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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남의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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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가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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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윤경남
70901
9209
2018-09-20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25)

 

 

 

(지난 호에 이어)


“열아홉 살이었으니까요.” 보도니가 말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너그럽게 생각하고 잊어버린 일들을 다시 끄집어 내서 무얼 하시겠습니까?” 


그는 다시금 차가운 음성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빼뽀네는 주정꾼이며 질서 파괴범으로 옥에 갇혔을 때 그 수염을 길렀다네. 물론 그의 진짜 죄목은 반파시스트를 선동한 것이었소. 결국 그것이 그에겐 잘된 일이 되었소. 전쟁이 끝난 다음 그는 정치범의 명분과 순교자의 지위를 얻었으니까 말일세. 그렇게 해서 이 사람은 우리 마을의 첫 번째 읍장이 되었고, 상원의원까지 된 것이라네.”


“그런데 제 기억으로는 그 당시에 아저씨는 턱수염이 없었지요.”


 “없었지.”


“그게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네!” 


돈 까밀로가 말했다.


보도니는 돈 까밀로를 바라보았다.


“낯선 얼굴이 아닌데요. 같은 고향 출신이신가요?”


“아닐세, 아니야”


빼뽀네가 성급하게 끼어들었다.


“이 분은 같은 고향에 살긴 하네만, 다른 지방 출신일세. 자네는 이 사람을 알 수가 없다네. 그런데 자낸 어떻게 해서 예까지 오게 되었나?”


보도니는 어깨를 풀썩 해 보였다.


 “여러분께서 콜호즈에 관해 좀 더 설명해 주기를 원하신다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만.”


그러나 돈 까밀로는 그것으로 이야기를 끝낼 수는 없었다.


“여보게, 이 사람이 공산당 상원의원이라는 사실 때문에 방해가 되진 않도록 합시다. 우린 정치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젊은이는 인간 대 인간으로 우리와 이야기할 수 있어요.” 


보도니는 빼뽀네와 돈 까밀로의 눈을 번갈아 가며 쳐다 보았다. “저는 숨길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가 주장하듯이 말했다.


“이 그레비네크 마을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다 제 이야기를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그 일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한 나도 그 일을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군요.”


돈 까밀로가 이태리 담뱃갑을 내놓았다.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빗방울이 창가를 때리며 지나갔다. “17년 동안 저는 그런 담배가 그리웠습니다.”


보도니가 담배에 불을 붙여 물며 말했다. “신문지에 말아 피우는 마코르카는 도저히 못 피우겠어요. 속이 뒤틀려서요.”


그는 몇 모금을 맛있게 들이마시고 나서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다. “얘기는 아주 간단합니다.” 그가 말했다.


“저는 러시아 전방에서 트럭 수리 센터에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러시아 사람들이 들어오더니 우릴 모두 데려간 거에요. 그때가 1942년 말이었어요. 바람과 눈보라가 매섭게 불던 날입니다. 그들은 마치 양떼를 몰듯이 몰고 갔지요.


이따금 우리 일행 중의 한 사람 이 땅바닥에 쓰러지곤 했는데, 그럴 때면 그들은 총으로 그 사람 머리를 쏘아 진눈깨비 속에 내버려두고 떠났지요. 저도 별 수 없이 넘어졌습니다. 그런데 전 러시아 말을 알고 있었지요. 한 러시아 병사가 발로 걷어차며 일어서! 하고 말했을 때 저는 러시아말로 대답할 수가 있었습니다.


‘동무, 난 계속해서 갈 수가 없어요. 조용히 죽게 해줘요.’하고 말했지요. 내가 그 대열에 끼어있는 마지막 포로 중의 하나였어요. 나머지는 내 뒤로 백 피트나 떨어져 있었고, 눈발에 가려서 보이질 않았어요. 그는 내 머리 위로 총을 겨누고 중얼거렸습니다. ‘빨리 죽어 버려, 나를 귀찮게 굴지 말고!’ ”


바로 그 때 어떤 사람이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삼베 자루를 뒤집어 쓰고 부엌으로 들어왔다. 삼베 자루를 벗어 젖히자 30세 가량의 아름다운 여성이 나타났다.


“제 아내입니다.” 스테반이 말했다.


그 여성은 미소를 짓고 알아들을 수 없는 몇 마디 말을 중얼거리더니 나선형 계단 위로 올라가 버렸다.


“하느님은 내가 살기를 원하셨던 모양입니다.” 보도니는 말을 계속했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따뜻한 이사바에 누워 있는 걸 알았어요. 내가 쓰러진 장소는 여기서 반 마일 떨어진 곳입니다. 숲과 마을 사이에 있지요. 불쏘시개를 주우러 나갔던 17세 소녀가 눈더미 속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를 들었던 것입니다. 그 소녀는 자신의 힘센 팔로 내 코트 깃을 움켜쥐고는 한 손엔 불 지필 나뭇가지를 안은 채 감자자루를 끌듯이 나를 끌고 왔습니다.”


“러시아의 농부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지요.” 빼뽀네가 말했다.


“모이넷도 출신의 바고라는 사람도 이런 식으로 구조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그 농부들 덕택에 생명을 건졌지요, 그런데 이 소녀는 러시아인이 아니었어요. 폴란드 출신으로 가족들이 농업 인구 부족 때문에 이주해 온 사람들이지요. 그 가족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많지도 않은 양식을 나와 함께 나눠 먹으면서 이틀 동안 나를 숨겨 주었습니다.


저는 이런 일이 영원히 계속될 순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소녀와 나는 엉터리 러시아 말로 겨우 서로의 의사를 소통해 왔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길을 잃은 한 이태리 병사가 바로 몇 시간 전에 그 식구들과 마주쳤음을 가서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소녀는 억지로 동의했습니다. 잠시 후에 소녀는 권총으로 무장한 사람과 총을 든 두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나는 손을 들었지요. 그들은 내게 따라오라고 손짓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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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윤경남
70508
9209
2018-09-20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24)

 

 

 

(지난 호에 이어)
그는 빼뽀네와 돈 까밀로가 차례로 시가를 권했으나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나 그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기 때문에 마침내 그는 호주머니에서 신문지 조각과 마코르카를 꺼내어 교묘하게 잎담배를 말아 피웠다. 


그들은 밀 말리는 곳을 방문한 다음 비료와 살수기, 작은 농기구 등을 보관해 두는 창고를 방문했다. 모든 것이 일목요연했고 질서가 있었다. 창고 한 구석에 이상한 모양을 한 새 상표가 붙은 기계가 있어서 빼뽀네가 그것이 무슨 용도로 쓰이는 기계인가 물었다.


“목화씨를 빼는 기계입니다.” 보도니가 대답했다. “목화솜을요?”


돈 까밀로가 소리쳤다.


“이런 기온 속에서 목화 재배가 된단 말인가요?”


“아닙니다.” 보도니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러면 이 기계로 무얼 하는 건가요?”


“그 기계는 이리로 잘못 온 것입니다. 우린 밀 탈곡기를 주문했었거든요?”


빼뽀네는 돈 까밀로를 무섭게 흘겨 보았다. 돈 까밀로는 이렇게 좋은 말꼬리를 잡았는데 그것을 그대로 놓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 기계를 탈곡하는 데 쓸 생각이군요?” 돈 까밀로가 물었다. 


“아니오.”


안내자가 냉담하게 잘라 말했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기계를 조립해 놓았지요.”


“그러면 저 기계를 씨 빼는 기계로 주문한 사람들은 어떻게 솜을 다루지요?”


“그건 우리가 알 바 아닙니다.”


“이런 혼란이 허용되어선 안되지요.”


돈 까밀로도 보도니처럼 무뚝뚝하게 말했다.


“동무의 나라는 면적이 15만 평방 마일이지만 우리나라는 1,100만 평방 마일입니다.” 안내자가 대답했다.


