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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44)
knyoon

죠반니노 과레스키 지음/ 윤경남 옮김

 

 

(지난 호에 이어)
“오늘날 소비에트 연방이 달을 정복하면 뭘 합니까? 공산당은 25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생명을 바쳐서 얻은 혁명의 정기를 잃은 게 사실인걸요. 정책이란 그 당시의 환경에 적응하게 되어 있습니다.” 


돈 까밀로가 조심스레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결과가 중요한 것이지 수단이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스탈린은 소비에트 땅 밖으로 한 발자국 나가지 않고도 원하는 걸 손에 넣은 건 사실이란 말입니다.” 꾸룰루가 또 우겼다.


돈 까밀로는 잠자코 있었고 애꿎은 보드카만 마셨다. 빼뽀네만 빼놓고 모두들 조금씩 스탈린에 대한 향수에 젖어 들어갔다. 빼뽀네는 입을 꽉 다물고, 영락없이 폭발할 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리고프 동무는 페트로프나 동무와 함께 열을 내며 이야기를 나누더니, 벌떡 일어나서 식탁을 주먹으로 꽝 쳤다. 두 눈에선 불이 나는 듯 번쩍거렸고 얼굴빛은 유령처럼 창백해졌다. 싸늘한 침묵이 흐른 다음, 그는 정확하진 않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이태리 말로 외쳤다.


“스탈린 만세!”


그는 잔을 높이 들었다. 나머지 사람들도 일어서서 똑같이 잔을 들어 올렸다.


“만세!”


그들은 똑같이 소리쳤다. 오리고프 동무가 그의 잔을 비웠다. 나머지 사람들도 따라서 비웠다. 그러자 오리고프는 그의 잔을 마룻바닥에 냅다 던졌다. 나머지 사람들도 따라서 내던졌다. 페트로프나 동무가 갑자기 알리는 말을 했다.


“오리고프 동무는 이태리 동지들에게 안녕히 가시라는 작별 인사를 하고자 하십니다.”


만찬은 조용하게 끝났다. 돈 까밀로와 빼뽀네는 조용해진 식당에서 제일 나중에 나왔는데, 페트로프나 동무가 길을 막고 나섰다.


“동무, ”


그녀가 말했다.


“커피 한 잔 끓여 드릴까요?”


그들은 어리둥절한 채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태리식으로 끓일 수 있어요.”


그녀가 웃으면서 설명했다.


“우리집은 아주 가까운 데에 있지요.”


고궁과 미국식 마천루가 늘어선 뒷길에는, 프롤레타리아식의 다른 도시 구역이 있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그 골목의 초라한 건물 4층에 살고 있었다. 아파트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양배추 냄새와 기름튀기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녀의 아파트는 방 하나뿐인 구조로 두 개의 카우치와 식탁 한 개, 네 개의 의자, 옷장과 라디오 한 대가 비치되어 있는 집이었다. 창문의 커텐과 술이 달린 등잔 갓과 바닥에 깔린 양탄자는 분명히 장식을 하느라고 한 것일 텐데도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더 밝게 해주진 못했다.


“이 친구는 나와 함께 사는 동지입니다.”


페트로프나는 문을 열어준 소녀를 소개하면서 말했다. 그 처녀는 페트로프나보다 나이도 많고 땅딸하고 외모도 촌스러워 보였지만, 입고 있는 옷감만은 둘이 똑같았다.


“내 친구는 프랑스어 통역관이에요. 이태리 말도 아주 잘해요.” 페트로프나가 소개말을 덧붙여 했다. 커피가 식탁 한가운데에 있는 알콜 버너 위에서 이미 끓고 있었다.


 “커피는 여기서 끓인답니다.” 페트로프나가 설명했다.


“왜냐하면 우린 옆집과 부엌을 같이 쓰는데, 부엌이 복도 건너편에 있기 때문이지요.”


커피 맛이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맛있었다. 두 소녀는 손님이 고맙다고 칭찬하는 말에 매우 기뻐했다.


“우리나라에 오셔서 즐거운 여행이 되시기 바랍니다.” 찬사가 끝나자 페트로프나가 말했다.


기분이 좋아진 빼뽀네가 여행하면서 구경했던 놀라운 광경들을 열심히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페트로프나의 친구가 그의 말을 중간에서 가로막았다.


“우린 다 알고 있는 일들이에요. 우리한테 이태리 이야기나 해주세요.”


“동무들,”


빼뽀네가 낙심한 모습으로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이태리는 작은 나라입니다. 자본주의자들과 성직자들이 떼지어 다니지만 않는다면 굉장히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 텐데 말이지요.”


“하지만 그곳엔 자유라는 게 있잖아요?” 페트로프나가 끼어들었다.


“표면상 우리나라는 자유국가지요.” 빼뽀네가 대답했다.


“하지만 신부들이 은밀하게 지배하고 있는데다 그들은 사방으로 스파이까지 보낸답니다. 우리가 고향에 돌아갈 때쯤이면 그들은 우리 여행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이 훤히 알게 되지요.”


“정말인가요?” 다른 친구가 말했다.


