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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의 전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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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주 밀턴 '이씨농장'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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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dohoon
이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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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6
황금알을 낳는 닭


 농촌의 생활을 전혀 모르던 내가 이곳 밀튼에 유기농(organic farming) 농장을 하겠다고 무작정 시작을 한 것이 엊 그제 같은데 벌써 십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유기농에 관심을 가진 것만이 전부인 화려한 경력(?)으로 많은 닭을 키우기 시작 한 것이다. 


 “밭에 작물을 키우려면 퇴비가 필요하고 그것 중에 가장 좋은 것이 계분이라면 당연히 닭을 키워야 한다.” 라는 초보적인 논리로 자연 양계를 하며 나의 시골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이곳 캐나다와 프랑스에서는 오래 전부터 잘 생긴 수탉(rooster)은 복을 가져다 주는 성스러운 가축으로 전해져 왔다. 지붕 위에 설치된 풍향계(weathervane/girouette)를 수탉모양으로 만든 것은 수탉이 매일 아침에 우는 모습이 빛을 몰고 와서  어둠을 물리친다고 하며 종교적으로도 주의, 경계, 준비 등 신중함을 상징한다고 한다. 


 한마리의 수탉은 대략 열 다섯마리 정도의 암탉을 거느리며 생활하는데 때로는 더 많은 암탉을 차지하기 위해 수탉들 간에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점잖은 행동과 우아한 자태에서 많은 식구를 거느린 군주의 멋을 느낄수 있으며 때로는 내 식구의 안전을 위하여 암탉을 위협하는 상대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식구들을 보호하기도 한다.

 


 “꼬끼오~~~ " 하는 수탉의 울음 소리에는 많은 뜻이 있는 듯하다. 위험을 알리기도 하고 이곳 저곳에 흩어져 놀던 암탉들이 해 저물 녘에는 모두 집으로 들어 오게 한다. 


 “꼬꼬댁~꼬꼬~꼭~~ " 하며 짧은 울음을 하는 암탉들은 알을 낳고 난 뒤에 시끄럽게 울어댄다.산란의 아픔인지 아니면 기쁨인지 알을 낳은 닭들은 모두가 울어대며 자신이 알을 생산하였음을 뽐내기도 한다.  


 따스한 겨울 햇살이 비추는 오후, 이곳 저곳 눈 녹은 자리를 찾아서 몸을 굴려서 자기만의 둥지를 만들어 흙으로 목욕을 즐긴다. 의심이 많고 모험을 즐기지 않는 습성을 지닌 닭들은, 길을 잃을까 두려워 먼 곳까지 가지 못하고 근처에 흩어져서 놀고 있다. 

 


 석양이 붉게 물들 때 쯤이면 수탉의 부름 소리에 한마리 두마리씩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너무나도 닮았다.


 “황금알을 낳는 닭!”


 동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욕심을 가지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닭들이 주는 교훈은 너무도 많은 것 같다. 


 한 알의 알을 낳고 다음 날에 또 다른 한 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암탉의 모습과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식구들을 기다리는 수탉의 모습을 보며 여러 해 전에 집을 떠난 두 아들이 환한 모습으로 돌아 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2015-01-23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leedohoon
이도훈
58049
10290
2015-03-20
따스한 봄 햇살은 겨우내 쌓인 눈을 녹이는데...

 

 농장 입구에 들어서면 언제나 릴로(Lilo)는 내 트럭임을 먼저 알아채고 열심히 뛰기 시작한다. 대문을 지나 중간도 채 못갔는데 어느새 달려온 릴로가 길을 막아서니 나는 결국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차를 세워 문을 열어준다. 


 그리움과 반가움에 더 이상의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기쁜 표정으로 와락 달려들며 온갖 아양을 떨고 이내 쥴리(Julie)와 새이디(Sadie)도 가세를 하여 함께 보고싶은 주인을 반겨주니 도심에서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녹아 내린다.


