엔 백작과 그의 부인과 하녀의 시체가 있었다. 틀림없이 그 전날 밤에 도둑이 들어와 응접실 벽에 걸린 초상화 뒤에 있는 비밀 금고문을 열고 세 사람을 죽인 것이다.


몇 명의 동네 사람들은 젊은 꼬맛시가 그날 밤 젊은 불량배 한 떼거리와 그들의 지도자로 보이는 낯선 사람과 함께 차를 타고 마을을 떠나는 것을 보았다. 또 다른 목격자들은 그 차가 못소니 도로 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세 명의 젊은 불량배들은 꼬맛시와 그 낯선 지도자가 집 안에 들어가 있는 동안 밖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 이십 분쯤 지난 다음 그들은 모두 차를 타고 사라졌던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knyoon
윤경남
72171
9209
2018-12-23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38)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유니스 윤경남 옮김

 

 

<삽화: 조반니노 과레스키>

 


 
(지난 호에 이어)


지옥의 문턱에서


오늘은 빼뽀네에겐 아주 기쁜날! 우주 세포단 일행은 트랙터 공장과 콜호즈를 방문한 다음에, 개간된 옥토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평원을 20시간이나 계속해서 기차 여행을 했다.


이러한 방문은 일행에게 소비에트 연방의 농업 자원과 공업의 능률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긴 했지만, 그것은 그렇게 큰 감명을 주지는 못했다. 실제로 계속해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서방 세계를 더 좋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의혹과 그릇된 생각들은 싹 없어질 거라고 빼뽀네는 생각했다. 서방 세계의 견해는 결국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으므로. 그들이 드넓은 모스크바 거리를 타고 다니던 호화판 초현대식 버스는 우크라이나에서 진흙탕 길을 흔들거리며 달리던 수송 차량과는 아주 달랐다.


그리고 아무리 둘러보아도 볏짚이엉을 엮어서 얹은 헛간도 없었으며 오직 하늘 높이 치솟은 마천루들뿐이었다. 서방세계의 견해를 대표하는 돈 까밀로 조차 잠깐 동안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그것 때문에 실망할 건 없소, 동무.” 빼뽀네는 돈 까밀로의 귀에 대고 소곤댔다.


“동무의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것조차도 선전이 창출해 낸 신기루랍니다. 여기 있는 동안, 만약에 운동을 하고 싶으면 크레믈린 궁 근처를 산보하시면 됩니다. 둘레가 겨우 3마일밖에 안되니까요.”


빼뽀네는 페트로프나 동무가 준 자료를 가지고 되풀이해서 설명했다. 그의 음성엔 마치 그가 자기의 두 손으로 모스크바를 건설하기나 한 것처럼 자부심이 들어 있었다. 


방문객들이 찬탄하는 말에 오리고프 동무는 기쁜 마음에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그는 냉담하고 무관심한 관료주의자만은 아니었다. 한 달에 1천 루불을 받는 대가로 적어도 1천 루불 값어치의 일을 열심히 했다. 


그는 자신이 보잘것없지만 공산주의 국가의 거대한 조직 속에서 중요한 일부분을 맡고 있다는 확신 때문에 항상 행복하게 생각했다.


“1루불을 만드는 데는 l백 코펙이 필요하고, 1백만 루불을 만드는 데는 1천 루불의 천 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나의 l코펙이 없다면 1백만 루불은 완전한 게 못 된다.”


이것이 그가 사회를 보는 태도였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보기보다 어수룩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단 한 개의 코펙을 투자한다는 것은 그에게 자신이 곧 백만장자라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이 입을 벌리며 찬탄하는 것에 그는 자랑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그는 그의 방문객들이 모스크바에서 놀랄만한 것은 다 섭렵했다고 생각하자, 모스크바 관광의 예비 단계가 끝났음을 알리도록 페트로프나에게 지시했다.


“오리고프 동무 말씀이, 여러분들은 이제 다리를 뻗고 앉아서 쉬어도 된다고 하십니다.”


페트로프나가 큰 소리로 알렸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걸어서 호텔에 가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이삼백 마일 밖엔 안 되니까요.”


그들은 위풍 있는 광장 한가운데에서 버스를 내렸다. 오리고프는 마치 별것 아닌 어떤 일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일행을 이끌고 승강기가 있는 작은 건물로 들어갔다. 그 다음에 그들은 땅속 깊이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지하도로 내려갈 때 페트로프나 동무가 말했다. “이것이 지하철입니다!”