“동무가 나보다 더 잘 얘기해줄 수가 있을 텐데.” 빼뽀네는 돈 까밀로를 돌아다보면서 말했다. “그건 사실입니다.”


돈 까밀로가 시인하며 말했다. “하느님께 맹세할 수 있어요.” 


“어마나, 무서워라!” 페트로프나 동무가 소리를 질렀다.


“그럼 보통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냅니까? 예를 들면, 스카못지아 같은 동무 말입니다.”


“스카못지아는 보통의 미숙련 노동자가 아닙니다.” 빼뽀네가 설명했다.


“그 사람은 바쁘게 돌아가는 자기 개인 작업장까지 가지고 있는 숙련공이오.”


“대략 돈은 얼마나 벌어 들이나요?” 그녀는 겉으로 태연한 척하면서 물었다.


“30 리라를 1루불로 환산한다면, 한 달에 대략 750 루불 정도 버는 겁니다.” 빼뽀네가 재빨리 셈을 해보고 말했다.


두 소녀는 러시아말로 몇 마디 서로 주고받더니 페트로프나가 말을 계속했다.


“화폐 가치는 모두 리라의 구매력에 달려있거든요. 루불로 말인데요, 남자 양복 한 벌이나 구두 한 켤레 사려면 얼마 정도나 들까요?”


“옷감 따라 다르지요.” 돈 까밀로가 참견했다.


“양복 한 벌에 보통 700 내지 1400 루불 합니다. 구두 한 컬레가 70 내지 350 루불 되지요.”


“동무가 입고 계신 그 양복은 얼마나 할까요?”


페트로프나의 방친구가 빼뽀네의 사치스러운 상원의원 복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4만 리라요.” 그가 대답했다.


“루불로 치면 약 1350 루불이지요.” 돈 까밀로가 고쳐 말했다.


“그런데 스카못지아 얘기로 다시 돌아가서,” 빼뽀네가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특별한 경우지요,” 


“스카못지아, 스카못지아!” 방친구가 소리를 질렀다.


“내가 하루 종일 듣는 이름이군요. 그가 티피즈의 콜호즈에서 끔찍한 일을 저질렀던 그 사람이 아닌가요? 어떻게 그런 사람이 당에 계속해서 소속되어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 사람은 전혀 나쁜 친구가 아닙니다.” 빼뽀네가 말했다.


“그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해선 안돼요. 그는 아주 번뜩이는 재치가 있는 충성스러운 당원이오.”


“아마 그의 부모님이 교양이 없어서 올바르게 키우지 못한 모양이죠?”


“아니요 그의 가정엔 조금도 문제가 없어요. 그를 이해하려면 로마라는 도시부터 알아야 합니다. 로마 사람은 일단 집을 벗어나면 엉뚱하게 무모한 짓을 해 보인답니다. 그러나 집 안에 갇히면 마누라가 무서워서 감히 입도 못 떼지요.”


“스카못지아도 자기 아내를 무서워합니까?” 방친구가 물었다.


“아직 결혼도 안 한 사람인걸요.” 빼뽀네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그 사람도 결혼하고 나면 별 수가 없을 겁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이태리의 밀감 생산에 관한 통계표를 가지고 대화 속에 끼어 들었다. 빼뽀네는 그녀의 질문에 여러 가지 통계를 알려주며 대답했다. 


페트로프나는 열심히 귀를 기울여 듣고는 커피 한잔을 더 대접하려고 했다. 그런 다음 그녀가 두 사람을 호텔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으나 그들끼리도 찾아갈 수 있다고 고집을 세웠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빼뽀네는 이태리 여성 가운데 페트로프나 동무나 그녀의 친구만큼 정치적으로 출세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동무는 우리 이태리 여성들이, 소비에트 연방의 과일 생산량이나 중공업에 관심을 갖는 걸 상상해 보셨소?”


“아니, 상상할 수가 없소.” 돈 까밀로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대답했다.


“이태리 여성은 자기에게 구애하는 젊은 남성에게만 관심이 있소. 그 여성은 상대방 남자가 결혼한 사람인가 꼭 알고 싶어하고, 집안의 배경을 알고 싶어하고, 봉급과 명성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하지.”


빼뽀네는 머릿속에 뭔가 번개같이 스쳐가는 게 있어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빗대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난 아무것도 빗대어 말하진 않소.” 돈 까밀로가 대답했다.


“뚜쟁이 노릇 하러 모스크바에 오는 공산당 상원의원은 없을 거요. 그 분은 공산당 동지들과 짝 지워줄 예쁜 처녀를 찾아 다니는 일보다 더 중대한 일들이 많으니까 말일세.”


“맞았소!”


그의 동행자가 비꼬는 것도 잊어버리고 빼뽀네는 크게 소리쳤다.


“예쁜 처녀들은 나하고 거리가 멀지요. 결혼한 여자도 마찬가지 구요. 내 아내는 내가 집에 갈 때 이웃집 친구와 똑같은 밍크 털옷을 가져다 주기 바랍니다. 역시 다 마찬가지죠.”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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