이 말에 빼뽀네는 자기도 모르게 돈 까밀로의 발을 밟으면서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소비에트 시민 보도니, 동무는 이 작업에 개인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지요?”


그가 물었다. 


“아니오, 난 다만 제한된 책임만 가지고 있습니다.” 


“난 좀 더 큰 기계를 보고 싶은데요.” 빼뽀네가 말했다.


제일 큰 기계를 두는 창고는 겉보기엔 별로 볼 게 없었다. 그 창고는 물결 모양을 한 녹슨 양철 지붕을 얹은 큰 목조 창고였다. 그러나 내부는 아주 인상적인 데가 있었다. 밟아서 다져진 맨 흙 바닥은 아주 깨끗하고 기계도 잘 닦아놓아 박람회 전시장에 내놓은 것처럼 정돈되어 있었다. 


소비에트 시민 보도니는 그 기계들의 구매 날짜와 기름, 가솔린 등의 소비량과 마력까지도 다 알고 있었다. 건물 맨 끝에는 벽돌담으로 둘러싸인 작업장이 있었다. 도구가 빠진 것 없이 다 있는데다 너무나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빼뽀네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트랙터 한 대가 수리 중이었고 모터의 각 부분이 작업대 위에 진열되어 있었다. 빼뽀네는 더 자세히 들여다 보려고 부품 한 개를 집어 들었다.


“누가 이걸 수리하고 있지요?” 그가 물었다.


“제가 하고 있습니다.” 보도니가 무심하게 말했다.


“이 선반을 가지고 말이오?”


빼뽀네가 놀란 듯이 어딘가 선반 같은 것이 달린 도구를 손으로 가리켰다.


“아니오, 이 막대기로 하지요.” 안내자가 대답했다.


굵은 노끈으로 비틀어 맨 연접봉이 벽에 박힌 큰 고리에 걸려 있었다. 보도니는 막대기 같은 나사 돌리 개로 그 연접봉을 두드려 보았다. 종소리 같은 게 울렸다.


“균형이 맞질 않았군.” 그가 말했다.


“나는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지요. 숙련된 귀가 그것을 알아내니까요.”


빼뽀네는 모자를 벗고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것을 당신이 어떻게 안다구요?”


그가 소리쳤다.


“그런 기구를 사용한 사람은 내가 알기엔 이 세상에 딱 한 사람 밖에 없소. 그리고 우리의 모국인 러시아 한복판에 또 한 사람이 있구요 !”


“그게 누군데?”


돈 까밀로가 물었다.


“토리첼라에 있는 어떤 기능공이오.” 빼뽀네가 말했다.


“완벽한 마법사, 그는 경주용 자동차를 조종하는 전문가였소. 별로 이름이 알려지지도 않은 평범해 보이는 친구였지. 하지만 경주자들은 유럽 전 지역에서 그에게 자기의 경주용차를 보냈습니다. 전쟁이 나고 2 년쯤 되었을 때, 그의 기계 공장은 스티븐 강의 다리를 폭파하려고 겨냥했던 폭탄에 맞았지요. 그 사람과 부인과 두 아이가 현장에서 죽었어요.”


“다행히도 그의 아들 중에 한 명은 군대에 가 있었습니다.” 보도니가 말했다. 다음 말을 덧붙일 때 그의 음성은 달라졌다. “저는 제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는 분을 알게 되어 행복합니다.”

 

그들은 말없이 그 건물을 떠났다. 밖에 나와보니 하늘은 금방 폭풍우라도 몰아칠 것처럼 시커멓게 되어 있었다.


“저는 저편에 있는 저 집에 살고 있습니다.” 보도니가 말했다.


“비가 쏟아지기 전에 저쪽으로 가서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다리실 동안 질문이 더 있으시면 제가 대답해 드릴수 있습니다.”


그들이 그 집에 도착하자 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집은 간소하게 지었으나 아늑하고 따뜻했다. 부엌 천정에 매달린 대들보엔 검정 그을음이 덮여 있었다. 빼뽀네는 그들이 긴 식탁에 앉을 때까지도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자네 아버지의 공장에 마지막으로 들렀던 것이 1939년 이었네.” 그는 꿈속에서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내 중고차에 고장이 났었는데, 어디가 고장인지 알 수가 없었다네.”


“연접봉 이었지요.” 보도니가 말했다.


“그걸 고친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조수로 쓰셨지요. 그 후에 차가 잘 달리게 되었는지요?”


“그 차는 아직도 잘 달리고 있는데. 이마 위에 검은 머리칼이 흘러 내리던 그 어린 소년이.”


“열아홉 살이었으니까요.” 보도니가 말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너그럽게 생각하고 잊어버린 일들을 다시 끄집어 내서 무얼 하시겠습니까?” 


그는 다시금 차가운 음성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빼뽀네는 주정꾼이며 질서 파괴범으로 옥에 갇혔을 때 그 수염을 길렀다네.  물론 그의 진짜 죄목은 반파시스트를 선동한 것이었소. 결국 그것이 그에겐 잘된 일이 되었소. 전쟁이 끝난 다음 그는 정치범의 명분과 순교자의 지위를 얻었으니까 말일세. 그렇게 해서 이 사람은 우리 마을의 첫 번째 읍장이 되었고, 상원의원까지 된 것이라네.”


“그런데 제 기억으로는 그 당시에 아저씨는 턱수염이 없었지요.”


 “없었지.”


“그게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네!” 


돈 까밀로가 말했다.


보도니는 돈 까밀로를 바라보았다.


“낯선 얼굴이 아닌데요. 같은 고향 출신이신가요?”


“아닐세, 아니야”


빼뽀네가 성급하게 끼어들었다.


“이 분은 같은 고향에 살긴 하네만, 다른 지방 출신일세. 자네는 이 사람을 알 수가 없다네. 그런데 자낸 어떻게 해서 예까지 오게 되었나?”


보도니는 어깨를 풀썩 해 보였다.


 “여러분께서 콜호즈에 관해 좀 더 설명해 주기를 원하신다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만.”


그러나 돈 까밀로는 그것으로 이야기를 끝낼 수는 없었다.


“여보게, 이 사람이 공산당 상원의원이라는 사실 때문에 방해가 되진 않도록 합시다. 우린 정치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젊은이는 인간 대 인간으로 우리와 이야기할 수 있어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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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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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7
[故소창길 목사님 천국환송예배 추모사] 복 있는 주의 종, 신실하신.

 

복 있는 주의 종, 신실하신 소창길 목사님!

 


복 있는 주의 종, 악인을 따르지 않았고
죄인들의 길에도 서지 않았으며
오만한 자 옆에도 앉지 않았으며
오직 주의 말씀만 즐거워 하였네.

 

신실한 주의 종, 의인의 길을 따랐으며
여호와의 말씀만을 가까이 했네
오로지 주의 말씀 따라서 살기 원했으니
시냇가에 심기운 나무 같으리.

 

복 있는 주의 종, 주야로 말씀만 따라
주의 뜻을 받들어 살아갔도다
사시사철 열매가 가득한 나무처럼
할렐루야 찬양이 절로 나오네.

 

'주께서 신실한 주의 종을 원수의 목전에서
그에게 상을 베푸시고, 머리에 기름을 바르시고
주께서 생명의 길로 그에게 보이시리니
할렐루야! 우리 주 하나님, 신실한 주의 종 소창길 목사님의 잔이 
넘치나이다!!'

 

- 시편의 예언과 묵시록의 결론을 엮은 시-

 

2018년 9월 4일 
믿음의 벗, 유니스 윤경남/우사 민석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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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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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23)-예수님이 보낸 밀정

 

 

 

 

그 레비네크(Grevinec)에서는 이태리 방문객들이 도착할 시간에 대비해서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선전과 홍보를 맡은 책임자가 마을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지방 평의회의 행정본부로 그들을 안내했다. 그 자리에서 지방 당 지도자와 콜호즈 집단 농장의 최고 책임자가 환영사를 했으며 페트로프나가 통역을 했다.


