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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한인문인협회 2021 신춘문예-수필 부문 입선 '새로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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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영

 

새벽 4시. 놀란 듯 잠에서 깨어 눈을 뜨니 평소와는 다른 방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텅 빈 책장과 선반, 여기저기 흩어져 정리되어 있지 않은 물건들, 커다란 여행 가방들과 이민 가방이라고 흔히들 부르는 바퀴 달린 검은색 가방들... 부족한 잠 때문에 피곤이 가시기도 전에 아내와 나는 그렇게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맞이했다.

허겁지겁 짐 정리를 마무리하고, 막 집을 나서는데 현관 벨이 울렸다. 문을 여는 순간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던 부부의 환하게 웃는 얼굴과 양손에 든 대림 환과 초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대림 시기라서 같은 성당에 다니는 그 부부가 손수 만들어서 가져왔다고 한다.

급한대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가방 한쪽을 열어서 가져다 준 물건들을 집어넣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가방을 모두 차에 싣고 나니 이번에는 따뜻한 커피를 보온병 뚜껑에 가득 담아 떨리는 손으로 우리 부부에게 내민다. 그리고, 환하게 웃던 얼굴들은 어느새 표정이 굳어져 있었고, 눈시울을 가득 적시고 있는 두 눈에는 어느새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이 눈물로 꽉 차 있었다. 그리고, 서로 건네는 짧은 한마디... "건강히 지내다 다시 만나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고국을 떠나오던 날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정성과 사랑을 가득 담아 만든 대림 환과 초를 가져다 준 고마웠던 그 부부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특히, 그날 이른 새벽에 주차장에서 함께 마셨던 커피와 그 향기는 지금도 나의 코 끝에서 진하게 머물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캐나다 이민생활... Wal-Mart, IKEA를 돌아다니면서 우선 잠자리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고, 마루바닥에 신문지를 펼쳐놓고, 들고 왔던 커다란 여행가방 위에 불판을 올리고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했다. 고국에서 조상님들 산소를 벌초 했던 화려한 경력 덕분에 마당의 잔디를 깎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물론, 우리에게도 이민생활의 크고 작은 어려움들도 있었다. 기억나는 하루는, 아내와 함께 막내를 데리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집 근처의 대형 마트를 다시 찾았을 때의 일이다. 주차하고, 매장으로 들어가서 메모해둔 몇 가지를 구입해서 다시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 정도, 돌아와보니 차 뒤 범퍼가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가입한 자동차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니 "인명 피해가 없다면 가까운 정비소에 가서 정비를 하면 된다."라고 하는 것이 전부였다.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얘기하고 도움을 받을 곳도 없고... 할 수 없이 주차장에 설치되어 있는 CCTV 영상이라도 확인을 하고자 다시 마트 안으로 들어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CCTV 영상을 보여 줄 것을 요청하니, 그것은 경찰관이 와야지 보여줄 수 있다고 얘기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911. 그래서 911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첫 번째 911전화 시도! 안내원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으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신규 이민자의 짧은 영어로 최선을 다해서 설명을 하고 나니 "그것은 911업무가 아니니까 경찰에 전화를 하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경찰에 연락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상황이라서 잠시 후에 다시 911로 두 번째 전화 시도,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같은 답변으로 끊어버렸다. 잠시 후 용기를 내서 다시 한번 911에 전화를 걸어서 간곡히 부탁을 했고, 결국엔 경찰을 보내준다는 말과 "이 일로 911에 전화를 또 하면 너를 체포 할 것이다."라는 경고까지 들었다.

약 2시간쯤 후에 경찰차 한 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경찰관. 190cm쯤 되는 큰 키에 검은 얼굴, 권총을 허리춤에 차고 방탄조끼를 입은 캐나다 경찰관의 모습은 한국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친근하고 익숙한 경찰관의 이미지와는 달리 보기만 해도 무섭게 느껴졌다.

이 와중에 함께 있던 막내는 경찰관이 너무 멋있다고 같이 사진을 찍자고 옆으로 다가선다. 잔뜩 긴장하고 있는 우리에게 그 경찰관은 환하게 웃으며 기꺼이 사진촬영을 해 주었다. 처음으로 접하는 캐나다 경찰관으로 인해서 처음에는 위압감까지 느끼고 있었고 불편하기까지 했었던 분위기는 그의 친절과 미소로 흐뭇하게 반전이 되었다.

그렇게 편안해진 분위기로 경찰관과 함께 Security Office로 가서 담당자와 함께 CCTV를 확인한 후에 우리에게 연락을 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부서진 차를 보며 당황했던 순간, 911과의 전화 통화, 경찰관이 오기까지 2시간여 동안의 불안과 두려움, 무섭게 보였지만 친절하고 멋있었던 경찰관의 미소와 기념촬영, 막내와 함께 부서진 차를 수리하던 일... 이런 것들이 나에게 기억되는 캐나다 이민생활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10년 전 둘째 아들의 유학으로부터, 뒤를 이은 막내의 캐나다 행, 그리고 대학생이었던 큰 아들을 남겨두고 여행 가방 몇 개와 이민 보따리 들고 아이들 뒤를 따라온 아내와 나, 혼자 고향에 남아서 대한민국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떳떳하게 늠름한 대한민국 해병으로 거듭난 멋진 큰아들의 합류... 그렇게 우리 가족은 태어나서 정들었던 고국을 뒤로하고 지구 반대편에 '가정'이라는 작고 아름다운 둥지를 틀고 다시 완전체가 되었다.

모두가 먼 길을 돌고 돌아왔지만 우리는 가족으로 다시 이곳에 뭉쳤다. 낯선 곳에서의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면서도 각자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멋진 우리 아이들! 이해와 배려, 감사와 사랑으로 가족을 위해 온 마음으로 정성을 쏟아주는 사랑하는 아내!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곳 캐나다에서 멋진 우리 삶의 여정에 늘 건강이 함께하길 두 손을 모아서 간절히 소원해 본다.

순간 밖으로 지나는 스쿨버스에 적힌 'Life is Journey'가 눈에 들어온다.


2011 캐나다 이민,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FNP, ()대영지에프 대표이사, 태백산맥 장학회 후원위원

 

(수상소감)

상을 받는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얼떨떨합니다. 캐나다 이민후 제 삶에 커다란 변화를 주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아내와 함께하는 새로운 여정이 기대가 됩니다. 주위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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