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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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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변장한 돈 까밀로


“안녕하세요, 상원의원님” 하숙집의 마룻바닥을 닦고 있던 청소부 아줌마가 쇳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동무.” 우유 배달부가 아침 우유를 들이밀다가 빼뽀네와 눈이 마주치자 입 속으로 우물우물 말했다.


“안녕하슈, 가엾은 멍청아” 이번에는 딱 벌어진 어깨의 건장한 남자가 길 한복판에 버티고 서서, 상원의원 빼뽀네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빼뽀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딱 버티고 서있는 사람을 한쪽 옆으로 밀치고 그의 갈 길을 걸어갔다.


로마의 아침 9시. 거대한 도시가 꿈틀거리며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도시는 잠이 덜 깬 탓인지 가을날 새벽공기가 상큼 다가온 것도 미처 모르고 있었다.


“안녕하슈? 불쌍한 바보 양반” 어깨가 딱 벌어진 건장한 사나이가, 이번엔 친밀한 태도로 인사를 되풀이했다.


“우리 시골 고향 같았으면 아주 멋진 하루가 시작되었겠지. 밭갈이 하는 들판 위로 새벽 안개가 걷히고, 클로바 잎새는 이슬에 반짝이며, 포도넝쿨은 적갈색 잎 사이로 반쯤 가려진 채 달콤하게 영근 포도송이들이 주렁주렁 무겁게 매달려 있을 테고”


빼뽀네가 투덜거리며 대꾸했다.


“무슨 원수가 졌다고 매일 아침 내 하숙집 앞에 잠복해 있다가, 고향 마을 소식을 노래하며 내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는 겁니까?”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담배에 불을 붙여 물었다. 


“그렇구 말구” 그 사내가 비꼬며 말했다. “담배도 별 수 없다네. 도시 사람들은 독한 냄새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하숙집 마나님이 자네가 담배를 한 쪽 입에 꼬나 물고 서있는 걸 보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상원의원 나리라 하더라도 그 마나님의 존경을 받지 못할 걸세. 그런데 그 노 마나님은 아주 멋진 분이야. 자네가 그 노 마나님에게 무소속이라고 말한 건 정말 잘한 일이지. 자네가 공산당원이란 것을 알게 되면 그 노 마나님은 큰 충격을 받을 테니까.”

 

 빼뽀네는 물었던 담배를 내던져 버리고 넥타이도 풀었다. “그렇지, 난 자네가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헤치고, 목에는 손수건을 둘러매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던 걸 알고 있네. 그러나 상원의원 나리께서 촌뜨기 모양으로 나다니실 순 없잖소? 자네야말로 책상 위에 전화도 한 대 올려놓고, 사무실 바닥엔 대리석을 깔고 지내는 거물급 인사가 아닌가?”


빼뽀네가 시계를 들여다 보자, 그가 또 다시 말을 이었다. “염려 말게, 자네는 임무를 잘 해내고 있소. 러시아 여행에 참가할 대표를 뽑는 일도 훌륭하게 잘 처리했소, 다만 이름 하나가 명단에서 빠져있더군”


빼뽀네는 모자를 벗고 이마의 땀을 씻었다. “모두가 그 사기꾼의 잘못이었소. 내가 그 놈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보게 친구”


상대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자넨 이런 일에 말려들어선 안되네. 왜 사서 고생인가 말일세. 지난 일은 다 잊어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나?”


“아니오, 그럴 순 없소”


빼뽀네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럼 내일까지 안녕히 계시오. 하느님이 자네를 도와주시기 바라네!”


두 사람은 버스 정류장까지 함께 왔다. 빼뽀네는 그리 밉게는 느껴지지 않는 그 남자가 군중 속으로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저 친구가 어째서 매일 아침마다 소박하면서도 행복했던 과거의 추억을 들춰내고, ‘즐거운 우리집’이라는 노래의 사이렌을 울리며 그를 집적거려야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버스 안에서 빼뽀네는 공산당 일간지 《L’Unitcl de! Popolo》를 읽고 있는 사람 맞은 편에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은 신문을 마치 나무틀에 끼워놓은 듯 곧추 세워 펼쳐 들고 있었다. 빼뽀네는 그 손님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이렇듯 연극하듯이 자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을 볼 때 그 사람은 틀림없이 멍청이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원들은 모두 그의 단추 구멍에 당원 표식을 달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겉에까지 내보이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 짓이다.”


 빼뽀네는 옛날에 어떤 사람이 그의 개에게 불쌍하고도 유치한 장난을 쳤을 때 이처럼 선언했다.


돈 까밀로는, 성체 행렬이 지나갈 때 빼뽀네가 모자를 벗지 않았다고 꾸짖은 적이 있었다. 그때 빼뽀네는 모욕적인 대꾸를 했었고 그 후 얼마 안되어 빼뽀네의 개, 씬더는 궁둥이만 빼놓고는 털이 모두 깎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엉덩이 부분엔 망치와 낫 모양으로 털을 다듬어 놓았다. 


돈 까밀로는 그 개를 만날 때마다 당의 상징에 대한 존경을 흉내내며 그의 손을 들어 모자를 들썩거리곤 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지금 같진 않았는데.’ 빼뽀네는 혼자 생각했다.


‘사람들이 정치광처럼 놀아나기 전이었고, 격렬한 토론보다는 너털웃음이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해 주었었는데…’


평범한 복장을 하고 맞은 편에 앉아있던 사람이 신문을 무릎 위에 내려 놓았다. 빼뽀네는 그 사람이 멍청이같이 보이지 않았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의 눈엔 표정이 없었는데, 그건 말할 것도 없이 그의 두꺼운 안경 렌즈가 눈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평범하고 가벼운 일상복을 입고 있었고, 평범한 회색 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웬지 빼뽀네는 기분이 상했다. 더구나 그 사람이 자기와 똑같은 정류장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더욱 기분이 언짢았다.


“선생님, 길 좀 묻겠는데요.” 그 남자가 물었다.


빼뽀네는 자제심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 “안내할 수 있지요, 지옥으로 가는 길 말이오.” 


“바로 내가 알고 싶었던 길이오.” 그 남자는 침착하게 말했다.


빼뽀네는 성급하게 돌아서 가버렸다. 그 남자도 뒤를 따랐다. 5분쯤 지나서 조그맣고 텅 빈 까페의 서로 다른 식탁에 둘은 떨어져 앉았다. 빼뽀네는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힌 다음 참을성 있게 말을 걸었다.


“당신 농담은 너무 지나치셨소.” 그가 선언 하듯이 말했다.


“그렇지 않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오.”


“당신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기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요구하고 있지. 돈 까밀로…”


“나를 타롯치 동무라 부르게”


그 사람은 주머니에서 여권을 꺼냈다. 거기에는 검정 글씨와 흰 글씨로 ‘인쇄공 까밀로 타롯치’라고 써있었다. 빼뽀네는 그의 손에서 여권을 뺏어 뒤적여보고는 혐오감을 나타냈다. 


“가짜 이름에, 가짜 여권에, 가짜 성분의 소유자”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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