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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34)
knyoon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 유니스 윤경남 옮김

 

 

 

(지난 호에 이어)
타반의 검은 피부와 뼈만 남은 얼굴과 넓적한 큰 귀는 어딘가 천진스러움이 엿보였다.


“나는 동무가 충성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당원이란 것을 알고 있어요.” 돈 까밀로가 말했다.


“내가 너무 성급하게 단정지어 말했나 보군요. 어찌되었든, 난 동무의 계급에 대한 긍지를 손상시킬 생각은 조금도 없었소.”


“동무 말씀이 옳았어요.” 


상대방이 대답했다.


“농민 계급이란, 동무가 묘사한 바로 그런 식이랍니다. 하지만 그 방식도 변해가고 있어요. 아직도 그 변화를 물고 늘어져서 방해가 되는 인물은 노인들이랍니다. 노인들은 그릇된 관념에 젖어 있어요. 그러나 그들은 평생을 개처럼 일만 해왔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반박하긴 더 어려운 일이지요.


당은 무엇에 대해서나 해답을 줍니다. 그런데도 노인들은 아직까지 고삐를 쥐고 놓지 않는 겁니다. 그들이 쥐고 있는 해답이 이따금 그들의 이성에 호소합니다만 그들은 자신의 감성에만 귀를 기울입니다. 그들이 명백하게 생각할 수 있을 때에도 그들의 감성은 그들의 이성을 지배합니다.”


“동무, 나 자신부터가 농민 출신이오. 그래서 난 동무가 말하는 뜻을 잘 알고 있어요. 한 마디로 말해서 그건 우리 농민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전을 강화해야 한다 이겁니다.” 그들은 말없이 계속 걸었다.


 “동무,” 타반이 갑자기 불렀다.


“내 아내와 아이들과 나는 75세 되신 아버지와 73세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 집안은 한 고장에서 백 년 이상 정착해 살아 왔지요.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기껏해야 1년에 한번 정도 밖엔 다른 마을에 가시지 않습니다. 딱 한번 큰 도시에 가신 적이 있지요. 제가 어떻게 그 분들의 생각을 돌릴 수 있겠습니까? 특히 그 일이 일어난 다음에…“


돈 까밀로는 그에게 의문의 눈길을 던졌다.


“동무, 마음에 거리끼는 일이 있으면 솔직하게 털어놔 보시오. 우리는 인간 대 인간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오, 당과는 관계가 없소”


타반은 괴로운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저에게는 다섯 살 아래인 남동생이 있었습니다.” 그가 설명을 했다.


“그런데 그 애는 전쟁 중에 죽었답니다. 아버지는 그런대로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셨지만 어머니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으셨던 겁니다. 제가 이번 러시아 여행 계획을 말씀 드렸을 때 어머니는 정신을 잃으셨어요. 저는 어머니의 간청을 들어드리기로 약속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생은 어디서 전사했소?” 돈 까밀로가 물었다.


 “동생은 파병되는 데로 끌려나갔다가 1942년 성탄절 즈음, 바로 이 자리에서 일어난 전투에서 전사했습니다.” 


그의 음성엔 어떤 확신 같은 게 있었다. 


“어머니는 그 애 무덤을 표시해둔 십자가를 찾아서 그 앞에 이것을 갖다 놓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제게서 받아내셨지요.”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봉현 양초를 꺼내 들었다. “알겠소, 동무.”


돈 까밀로가 말했다.


“하지만 동생이 묻힌 곳을 어떻게 찾아 내겠소?”


타반은 그의 지갑 속에서 빛 바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연대 내의 군목이 이 사진을 어머니께 주셨습니다. 동생의 이름이 적힌 십자가가 있고, 뒷면엔 가장 가까운 마을 이름과 지방의 지도가 있습니다.”


돈 까밀로는 그 사진을 뒤집어 본 다음 그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동무, 동무도 어디쯤인지를 모르십니까?” 타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바로 이 근처가 틀림없어요. 어떻게든 찾아내야만 합니다. 그러나 내게 그곳을 가르쳐 줄 사람이 있을까요?”


그들은 길을 따라 꽤 걸어 올라갔다. 이제 그 지도에 표시된 그들이 조금 전에 다녀간 바로 그 장소, 참나무와 수로가 있는 데서 별로 멀지 않은 곳까지 갔다.


“좀 더 빨리 걸어요.”


돈 까밀로는 자기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말했다. 그들이 수로까지 왔을 때, 돈 까밀로가 걸음을 멈추었다.


“이게 그 길이오, 여기 울타리 숲이 길을 따라 뻗쳐있고, 저기에 그 나무가 있소.”


타반이 뒤따라왔다. 그는 꽁꽁 얼어붙은 수로 밑으로 길을 더듬으며 그 참나무 밑에까지 온 다음 둑 위로 올라왔다. “바로 저기요.”


밀밭을 손으로 가리키며 돈 까빌로가 말했다. “동무의 동생이 누워있는 곳입니다.”


그는 엉켜있는 담쟁이 덩굴을 헤치고, 나무에 새겨진 십자가와 날짜를 타반에게 보여주었다. 타반은 들판 너머를 바라보았다. 양초를 쥐고 있는 그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돈 까밀로는 몇 발자국 앞으로 나가 몸을 아래로 굽히고 땅 위에 구멍을 팠다. 타반은 곧 알아차리고 양초를 그 구멍에 집어넣고 불을 당겼다. 그런 다음에 그는 일어서서 손에 모자를 움켜쥔 채 앞만 똑바로 응시했다.


돈 까밀로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어 참나무에 밀착해서 자라고 있는 가냘픈 밀대 줄기에 붙어있는 흙 한 줌을 떼어냈다. 그는 그 흙덩이를 그가 성배로 사용하기 위해 가지고 다니던 알루미늄 컵에 담았다.


“어떻게 해서든지 다른 컵을 하나 더 구해보겠소.” 그는 혼잣말을 하고는 타반에게 말했다.


“이것을 동무가 어머니께 갖다 드리게.” 그런 다음 그들은 밭 둑으로 다시 걸어나갔다.


 “동무, 성호를 그으십시오.”


돈 까빌로가 말했다.


“나도 똑같이 할 테니까.”


그들이 서 있는 장소에서, 그들은 깜박이는 봉헌 양초의 불빛을 바라볼 수가 있었다. 그때 자동차의 경적이 버스로 어서 돌아오라고 울리고 있었다. 그들이 버스 있는 곳에 거의 다가오자, 돈 까밀로가 걸음을 멈추었다.


“동무. "


그가 말했다.


“동무의 어머니는 행복할 테지만 당은 절대로 용서치 않을 거요.”


“나는 당 같은 건 조금도 개의치 않습니다.”


타반이 힘있게 말했다.


그리고는 흙덩이와 밀대가 들어있는 컵을, 마치 살아있는 사람에게나 하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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