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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7월 29일 (일요일) 맑음


 7월 헌금위원 임무가 오늘로 끝났다. 좀더 젊은 사람들이 입구에서 인사해야 인사를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을 텐데 나이가 든 우리가 서서 인사하려니 좀 쑥스러운 생각이 든다. 미안하기도 하고.


 교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집사람이 딸에게 전화를 했다. 시간이 있어 놀러 가려는데 괜찮겠니? 저녁때는 시아버님의 칠순 생신을 하러 가야 하니 오셔서 그때까지 노시다 가세요. 복권 맞은 기분이다. 두 시간 정도 손녀딸과 놀 수 있겠구나. 


신이 나서 Hwy401을 타고 Allen으로 들어서려는데 들어가는 입구에 차가 막혀 움직이질 않는다. 도로 옆에 사인을 보니 Allen Rd. 남쪽길이 닫혔단다. 두 시간 밖에 없는데, 이리저리 돌다가 무려 사십 분을 허비하고 딸네 집에 도착했다. 혹시나 손녀가 자고 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며 문을 두드리려는데 손녀딸의 우는 소리가 난다. 자고 있지 않은 건 확실한데 그런데 왜 울지? 


 사위가 문을 열어줘 들어가 보니 기저귀를 갈고 있으니 싫다고 소리를 지른다. 음 그래, 척척한 기저귀 차고 있는 손녀딸 안는 것보다 뽀송한 기저귀차고 있는 손녀딸 안는 것이 피차에 좋지.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더니 방긋 웃는다. 세상에 어떻게 아기가 저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몇 발자국씩 제법 걷는데 나에게서 할머니에게 갈 때는 손을 든 상태에서 한 열 발자국 정도를 아장아장 걸어 똑바로 가서 할머니에게 팍 안기는데, 할머니에게서 나에게 올 때는 한 다섯 발자국 정도 걷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고 걸어가 탁자에 가서 손 짚고 선다. 그리고 고개를 나에게 돌려 쳐다보며 웃는다. 할아버지를 약 올리는 건가? 약 올리는 손녀를 보며 헤벌레하고 웃고 있는 나, 너무 사랑스러워 꽉 안아준다. 이제 나도 성격이 많이 좋아졌구나, 약 올리는 사람을 포용할 줄도 알고.


 이제는 제법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도 알고, 이곳 저곳 걸어 또는 기어 다니며 참견하고 다닌다. 소파에 앉아 나와 잠시(나하고는 항상 잠시) 놀다가 아래로 내려가길래 어쩌나 보았다. 탁자 건너편에 할머니가 있으니 아마 그리로 가려나 보다. 그런데 탁자 밑에 길다란 막대기가 걸쳐있어 지나갈 수가 없을 텐데 하고 바라 보았더니, 막대기 바로 앞에서 우리가 포복하다 장애물 밑을 기어가듯이 고개를 바짝 숙여 머리를 방바닥에 대고 몸을 밀고 지나가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한테 가서 안긴다. 


오마, 이건 예쁜 아기가 머리까지 천재 수준 아닌가? 그러다 잠시 할머니와 놀다가 나를 쳐다보더니 나에게 똑 같은 방법으로 건너와 소파를 잡고 일어선다. 금방 본 것인데도 신기해서 다시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여 머리를 바짝 바닥에 대고 몸을 밀고 지나가는 것, 그래 이제 너는 벌써 웬만한 장애물은 건너가는구나.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도 많은 장애물들이 있을 텐데 잘 지나가겠구나. 한참을 놀다가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내 얼굴에다 입을 대고 뽀뽀를 해준다. 고맙다 손녀야, 미스코리아 뽀뽀보다 더 황홀하구나.


 꿈같은 짧은 시간이 지나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Allen Rd. 선상 Hwy 401 근처에 큰 트럭 하나가 엄청난 연기를 내며 앞에 가고 있다. 혹시 폭발할 지도 모르니 빨리들 지나갔으면 좋으련만 구경들 하는지, 연기 때문에 잘 안보여서 인지 앞차들이 천천히 가고 있다. 간신히 지나가는데, 우리 애들도 곧 이 길을 지나올 텐데 제발 안전하기를….


 집에 돌아오니 아폴로(우리집 개)가 아침에 교회 간 사람이 교회 끝나면 바로 오지 않고 왜 이제 오냐며 앞발을 들어 밀며 항의한다. 아폴로에게 밥을 주고 옷을 교회복장에서 평상시 복장으로 갈아 입은 다음 밖으로 나오자, 아폴로가 금방 들어온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 가냐며 멍한 표정으로 리빙룸 소파에 가서 앉는다. 미안하지만 약속이 있으니 어쩌랴.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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