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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hyunsoo
‘내일마저 얘기해요’
Hwanghyunsoo

 

 1970~80년대에 청소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라디오는 ‘벗’이었다. 요즘은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고 자지만, 그때는 손바닥만한 라디오를 끼고 잤다. 어머니한테 잔소리라도 들을까 싶어 이불을 뒤집어 쓰고 라디오를 들었던 추억이 있는 이들이 꽤 있다.

 자기만의 사연을 엽서에 보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사연에 슬퍼하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DJ가 내 엽서를 뽑아 주기라도 하면 대학 합격한 것만큼이나 기뻤고, 좋아하는 팝송이라도 나오면 카세트 공 테이프를 준비했다가 녹음 버튼을 눌렀다. 우리집 창고 어디엔 아쉬워 버리지 못하는 카세트테이프가 한묶음 있는데 그 대부분이 아내가 녹음한 것이다.

 방송국에서는 연말이면 예쁜 엽서를 뽑아 전시를 하기도 했고, 연말 가요 순위를 결정할 때도 엽서 투표 결과가 중요했다. 공부보다는 친구와의 재미가 우선했고,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위로받던 그 시절이었다. 그중에서도 <MBC 별이 빛나는 밤에> 시그널 음악은 아직도 눈을 감으면 신기 생생하게 재생된다.

 “지으릉~ 찌릉~ 찌이으~릉…” 이렇게 시작하는 프랑크 푸르셀(Frank Pourcel) 오케스트라의 메르쉬 쉐리(Merci Cherie)는 우리에게 더 없는 달콤함과 편안함을 주었다. 뉴에이지 음악이 생소하던 시절, <별이 빛나는 밤에> 시그널을 연주하는 1분 동안은 꿈의 음악여행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원래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프로그램 제목은 문화방송 신입사원이었던 장명호가 1969년에 지은 것으로 당시 상금 2만원을 걸은 사내 공모에 당선되었다고 한다. 그는 라디오 음악 피디를 거쳐 경영이사, MBC에드콤 사장을 지내는데, <별밤> 덕에 ‘별’을 달았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MBC 라디오의 간판 프로그램인 <별이 빛나는 밤에>는 53년째 방송 중이다. 1969년에 시작으로 차인태, 이종환, 박원웅, 김기덕, 이수만 등을 거쳐 현재는 작가 김이나가 ‘별밤지기’를 맡고 있다. 이문세가 14대 디제이였던 1984∼95년의 <별밤> 청취율은 20%가 넘는다. 이문세에게 '밤의 문교부장관'이란 별명도 붙었을 정도였다.

 당시 이문세는 한 청취자가 ‘등대지기’라는 말에 창안하여 ‘별밤지기’라는 말을 만들고 <별이 빛나는 밤에>도 <별밤>으로 줄여 불렀다. 그는 생일 축하 사연이 나올 때면 별도의 축하곡을 만들어 직접 라이브로 불러 주기도 했는데, 그때 만든 곡이 2002년에 발매된 ‘추카해요’다.

 라디오는 신문이나 TV에 비해 사용자 참여 폭이 훨씬 컸던 매체였다. 현장성은 TV에 밀리고, 깊이는 인쇄 매체를 당하기 힘들었던 라디오는 엽서로 청취들과 소통하고 제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요즘은 엽서로 사연을 보내는 청취자는 없다. 인터넷 게시판에 접속하거나 스마트폰 문자로 제작진과 직접 소통할 수 있으니, 번거롭게 수선을 안떨어도 된다.

 설레는 마음으로 엽서에 나의 사연을 적어보내던 시절은 기억조차 희미하다. 스마트폰으로 ‘좋아요’를 누르면 되는 그 편한 세상의 중심에 카카오톡이 있다. 작년 기준 카카오톡 하루 메시지 전송 건수는 110억 건을 넘었고 전 세계 약 5천149만 명이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친구, 가족, 연인, 직장 동료에게 예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말까지 모두 토해낸다.

 일대일은 물론이고, 수십 수백 명이 모인 단톡방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쏟아낸다. 편지는 벌써 잊은 지 오래고 긴 문장의 메일보다는 손 안에서 문자와 사진, 동영상, 음원을 주고받는다. 모르는 사람과도 채팅할 수 있는 ‘오픈 채팅’도 가능해졌다. 그러다 보니 라디오 같은 매체를 통해 수다를 떨거나 하소연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라디오는 갈 길을 잃은 듯하다. 특히 53년의 나이를 먹은 <별밤> 같은 프로그램은 7080 세대들에게는 추억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나이만큼 고민도 많은 듯하다.

 그동안 지켜왔던 청소년 프로그램이라는 정체성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필해야 할지? 지금 10대인 청소년 청취자도 중요하고, <별밤>과 함께 나이가 들어버린 50~60대 청취자까지도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별밤지기’를 하고 있는 김이나는 청취 대상을 기존의 젊은층에서 벗어나 1970~80년대 생들이 좋아할만한 추억의 선곡과 코너, 게스트들을 초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변화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추억 팔이를 좋아하는 <별밤> 가족들은 환영하고 있다.

 사실 라디오는 아무 생각없이 틀었다가 은연중에 끌리는 음악 때문에 마음이 빼앗기게 되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와 공감에 목마른 청취자는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이제는 해외에서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어플 ‘MBC 미니’를 통해 들을 수 있고, 사연도 보내고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제작진은 <별밤>의 매력을 잊지 못하는 해외동포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였으면 싶다.

 현재 ‘별밤지기’인 김이나는 언어의 마술사라는 평이 따라다니는 똑소리 나는 작사가다. 저작 등록곡 만 470편이 넘을 정도로 창의적이고 문학적 균형을 지녔다.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별밤>의 빛을 다시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그녀가 짧고 굵게, 매일 밤 속삭이듯 ‘내일마저 얘기해요’ 라는 마지막 멘트는 많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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