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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oonsook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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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이레네-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32일차/28 km)

 

 

 

 

 드디어 대장정의 마지막, 별들이 흐르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로 향하는 날이다. 매 순간 어려움을 참아가며 이 날을 기다렸으나 막상 끝에 다다르니 성취감보다 아쉬운 마음이 더 크게 자리 잡는다. 조금 일찍 이런 경험을 했더라면 삶의 결이 한층 다채로웠을 텐데 하는 회한과 함께.


세상사 모두 내려놓고 오로지 내 육신이 보내오는 신호에 귀 기울이며 걷는 일에만 열중했던 지난 한 달여, 단순한 일과였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았던 날들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압축하여 살아낸 듯하다.


 따뜻한 저녁과 깨끗한 잠자리를 주셨던 호스텔 노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길 위에 섰다. 지난밤엔 간간이 폭우가 쏟아져 걱정을 더하게 하더니 이토록 찬란한 아침을 예비하기 위함이었나 보다. 팡파르라도 울리며 걷고 싶은 나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많은 순례자들이 이미 길 위에 그득하다.


그룹으로 행군하는 남녀 고등학생들의 발랄한 움직임, 이십 일째 아빠와 함께 걷는다는 아홉 살짜리 소녀의 상쾌한 걸음걸이, 첫돌 맞은 딸아이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고 싶다는 어느 젊은 부부의 소망까지 어우러진 축복의 길은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였다. 


 마지막 날이라 마음가짐을 가볍게 했던 게 오산이었다. 상쾌했던 기분은 출발 한 시간 만에 사라지고 여느 때와 별 차이 없는 고행의 길이 산적해 있음이 피부로 느껴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지 다짐하면 할수록 걸음은 점점 헛돌기만 했다.


 그 동안 누적된 피로와 부실한 조식 그리고 수면부족까지 겹쳐 야트막한 언덕길에서도 비척거리기 일쑤였다. 이런 땐 무리하기보다는 편안한 장소를 골라 휴식을 취하는 게 최상의 방법임을 안다. 


판쵸 우의를 깔고 누워 하늘을 보니 구름 낀 하늘도 맑은 가을 하늘처럼 청명해 보인다. 길지 않은 세월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가슴 뭉클한 얼굴들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그들도 우리처럼 완주의 기쁨을 안고 이 길 어딘가에서 부지런히 걷고 있으리라.


 오늘은 껍질 벗은 유칼립투스 나무 숲길을 유난히 많이 걸었다. 은초록 긴 잎새를 펄럭이며 쭉쭉 뻗은 나무는, 십여 년간 감싸고 있던 겉껍질을 벗어낸 발그레한 알몸이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일기 변화가 심한 이곳에서 수 없는 담금질로 거듭난 나무를 보니 왠지 마음이 숙연해진다. 


과연 나는 이 길에서 어떤 모습으로 거듭났을까. 종착지가 가까워질수록 뚜렷이 집히는 게 없는 나는 부러운 듯 유칼립투스 나무를 곁눈질하며 얼굴만 붉힌다.

 

 

 

 


 늦은 오후 환희의 언덕 ‘몬테 도 고조’(Monte do Gozo)를 넘어 등꽃이 피어 만발한 산티아고에 입성했다. 도심 곳곳엔 많은 인파와 축하 파티가 한창이었다. 우리는 이방인처럼 멀찍이서 서성이다가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향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골목을 한참 지나 대성당의 위용이 한 눈에 들어오는 오브라도이로(Obradoiro) 광장에 들어섰다. 해질녘 광장엔 그 동안 함께 했던 순례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썰렁한 바람만 나부꼈다.


남편과 함께 어깨를 감싸며 자축했다. 조그만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인연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들인가를 새삼 일깨우는 순례길 이었다.

 

 

에필로그

그리고 그 후


산티아고에 도착한 다음 날 우리는 피스테라(fisterra)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중세의 순례자들이 '땅 끝'이라 지칭한 그곳은 순례의 끝이자 시작을 의미하는 0.00 km 표지석이 있는 곳이다. 


한 시간 여 달린 끝에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세(Cee)에 도착했다. 순례길 동안 서로 힘이 됐던 미주네 가족을 만나 회포를 풀고 피스테라를 향했다. 막차 시간까지 2시간 남짓, 십 여 킬로 넘는 길을 달려 종착지에 닿으니 메케한 연기냄새와 함께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장해 보였다.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정점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마음으로 노란 화살표를 떠올렸다. 도전과 가능성을 경험했던 이번 순례길, 노란 화살표와 함께 하는 앞으로의 삶이 풍요로울 것 같다. 


 그리고 1년 후 우리는 다시 배낭을 꾸렸다. 이번엔 산티아고 '북쪽 길'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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