 이제 두살이 조금 더 된 릴로는 아홉 형제 중 하나로 태어났다. 유달리 몸집이 작고 움직임이 적었던 그는 살코기가 조금 달린 뼈를 매번 빼앗기고 다른 형제들이 먹는 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했다. 


 형제들이 새 주인을 만나는 동안에도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정원 한켠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어야만 했다. 
 그들이 모두 떠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철부지 릴로는 햇볕이 비추는 곳에 턱을 괴고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눈치를 살피다가 잠시 잠깐 나와 눈빛이라도 마주치면 긴 꼬리를 흔들며 달려들던 장난끼 많은 강아지였다.


 밭 사이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애써 심어놓은 모종을 망가뜨리고 씨를 뿌리고 나면 그 위를 이리저리 휘져어 놓고 넙죽 엎드려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 


 새로운 병아리가 들어오면 그 근처를 떠나지 않고 입맛을 다시며 호시탐탐 맛있는 간식(?)을 노리기도 하였다.


 가끔 낮은 포복으로 닭장을 기어 들어가 한마리 서리를 한 후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모습은 쥴리가 어렸을 때 하던 행동 그대로였다.


 어린 릴로는 엄마인 쥴리와 사촌 새이디에게서 아홉 형제가 받아야 할 사랑을 모두 받으며 잘 지냈다. 이렇게 자유롭게 자란 릴로가 집을 떠난 지 두달 여만에 기적적으로 집으로 돌아온 것이 벌써 한달이 지나갔다. 


 돌아올 당시에 핼쑥하던 모습도 없어지고 이제는 집을 떠났었다는 것도 잊었는지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 옛집에 다시 적응을 하며 한동안 잃어버린 가족들의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동물의 세계에도 서로를 사랑하고, 잃어버린 가족을 기억하며 서로가 의지하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쥴리네 가족에서도 볼 수 있었다.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욕심도 없이 어둔 세상 비추고 온전히 남을 위해 살듯이
나의 일생에 꿈이 있다면 이 땅에 빛과 소금 되어
가난한 영혼 지친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고픈데
나의 욕심이 나의 못난 자아가 언제나 커다란 짐되어
나를 짓눌러 맘을 곤고케 하니 예수여 나를 도와 주소서

예수님처럼 바울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
남을 위하여 당신들의 온몸을 온전히 버리셨던 것처럼
주의 사랑은 베푸는 사랑 값없이 그져 주는 사랑
그러나 나는 주는 것보다 받는 것 더욱 좋아하니
나의 입술은 주님 닮은 듯하나 내맘은 아직도 추하여
받을 사랑만 계수하고 있으니 예수여 나를 도와주소서
예수여 나를 도와 주소서

 

 따스했던 지난 주말 오후에 농장을 찾아주신 인간성 좋으신 분께서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며 꼭 들어보라 하신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서로를 이해하고 욕심없는 삶이 되고 싶다. 
 힘든 세상에 지쳐버린 빈 몸둥이가 되지 않는 그런 삶이 되고싶다.


 돌아온 릴로에게 보다 많은 사랑을 주며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는 쥴리와 세이디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따스한 봄 햇살은 겨우내 쌓인 눈을 녹이는데...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leedohoon
이도훈
58048
10290
2015-03-06
벌써? 아직도....

 

 

 

 벌써 3월이면 봄인가?


 뒷 마당 장독대에 수북이  쌓인 눈이 채 녹기도 전인데 하늘은 잔뜩 찌푸린 상태로 심통을 부리더니 결국 부슬부슬  눈송이를 내리어 농장을 다시 흰 눈으로 덮어 버린다. 