빼뽀네가 준비한 답사를 조심스럽게 마치자 지방 도시의 관례대로 박수가 뒤따랐다. 이미 소개한 거물급 인사 외에 차석급의 교관들도 있었는데, 페트로프나 동무가 그들을 부서별로 각각 소개했다. 그들은 가축 사육부, 야채와 과일과 곡물 생산부, 기계 수리부 등에서 일하는 책임자들이었다. 


환영회 잔치가 마련된 방은 창고 같은 구조에 통나무 식탁과 의자가 몇 줄 이어져 있었고, 벽에는 레닌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그 초상화는 준비위원들이 금빛 틀에 표구하고 푸른 솔가지로 장식해 놓았지만, 이런 정도의 장식보다는 식탁 위에 늘어놓은 여러 가지 보드카 병들이 더 손님들의 주목을 끌었다.


한 잔의 보드카를 붉은 포도주인양 급하게 마셔 넘긴 그들은 몸과 마음에 큰 자극제가 되고 있었다. 빼뽀네도 그 자극제에 즉시 열을 내고 반응을 나타냈다. 이 콜호즈가 특히 돼지고기와 우유와 곡물 생산 분야에서 인정받는 챔피언이라는 설명이 있자, 그는 발언권을 요청했다.


오리고프 동무 앞에 빙 둘러선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는 즉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페트로프나가 구절마다 통역하는 시간 외엔 조금도 쉬지 않고 계속했다.


“나는 에밀리야 출신입니다. 그곳에는 50년 전에 가장 성공적인 인민 협동 조합이 처음 세워졌습니다. 이 지역은 농업이 고도로 기계화되어 있지요. 돼지고기, 낙농업, 곡물 생산량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최고랍니다. 우리 마을에서 동지들과 내가 함께 농민 노동자 협동조합을 세웠는데, 얼마 전에는 영광스럽게도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엄청난 선물을 받았답니다!”


빼뽀네는 서류 가방에서 사진을 한 다발 꺼내어 오리고프 동무에게 건네주었다. 그 사진들은, ‘니키따’라는 이름이 붙은 트렉터가 의기양양하게 마을 안에 들어서는 모습과, 협동조합 농장에서 그 차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곳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 사진을 돌려가며 들여다보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선 자본주의가 붕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빼뽀네는 말을 이었다. “아직 최후 단계에까지 이른 건 아닙니다만, 같은 지역 출신의 타롯치 동무가 증언한 것처럼 지금 진행 중에 있습니다. 틀림없이 지주나 성직자들의 특권은 말살될 것이며 새로운 자유 시대가 시작되리라 봅니다. 얼마 안 가서 콜호즈와 같은 집단농장을 모델로 한 농업 협동조합과 소브코스와 같은 집단 농장을 모텔로 한 정부 계획들이 과거의 수치스러운 유물인 노예 같은 노동 조건을 대신해 줄 것입니다. 저는 오리고프 동무와 당의 지도자들께 그레비네크의 운영 세칙들을 자세히 보여달라고 요청하고 싶습니다.”


오리고프 동무는, 이태리 동지의 요구가 중요한 대목임을 이해한다면서 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콜호즈의 지도자들과 협의를 하고, 페트로프나 동무가 그 내용과 취지를 빼뽀네에게 전했다.


“동무, 우리 사업의 기술과 조직 분야에 대한 동무의 관심에 우리는 모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내가 동무의 방문기간 내내 동무와 콜호즈 사이의 중개 역할만 하고 있다면, 동무의 동지들은 계획대로 여행 일정을 다 맞추긴 힘들 것입니다. 다행히도 여기 있는 기술자 가운데 이태리어로 완전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 있습니다.”


페트로프나는 러시아 사람 일행 중의 한 사람에게 손짓을 했다. 35세 내지 40세 가량 되어 보이는 얼굴이 검고 호리호리한 기술자 복장의 남자가 앞으로 한 발 나섰다.
“농기계 공급과 수리 관계를 맡고 계신 분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이름은 스테판 보도니, 이태리 사람.”


“소비에트 연방의 시민인 스테판 보도니입니다.”


깡마른 그 남자가 못마땅한 시선을 페트로프나에게 보내면서 빼뽀네에게 손을 내밀고 말을 가로 막았다.


“그렇습니다. 난 소비에트 시민이에요. 내 아이들도 그렇고요.”


페트로프나 동무는 당황하는 빛을 감추며 미소 지었다. “시민으로 정정하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나는 동무가 이태리 태생임을 분명하게 말해줘야 하거든요. 우리가 공식 여행을 할 동안 동무는 뽀따지 상원의원 동무의 개인 안내자가 되는 겁니다.”


그녀는 일행과 합류하려 갔고, 돈 까밀로도 그녀의 뒤를 따라가려 했으나 빼뽀네가 길을 가로 막았다.


“타롯치 동무, 동무는 나하고 함께 있어야 해요.”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보는 건 모두 기록해줘야 합니다.” 


“명령대로 하겠소, 동무.”


돈 까밀로가 비꼬아서 말했다.


“동무, 당신은 당원이오?” 


빼뽀네가 그의 안내인에게 물었다.


“아니오, 아직 그런 영광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는 어딘가 쌀쌀하기도 하고 초연한 듯 하기도 한 모호한 대답을 했다.


소비에트 시민 보도니는 빼뽀네가 묻는 질문에 매우 간결하고도 명확하게 대답했으며, 돈 까밀로는 그 대답들을 그의 공책에 모두 적었다. 그는 콜호즈 운영의 세부 사항을 낱낱이 잘 알고 있었고, 정확한 날짜와 숫자까지 열거했지만 자기 자신의 의견을 말하진 않았다. 


그는 빼뽀네와 돈 까밀로가 차례로 시가를 권했으나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나 그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기 때문에 마침내 그는 호주머니에서 신문지 조각과 마코르카를 꺼내어 교묘하게 잎담배를 말아 피웠다. 


그들은 밀 말리는 곳을 방문한 다음 비료와 살수기, 작은 농기구 등을 보관해 두는 창고를 방문했다. 모든 것이 일목요연했고 질서가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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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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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9
2018-08-30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22)

 

 

(지난 호에 이어)
“동무, 당헌 128조를 기억하시는지요?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교회는 국가와 분리되어 있으며, 학교는 교회와 분리된다. 모든 시민은 종교 행사를 가질 권리와, 반종교적인 선전을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저 친구는 시민이 아니고 사제란 말입니다!” 스카못지아가 분개해서 말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또 다시 웃었다. 그리고는 오리고프 동무에게 그녀가 웃은 이유를 말해주자 오리고프도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동무,”


그녀가 말했다.


“소비에트 연방에서는 사제들은 다른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싫어져서 개종을 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 사제들을 방해하진 않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면 신부는 그 사람을 위해서 미사를 드려줄 권리가 있습니다.”


스카못지아는 돈 까밀로를 바라보았다.


“동무, 동무 말이 맞았어요.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신부들 꼴을 안 보려는 것이었는데, 그 생각을 하면 기막히군요!”


“사제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천한 피조물이라고요!” 빼뽀네가 고함을 질렀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갔을 때 노아는 뱀을 가지고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그에게 호령하셨습니다. ‘노아야, 사제가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남겠느냐?’ 하구 말이지요.”


오리고프 동무가 이 익살스런 내용을 전해 듣고 그는 아까보다 더 크게 웃더니 그 이야기를 공책에 적어두기까지 했다. 돈 까밀로도 웃었지만 별로 신나지 않는 웃음이었다. 그는 빼뽀네가 걸어가고 있는 뒷줄로 물러섰다.


“동무, 그건 엉터리 이야기요.” 돈 까밀로가 항의했다.


“내가 그 이야기를 그렇게 말해주진 않았을 텐데. 노아는 당나귀를 데리고 가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말씀하셨소. ‘공산당 상원의원이 없으면 나는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 하고 말이오.”


