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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youngjae
지성 (知性)의 시인, 이상묵 시인의 시 세계(하)
kimyoungjae


 

 (지난 호에 이어)


유태인 시장


잉어가 걸리면/ 낚시꾼은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옛날 고국에서/ 몸 보하던 생각하고/ 잉어를 사러 유태인시장에 가니/ 늙은 할머니가 /물통에서 잉어를 꺼내/ 신문지로 둘둘 말아 도마위에 놓고/ 방망이로 사정없이 머리를 친다// 눈만 내 놓고 두건 두른/ 팔레스타인 젊은이를/ 이스라엘 군인이/ 곤봉으로 마구 패듯/ 돈이 되는 일이 라면/ 나이도 잊고/ 마른 팔 높이 쳐드는/ 백발의 할머니// 잉어는 신문지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끝까지/ 두 눈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동시집 p16)

 

예 맞습니다. 이상의 두 편의 시에서, 이 시인의 시는 생각, 즉 지성에 대한 부분의 비중이 더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현대시로서의 필요한 정의처럼, 자신의 느낌이나 감상을 절대로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상황을 지극히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이 그 상황을 상상하고 나름대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 시인의 시들은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 찬 현실을 고발하고 있지만 자신의 주관적 감상을 일부러 배제하여 우리가 스스로 느끼고 판단하게 하는 현대시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석촌 선생님의 시들이 주는 매력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던 사물을 보다 명확하게 바라 볼 수 있도록 시력을 밝게 하여 준다는 것입니다.


시인은 보통사람들이 사물이나 자연을 보고 그냥 지나치거나 미처 보지 못했던 것, 느끼지 못하던 것을 예리한 촉(觸)으로 느끼고 찾아내어 삶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고 해석하여주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석천 선생님은 우리 주변의 일상을 날카로운 눈으로 관찰하고 삶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앙가쥬망의 시를 쓰신 진정한 의미의 시인이셨습니다.


그러나 그는 또한 끊임 없이 배우고 변화를 시도하며 노력하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시인으로 우리에게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후기 시에 들어서면 그의 시들은 형식적으로 (‘링컨 생가와 백두산 들쭉밭' 시8, p184) 에서 보듯 무의식의 세계를 그리듯 더욱 이미지가 풍부하여지고 표현기법이 다양화 하고 있으며, ‘파리는 누워있는 남자의 몸/ 에펠탑은 두 다리 사이에 우뚝 솟은 남근/ 샤갈의 나귀는/ 한 손으로는 제 유방을 가리고/ 얼굴 반대방향으로 엉덩이를 비틀고 있다’ (에펠탑과 나귀p. 267) 와 (열리지 않는 지퍼 p 243), (카사노바의 근친상간 p.278) 등에서 보듯 심지어sensual 하게까지 과감하게 변화하고 있고 ‘정크메일은 하나같이 세일이다’, ’그 꼴통들은’ (두 개는 공짜 p 210) 등에서 보듯 詩語에도 외래어나 비속어들을 과감히 섞는 등 어휘구사가 더욱 분방(奔放)하여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들의 바닥에 깔리는 시 정신은 여전히 날카로워 현대를 사는 도시인, 서구문명 사회의 모순이나 부조리를 풍자와 야유까지 동원하여 통렬히 비판합니다. 


20여년 전 제가 이 선배님의 시들을 처음 읽고 쓴 평론에서 이 시인의 시들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타이틀을 '도시 인텔리켄차의 회오와 한계’ 라고 썼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렇습니다. 인텔리켄챠, 그때에도 이 시인의 시들은 우리가 시를 읽고 시인이 방금 내게 보여준 광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의미를 책을 덮고 다시금 잠시 생각하게 하는 지적인 시들이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제가 왜 이 시인의 시들이 지적이라고 했는지 아시겠지요?


그는 또한, 자신의 옛 시들도 계속 읽고 퇴고하고 고쳐나가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9월의 비 

 


4월에 비를 맞으며
이 하이웨이를 지날 때
나는 길가의 집들을 알지 못했다
이 아침 햇빛은 온 세상을 발가벗기고
연둣빛 유니폼을 입고 행진하는 나무들
민들레꽃은 밤새 황금 카펫을 깔아놓아
나는 달려서 세상에 들어서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같은 길 따라
오늘 내가 집을 향할 때
9월 하순의 어스름 길에 깔리고
문득 불을 켜는 길가의 아파트들
거긴 들어갈 일 없는 
아무리 오가도 스쳐만 가야 하는 성벽
낯선 길 이대로 달려 
하늘과 땅이 맞붙은 저 끝 어디
불 끄지 않은 마을에 닿을 수 있을까 
표지판 없어도 환한 거리
비 그친 골목에 들어설 수 있을까

 

 

죽음을 앞두고 다시 수정하여 신문에 실은 이 시는 석천 선생님이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삶을 돌아다보는 마음이 절절한 아름다운 시 입니다


지성의 혜안을 번뜩이면서도 끊임 없이 변화를 시도하신 그의 시들이 우리에게 잠언적인 노래를 통하여 삶에 대한 통찰을 계속 들려주고 있습니다. 석천 선생님은 떠나셨지만 그분의 시들은 오래 남아 우리의 마음을 울릴 것입니다. (2019년 11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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