유명한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바빌론 식의 웅장함이 있었다. 가는 곳마다 구리와 대리석으로 된 조각품과 양각과 그림들과 반짝이는 유리창 등으로 장식이 되어 있었고, 바닥은 모두 밍크를 깔아놓은 듯했다.


 빼뽀네와 그의 일행은 압도되었고 오리고프 동무는 만족감으로 끓어 올랐다. 스카못지아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나직한 음성으로 페트로프나를 불렀다.


“이것은 동무 다음으로 가장 멋지고 화려한 소비에트 연방의 모습이군요!” 


페트로프나는 너무 놀라서 어쩔줄을 모르다가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동무, 소비에트의 예술과 공생이 이뤄놓은 이와 같은 업적은 농담할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동무, 난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스카못지아가 고집했다.


그가 너무나 진지하게 말했기 때문에 한 순간 페트로프나는 당원으로서의 위엄을 잊고, 스카못지아에게 자본주의적인 미소를 보냈다. 그럴 동안 빼뽀네는 돈 까밀로를 툭 쳤다.


그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런 것 상상해 봤어요? 우리 두 사람이 다 관련되어 있는데 그 신부님은 뭐라고 말씀할까 하고 말입니다.” 지하철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난 그분이 뭐라고 말씀하실는지 알고 있지.” 


돈 까밀로가 대답했다.


“그분은 이렇게 말했을 거요, 황금 접시에 담겨 나온 양파보다는 흙으로 빚은 접시에 담겨 나온 스테이크를 먹겠다고.”


“아주 수준 낮은 물질주의자시군요!”


빼뽀네가 말했다. 그러나 그의 상상의 날개는 스테이크 쪽으로 가고 있었다. 지금은 그 유명한 해빙의 시대였다. 그래서 소비에트 정부는 방문객들을 최고급 호텔에 투숙시키고 있었다. 호텔 안에는 방이 천 개가 넘었고, 연회장은 아주 정교하게 꾸며놓았고, 모퉁이마다 승강기가 있어서 지하철만큼이나 웅장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점심 식사가 끝난 다음, 돈 까밀로는 로비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아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을 구경했다. 그들은 제각기 다른 피부색에 다른 종족들이었다. 검은색, 갈색, 노란색, 백색 등 가지각색 인종이 세계 각처에서 몰려와 각기 다른 언어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마침 그때, 경계하는 눈빛으로 빼뽀네가 그의 옆에 와서 앉았다.


“이런, 꼭 바벨탑같군.”


돈 까밀로가 말했다.


“정말 그렇게 보이는군요.” 


빼뽀네가 동의했다.


“하지만 비록 저들이 각기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지만 서로서로 이해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생각들을 하고 있다구요. 그게 바로 공산주의의 힘이지요.”


“동무는 오늘 아침에 레닌 묘역을 방문하려고 늘어서 있는 사람들을 보았나요? 레닌은 암흑 속에 빛을 던져준 사람이기 때문에 그에게 경의를 표시하느라 사방에서 몰려오는 겁니다.”


돈 까밀로는 심각하게 빼뽀네를 쳐다보았다.


“동무, 동무가 읍장이 되었을 때는 이런 사실을 몰랐었나?” 


“아니요. 알고 있었죠. 지금과 마찬가지로 전에도 알고 있었지요. 다만 깨닫지 못했을 뿐입니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내 생각을 깨끗이 정리했지요. 예수 그리스도가 유행이던 시절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 때에는 사람들을 한데 많이 묶어두는 일은 미신에 속했으나, 지금은 이성에 속합니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knyoon
윤경남
72085
9209
2018-12-18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37)

 

 

 

(지난 호에 이어)


스카못지아는 천천히 그의 입에서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어젯밤, 무의식 중에 저는 누군가의 얼굴을 때렸답니다.” 


“그래, 나도 알아요.” 돈 까밀로가 참을성 없이 말했다.


“아유, 제 말은 카피체 동무가 아닙니다. 여자를 때렸단 말입니다.”


돈 까밀로는 뒤로 넘어질 듯이 놀랐다.


“동무가 페트로프나 동무를 쳤다, 그 말인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었지요?”