“내가 말한 구절이 좀 낫구만요.” 빼뽀네가 대꾸했다.


“나 혼자만 그 뱀들에게 사과하면 될 테니까요.” 


“이런 사기꾼 같으니라구!”


돈 까밀로가 속삭였다.


“자넨 내가 세포 조직의 지도자란 사실을 이용하고 있군!”


그들은 얼마 동안 침묵 속에 행진했다. 그런 다음 빼뽀네는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나도 저 친구를 내 눈으로 직접 봤소.” 그는 중얼거리며 말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다 그 사람을 봤지요. 그런데 사제 냄새를 맡은 건 오직 동무 한 사람뿐이란 말입니다. 의심할 것도 없이 피의 부름이란 것이지요. 하지만 어리석게 굴지 마십시오. ‘우리가 권력을 잡기만 하면, 동무는 마차나 자동차, 아니 동무의 두 다리를 가지고도 다니지 못 할거요.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니까요.”


“나는 아무 상관없다네.”


돈 까밀로는 조용히 담배에 불을 붙여 물면서 말했다.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모두가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그들 일행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스카못지아가 돌아서더니 돈 까밀로에게 소리쳤다.


“동무, 동무 말이 또 한번 들어맞았소. 사제들은 농부의 무지함에 기대어 산다고 했지요, 자, 저 친구 좀 봐요!”


한 야채 농장 안에서 조금 전에 만났던 그 신부가 어떤 노부부에게 급하게 뭔가 말하고 있었다. 돈 까밀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타반 동무도 보았다. 또 한번 타반의 귓불이 진분홍 색으로 물들었다. 페트로프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흥분하지 마세요, 동무.” 그녀는 스카못지아에게 말했다.


“신부는 늙은 사람들 몇 명하고만 접촉합니다. 그런 식으로 모든 게 끝나갑니다. 그 노인들이 죽고 나면 신도 역시 죽을 겁니다. 지금도 신은 사교(冊敎)나 미신이 성하던 시대에 성장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만 살아 있지요. 신이 죽으면 사제들도 뒤따르겠지요. 소비에트 연방은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다릴 여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녀는 큰 소리로 말했다. 돈 까밀로도 줄 맨 끝에서 그녀의 말을 다 들었다.


“하느님도 기다릴 여유가 있으신걸.”


그는 가만히 있는 빼뽀네 쪽을 향해 우물우물 말했다. 


표정이 풍부한 얼굴에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있는 30세 가량된 나폴리출신 카피체 옆에 서있던 돈 까밀로는 그에게 도발적으로 말을 꺼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뭔가 분위기가 있는데, 동무는 그렇게 생각지 않소?”


“그 여성은 아주 풍부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요.”


카피체가 열을 내며 응수했다.


“그 여성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걸 동무에게만은 털어놓고 장담하겠소.”


돈 까밀로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여성이 동무를 은근히 쳐다보는 모습이 동무를 좋아하는 것 같습디다.”


돈 까밀로가 일깨워주듯이 말했다.


페트로프나 동무가 그를 의도적으로 쳐다본 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카피체는 돈 까밀로의 달콤한 소리를 그대로 쉽게 믿어버렸다.


“동무, 동무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알고 있군요.”


그가 동의하듯이 말했다. “여자는 역시 여자지요.”


카피체는 페트로프나와 함께 걸어가려고 발걸음을 급히 떼었다. “동무는 말썽을 일으키는 일이라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을 거요. 안 그래요?”


빼뽀네가 돈 까밀로에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동무, 하느님이 살아 계신 동안은 나도 바쁘다오. 내일이면 늦을 테니까.”


돈 까밀로가 대꾸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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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21)

 

 

 

(지난 호에 이어)
타반은 귀를 곤두세우고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듣고 있었다. 


“자, 여기서 러시아의 여러 가지 형편을 생각해 보세.” 돈 까밀로가 계속했다.


“어떤 인민이 국가를 후진국으로 만들고 있는가? 그건 바로 콜호즈를 쥐고 있는 돌대가리들이지요. 그 자신들은 집단화된 농장에 매달릴 생각은 않고, 정부가 그들 개개인에게 나눠준 조그만 땅덩어리만 갈아붙일 것을 고집하고 있다네. 이 나라엔 콜호즈가 8만 개 있고 소브코스가 6천 개 있소. 그러나 콜호즈와 소브코스가 함께 소유하고 있는 가축이 1천4백만 마리 인데 비해, 콜호즈 농민들 개인적으로는 1천7백만 마리의 가축을 소유하고 있소. 그 농부들은 어떠한 땅도 소유할 자격이 없는 것이오. 내 말을 잘 들어봐요. 그것마저도 빼앗기게 될 테니까.”


타반 동무의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우리나라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 돈 까밀로가 계속해서 말했다. “전쟁 중에 누가 암시장을 조장했겠소? 여기선 누가 조장할 것 같소? 콜호즈의 농민들이란 말이오! 우리 사회에선 신부들이 계속 권력을 유지하는 곳이 어디죠? 농민들 사이에서죠. 그러면 소비에트 연방에서 살아남은 신부들이 전체적인 발전을 계속 훼방하는 건 무엇 때문이죠? 콜호스에서 긁어모은 루불 덕택이지!”


타반의 귀는 빼뽀네의 뺨만큼이나 빨개졌다.


“동무, 우리는 여기서 모든 분야에서 세계 기록을 세우고, 달나라 경주에서도 1위를 차지한 나라를 알고 있소. 그러나 콜호즈 안에 발전을 방해하는 어떤 이기심 같은 걸 발견하게 되진 않소? 농부들을 경계하시오! 그네들은 아주 흉측한 무리들이란 말이오!” 돈 까밀로는 이렇게 열변을 끝맺었다.


“말 잘했소, 동무!” 스카못지아가 빼뽀네의 앞자리에 앉아서 말했다.


“사람들이 날 웃기는 건, 농부에게 땅을 내주자고 말할 때요. 땅을 줘봐요. 그네들이 무얼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 우리를 굶기겠죠. 토지는 공동 소유가 되어야 합니다. 국가가 경작해야 합니다. 농부는 노동자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농부가 토지를 경작한다고 해서 그네들이 경작지의 생산물을 갖게 되겠는가 말입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차를 한 대씩 줘야 되지 않을까요? 누가 우리에게 국수주의적인 파시즘 정권을 안겨 주었습니까? 바로 농부입니다! 동무와 상원의원 동무의 고향인 에밀리 야나 로마에선 노동자들이 매일 입는 노동복은 검정 셔츠가 아닙니까? 아니, 저 쪽에 있는 저 얼간이 바보가 트랙터를 박살내는 것 좀 보세요!”


그들이 타고 있는 버스 바로 근처에서 비틀거리고 있는 트랙터는 위태로울 정도로 차체를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실은 그 운전사가 농부는 아니었다. 그는 정부의 농무국에서 나온 대리인이었다. 비록 그의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여섯 번째의 5개년 계획을 진전시키진 못했어도, 그 일은 돈 까밀로의 목적과 가장 시기 적절하게 부합하고 있었다.
“버릇 없는 놈 같으니!” 스카못지아는 트랙터가 위태위태하게 옆을 스치며 지나가자 소리쳤다. 그러나 그 버릇 없는 자는 그 외침을 친절한 인사로 잘못 알고 팔을 내두르며 응답했다. 


타반 동무의 귀는 이젠 창백하게 질렸다. 빼뽀네는 종이 쪽지에다 뭔가 적어서 돈 까밀로에게 넘겨 주었다. 그리고는 동료들의 신임을 잃지 않게 하려고 큰 소리로 말했다.
“고국에 가지고 갈 보고서에 낼 수 있도록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상세히 적어 두시지요.”


그러나 그 종이 쪽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동무, 입 닥치고 계시오. 그렇지 않으면 정강이 뼈를 부숴놓겠소”


돈 까밀로는 근엄한 표정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동안 스카못지아는 페트로프나 동무가 긴 연설을 늘어놓는 바람에 농부에 대한 신랄한 비난을 거두었다.