 토론토의 기온보다 약 3도 가량이 낮은 이곳 농장은 절기 중 우수가 지나 북풍이 동풍으로 바뀌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경칩이 되었는데도 밭이고 장독대고 잔뜩 쌓여있는 눈을 보고 금년 농사를 시작하려는 새내기 농부는 한숨만 쉬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농장에서는 장 담그기를 시작으로 서서히 바빠지게 된다. 지난 가을 낙엽 떨어질 쯤에, 정성들여 삶고 두드려 메주를 만들었다. 그것을 상온에 잘 띄우고 말려서 보관해 놓은 메주로 된장을 만들고 간장을 달이게 된다. 


 해를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라 지난 가을에도 예년과 다름없이 메주를 만들었고 평소보다 부지런을 떨며 욕심을 내서 많은 양의 메주를 만들어 놓고는 한껏 뿌듯해 했다. 


 가끔 메주 창고를 들여다 보며 문제가 없기를 바라며 잘 뜨고있는 메주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애써서 띄워놓은 메주 창고에 동물이 들어와 만들어 놓은 메주를 몽땅 망가뜨린 것이다. 너구리일 것 같은 몇 놈이 메주 창고로 들어와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도망을 가버린 것이다.  


 괘씸한 놈들이 망가뜨린 메주는 결국 닭 모이로 주었고 일년 장 농사가 잘못되어 끓어 오르는 속을 달래기에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했다.


 " 몹쓸 놈들! " " 괘씸한 놈들! " " 잡히기만 해봐라! ".....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은 그해에 무엇을 심을 지를 결정하면 다른사람에게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 농사꾼이라 할 수 없는 우리는 지난해와 다름없이 "무엇을 심을까? "를 고민하고 있다. 


 예전에 미리 심어 놓아 잘 자라고 있는 다년생 작물 몇 가지만을 생각해도 새내기 농부인 우리 가슴을 뿌듯하게 만든다. 


 일년에 수차례를 자르면 또 자라고 키우기 쉬운 부추, 해마다 씨가 떨어져 조금씩 늘어가는 황기밭, 지난 봄에 귀하게 구한 종자로 잘 키워 보겠다고 정성들여 심어놓은 쪽파, 몇해 전 아버지께서 심어놓으신 도라지....
 뒷산에는 눈 녹으며 머리를 내미는 코호시(Cohosh), 그 뒤를 따라 산마늘, 취나물, 참나물, 고비 등등 자연이 주신 선물들도 그득하다. 모두들 춥고 긴 겨울이 끝나서 자기를 뽐낼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작년에 받아놓은 씨앗 상자를 열어 보았다. 들깨, 옥수수, 검은콩, 황기, 단호박, 고추, 오이, 여주, 무, 배추, 부추.... 많다!


 이것들 중에 모종을 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어야 한다. 모종을 해야 하는 것은 모종판을 선정해서....


 갑자기 내 머리속이 복잡해 지기 시작한다.


 " 왜 이놈들은 해마다 다시 심어야 하는 건가? 아까 그놈들처럼 한번 심어놓으면 계속 자라지 않는거야? " 


 무식(?)한 새내기 농부의 머리속은 별별 말 같지 않은 생각으로 가득 차 점점 더 복잡해지고 꺼내놓은 씨앗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게으름을 떤다.


 거의 비슷하게 게으른 농부의 다른 한쪽 머리 속에는 냉장고에 마시다 남은 막걸리와 순대 한점, 그리고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한  따뜻한 이불 속을 떠올린다.


 이내 게으른 농부는 막걸리 한사발을 그득히 따라 단숨에 들이키고 밖을 보니 처마 끝에 커다란 고드름이 달려 있었다.


 " 아직도 겨울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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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dohoon
이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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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9
돌아온 릴로(Lilo)

 

 

 

2014년 12월 18일


 가끔 볼 일이 있어 도시에 나가면 나도 시골사람이 다 되었음을 느낀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도심 속의 깨끗한 차량들과 많은 사람들은 흙먼지를 잔뜩 덮어 쓴  촌티나는 커다란 시골 트럭의 혼을 쏙 빼놓는다.