스카못지아 동무는 더 설명할 말조차 없다는 듯이 양 팔만 쑥 내밀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똑똑한 여성입니다.” 


돈 까밀로가 말했다.


“모두가 보드카 때문에 일어난 일이란 걸 그 여성은 이해할 거요.”


 저는 전혀 술을 입에 대지 않았어요. 그 여성도 그걸 알고 있고요.” 스카못지아가 말했다. 


“그것이 문제란 말입니다.”


그는 담배를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비벼댔다. 돈 까밀로는 그가 그토록 의기소침해 있는 것을 처음 보았다.


“동무, 너무 감상적일 필요는 없소.”


돈 까밀로는 말했다.


“그 여성은 귀여운 여자에요.” 


“정말입니다.”


스카못지아가 말했다.


“그 여성은 그녀의 몸무게 만한 금덩어리의 값어치가 있는 여자입니다. 그래서 난 그녀를 오다가다 만난 그런 여자로 대할 수가 없답니다. 나는 그 여성을 꾀어낼 권리가 없거든요.”


돈 까밀로의 고향마을인 바싸는 로마에서 수백 마일이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는 스카못지아 같이 약삭빠른 도시 사람의 마음 속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 여성을 꾀어내다니, 그게 무슨 뜻인가요?” 그가 물었다.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상심한 로마인이 소리를 질렀다.


“이 스카못지아가 한 소녀를 때릴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제가 재미로 여자를 꼬이는 그런 사람 정도의 남자로 보이십니까?”


“알겠소. 당신이 두려워하는 건 당신이 그 소녀에게 매우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 소녀가 알게 될까 봐서지요.”


“그렇습니다.”


“당신은 그 여성과 결혼하기를 원치 않아요. 그 사실을 여자에게 말하기가 두려운 겁니다.”


“바로 그거에요.”


“그렇다면 아주 간단하군요, 그 일들일랑 모두 흘려버리시오, 동무가 고향에 돌아가서 사흘만 지나보시오. 그 여성은 자기가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테니까.”


“하지만 내가 잊을 수 없는걸요. 그것이 문제지요.”


돈 까밀로는 사태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나는 뭐라 충고할 말이 없군요.”


“아닙니다. 할 수 있어요. 동무는 올바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나는 동무를 믿고 있어요. 우리는 어젯밤에 일이 다 끝난 다음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설명해줘야만 했으니까요.”


“그래야지요.”


“몇 달 안 지나서 그 여성은 관광단을 안내하는 통역관으로 로마에 온답니다. 그 때에…”


그는 잠시 머뭇거린 다음 덧붙여 말했다. “동무, 당신을 믿을 수 있겠지요?”


“당신의 고해 신부에게 고백하는 것처럼 말하십시오.”


“난 고해실 같은 데서 꼼짝없이 걸려들 위인은 못 됩니다!”


“맞는 말이오.”


돈 까밀로가 대답했다.


“고백을 폭로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 사제들이 있습니다. 내가 신부라면 그런 신부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 놓고 말하시오.”


“페트로프나가 로마에 오게 되면 그녀는 저와 함께 있으려고 그곳에 남는 게 더 낫겠지요? 그렇게 하도록 여자에게 용기를 주는 게 옳은 일일까요?”


“안 됩니다.”


돈 까밀로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명예롭지 못한 일입니다. 스카못지아 동무가 그렇게 행동해선 안됩니다. 그보다 훨씬 명예롭고도 자연스러운 해결책이 있지요.”


“그게 뭔데요?”


“그 여성은 자기 일을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아마 당의 총애를 받고 있을 거요. 우리가 모스크바에 가면, 그 여성은 틀림없이 당신이 여기에 머물도록 허가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강한 신념과 기술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일단 동무가 이곳에 머물게 되면 나머지 일은 쉽게 풀립니다. 동무의 마음도 양심도 다 만족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는 것만이, 순수하고 사랑에 멍든 소녀가 이국 땅에서 일을 저지르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스카못지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동무, 나는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는데 동무가 내 마음을 제자리에 잡아 주었소. 동무 말씀대로, 모든 게 아주 간단하군요. 동무에게 내 마음 속을 털어놓고 나니 정말 개운합니다.”


그리고는 돈 까밀로의 손을 잡아 힘차게 흔든 다음 방을 나갔다.