“우리는 ‘붉은 깃발’ 소브코스엔 들르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농장은 곡물 재배와만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곡물은 이미 추수가 끝났고 우리는 지금 볼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면적이 4천 에이커 되는 그레비네크의 집단 농장인 콜호즈로 가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는 채소 재배업과 소, 돼지 등의 가축을 기르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 농장은 완전히 자치적이어서 정부 농무국이 공급하는 기계 장비 외에는 정부 원조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방금 우리는 콜호즈 경계선에 들어섰습니다.”


이 마지막 말은 이야기해 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 지형은 전에 본 곳과 똑같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아주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 농장은 모든 일이 잘 진행되고 있었다. 들판은 경작이 잘되어 있었고, 풀을 뜯어먹고 있는 가축들의 영양 상태도 좋았다. 마을에는 집집마다 잘 가꿔놓은 과수원과 채소밭, 닭장과 돼지우리, 소를 두는 외양간 등이 있었다. 


단단하게 지은 두 개의 건물이 서 있었는데, 그것은 마을 사무실과 지역 학교였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콜호즈의 97퍼센트가 전기 공급이 되어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지역은 아직 공급받지 못한 몇몇 농장에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을 한복판까지 들어가기 위해서 버스는, 울퉁불퉁한 차 바퀴자국이 난 길을 더듬어 들어가야만 했다. 그래서 농장까지 반 마일쯤 남았을 때 ‘우주 세포’ 일행은 내려서 걸어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진흙은 말라서 굳어 있었다. 


방문객들은 차 바퀴자국에 빠져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걸어갔다. 길을 따라 가는 도중에 그들은 마차 한 대를 만났다. 그 마차 안에는 긴 장화를 신고, 털 깃과 털모자가 달린 방수 비옷을 입은 뚱뚱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돈 까밀로는 그 사람을 주의 깊게 눈여겨보다가 페트로프나가 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갔다.
“동무, 저기 저 괜찮게 생긴 신사는 누구요 ?” 그가 물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웃었다. 그녀가 이 질문을 오리고프 동무에게 전하자 오리고프도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 젖혔다.


“동무, 동무는 독수리 눈을 가졌군요.” 그녀가 돈 까밀로에게 말했다.


“그 괜찮게 생긴 신사는 신부랍니다” “뭐? 신부라구?”


페트로프나 동무 옆에서 걷고 있던 스카못지아 동무가 소리쳤다.


“그자가 여기서 하는 일이 뭐지요?” 페트로프나는 그를 힐난하듯이 바라보고 말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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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20)

 

 

 

(지난 호에 이어)
“동무는 지옥으로 곧장 갈 권리도 있소. 그러니 동무의 조직도 함께 데려 가버리시오.”


돈 까밀로는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예수님, 저 자의 말을 들으셨나이까?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공산당 조직을 찾아봐도 당이 인정하는 전속 사제가 있는 유일한 조직이 여기 말고 또 어디 있나이까? 그런데 저 자는 그러한 조직을 지옥에나 가라고 말합니다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안전 면도날이 호미로 사용된다면 그건 아주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빼뽀네는 그 무기로 자신의 턱을 그어버린 것이다. 그의 턱 밑으로 피가 흘러내렸다. 


장기 근무한 당의 투사로 위장한 신부를 러시아에 데리고 왔을 때부터, 게다가 이 마귀 같은 바티칸의 사절이 세포 조직의 지도자로 스스로를 내세웠을 때 어찌 이 공산당 상원의원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 수 있었겠는가?


빼뽀네가 피가 나는 턱을 닦아내고 있는 동안에, 돈 까밀로는 그가 검토해 볼 셈으로 몰래 꺼냈던 기록 서류들을 그의 같은 방 친구 여행 가방 안에 도로 집어넣는 작업을 해냈다.


“동무, 만일 그 서류들이 아주 개인적인 것이라면 말이오.”


돈 까밀로가 말했다.


“더 이상 얘기 안 해도 좋소. 하지만 만약 내가 좀 곤란한 실수를 하더라도 놀라진 마시오.”


바로 그때 스카못지아가 들어왔다. 그는 버스가 호텔 앞에 기다리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잿빛 하늘이 보이는 가을 아침이었다. 남자의 위 저고리 같은 것을 입은 부녀자들이 거리를 청소하고 전차를 운전하며, 포장해 놓은 광장에 타르 칠을 하며, 새로 짓는 건물 속에서 건축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음식 배급소 앞에는 간편한 부인복을 입은 여자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참을성 있게 배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돈 까밀로는 빼뽀네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저 부녀자들은 남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여성의 권리도 가지고 있네그려!”


빼뽀네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돈 까밀로와 함께 운전기사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었고 나머지 여덟 명은 그 중간에 있는 의자를 제각기 차지하고 있었다. 페트로프나 동무가 이따금 오리고프 동무의 말을 통역하기 위하여 일어났는데 그때마다 그녀는 일행 전체의 얼굴과 마주치게 되었다. 


이러한 좌석 배정은 돈 까밀로가 맞은 편에 있는 빼뽀네와, 바로 두 자리 건너 앞 자리에 앉아 있는 타반과 스카못지아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돈 까밀로는 밀라노의 론텔라 동무를 제거했고, 제노아의 바치까 동무의 신용을 뒤흔들어 놓았으므로 이젠 타반을 뒤쫓을 차례였다.


‘타반 안토니오: 42세이며 베넷도에 있는 푸라노바에서 출생함. 1943년에 입당. 소작농이며 활동적이고 충성스럽고 믿음직함. 사회적 경제적인 분야에 대한 지식에 한계가 있어 농민 계층에서만 활용. 아버지는 사회주의자. 가족은 120년간 같은 농지에서 일했음. 노련하고 부지런한 농부임.’


이것은 돈 까밀로가 빼뽀네의 기록서류 가운데서 훔쳐낸 내용들이다. 이제부터 농민 출신 타반은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그들은 도시를 뒤로 하고 농촌을 여행 중이었다.
“우리는 지금 ‘붉은 깃발’ 소브코스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페트로프나 동무가 설명했다.


“혁명 후에 처음으로 세워진 집단농장 중의 하나입니다. 전체 면적은 3만 에이커이며 그 중에 1만 에이커가 경작되고 있습니다. 54대의 트랙터와 15대의 추수기, 15대의 트럭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80명 가량의 일꾼이 있지요. 현재 소비에트 연방엔 소브코스가 6천 개나 있고, 그곳엔 소가 4백만 마리, 돼지가 6백만 마리, 양이 1천2백만 마리가 있습니다.”


넓고 평평한 들판을 벗어나자 갑자기 인가의 흔적 같은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그만 집들이 물결 모양의 지붕을 얹은 큰 건물 둘레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사료 창고와 곡식 창고들이 여기저기에 보였다. 버스가 먼지를 일으키는 좁은 길로 털털거리며 지나갈 때, 그들은 수십 대의 큰 트랙터가 밭갈이를 마친 농장 여기 저기에 녹슬고 먼지가 덮인 채 방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이 사는 인가에는 또 다른 트랙터와 농기구들이 비바람에 노출된 채 농장 건물이 있는 마당에 널려 있었다.


“4백만 마리의 소!”


돈 까밀로가 깊은 숨을 내쉬며 외쳤다. “굉장한 숫자지요!” 빼뽀네가 동의했다.


“그 숫자에다가 집단농장 콜호즈에 있는 2천7백만 마리를 더하면 3천l백만 마리에 이른다네.”


“어마어마하군요!”


“1960년 말경까지는 4천만이 될거요.”


돈 까밀로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나 집단 농장화하기 전인 1928년에 비한다면, 아직도 2백만 마리가 부족하다네.”


빼뽀네는 돈 까밀로가 또 무슨 꿍꿍이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알아낼 재주가 없었다.


