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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칼럼] 마지막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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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창길 목사가 별세 일주일여 전인 지난 8월 21일 본인에게 보내온 편지 

 


 
 보름여 전, 신문사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주소를 보니 낯익은 이름. 서둘러 뜯어보니 또박또박 육필로 잘 쓰여진 글이 담겨 있었다.    


 “… 그간 격조하였지요. 제 근황을 말씀드리고 좁은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펜을 잡았습니다. 제가 지난 5월 모국 방문 당시 CT 스캔을 했는데, 그 결과 양쪽 폐의 암세포들이 계속 번지고 있다는 판정이 나와 그동안 해온 표적치료투여가 취소되기에  이르렀습니다. Chemotherapy로 2개월간 진료를 받은 결과는 참담하여 암세포가 여러 곳으로 전이됐고, 2~3개월 사이에 제 건강은 호흡 곤란, 심한 기침, 보행 곤란 등으로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회고해보건대, 지난 29년간 토론토 생활은 소중한 기회였고, 그 이면에는 이사장님 같은 지인들의 온정과 배려가 큰 힘으로 작용하였습니다. 특히 이사장님과는 언론사 시절부터 끈끈한 유대로 이어져 왔지요. 우리가 함께 친하게 지낸 임태호 선생과의 추억담은 후일로 미루어야겠네요. 저를 만날 때마다 100세 장수하실 거라며 격려해주시던 모습이 선합니다. 건승과 평안을 기원드리며… 소창길.”        

    
 편지를 읽고 나도 답장 편지를 띄울까 하다가 사정이 급한 듯하여 이메일로 즉석에서 썼다. 

 

 

 


 “존경하는 목사님, 저는 목사님의 엽서를 받고 오히려 무덤덤합니다. 목사님의 몸이 불편하시다는 말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았는데, 가끔 한인행사장에서 목사님을 뵐 때마다 몸이 불편하신 분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외양과 속은 다르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편찮으신 분의 안색이나 거동은 표가 나는 법인데, 목사님에게서는 그런 기색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인품을 지니신 목사님, 왜 그렇게 약하신 말씀을 하세요? 아무리 현대 의학이 발달했다곤 하지만, 때론 어이없는 오진도 많고 실수도 많이 하는 것이 인간세상이잖아요. 목사님을 진단하신 분이 어느 의사분인지 모르나, 저는 인간의 오류임을 확신합니다. 때론 외양적 판단이 더 정확할 때도 있습니다. 제 판단에 목사님은 앞으로 최소한 십수년은 더 사십니다. 그러니 목사님, 나약하신 마음 잡숫지 마세요. 


 제가 즐겨보는 한국 방송 중에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거길 보면 입산(入山)의 연유도 참 다양한데, 많은 분이 질병에 걸려 치료를 받다가 차도가 없자 결국 자연의 품으로 돌아와 유유자적 지내다 보니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완치가 됐다는 사연이 적지 않습니다. 목사님, 이런 체험은 어떠실까요?


 목사님, 제발 연약하신 마음 접으시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세요. 그까짓 병? 그게 뭔데? 나는 하느님이 보내주신 사람의 아들이다. 무섭거나 두려울 것 하나도 없다! 고…” 


 이것이 목사님과 나눈 생애 마지막 편지가 됐다. 이 편지를 육필로 써서 배달을 기다렸더라면 목사님은 아마 읽지도 못하시고 돌아가셨을 것이다.      


0…토론토 한인교계의 큰별이 졌다. 75세라면 아직 이른 연세인데… 목사님은 수년 전부터 지병(폐암)을 앓아오다 최근들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자 주변 지인들에게 이 생애 마지막으로 작별의 편지를 보내는 등 조용히 신변을 정리해왔다. 


 소창길 목사님은 내가 이민 와서 신문사에 근무할 때부터 인연을 맺어 왔다. 단단하고 다부진 체격에 서글서글한 매너가 사람을 편하게 했다. 그런데 임태호 선생(전 한인양자회장)이 2008년 별세하자 그때부터 이미 당신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 무슨 말씀이냐고 되물었고, 그런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사회 정의파로 알려진 고인은 진보신학의 산실인 한신대 출신으로 1989년 캐나다로 건너온 이래 한인교회에서 사역하는 한편, 심장병어린이후원회, 한인사회봉사회, 맹인후원회, 한인YMCA 등 동포사회 전반에 걸쳐 헌신적인 활동으로 큰 족적을 남겼다. 결핵제로운동본부 대표를 맡아 모금운동을 통해 10만여 달러를 모아 북한 환자들을 위해 전달하는가 하면.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한가족선교회의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고 한국문화 보존과 2세 교육에도 큰 관심을 보이며 행동으로 실천했다. 


 특히 캐나다양자회를 이끌었고 한인교회협의회 회장도 지냈으며, 성서 원리대로 살자는 성시화 운동에도 앞장섰다. 벤 진 후보 후원회 등 한인들의 정치권 진출을 위해 애쓰기도 했다. 이런 분이기에 인간적으로 깊이있는 교류를 꾸준히 이어온 분들이 많다. 


 “받지만 말고 주자” “먼데 가는 것만 선교가 아니다. 선교는 가까운 곳,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부터 이뤄진다. 캐나다사회로부터 ‘코리안 크리스찬’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사회 속 한인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고인의 소신이었다.  


0…책상 위에 있는 소 목사님의 마지막 편지를 보니 문득 6년여 전 돌아가신 이재락(당시 83세) 박사님 생각이 난다. 내과의사이셨던 이 박사님 역시 자신의 마지막 운명이 다가옴을 깨닫자 평소 가깝게 지냈던 지인들을 초대한 가운데 화사한 ‘이별파티’를 열었다. 이 박사의 말씀대로, 죽어서 장례식은 별 의미가 없는지 모른다. 살아 있을 때 생의 작별인사를 나누는 것도 운명에 순응하는(順命)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한다. 소창길 목사님, 명복을 빕니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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