 빠른 걸음으로 혼잡한 도시를 빠져 나와 며칠 전에 내린 눈을 잘 치워놓은 고속도로를 한참 달려 동네 어귀에 들어서니 이내 포근한 어미의 품에 안긴 것 같다. 정겨운 동네길을 지나 집앞에 다다라 잠긴 대문을 열려고 차에서 내리면 집을 지키던 세 마리의 개들은 재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약 150미터나 되는 거리를 세 마리중 가장 어리고 날렵한 릴로(Lilo)는 엄마인 쥴리(Julie)를 앞지르고 선두에 서고, 쥴리 그리고 새이디(Sadie)  순서로 빠르게 달려와 주인을 반긴다. 


 그런데! 오늘은 쥴리가 혼자 뛰어 오고 있었다. 서둘러 차를 대고 릴로와 새이디를 부르니 새이디가 혼자 뒷산에서 달려왔다. " 릴로는? "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어 새이디가 달려온 뒷산을 향해 아무리 불러도 릴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동네를 돌아 봐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는 차를 몰았다.

 " 혹시나 사고를 당했으면 흔적이 있겠지? "  " 뒷집에 놀러 갔나? "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동네를 돌아봐도 릴로를 찾을 수 없었다. 동지 전이라 일찍 어둠이 드리워 찾는 것은 뒤로 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 왔다. 기대와 달리 릴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014년 12월 19일


 이른 아침, 동이 트기 전이라 창밖은 아직 캄캄하다. 혹시나 밤사이에 릴로가 돌아왔을까 해서 가보았다. " 없다! " 잠을 설친듯 피곤해 보이는 쥴리와 새이디에게 릴로가 어디에 갔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다. 얼마간 지나니 어두움이 걷히고 이내 동네를 돌기 시작하였다. 지나가는 스쿨버스를 세워 릴로를 보았나 물었고 이집 저집을 두드려 릴로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인근에 있는 여러 곳의 휴매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에도 실종 신고를 했다.

 

 또 하루가 간다. 쥴리와 먹보 새이디가 밥을 거른다. 나이가 많은 쥴리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 보이고 막내의 재롱을 좋아하던 새이디는 힘없이 누워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있다. 릴로를 본 것 같다는 동네사람의 전화에 몇시간을 헤매기도 하였다. 연세드신 큰형님께서는 "내 생각에는 그놈이 꼭 집으로 돌아올 것 같아! " "걱정말고 기다려 봐!" 하시며 힘들어 하는 우리를 위로하신다.

 

2014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 선물을 바라는 아이처럼 릴로를 선물로 주실까 기다린다. "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주신다네! "


 눈가에 맺혀진 이슬을 산타 할아버지께서 보신 것 같다. 오늘도 릴로는 돌아오지 않았다.

 

2015년 1월 1일


 청양의 새해가 밝았다. 릴로가 집을 떠난 지도 벌써 보름이 되었다. 쥴리와 새이디도 이제는 잊기로 했는지 눈 덮인 밭을 이리 뛰고 저리 뒹굴며 새해맞이에 바쁘다. 

 

2015년 2월 13일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일을 보고 있던 중이었다. 오후 2시 정도 되었을까?  전화 벨소리에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였다. 밀튼 에니멀 컨트롤(Milton Animal Control) 이라며 혹시 잃어버린 릴로의 사진이 있으면 보내 달라고 하였다. 마침 지니고 있는 사진이 있기에 몇장을 보내겠다고 하고, 무엇때문이냐고 물었지만 그냥 확인할 것이 있어서 라고 하였다. 아무런 생각없이 사진을 보내고 다시 일을 시작한지 두 시간 가량이 지나 또 같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에니멀 컨트롤인데 우리가 네 집에 와 있어! " 갑자기 가슴이 덜컹했다.우리 쥴리와 새이디가 무슨 잘못을 했나?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대고 있는무척이나 짧은 시간 동안 너무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 우리가 너희 개를 데리고 있는데 지금 올 수 있나요? "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말도 안돼! 우리 릴로가 맞어요?" 너무 황당한 일이라 그의 말이 사실로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 속 한켠에는 릴로가 맞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았다.