“동무” 돈 까밀로가 다시 설명했다.


“소비에트 연방은 모든 것을 공개하고 있으며, 모든 일이 잘 되어가고 있는가 아닌가를 공개적으로 알리는 세계 유일한 나라요. 그것은 모두 공식적인 통계이며 우리는 이 통계로 미루어 과학과 공업 분야에 큰 발전을 이룩한 반면에, 농업 분야에선 아직 뒤떨어져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소. 모스크바나 키예프, 그 밖의 모든 도시에서 시베리아 땅을 파도록 지원자를 보내야 하오.”


그는 제법 동정하는 듯이 두 팔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는 농민 출신인 타반의 귀에 들리도록 빼뽀네에게 분명하게 말을 했다,


“동무, 저 트랙터들의 상태를 보았겠지. 동무는 내가 내리는 결론이 얼마나 타당한 것인가 자네 스스로 판단해 보기 바라네. 문제는 이것이오. 농부는 어디까지나 농부라 그 말이오. 고향에서 계속 있어왔던 온갖 일들을 한 번 생각해 보시오. 그곳에서도 누가 가장 뒤떨어진 사람들이었소? 농부들이오! 그래요, 난 근로자들이 하루 빨리 그들의 처지를 개선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걸 압니다. 그러나 그들은 노동자일 뿐이오. 농민이나 농부들의 생활양식을 바꾸도록 노력해 보게! 그 사람들을 계급에 대한 의식을 갖게 하든가 또는 무산주의 운동에 끌어들일 수 있는가 한 번 시험해 보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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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19)

 

 

 

(지난 호에 이어) 
오리고프 동무는 감격에 넘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박수 갈채가 울리는 가운데서 십분 동안이나 돈 까밀로의 손을 붙잡고 두드렸다. 돈 까밀로는 통역관을 사이에 두고 오리고프와 의논한 끝에 말했다.


“이태리 공산당의 이름으로, 그리고 러시아 공산당대표자의 동의 아래, ‘니키타 흐루시초프 세포 조직’을 여러분께 알립니다!”


아홉 명의 세포 조직원들은 즉시 회의를 소집했는데, 그들은 모두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쉽게 회의를 열 수 있었다. 당헌 28조에 의해서 그들은 대표가 될 간사를 뽑았다. 까밀로 타롯치 동무가 지도자로 선출되었고, 나니 스카못지아 동무는 서기장으로, 페닷토 동무는 재무상으로 선출되었다.


빼뽀네는 투표를 하지 않았다. 뽑힌 간사들을 위해 축배를 올릴 때에야 비로소 돈 까밀로가 지도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그저 그의 술잔을 입 속에 털어 넣는 일 외에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동무들”


돈 까밀로가 엄숙하게 선언하기 시작했다. “저는 무엇보다도 먼저 여러분께 저를 이토록 신임해 주신 것을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이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지체하지 않고 곧 활동을 시작할 것을 저는 제의합니다. 회의에 내놓을 안건이 있으신지요?”


아무도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자, 빼뽀네의 고뇌에 찬 시선을 받으며 그가 다시 침묵을 깼다.


“그렇다면 동지 여러분, 제가 한 가지 제의를 하겠습니다. 진정한 공산주의자는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당은 우리에게 완전하게 이루지 못하는 일은 어떤 것이나 불만을 표시하도록 지도하며, 어떤 실패도 용납될 수 없음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비판할 능력도 없고 자신과 당의 동지들에게 최선의 노력을 시도하지 않는 그런 당원은 지도자가 될 수도 없거니와 외부인에게 그 명분을 미뤄버리게 할 수도 없습니다. 당헌 제 9조에 제시된 여러 가지 의무 사항 가운데, ‘모범적으로 청렴한 사생활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바치까 동무, 동무는 오늘 오후에 우리가 종합 판매장을 방문했을 때, 밍크 목도리를 산 것을 시인합니까?”


“시인합니다.” 


바치까 동무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말했다. “오리고프 동무는, 우리가 원하는 건 무엇이나 사도록 허락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동무는 그 목도리 값을 돈으로 지불하지 않고, 동무가 이태리에서 가져온 나일론 스타킹으로 지불했다는 것도 인정하시지요? 만일 동무가 그 사실을 시인하지 않는다면, 동무는 거짓말쟁이가 됩니다. 만일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동무는 소비에트 연방 경제에 큰 해를 끼치는 암거래상과 거래하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사보타지를 한 사람이 됩니다. 이 두 가지 중의 어떤 경우든지, 동무의 사생활은 청렴에 대한 모범이 못 됩니다. 이것이 내가 비판하는 점입니다. 이제 우리 동지들은 모두 동무의 변명을 듣겠습니다.”


바치까 동무가 그의 생각을 정리하느라 고심하는 동안 페트로프나 동무는 돈 까밀로의 말을 오리고프 동무에게 통역해 주고 있었다. 바치까 동무가 몇 마디 입속말로 우물거리며 변명하자, 그들은 충분한 변명이 못 된다고 비난했다.


첫째로 그는 소비에트 연방의 세관을 속였고, 둘째로 소비에트 연방 경제를 사보타지 했고, 셋째로 그에 대한 소비에트 동지의 신의를 배반했다는 것이다. 오리고프 동무는 혁명 지도자였던 로베스 피에르가 재판에 임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바치까 동무는 그의 앞에서 자기 비판을 해야만 했다.


“자기의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는 것은 동무에게도 유리합니다.” 


돈 까밀로가 결론을 내리듯이 말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치는 않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선 상원의원 뽀따지 동무의 의견을 묻겠습니다.”


빼뽀네는 권위있는 자세를 취하면서 비판을 시작했다.


“당은 모든 동지들의 개인 행동이 타인에게 본이 될 것을 진심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중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행동에 대해 무관심할 순 없습니다. 맑스나 레닌주의자들에 의하면 공산당원의 사생활은 당의 생활과 일치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의 조직은 징계 기능을 행사합니다. 당 조직은 사회적인 책임을 개인적인 복지와 결속하여, 자본주의로 자신을 더럽히는 당원들을 바로잡아 줍니다.” 


그가 자신에 넘치는 어조로 장황하게 늘어놓자 오리고프 동무는 또 한번 그에게 찬탄의 미소를 보냈다.


“그러나 자기 비판과 비난은 죄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없습니다.” 돈 까밀로가 덧붙여 말했다.


“위선과 불명예의 화신이라고 할 신부들도, 참회자에게 그의 죄에 대한 보상을 하도록 말해 줍니다. 도둑질을 했을 경우 그는 훔친 물건들을 제 임자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동무, 동무는 신부들을 모르는군요!” 빼뽀네가 화를 내며 끼어들었다.


“사제들은 도둑을 비난하기는커녕 오히려 도둑과 공모하고 있답니다.”


“나는 그들이 저지른 행동을 말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해야될 일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돈 까밀로가 설명했다.


“바치까 동무의 물건 교환 건은 분명히 절도죄로 취급해야 합니다.”


토론이 더 진행된 다음 스카못지아가 결론을 내렸다.


“훔친 물건을 소비에트 연방에 반환하는 일에 동의합니다. 바치까 동무가 그 물건을 나디아 페트로프나 동무에게 주도록 해주십시오.”


모두들 웅성웅성하면서 우물거리자 페트로프나 동무가 말을 가로막았다.


“여러분들의 친절에 감사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상원의원 동무가 말씀하신 것처럼 그 물건엔 이미 어느 정도 자본주의의 때가 묻어있습니다. 그러나 전 이미 오리고프 동무에게 말해두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오리고프 동무가 그의 부인 소냐 오리고프나에게 그 물건을 선물로 주기를 원한다고요.”


이 기상천외의 해결책은 만장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바치까 동무는 밍크 목도리를 빼뽀네 동무에게 건네주고, 빼뽀네는 그 물건을 새로 구성된 ‘니키타 흐루시초프 우주 세포 조직’을 대신해서 오리고프 동무에게 주었다. 