“예수님,”


돈 까밀로가 말했다.


“목자 동무가 할 일은, 길 잃은 양을 당으로 다시 데려다 주는 일입니다.”


“그렇지가 않구나.”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그것은 마귀 동무가 해야 할 일이니라!”


그러나 이것은 아마도 주님의 음성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넓은 초원 위로 불며 지나가는 바람 소리였으리라. 돈 까밀로는 빼뽀네가 어느 새 옆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 문제는 미결 상태로 덮어 두어야만 했다.


“왜 우리한테 와서 함께 얘기하지도 않고 여기 앉아 창 밖만 내다보고 계슈?” 빼뽀네가 말했다. 


“동무” 돈 까밀로가 엄숙하게 말했다.


“세포 조직의 지도자가 당의 임무를 완수하려면 할 일이 많은 법이오.”


빼뽀네는 의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다가 어깨를 풀썩 하고 말았다. 그의 적이 아무리 극악무도한 자라고 하더라도, 그의 이념의 모국인 러시아를 여행하는 이 기차간에서야 무슨 해로운 짓을 더 해볼 수 있겠는가?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knyoon
윤경남
71992
9209
2018-12-12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36)

 

 

 

(지난 호에 이어)


“그 이야기는 적어도 그 이상 퍼진 것 같진 않소.” 돈 까밀로가 위로하듯이 말했다.


“예, 하지만 나도 그 거래와 약간 상관이 있답니다.” 


“동무가 재미 본 대가를 치른 것뿐이오.”


“그렇지만 내게 나일론 양말을 주고 밍크 목도리를 가져오라고 한 그 사람에게는 어떻게 말하지요?”


바치까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동무, 우리 좀 솔직해집시다. 어젯밤에 상원의원이 동무들에게 술책을 부리는 걸 알았지요. 그리고 동무가 으스대는 마누라가 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아내는 열 배나 더 나쁘답니다. 날 이렇게 곤경에 빠뜨린 건 그 여성이랍니다. 그리고 내가 만일 그 물건을 가져가지 않는다면, 토글리아치 동무가 와도 나를 구해내진 못할 겁니다. 당 조직 앞에서 아내를 힐문할 수도 없지요. 왜냐하면 그 여성 동무도 냄새 나는 파시스트이니까요. 그 여성의 딸들은 제 어미 편을 들겁니다. 그 딸년들은 에미보다 더 악질이거든요.”


“딸들도 역시 냄새 나는 파시스트인가요?” 돈 까밀로가 물었다.


“그보다 더 나쁘지요. 그 애들은 기독교 민주당원들입니다. 저는 그들을 폭풍의 군대라고 부르지요!”


“알겠습니다.”


돈 까밀로가 말했다.


“어떻게 해야 동무를 도울 수가 있겠소?”


“동무, 나는 부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주머니 속에 미국 돈이 좀 있지요. 미국 역시 냄새는 나지만, 미국 돈은 언제나 편리하지요. 이제 아시겠습니까?”


“잘 모르겠는걸요.”


“동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미국 돈을 없앨 작정입니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겠지요?”


“동무의 미국 돈을 쓰는 것 말이오? 그건 잘못될 게 없소. 소비에트 연방은 달러 교환이 필요하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바치까는 안심한다는 듯이 말했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 미국 돈이 얼마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돈 까밀로는 정보에 밝았다.


“공식적인 환율은 1불에 4루불이오. 그러나 여행자들은 10루불을 받을 수 있지요. 반동적인 신문에선 암시장도 있다고 주장하니까, 동무는 20루불까지도 받을 수 있을거요. 물론 그건 늘 하는 반공주의자의 선전이겠지요.”


“물론 그렇겠지요.” 바치까가 말했다.


“그래서 일단 우리가 모스크바에 도착하기만 하면, 나는 내 돈으로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을 거에요. 그렇지요?”


“아주 합법적이지요, 동무.”


바치까는 만족해 하며 방을 나갔다. 그러나 돈 까밀로는 카피체가 이미 문 앞에 와있었기 때문에 방금 일어난 일을 공책에 적을 틈이 없었다. 차가운 압박 붕대는 효과가 있었는지 그의 왼쪽 눈은 이제 연푸른 색의 테를 두르고 있었다.