 

 밀튼 시청(Milton City Hall) 뒤쪽으로 차를 몰아 에니멀 컨트롤 사무실에 도착하였을 때는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 "혹시 릴로가 아니면 어떻게 하나?" 릴로가 아니면 무척이나 실망을 할것 같아 두렵다.


 우리가 도착한 것을 알고 어두움 속으로 목줄을 매고 있는 개 한마리를 데리고 온다. 릴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릴로? 릴로?" 하고 부르니 어둠 속에서 목줄을 한 개가 갑자기 뛰어 오르는게 아닌가? 훌쩍 뛰더니 내 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분명히 릴로인 것이다. 우리는 너무도 기뻐서 부둥켜 안고 눈위를 뒹굴며 꿈이 아니기를 바랬다. "릴로, 너 맞아? 맞지? 맞네!...."


 우리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연신 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두달 만에 우리를 만난 릴로의 눈가도 촉촉히 젖어 있었다. "쥴리와 새이디가 너를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어!" "릴로, 이제 집으로 가자!"


 잃어버린 릴로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몇해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내 아버지도 "이렇게 돌아오셨으면 좋겠다."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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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dohoon
이도훈
58046
10290
2015-02-06
순대를 만들며

 

 

 아련히 들려오는 수탉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곤한 잠에서 깨었다.
 드리워진 커튼 뒤로 어두움이 채 가시기 전이라 창문 너머로 들리는 매서운 바람 소리는 을씨년스럽게 스산하기만 하다. 일찍부터 서둘러야 하는 농장의 하루 일과는 게으름을 떨며 따뜻한 이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꾸짖기 충분하였다.

 

 며칠 전에 주문 받은 순대를 만들기 위해 오늘은 매우 바쁜 날이다.
 어제 저녁부터 담가놓은 찹쌀을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번 행구어 내고 베 보자기를 커다란 찜솥에 두르고 찹쌀 고두밥을 짓는다.


 무럭무럭 김이 나고 구수한 밥 내음이 날 때 쯤이면 불을 줄이고 잠시 동안 뜸을 들인다. 다 익은 찹쌀밥을 큰 대야에 부어 놓고  주걱으로 이리저리 저어주며 뜨거운 김을 날려 보내어 식힌다.


 이러한 과정에서 찹쌀밥의 구수한 내음이 잊고 있던 출출함을 자극하여 무의식적으로 밤톨 크기만한 주먹밥을 만들어 맛을 보고 있었다.


 야채를 다듬고 당면을 썰어 속 재료를 준비하다 보면 길다고 생각했던 아침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재료 준비가 끝나게 되면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여야만 한다.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집 사람이 타온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지난날을 기억해 본다.

 

 시골 장터 한켠에 연탄 화로를 피워 놓고 그 위에는 커다란 양은 대야에 가득히 쌓은 순대가 얹어져 있다. 빛바랜 면 보자기를 덮어 모락모락 김이 오를 때면 대충 수건을 감아 머리에 두른 순대 아주머니는 바빠지신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듯한 홈 파진 나무 도마와 망치로 마구 두드려 만든 듯한 시커먼 무쇠칼은 순대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벽돌 몇 장을 고여 그 위에 판자를 얹어 놓아 길다란 의자를 만들었고 그보다 조금 더 높은 테이블을 만들어 놓아 순대 접시와 소주병을 놓기에 충분하였다. 아주머니는 동그란 모양의 조그만한 양은 접시에 방금 썰은 따끈한 순대를 듬뿍 얹고 꽃소금 한 스푼을 접시 한구석에 넣고 이쑤시개 몇개를 꽂아 주신다.


 " 총각, 소주는?"


 " 네, 한병 주세요!"