나일론 스타킹 건에 관해서도 바치까 동무 자신을 빼놓고는 모두들 완전히 잊고 있었다. 돈 까밀로가 바치까 동무에게 모든 당 활동을 6개월간 중지하도록 선언하고 폐회하자, 바치까는 그에게 무서운 분노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들이 2층으로 올라갈 때 그는 돈 까밀로의 소매를 잡고 비난을 퍼부었다.


“동무, 공산당은 우리 두 사람을 한데 묶어둘 만큼 관대하질 못하군요!”


“정직하지 못한 당원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하오.”


돈 까밀로가 말했다.


불을 끄기 전에 돈 까밀로는 그의 유명한 공책을 펴서 이렇게 적어나갔다.


‘제 2번, 바치까 동무가 도덕적인 문제로 제거되다.’


빼뽀네는 침대 밖으로 팔을 내밀어 그 공책을 잡아채서 주석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는 돈 까밀로에게 공책을 던져주면서 말했다.


 “다음 기록은 이렇게 되겠지요. ‘제 3번, 아래의 서명자는 빼뽀네에게 제거되다?”


돈 까밀로는 그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동무, 동무는 지도자와 얘기하고 있다는 걸 잊고 있소. 그리고 공산당 지도자는 그렇게 쉽사리 제거되지는 않습니다.”


“동무는 동무가 속해있는 공산당을 모르시는군요!” 


빼뽀네가 대꾸했다.

 

도로 정책

 

 


“동무, 혹시 우리 일행 명단이 들어있는 당의 기록 서류를 가지고 있나?”


빼뽀네는 면도하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다가 화난 듯이 눈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보았다.


“그건 엄밀히 말해서 내 일인데요.”


“우리의 일이란 뜻이겠지. 지금 나는 세포 조직의 지도자란 말이오. 나는 내 부하들에 대해서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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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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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31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18)

 

 

 

(지난 호에 이어) 
 “그런 건 하나도 없네. 바보 노릇하고 싶지 않거든, 어서 내가 말한 것을 익혀 둬요. 자네라면 반 시간이면 될 테니까.”


“좋습니다. 나머지는 나중에 또 얘기 합시다.”


빼뽀네는 식탁에 앉아서 그의 학과를 열심히 공부했다. 두세 줄 정도에다 겨우 두 개의 문구가 있을 뿐이었지만, 그는 너무나 화가 치미는 바람에 한 장을 몽땅 외워버릴 수가 있었다. 


“자, 들어봅시다.” 돈 까밀로가 나머지 서류를 여행가방에 다시 넣으며 말했다. 


“동무들!” 빼뽀네가 말하기 시작했다.


“레닌이 말했습니다. ‘극단주의가 되는 건 현명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그것이 비록 좁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도피적이고 불가해하고 애매한 것보다는 아주 명백한 편을 택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좋았어! 내가 레닌의 어록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는 듯이 어물거릴 때 그걸 신호로 자네가 나오는 걸세. 나머지 문구가 나오는 신호는, 내가 자네한테 당의 공식적인 의견을 물을 때 나와주면 되네,”


“하느님, 맙소사, 어느 당을 말하는 겁니까?”


“물론 단 하나밖에 없는 공산당이지.” 돈 까밀로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 책자에 써 있는 것처럼 ‘개인적인 행동에 있어서 그들이…’”


“…개인적인 행동에 있어서 당원 각자가 해야 할 일은…”


빼뽀네가 말을 가로막고 나섰다. 그리고는 화가 나서 낱말 한 개, 쉼표 한 개도 빼놓지 않고 온 장을 다 외워버렸다. 돈 까밀로는 경건해 보이는 자세로 귀를 기울인 다음 마지막에 가서 말했다.


“잘 했소, 동무! 내가 자네의 목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네!” 만찬은 푸짐했으나 다분히 교육적인 분위기였다. 오리고프 동무가, 소비에트 연방이 1965년까지 성취하게 될 발전과정 상황을 엄청나게 많은 통계를 가지고 설명을 곁들였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국제간 긴장 완화에 따르는 평화와 공산주의의 필연적인 승리를 위해 의례적인 축배를 든 다음에 돈 까밀로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동지 여러분,” 그는 말했다.


“당원의 자격은, 우리 모두에게 확실히 원칙을 따르고 자기 반성을 이행하고 우리 동무들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비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주 천천히,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면서 오리고프 동무를 바라보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페트로프나가 그의 말을 오리고프에게 성실하게 통역했다.


“당에 대한 자각심을 갖기 전에, 공산주의자는 자기 행동 하나 하나를 면밀히 검토해 보고 그것을 더욱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공산주의자는 아무리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그 사실을 주저하지 말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동무,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레닌의 어록을 확실히 기억할 순 없습니다만 레닌은 말하기를…”


 그는 괴로운 듯이 더듬거리며 말을 찾고 있었고, 빼뽀네가 이때 끼어 들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동무. 레닌은 말했습니다. ‘극단주의자가 되는 것은 현명한 일이 못 된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해야만 된다면, 우리는 설사 그것이 좁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요령부득이고 막연하여 애매모호한 것보다는 아주 명백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오리고프 동무는 고개를 끄덕이고, 만족하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고맙소, 동지.”


돈 까밀로가 오리고프 동무에게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이런 입장에서 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권위가 생겼다고 믿습니다. 론텔라 동무에 대한 어제의 사소한 불쾌감은 공산당 헌법 제5조를 내게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당헌에는 ‘당의 기강을 위반했을 경우, 모든 당원은 당 조직으로부터 심판 받을 의무가 있으며, 당원 총회에 고소하고 더 고위층의 관계 권위자들에게까지 고소할 권리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 말씀 더 드릴게 있습니다. 만일에 또 다시 상원의원이 이끄는 일행 중의 한 당원이 당 기율을 위반한다면, 당의 어느 조직체가 그를 재판하는지요? 물론 상원의원 동무는 당을 대표해서 그 사건을 총동맹이나 지방조직 혹은 그가 속해 있는 세포 조직에 그것을 넘길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그 위반이 소비에트 연방에서 감행되고 그 여파가 확산될 경우 누가 그것을 재판합니까? 그건 여기서 지금 재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당헌 10조를 인용하여 기술한 당 조직은, 실제로 우리와 연관되어 있질 않습니다. 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이 만든 세포 조직을 가지고 그 일을 할 수 있으며, 또 꼭 해야 되리라고 믿습니다.”


페트로프나 동무가 이 말을 통역하자, 오리고프 동무는 꼼짝도 않고 의연하게 돈 까밀로가 말을 계속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동무들”


돈 까밀로가 말을 계속했다.


“여러분은 내가 어떤 종류의 세포 조직을 말하는가 의아한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동에 종사하고 있지 않으므로 노동조합 세포 조직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살고 있지 않으므로 지방조직도 안됩니다. 


물론 우리가 이 소비에트 연방에 온 것은 즐기려고 온 게 아니라 배우고 또 가르쳐 주러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이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거주하고 있진 않더라도 소비에트 연방은 우리의 정신적인 고향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일을 발언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돈 까밀로는 아주 성실해 보였으며 다른 사람들은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동무들, 우리는 이미 낡고 노쇠한 문명의 세계를 지나서 젊은 기백을 가진 문명의 세계로 여행을 온 같은 여행자 일행입니다. 자본주의라는 진부한 세계를 뒤로 하고 사회주의라는 이상적인 세계를 개척해 가며 탐험하고 있는 항공기의 승무원입니다. 