“동무, ”


그는 돈 까밀로의 맞은 편에 앉으며 말했다.


“난 동무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동무는 보드카를 마치 브랜디 마시듯이 꿀쩍꿀쩍 마시더군요. 그건 어디까지나 보드카란 말입니다. 보드카가 동무에게 뭘 해줄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달갑지 않은 일이 생긴 다음엔, 글쎄요, 회복하긴 힘들 겁니다.”


돈 까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방은 말을 계속했다. “상원의원께선 내게 나중에 화해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멍든 눈은 고사하고 목 뒤엔 밤톨만한 혹까지 났습니다. 이제 그 이상 무얼 가지고 화해하겠다는 겁니까? 제 아내는 우리 마을 지구당 세포 조직 중에서도 매우 활동적인 여성입니다. 그러니 만일 이 바보 같은 일이 모두 알려져 얘깃거리가 된다면, 아내도 틀림없이 주워듣게 되겠지요. 아내는 다혈질에다 질투심이 많습니다. 이제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왜냐하면 동무도 나와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씨름해야 할 것 같으니까요.”


“염려말아요, 동무.” 돈 까밀로가 말했다.


“내가 직접 상원의원과 검토해 보겠소.”


카피체는 분명히 안심이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벌떡 일어섰다. “살바토레 카피체, 이게 제 이름입니다.”


그가 소리치며 말했다.


“나폴리에 오시거든 살바토레 카피체를 꼭 찾아주세요. 그 고장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답니다!”


지금까지 너무나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기 때문에 돈 까밀로는 그것을 모두 적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운명은 그렇게만 되진 않았다. 그가 공책을 끄집어내기도 전에, 페랏토가 불쑥 나타났다. 이태리 북서부 튜린지구 출신으로 그는 변죽부터 울리며 말을 시작했다.


“동무, 어제는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술만 있으면 늘 그런 식이지요. 하지만 지금 보드카의 술기운이 다 사라지고 이젠 정신이 들었어요. 상원의원은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아마추어가 아닌 사진 전문가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여기에 어젯밤 제가 찍은 사진들이 몽땅 들어있는 필름이 있습니다. 그 필름을 마음대로 쓰십시오.”


돈 까밀로는 그 필름을 받았다.


“동무, 정말 고맙소. 당신은 참 훌륭한 분이군요.”


 “그건 직업 윤리의 문제입니다.”


페랏토가 일어날 자세를 취하면서 말했다.


“또한 남성 단합의 문제이기도 하지요. 제 처는 날이 갈수록 질투가 심해져 가고 있거든요. 그 필름은 광선에 노출되었다고 상원의원께 말해 두겠습니다.”


페랏토가 나가버린 다음, 돈 까밀로는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예수님, 그렇다 치더라도 저는 질투심 많은 아내나마 갖지 못한걸 부끄럽게 생각한답니다.”


그런 다음 그는 공책을 꺼내어 적기 시작했다. ‘뭇 아내들은 인민의 아편이다.’ 돈 까밀로는 몇 마디 더 적으려고 했는데 스카못지아 동무가 문 앞에 나타났다. 그는 돈 까밀로의 맞은편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담배에 불을 붙여 한쪽 입가에 꼬나 물었다.


그는 보통 때와 다르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마음 속에 뭔가 오락가락하는 게 있는 것이 분명했다. 돈 까밀로는 잠시 동안 의심쩍은 눈으로 그를 바라 보았으나 그가 아무런 말을 할 기색이 없자, 그는 공책을 꺼내어 마저 쓰기로 마음먹었다.


“동무,”


스카못지아가 방해를 놓았다. 그래서 돈 까밀로는 공책을 급히 치워버렸다.


“뭐 잘못된 일이라도?”


그는 순수한 마음으로 물었다.


“동무, 간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시지요?” 스카못지아가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돈 까밀로가 그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카피체가 방금 다녀갔는데, 모든 일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소.” 


“카피체요? 카피체가 그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스카못지아는 매우 놀란 듯이 물었다.


“그 사람은 눈에 멍이 들었소, 안 그래요?”


돈 까밀로가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아, 그랬군요.”


스카못지아는 괴로운 듯이 말했다.


“저는 그 일 때문에 찾아온 게 아닙니다.” 


“그럼 내가 아주 소식 깜깜 이었군.” 돈 까밀로는 말했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더보기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