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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한인문인협회 2021 신춘문예-수필부문 가작'결혼하는 딸을 위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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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성
 

1955년 7월 18일생,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금융MBA, 신한은행 세종로지점장, 실버넷뉴스 국제부장, 2012년 6월 이민

 

<수상소감>

공모 마감일에야 서둘러 원고를 마무리하여 보낸 후 사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41년이란 역사와 전통을 지닌 캐나다한인문인협회 신춘문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졸필의 글이 가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습니다.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2012년 6월, 토론토에 랜딩 하였으나 한동안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지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때마다 느낀 점은 캐나다의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무한한 상상력과 마음의 평화였습니다. “생명의 빛은 영원한 초록빛”이라고 한 괴테의 말처럼 따뜻하고 생명력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는 늘 있었습니다.

틈이 날 때마다 토론토와 오타와, 몬트리올의 미술관을 찾아 다녔고 화가들의 삶을 다룬 전기를 읽으며,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읽는 것이며, 그림은 한 편의 말 없는 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화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로 그림을 그리듯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일상의 삶 속에서 느끼는 잔잔한 사랑과 휴매너티가 깃든 글을 쓰고 싶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선뜻 졸작을 가작으로 선정하여 주신 것은 더욱 분발하라는 격려의 뜻으로 새기며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결혼하는 딸을 위한 시집(詩集)

 

몇 해 전 지인 자녀의 결혼식에 갔다가 '아빠의 마음'이란 시집을 한 권 받았다. 가깝게 지낸 직장동료의 둘째 아들 결혼식에서였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절기상 우수(雨水)이기도 한 2017년 2월 18일 토요일이었다.

오후 3시에 열린 결혼식의 장소는 서울 코엑스 근처의 노블발렌티라고 하는 곳이었다. 그날 나는 결혼식장에 조금 여유 있게 도착하여 신랑측 가족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신랑은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키도 훤칠하고 잘생긴 미남이었다.

나의 직장 동료였던 신랑 아버지는 퇴직 후 강화도의 경치가 좋은 곳에 직접 집을 짓고 있다는 근황을 이야기하며 오랜만에 만나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온화한 성품의 그는 취미로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했고 여행과 음악 등 여러 방면에 재주가 많은 자였다.

축의금을 건네고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나자 접수대에 앉아 있던 젊은 청년이 공손히 '아빠의 마음'이란 시집 한 권을 건넸다. 알고 보니 시집은 신랑의 아버지가 아니라 신부의 아버지가 쓴 것이었다. 경사를 맞이하여 신부측은 물론 신랑측 하객에게도 결혼 축하에 대한 답례품으로 시집을 전달하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동안 결혼식에서 아름다운 꽃이나 풍경 사진으로 만든 달력을 선물로 받아보긴 했지만, 시집을 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정성이 깃든 시집을 받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딸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예식장을 찾은 하객들에 대한 답례품으로 시집은 멋진 기념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날 결혼식장에 있는 내내 마음이 흐뭇했다.

특히 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시집을 받는 순간 마음속에 큰 감동이 일었다. 결혼식장 1층 로비에서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을 만나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편으로는 신부측 부모의 모습을 넌지시 훔쳐보았다.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온화한 모습의 신부 어머니와 함께 곁에 서서 하객을 맞이하고 있는 신부 아버지의 얼굴에서 잔잔히 묻어 나오는 행복과 사랑의 미소를 읽을 수가 있었다.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에 꾸준히 밀려드는 신부측 하객들에게도 책 표지에 '아빠의 마음'이라는 제목이 쓰여 있는 시집을 한 분 한 분에게 정성껏 나누어 주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서른 살 딸의 결혼식에 맞추어 시집을 낸 신부의 아버지는 알고 보니 문학을 공부하거나 전문적으로 시를 쓰는 시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자신의 마음을 담은 시를 썼고 그러한 시들을 모아 사랑하는 딸의 결혼식에 맞추어 시집을 발간한 것이었다.

시집 '아빠의 마음' 발간일을 딸의 결혼식 날짜인 2017년 2월 18일로 맞추었을 만큼 아버지의 가족 사랑은 남달랐다. 신부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시집을 빨리 읽고 싶은 생각이 결혼식 내내 들었다. 피로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부터 읽기 시작한 시집을 집에 도착하자마자 단숨에 다 읽었다.

아름다운 신부의 아버지는 곱게 잘 자란 딸과 아들이 대견스러웠고 고마웠다. 그리하여 아들과 딸, 아내와 함께 오래 공유하며 기억하고 싶은 일상의 추억들을 그때마다 간단한 시와 수필로 기록했다. 그러한 글들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시집 첫 페이지에서 "이쁜 딸과 자랑스러운 아들과 보배로운 선물! 아내를 모시고 사는 복 있는 사람입니다. 시를 쓰는 전문가도 아니고 배운 적도 없지만, 삶의 순간순간을 생각과 느낌으로 끄적거리던 것을 모아서 책을 펴냅니다"라고 시집 발간의 소감을 소박하게 밝혔다.

단란한 가정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시는 정감이 깃든 대화의 한 수단이었고 가족 간에 사랑의 모닥불을 지필 수 있는 아름답고 끈끈한 촉매제였다.

결혼식에 다녀오고 난 후에도 마음속에 따듯한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다. 가족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이 담겨 있는 시는 추운 겨울밤을 녹여주는 따뜻한 난로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를 쓰고 읽는 사람의 마음은 늘 메마르지 않고 여유롭고 아름답다.

삶이 아무리 고달프더라도 좋은 시를 읽으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인생의 고달픔도 눈 녹듯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유산으로서 감성적인 정서를 갖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물질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위대한 유산이지 않을까 싶다.

'아빠의 마음'이란 시(詩)는 아래와 같이 마무리하고 있다. “너희 둘의 앞길에 광야 같은/험한 세상을 걸어갈지라도/한결같이 서로 아끼며/사랑하며 헤쳐나가기를 /아빠가 늘 기도할게!”

신부 아버지가 쓴 시집을 읽으며 인생의 길은 비바람이 없는 꽃길만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기에 부모의 마음은 늘 염려하고 기도하는 마음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그냥 흘려 버리거나 놓치기 쉬운 소소한 이야기조차도 기록으로 남겨 놓는다면 그것들은 훗날 아름다운 시가 되어 향기를 풍기는 사랑의 유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문명은 글자로 기록되며 발전했고 쓰여진 이야기는 영원한 추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기처럼 허공에 사라져 버리는 말보다도 좋은 글은 영혼을 맑게 하는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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