수가 많지 않은 우리 승무원들은 고립된 개개인으로 뭉친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신념과 한 가지 의지, 즉 이 지구상에 공산주의를 전파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뭉쳐진 단체입니다. 아니, 우리는 노동조합의 세포 조직도 아니고 지역 세포조직도 아닙니다. 우리는 온 우주의 세포 조직체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떠나온 그 세계는, 사회주의 세계와는 이 지구에서 달까지 가기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단체는 평화와 진보를 향한 소비에트 인민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어떤 분의 이름을 붙인 세포로 조직되어야 할 것을 제의합니다. 그 분의 이름은 니키타 흐루시초프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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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17)

 

 

 

(지난 호에 이어)


그녀가 스카못지아의 사진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돌려 보다가 그녀의 핸드백 속에 슬쩍 밀어 넣었다는 사실로 보아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아무리 공산주의 사상에 철저히 물이 든 사람이라고 해도 인간의 연약함엔 어쩔 수 없는 법인가 보다. 


 
우주세포


 돈 까밀로를 제외하고는, 이 곳에 엄선되어 온 모든 당원들은 비운의 론텔라까지 포함해서 장기 근속한 당의 투사들이었다. 론텔라는 돈 까밀로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혀 제거 당했었다. 나머지 여덟 명의 열성당원 가운데서 바치까 동무는 공산주의 이론으로 가장 든든하게 무장하고 있었고, 기회 있을 때마다 그의 이론을 잘 인용하였다.

 

 

 


바치까는 이태리 서북부의 제노아에서 왔다. 그는 정말로 타고난 제노아 사람이었다. 이 말은 그가 누구보다도 가장 발달된 사업가 기질을 가진 실질적인 사람이란 뜻이다. 그러나 돈 까밀로가 그의 제2의 목표로 그를 찍어놓고 있는 이상, 그의 사업에 대한 고도의 감각은 그에게 파멸을 가져올 뿐이었다.


그 사건은 공식 일정이 있는 첫날 오후에 일어났다. 그날 방문단 일행은 경호를 받으며 시내 관광을 했다. 빼뽀네가 아침에 찾아갔던 정부 경영의 종합판매점이 그들이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이었다. 오리고프는 그들에게, 소비에트 연방이 1965년까지 해마다 모직물을 80억 야드 생산하게 되며, 양말은 1500만 켤레를 생산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도록 페트로프나에게 지시했다. 


그런 다음,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자유롭게 살 수 있음을 믿게 하고 그 명령을 확인하기 위해서 출입구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스카못지아 동무는 상점 경영에 대해 낱낱이 알고 싶어서 페트로프나 동무를 가정용품부로 슬쩍 데리고 갔다. 빼뽀네는 집 보는 개 모양으로 돈 까밀로를 호위하느라고 바싹 붙어 다녔고, 다른 사람 들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갔다.


상점엔 여자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대부분이 작업복을 입고 있거나 우편 배달부의 제복이나 전차 차장의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 일행은 대개 식료품과 가정용품을 몇 가지 산 다음에 숙녀복과 신발, 속옷, 화장품이 진열된 것을 보러 갔다.


돈 까밀로가 빼뽀네에게 말했다. “당신네들의 진정한 공산당 여성 당원들이, 허영심도 없고 흥청거리는 것을 오히려 경멸하는 듯한 모습은 꽤 주목할만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눈 앞에서 일어나는 여성들의 모습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가 있네. 첫째 이 여성들은 훌륭한 공산주의자가 못 된다는 것, 아니면 소비에트 연방이 성취한 높은 생활 수준 덕분에, 그들이 그렇게 노골적으로 부러워하며 바라보고만 있는 그 물건들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말일세.”


“무슨 의도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구먼요.” 빼뽀네가 의심쩍게 중얼거렸다.


“내 말은, 소비상품이 너무 많아서 여성들이 자기가 입고 있는 바지를 예쁜 드레스와 교환해 보고 싶은 생각을 제각기 느끼고 있다 그거요.”


그리고는 빼뽀네가 이 말에 걸려들지 않는 것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만 리라를 바꾼 그 루블 지폐로 자네 부인에게 페티코트 하나 사드리지 그러나! 물론 국가가 고용한 양장업자의 손으로, 국가가 만들어낸 재료를 가지고 만든 국가 제품의 페티코트가 개인 양장점에서 만든 옷만큼 손질법이나 매끈한 면을 다 갖추었으리라고 기대할 순 없겠네만 말일세.”


이 말엔 빼뽀네도 더 이상 움츠려들거나 우물우물 대답을 회피하려 하지 않았다.


“여성들이 크리스천 디올에서 물건을 사고 노예가 되느니, 평범한 페티코트 하나 사 입고 자유로운 게 더 낫겠소.”


“그렇지, 말 잘했네, 동무.” 돈 까밀로가 말했다.


그 때 그가 찾아 돌아다니던 일행 중의 한 당원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바치까 동무는 사람들 틈에서 겨우 빠져 나와 옷 가게의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손짓말로 교환되었고 가격을 흥정했다. 흥정한 가격을 종이 쪽지에 적었다. 그런 다음 바치까 동무가 반짝이는 셀로판 봉투를 주머니에서 꺼내자 판매원은 재빠르게 그것을 카운터 밑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 다음 그 판매원은 그에게 밍크 목도리를 싸 주었다. 거래는 끝났다. 빼뽀네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돈 까밀로는 그 진행 과정을 낱낱이 봐두었다. 이젠 서둘러서 호텔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일행은 저녁때가 되어서야 호텔로 돌아왔다. 종합판매점을 방문한 다음에 병원과 베어링 공장을 방문했기 때문이었다. 돈 까밀로는 그의 방으로 곧장 올라갔고, 빼뽀네는 돈 까밀로가 눈에 안 띄자 걱정이 되어 서둘러 그를 찾아 다녔다. 그는 돈 까밀로가 호텔방 바닥에 앉아 여행 가방에서 꺼낸 서류와 인쇄물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동무는 이제 ‘레닌 어록’으로도 만족할 수 없게 됐나 보죠?” 돈 까밀로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서류와 인쇄물을 뚫어져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자, 이걸 좀 가지고 가서 푸른색 연필로 줄친 데를 외워보게.” 그는 빼뽀네에게 말했다.


빼뽀네는 그가 건네 준 인쇄물의 첫 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이건, 군사 책자에서 따온 것 아닙니까?”


그가 소리쳤다.


“그래 그게 무슨 상관인가? 자넨 로마 경시청에서 잘라내 온 것이라고 말했음 좋겠나?”


빼뽀네의 얼굴이 10월 혁명처럼 아주 빨갛게 변했다.


“아니, 이 서류는 당의 지방 지구 도서관 책장에 있는, 내 개인 복사본에서 잘라 내온 것이군요.”


빼뽀네가 항의하듯이 말했다.


“도서관 도장까지 찍혀 있군요? 바로 저기 말이오. 내가 알고 싶은 건 어떻게 해서.”


“흥분하지 마시오, 동무. 내가 대교구청 도서관 안에서 공산주의 문화를 공부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안 그런가?”


빼뽀네는 마루 위에 널려있는 자료들을 검토해 보려고 허리를 굽혔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내 것이로구먼!” 그는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신부님이 내가 수집해 놓은 걸 모두 망쳐 놓으셨군요! 난 말이죠…”


“이봐요, 동무!”


돈 까밀로가 그의 말을 가로 막았다.


“이런 외국 땅에서 우리가 사소한 개인의 차이점들을 서로 헐뜯는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오. 빨리 그 푸른 줄 쳐놓은 데나 외워두게. 붉은 줄 친 데는 내가 외울 곳이네.” 


빼뽀네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틀림없이 또 무슨 꿍꿍이 속이 있으시군요.”


“그런 건 하나도 없네. 바보 노릇하고 싶지 않거든, 어서 내가 말한 것을 익혀 둬요. 자네라면 반 시간이면 될 테니까.”


“좋습니다. 나머지는 나중에 또 얘기 합시다.”


빼뽀네는 식탁에 앉아서 그의 학과를 열심히 공부했다. 두세 줄 정도에다 겨우 두 개의 문구가 있을 뿐이었지만, 그는 너무나 화가 치미는 바람에 한 장을 몽땅 외워버릴 수가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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