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36)
knyoon

 

 

 

(지난 호에 이어)


“그 이야기는 적어도 그 이상 퍼진 것 같진 않소.” 돈 까밀로가 위로하듯이 말했다.


“예, 하지만 나도 그 거래와 약간 상관이 있답니다.” 


“동무가 재미 본 대가를 치른 것뿐이오.”


“그렇지만 내게 나일론 양말을 주고 밍크 목도리를 가져오라고 한 그 사람에게는 어떻게 말하지요?”


바치까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동무, 우리 좀 솔직해집시다. 어젯밤에 상원의원이 동무들에게 술책을 부리는 걸 알았지요. 그리고 동무가 으스대는 마누라가 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아내는 열 배나 더 나쁘답니다. 날 이렇게 곤경에 빠뜨린 건 그 여성이랍니다. 그리고 내가 만일 그 물건을 가져가지 않는다면, 토글리아치 동무가 와도 나를 구해내진 못할 겁니다. 당 조직 앞에서 아내를 힐문할 수도 없지요. 왜냐하면 그 여성 동무도 냄새 나는 파시스트이니까요. 그 여성의 딸들은 제 어미 편을 들겁니다. 그 딸년들은 에미보다 더 악질이거든요.”


“딸들도 역시 냄새 나는 파시스트인가요?” 돈 까밀로가 물었다.


“그보다 더 나쁘지요. 그 애들은 기독교 민주당원들입니다. 저는 그들을 폭풍의 군대라고 부르지요!”


“알겠습니다.”


돈 까밀로가 말했다.


“어떻게 해야 동무를 도울 수가 있겠소?”


“동무, 나는 부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주머니 속에 미국 돈이 좀 있지요. 미국 역시 냄새는 나지만, 미국 돈은 언제나 편리하지요. 이제 아시겠습니까?”


“잘 모르겠는걸요.”


“동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미국 돈을 없앨 작정입니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겠지요?”


“동무의 미국 돈을 쓰는 것 말이오? 그건 잘못될 게 없소. 소비에트 연방은 달러 교환이 필요하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바치까는 안심한다는 듯이 말했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 미국 돈이 얼마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돈 까밀로는 정보에 밝았다.


“공식적인 환율은 1불에 4루불이오. 그러나 여행자들은 10루불을 받을 수 있지요. 반동적인 신문에선 암시장도 있다고 주장하니까, 동무는 20루불까지도 받을 수 있을거요. 물론 그건 늘 하는 반공주의자의 선전이겠지요.”


“물론 그렇겠지요.” 바치까가 말했다.


“그래서 일단 우리가 모스크바에 도착하기만 하면, 나는 내 돈으로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을 거에요. 그렇지요?”


“아주 합법적이지요, 동무.”


바치까는 만족해 하며 방을 나갔다. 그러나 돈 까밀로는 카피체가 이미 문 앞에 와있었기 때문에 방금 일어난 일을 공책에 적을 틈이 없었다. 차가운 압박 붕대는 효과가 있었는지 그의 왼쪽 눈은 이제 연푸른 색의 테를 두르고 있었다.


“동무, ”


그는 돈 까밀로의 맞은 편에 앉으며 말했다.


“난 동무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동무는 보드카를 마치 브랜디 마시듯이 꿀쩍꿀쩍 마시더군요. 그건 어디까지나 보드카란 말입니다. 보드카가 동무에게 뭘 해줄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달갑지 않은 일이 생긴 다음엔, 글쎄요, 회복하긴 힘들 겁니다.”


돈 까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방은 말을 계속했다. “상원의원께선 내게 나중에 화해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멍든 눈은 고사하고 목 뒤엔 밤톨만한 혹까지 났습니다. 이제 그 이상 무얼 가지고 화해하겠다는 겁니까? 제 아내는 우리 마을 지구당 세포 조직 중에서도 매우 활동적인 여성입니다. 그러니 만일 이 바보 같은 일이 모두 알려져 얘깃거리가 된다면, 아내도 틀림없이 주워듣게 되겠지요. 아내는 다혈질에다 질투심이 많습니다. 이제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왜냐하면 동무도 나와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씨름해야 할 것 같으니까요.”


“염려말아요, 동무.” 돈 까밀로가 말했다.


“내가 직접 상원의원과 검토해 보겠소.”


카피체는 분명히 안심이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벌떡 일어섰다. “살바토레 카피체, 이게 제 이름입니다.”


그가 소리치며 말했다.


“나폴리에 오시거든 살바토레 카피체를 꼭 찾아주세요. 그 고장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답니다!”


지금까지 너무나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기 때문에 돈 까밀로는 그것을 모두 적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운명은 그렇게만 되진 않았다. 그가 공책을 끄집어내기도 전에, 페랏토가 불쑥 나타났다. 이태리 북서부 튜린지구 출신으로 그는 변죽부터 울리며 말을 시작했다.


“동무, 어제는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술만 있으면 늘 그런 식이지요. 하지만 지금 보드카의 술기운이 다 사라지고 이젠 정신이 들었어요. 상원의원은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아마추어가 아닌 사진 전문가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여기에 어젯밤 제가 찍은 사진들이 몽땅 들어있는 필름이 있습니다. 그 필름을 마음대로 쓰십시오.”


돈 까밀로는 그 필름을 받았다.


“동무, 정말 고맙소. 당신은 참 훌륭한 분이군요.”


 “그건 직업 윤리의 문제입니다.”


페랏토가 일어날 자세를 취하면서 말했다.


“또한 남성 단합의 문제이기도 하지요. 제 처는 날이 갈수록 질투가 심해져 가고 있거든요. 그 필름은 광선에 노출되었다고 상원의원께 말해 두겠습니다.”


페랏토가 나가버린 다음, 돈 까밀로는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예수님, 그렇다 치더라도 저는 질투심 많은 아내나마 갖지 못한걸 부끄럽게 생각한답니다.”


그런 다음 그는 공책을 꺼내어 적기 시작했다. ‘뭇 아내들은 인민의 아편이다.’ 돈 까밀로는 몇 마디 더 적으려고 했는데 스카못지아 동무가 문 앞에 나타났다. 그는 돈 까밀로의 맞은편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담배에 불을 붙여 한쪽 입가에 꼬나 물었다.


그는 보통 때와 다르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마음 속에 뭔가 오락가락하는 게 있는 것이 분명했다. 돈 까밀로는 잠시 동안 의심쩍은 눈으로 그를 바라 보았으나 그가 아무런 말을 할 기색이 없자, 그는 공책을 꺼내어 마저 쓰기로 마음먹었다.


“동무,”


스카못지아가 방해를 놓았다. 그래서 돈 까밀로는 공책을 급히 치워버렸다.


“뭐 잘못된 일이라도?”


그는 순수한 마음으로 물었다.


“동무, 간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시지요?” 스카못지아가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돈 까밀로가 그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카피체가 방금 다녀갔는데, 모든 일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소.” 


“카피체요? 카피체가 그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스카못지아는 매우 놀란 듯이 물었다.


“그 사람은 눈에 멍이 들었소, 안 그래요?”


돈 까밀로가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아, 그랬군요.”


스카못지아는 괴로운 듯이 말했다.


“저는 그 일 때문에 찾아온 게 아닙니다.” 


“그럼 내가 아주 소식 깜깜 이었군.” 돈 까밀로는 말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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