 짜르르 목젖을 간지르며 넘어가는 한잔의 소주에 소금을 살짝 묻힌 순대 한점을 입에 넣고 청명한 하늘을 보며 그 맛의 만족함을 흐믓한 미소로 표현한다.


 
 고기와 야채, 당면과 식은 고두밥...
 고루 버무려 섞고 잘 가공된 돼지곱창에 넣기 시작한다.
 자칫 잘못하여 곱창이 터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속을 가득 채워서 끓는 가마솥으로 들어가 충분히 익힌 후 다시 증기로 쪄서 적당량의 기름을 빼내어 맛을 더한다.
 이러한 여러 공정을 거친 후에 비로소 포장에 들어가 상품으로 만들어진다.

 

 예정한 생산량이 만들어지면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잠시 동안 겨울이면 생각나는 우리들의 추억 속 것들을 기억해 본다.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대고 누워 간신히 채널을 고정시킨 고물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이장희의 그건 너"
 밤 새워 시험 공부를 한다고 불켜놓은 창문 밑에서는 "메밀~묵! 찹쌀~떡!"
 버스 정류장 근처 리어카에 대충 찢은 누런 종이 박스에 쓰여진 "군밤과 군고구마"


 따끈 따끈한 "찐빵과 만두" 등등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며 방금 쪄낸 따끈한 순대 한점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을 기울이다 보니 힘들고 지친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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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9
어머니의 장독대

 

 오래 전에 어머니는 따스한 햇살이 종일 비추는 뒷마당 한 곳을 아버지와 함께 풀을 뽑고 돌을 고르시어 자그마한 장독대를 만드셨다. 


 크고 작은 독들을 가지런히 놓아 장독대의 모양을 만들고 지난 해에 만들어진 된장이 가득 담긴 독을 옮기느라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조심 조심 한 걸음씩을 떼어 간신히 새 장독대로 옮겨진 독들은 구수한 장 맛을 내기 위하여 뚜껑을 열고 초겨울의따스한 햋살을 한껏 받으며 맛있게 익어간다.   


 먼지가 가득 쌓여 있던 빈 독은 구석구석을 깨끗이 하고 나면 마른 풀을 대충 뭉쳐 불을 붙여 독 안을 그을려 액운과 잡균을 없애는 전통 행사를 거쳐야만 한다.

 


 큰 독을 뒤쪽으로 하고 장독에 그려진 아름다운 무늬와 색상을 맞추기 위해서 이리 저리 놓기를 반복 하니 그제서야 자기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 오랜동안 그곳에서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멋을 뽐내게 된다.


 "나에게는 무엇이 담겨질까?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장아찌를 담아 주세요..!"

 

 매년 새해를 맞기 전에 옛 어른들이 하시던 일들이 토론토 인근에 자리한 이곳 농가에서도 어김 없이 행하여지고 있다. 


 커다란 가마솥에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정성스레 띄운 메주가 여러가지의 장으로 만들어진다. 된장, 고추장, 간장, 막장...등등. 


 또한 여름동안 밭에서 가꾸고 키운 여러가지 야채를 이 독 저 독에 넣어 만든 장아찌가 자리를 함께 한다. 


 달그락이는 도시락이 들어 있는 가방을 마루 한켠에 던져 놓고 부엌으로 뛰어 들어가 찾은 식은 밥에 시원한 물을 가득 부어 조금씩 얹어 먹던 무 장아찌가 생각 난다. 해가 반짝 나게 되면 "장독 뚜껑좀 열어 놔라!" 비가 오면은 "빨리 나가서 장독 뚜껑 덮어라!" 하시던 어머니. "내가 카나다에 못 갈 것 같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 하시며 몇 해 전에 먼저 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시며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


 이름 모를 마른 풀들과 잔뜩 덮어 쓴 눈이 얼어 붙어 있는 ‘어머니의 장독대’는 따스한 그 분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며 밝은 새해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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