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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알함브라궁의 옛날 옛적 이야기(4)
knyoon

 

사랑의 순례자, 아하메드 알 카멜왕자

(워싱턴 어빙 지음/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하지만 젊은 왕자 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유순한 데가 있어서, 어떤 충고나 그 절대적인 조언자의 뜻을 따랐어요. 하품을 참으면서 보나벤의 길고 장황한 설교에 귀를 기울였으며, 그 이야기에서 온갖 지식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동안 스무 살이 되었어요. 왕자는 놀라운 지혜를 발휘했지만 사랑에 대해선 아주 깜깜 이었어요.

 

이 무렵 왕자의 거동이 수상해졌어요. 왕자는 공부를 완전히 내팽개치고, 정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샘물 가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있곤 하는 것이었어요. 여러 방면으로 익혀 온 학문 가운데서, 스쳐 지나갈 정도로 미미하게 배운 음악에 그의 온 세월을 보내는 거였어요. 게다가 시를 읊으면서요.

 

현명한 보나벤은 경종이 울림을 느끼며, 어려운 대수학을 가르쳐 왕자의 이런 몰취미를 몰아내려고 애썼지만, 왕자는 혐오감을 드러내며 이를 멀리했어요. “대수학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소. 지겹기만 하오. 내 마음에 와 닿는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현자 보나벤은 그 말에 그의 메마른 얼굴을 도리질 했어요. “이제 철학은 여기서 끝이구나. 왕자가 자신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거야!” 하면서 말이지요. 이제 보나벤은 초조한 마음으로 제자를 감시하기 시작했어요. 마음 속 깊이 숨어있던 왕자의 다정한 천성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오직 그 대상을 찾지 못했을 뿐임을 바라보면서요.

 

왕자는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감정에 도취되어 헤네랄리페 정원을 빙빙 돌아다녔어요. 어떤 때는 달콤한 명상에 빠져 앉아 있다가도 갑자기 피리를 집어 들어 감동적인 선율을 읊기도 하구요. 그러다가는 피리마저 내던지고 깊은 한숨과 탄식을 내 뿜는 거였어요.

 

사랑에 빠지기 쉬운 왕자의 기질은 이제 무생물들에 그 대상이 확대되었어요. 왕자는 특별하게 가꾸며 좋아하는 꽃들이 있었는데, 이젠 여러 종류의 나무들에게도 마음을 주기 시작했어요. 특히 우아한 모습으로 나뭇잎을 늘어뜨린 한 나무에 온갖 사랑과 헌신을 쏟았어요. 그 나무껍질 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고, 나뭇가지 위엔 꽃다발을 걸어놓고, 피리를 불면서 그 나무를 찬양하는 노래를 후렴까지 부쳐서 부르는 거에요.

 

 보나벤은 제자가 사랑에 도취된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의 제자가 금지된 지식을 알게 되기 직전에 이른 것을 알았거든요. 그는 왕자의 안전과 자신의 목숨에 대한 염려로 벌벌 떨면서 왕자를 정원에서 끌고 나와 헤네랄리페궁의 꼭대기 탑에 가두었어요.

 

 왕자가 이 감금생활을 받아들이며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 왕자에게 가르칠 온갖 지식은 바닥이 났고, 대수학 얘기는 꺼낼 수도 없잖은가? 그런데 운 좋게도 보나벤은 이집트에 살 때 유대교 랍비에게서 새들의 언어를 배워둔 것이 생각났어요. 그 랍비는 지혜의 왕 솔로몬에게서 대대로 이어온 가르침을 받았으며, 솔로몬왕은 또 시바의 여왕에게서 배운 것이었어요.

 

이런 공부가 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왕자의 두 눈동자는 생기가 나서 반짝거렸고,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스승만큼이나 익숙하게 새들의 언어를 터득하게 되었어요.

  
▲헤네렐리페 궁 정원 안에 외진 곳에 서있는 높은탑

 

 헤네랄리페궁의 높은 탑은 이제 고독한 곳이 아니랍니다. 왕자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무들이 가까이에 생겼으니까요. 제일 먼저 왕자가 만난 것은 자만심이 가득한 공중의 약탈자인 매였어요. 그 다음엔 박식해 보이는 올빼미와 지루한 형이상학자 같은 박쥐였어요. 그리고 사물의 표면만 수박 겉 핥듯이 아는 척하는 제비였고요.

 

왕자가 새로 익힌 언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깃털 달린 친구들은 이들이 전부였어요. 그런데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들려주는 것이 없는 이 새 친구들에 곧 싫증이 나자 다시금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어요. 한 겨울이 지나고 봄님이 달콤한 향기로 꽃을 피우며 찾아와, 새들은 노래하며 짝짓기를 하고 둥지를 트는 행복한 계절이 왔어요.

 

우주에서 울려오는 듯한 노래와 선율이 갑자기 온 헤네랄리페궁의 작은 숲과 정원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어요. 사방에서 한결같이 우주가 부르는 주제곡은 사랑~ 사랑~ 사랑의 되풀이였어요. 그 노래는 또 어디선가 온갖 운율과 선율로 응답해오는 거에요.

 

 왕자는 침묵 속에서도 당황하며 노래에 귀를 기울였지요. “이 사랑이란 무엇일까? 세상에 가득 차 있는데도 나는 전혀 모르는 그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왕자는 매 친구에게 알려달라고 물었어요. 무법자 새는 거만하게 말했어요. “그건 저 아래 땅에 사는 태평한 퇴물인 새들에게나 물어보세요. 하늘의 왕자들인 우리들의 먹이들에게 말이에요. 나는 전사일 뿐 사랑에 대해선 아는 게 없소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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