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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직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신기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첫째는 비행기다. 공항에 가면 비행기가 그 많은 사람에 그 많은 짐을 싣고도 기운차게 "으르릉" 하며 땅을 차고 하늘로 치솟는 것을 보면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 해도 '세상에 이럴 수가?'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둘째는 국제전화다. 뉴욕과 서울 간 그 먼 거리에서도 기침 소리 하나까지 빼놓지 않고 들려오는 국제전화다. '세상에! 뉴욕을 떠난 기침 소리가 그 머나먼 길을 달려와서 내 고막을 두드리다니. '


 셋째는 FAX와 E-mail이다. 벌써 십 년이 넘었다. FAX가 처음 나온 것을 모르는 내가 어느 자리에서 캐나다에서 한국까지 서신이 몇 초 안에 갈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아무리 통신 기술이 발달했다 해도 그렇게 빨리 갈 수 있겠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라고 강하게 부정을 했다가 나중에 무안을 당한 적이 있다. 그때 벌써 전자우편이 보편화하여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깜깜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E-mail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무슨 내용이든 적어서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면 당장 그 친구 답이 온다. 분명 그 멀리서 내가 보낸 편지 내용을 그사이에 읽었구나! 그러나 나는 E-mail을 보내기 위해 내 손으로 컴퓨터 키를 두드린 적은 없다. 그러니 E-mail을 쓴다고 할 수도 없고 안 쓴다고 할 수도 없다. 부끄럽지마는 나는 전자우편을 보내는 기계(기계라는 말이 적합한지도 모르지만) 스위치를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른다. 컴맹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컴맹보다 100배 더한 컴깜깜이다. 그러나 나는 이 현란한 컴퓨터 만능 시대에 컴퓨터를 모르면서도 오늘까지 용케도 생존해왔다. 신이 내린 축복이다.


 캐나다 동부에서 백묵을 쥐던 시절, 대학에서 교수들에게 컴퓨터를 1대씩 나눠준 적이 있다. 나는 욕심이 나서 컴퓨터를 그냥 내 방에 갖다 두기만 했지 내가 그걸 갖고 일을 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 교수들을 위한 컴퓨터 사용에 대한 강의에 가본 적도 없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과에 내 취향을 잘 아는 노련한 비서가 하나 있어서 컴퓨터로 오는 서류는 깔끔하게 타이프를 쳐서 책상 위에 놓아준다. 애를 먹었으면 우리 과 비서가 먹었지 내가 애를 먹은 것은 없다.


 그러니 내게 배정된 컴퓨터는 평생 임금님 성은(聖恩)을 기다리며 늙어간 어느 궁녀처럼 내가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를 떠날 때까지 손 한번 대지 않은 처녀 컴퓨터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컴퓨터로서는 다행으로도 생각되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불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화여대로 옮긴 후로는 더 큰 행운을 만났다. BK 교수라고 해서 조교가 5명이나 되었다. 이 다섯 명의 고양이보다 재빠르고 명민한 학생들이 일주일에 하루씩 번갈아 가며 내 사무실 당번을 선다. 나한테 오는 모든 E-mail은 그들이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각종 대답해야 할 일에 내가 어떤 내용으로 답하라고 하면 이 영리한 학생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답을 보내 버린다.


 E-mail 얘기가 난 김에 휴대전화 얘기를 해야겠다. 이 휴대전화 혹은 영어로 핸드폰이라 불리는 요물은 E-mail 못지않게 편리한 문명의 이기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휴대전화도 편리하긴 하지마는 맛대가리 없고 얄밉기는 E-mail과 마찬가지이다. 예로 사람을 찾아서 없을 때는 거기에 메시지까지 남겨 둘 수 있으니 "아, 그때 나는 연락을 못 받았는데요" 하고 딱 시침을 떼고 비켜 가는 수작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변명이 어찌 통할 수 있겠는가. 사람 사는 데는 어디가 빈틈이 있어야 사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상대방이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어항에 금붕어 보듯 훤히 알고 바늘 하나 찌를 틈도 없으나. 컴퓨터가 들어오면서 사람 냄새는 자꾸 사라져 간다.


 내가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사람의 땀이 배어있는 육필(肉筆)을 더 좋아한다. 육필은 그 글을 쓴 사람 마음의 그림자를 읽을 수 있다. 그 사람의 정성을 읽을 수 있고, 그 사람의 노력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요사이는 인터넷으로 대여섯 가지 신문을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신문을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 실제 신문을 앞에 놓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는 정서랄까 맛은 다르다. 진짜 신문에서는 방금 찍어낸 신문의 향기가 있다. 나는 이 둘의 차이는 진짜 꽃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화(造花)의 차이요, 어항 속의 죽은 물고기와 바다에서 금방 잡아 올린 펄펄 뛰는 활어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경북 안동군 내 고향에 가면 도산서원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자리에 원천(遠川)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진성 이 씨 집성촌 마을이다. 이 마을은 우리의 애국 시인 [청포도]로 유명한 이육사(李陸史)가 태어난 마을이다. 그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올 2004년에는 이 육사 문학 기념관을 아담하게 지었다. 그 육사 기념관에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간 적이 있다. 그 기념관 벽에 육사 당시의 친필을 위시해서 그가 살았을 적 편지를 주고받은 여러 문인의 육필원고를 전시해 둔 것이 있다. 이들 육필원고를 대하니 가슴이 찡해왔다. 만일 그 육필 원고 대신 요사이 유행하는 컴퓨터로 편지나 시를 타이핑해서 걸어 두었다고 생각해보라. 적어도 내게 가슴이 찡해오는 감격은 반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오늘 오후에도 E-mail이 몇 개 왔다. 기다리는 학회지에서 내 원고에 대한 결정은 없다. 또 딱지겠지. 대신 어느 학생이 나를 만나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꾸는 것을 의논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내일 아침 9시에 오면 좋겠다고 해답을 보냈다. 참 편리한 E-mail. 나도 '아니다' '아니다' 하며 E-mail의 편의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E-mail보다는 육필로 주고받는 우편이 더 좋다. (2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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