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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oonsook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12)
Imsoonsook

 

부르고스~온타나스(14일차 / 31 km)
녹색정원 메세타(Meseta)

 

 

 


 가랑비 내리는 부르고스 도심을 오랫동안 걸었다. 상춘객으로 붐비던 어제와는 달리 차분하게 가라앉은 아침 분위기에 매료되어 잠시 발길을 멈췄다. 하얀 천막 아래 난로 불이 활활 타는 야외 카페를 그냥 지나치는 건 실례가 아닌가. 토닥거리는 빗소리와 달콤한 콘 레체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며 약간의 여유를 부렸다. 


 오락가락 하는 가랑비를 맞으며 겨우 대도시를 벗어났나 했더니 이번엔 하이웨이와 쌍벽을 이루는 지루한 코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굳은 날씨에 딱딱한 아스팔트 길을 장시간 걷는다는 건 썩 신나는 일은 아니지만 짝꿍과 손잡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사이 메세타 지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라베(Rabe) 마을의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은은한 종소리가 마음을 고요하게 이끌어 주었다.


 해발 천 여 미터에 이르는 녹색 정원, 메세타 고원지대에 올라섰다. 며칠간 산비탈 포도 농원을 넘나들다 마주한 밀밭은 마치 토론토 근교를 걷는 듯 친근하게 다가왔다. 사방이 초록 물결로 넘실거리는 밀밭 길을 초록에 떠밀려 가듯 걸었다. 멀리 새파란 하늘과 청 밀밭이 맞닿은 지평선을 바라보다 몇 차례 발을 헛디디기도 했다. 그렇게 풋풋한 기분으로 얼마나 걸었을까. 


뜨거운 햇볕이 언제 우리 곁에 왔는지 온몸이 순식간에 땀 범벅이 되었다. 상큼했던 기분은 한 순간 날아가고 나무 그늘이라곤 없는 망망한 밀밭에서 수시로 인내의 한계를 느껴야 했다. 우천으로 인해 물 준비를 소홀이 했던 점을 뼈저리게 느끼며 메세타 지역의 진면모를 제대로 경험한 시간이었다. 


 후반부엔 외부에서 유입된 이십 여명의 순례길 체험 팀이 함께하여 활력을 주었다. 특히 의족을 착용한 채 가족과 함께 참여한 제이슨 할아버지의 선전에 큰 박수를 보냈다.


가장 힘들었던 하루의 끝 온타나에서, 남편의 학교 후배와 살얼음 뜬 생 맥주잔을 기울이며 험한 길 싸워 이긴 무용담으로 저녁 시간이 뜨거웠다. 

 

 

온타나스~보딜라 델 까미노(15일차 / 28 km)
라벤드 향기와 할아버지

 

 

 


 모처럼 쾌적한 방에서 단잠을 잤다. 어제 오후 동네 초입에 있는 숙소에 들어 갔다가 젊은 열기에 밀려 동네 끝으로 옮긴 게 전화위복이 되었나 보다. 


일반 알베르게에서는 보기 드문 소수 정원에다 편안한 침대며 깔끔한 침구까지 뭔가 대접받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아래층에서 묵고 있던 후배가 와서 보곤 특혜를 받았다며 은근이 부러워하는 눈치를 보였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걷다 보니 가끔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 들어 한 숨 돌리게 한다. 일면식이라곤 없는 곳에서 받은 특혜(?) 덕택에 그 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상쾌한 출발을 했다.


 꼬불꼬불한 마을 길을 실타래 풀듯이 내려왔다. 엊저녁 메세타 고원지대를 넘어온 뒤풀이로 왁자하던 골목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언덕 아래 아늑하게 자리잡은 온타나스 마을을 막 벗어날 즈음, 무뚝뚝한 할아버지 한 분이 '부엔 까미노'하며 라벤더 가지를 불쑥 내밀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앞섶에 꽂았더니 은은한 향기가 내내 코 끝에서 맴돌았다. 길게 뻗은 지그재그 오르막 길을 응원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그 길 위에 오르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아름드리 자작나무가 빼곡하게 도열한 개울을 지나 '산 안톤' 마을로 들어섰다. 인적이라곤 없는 마을에 '콘 벤토 데 산 안톤' 성당만이 덩그러니 남아서 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었다. 비록 퇴색되긴 해도 옛날의 영화가 그대로 읽혀지는 엄청난 규모의 건물들이 방치되고 있음에 마음이 무거워 몇 컷 누르고 걸음을 재촉했다. 


 긴 지그재그 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모스 테라레스' 능선에 올라 휴식을 취했다. 한 걸음 두 걸음, 어렵게 지나온 족적이 그대로 읽혀져 짠 하면서도 한편으론 흐뭇한 느낌이 들었다. 한 숨 돌리며 망연하게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에 젖은 듯 쉽게 자리 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공교롭게도 이런 코스가 계속 되었다. 힘겹게 비탈길을 올라 고개 위에 앉으면 까마득한 길 위에 한 점 피사체로 움직이는 순례객들의 모습, 지난한 삶의 길을 대변하는 듯 의미심장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투박하면서도 품위가 돋보이는 '이테로' 다리를 건너자 '팔렌시아 주'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의 대단한 두 다리가 부르고스 주를 지나 팔렌시아 주로 들어선 것이었다.


 여전히 한적한 마을 '보아디야 델 카미노' 에서 숙소를 마련했다. 능금 꽃이 막 개화하는 정원에서 투숙객들의 환한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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