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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oonja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불러 본 여보, 여보~
hansoonja

 

 

 겨울이 끝나가면서, 날씨가 따뜻해지는가 싶으니, 남편은 골프를 치러 나갈 마음에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모양이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 골프 시작하기 전, 미리 실내 연습장에 가서 몸을 풀어줘야 한다며 나와 가게를 교대하면서 연습장에 들르는 듯 했다. 


 난 남편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이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은퇴(가게를 팜)를 하고 나름 삶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좀 진지하게 의논하고 싶었지만, 대화의 진전도 없고, 결말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 시즌이 다가오니 남편은 온통 골프 치러 나갈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6월 달에 큰 사돈 내외가 이곳엘 올 예정이어서 큰 사돈 내외와 우리 부부가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큰딸과 작은 사위가 가게를 봐 주기로 해서 일주일 예정으로 관광지를 물색하고 있었다. 


 남편은 골프 가고 싶어 시큰둥해 하면 나 혼자라도 큰 사돈 내외하고 관광을 떠나리라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과 얘기를 하다 보니, 캐나다도 구경할 데가 얼마나 많은데 미국을 가느냐며 자기는 미국은 가지 않을 것이라며 로키 산맥을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로키 산맥은 다음에 가고, 이번엔 미국 쪽으로 가자고 했더니, 자기는 미국은 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얘기하는 남편을 보니, 참 맞지 않아도 이렇게 안 맞나, 며칠 싫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것은 요 몇 년 동안 남편은 골프를 치느라 나와 같이 밖에서 밥 한 번 먹기도 쉽지 않았고, 드라이브도 나가본 지 몇 년 되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남편은 같이 여행이나 다른 계획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남편에 대한 마음이 곱지가 않았던 거다.


 자기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이번이라도 내가 가고 싶다는 곳으로 방향을 잡아주면 좋을 텐데, 또 그것도 안 된다는 거야 싶으니, 이번엔 그랜드캐년은 돌아보고 싶어 부풀어지던 마음이 어느 사이 여행이고 뭐고 다 싫다 싶으니 매사가 시들해지고 있었다. 남편도 이미 내 마음을 읽어 냈을 테니 말을 하기는 해도 서로가 겉도는 그런 분위기가 며칠 지속되고 있었다. 


 그런 얘기가 있고 며칠 지나, 새벽 잠결에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크르릉 크르릉’, 이런 코고는 소리는 처음이네 깨울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코 고는 소리가 좀 잦아지는 것 같다 싶었는데, 남편의 스마트 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알람은 새벽 6시에 맞춰져 있다.)


 난 당연히 남편이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려나 스마트 폰을 귀에까지 들이 밀어도 남편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급하게 알람을 끄고 불을 켰다. 그런데 남편의 오른 쪽 팔이 침대 밑으로 떨어져 있었다.


 난 순간 너무 놀라 남편에게 심폐소생술을 몇 번, 인공호흡을 하며, “여보, 여보, 여보 왜 이래” 하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애들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했다 싶었는데, 애들이 달려오기도 전에 앰뷸런스가 미리 도착을 했다. 그들이 와서 심폐소생술을 했건만 남편은 이미, 운명을 달리한 것이었다. 


 남편은 평소에, 아니, 이민을 와서 산지 25년이 되었건만 정기 검진은커녕, 그 동안 소변, 혈액 검사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본인이 잘 알아 건강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오죽해야 작은 딸이 지난 번 서울엘 나갈 때 대신 가게를 봐 주며 한국에 나가서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조건을 내 걸었건만 듣지 않았다. 게다가 누구의 잔소리도 듣지 않는 편이어서 가급적이면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가는 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도 잠자리에 들며 지압을 해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 손끝과 엄지 손가락 사이를 꼭꼭 눌렀더니 아프다고 하기에, 이건 단순히 손가락이 아픈 것이 아니고, 어느 장기가 좋지 않아 그런 것일 테니 가정의한테 가보라고 하는데도 들은 척도 않는 것이었다. 


그 후 발바닥이 아프다고 하기에 그것 또한 단순히 발바닥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당뇨 합병증이 와도 그럴 수 있으니 혈액검사라도 한 번 받아 보라고 했건만 쓸데없는 소리 한다며 눈까지 흘기듯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병원은커녕 자신의 몸은 자기가 더 잘 안다는 말인지, 별로 말을 하지 않으니 미운 마음이 들기도, 좀 염려스럽긴 해도 어머니(건강하게 사시다가 98세에 돌아가셨다) 체질 닮아서 그래도 89, 90은 살겠지 마음 편히 먹으려 하고 있었다. 


 게다가 영양제는 좀 먹어도 아스피린만 복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가고 말았으니,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정말로 미안한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그 동안 살면서 ‘여보’라는 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 같다. 부부지간에나 쓸 수 있는, 불러 볼 수 있는 호칭임에도 난 쑥스러워 한 번도 불러본 것 같지 않다.


 남편을 꼭 불러야 할 때엔 “아빠”라고 불렀으니, 이젠 영원히 불러볼 수 없는 호칭을 마지막 운명하는 순간에나 불러대고 있었으니, 남편은 알아듣기나 했으려나 참 아쉽고 미안하고 가슴 싸한 그리움 되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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