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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일간신문 미스 매너 인생 상담란에서 다음과 같은 "어찌하오리까?"가 눈에 띄었다.


답답생의 질문:


나의 새 연인 K가 하루는 나와 우리 딸아이를 데리고 동물원에 구경하러 가자고 초청을 했습니다. 나는 어린 딸아이 하나를 데리고 사는 미혼녀로 별 수입이 없는 데다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느라고 빚도 많이 지고 있기 때문에 동전 한 닢도 아껴야 하는 그런 처지입니다. 연인 K도 학생인데 나의 재정 상태를 잘 압니다. 좌우간 동물원에 같이 놀러 가자고 한 K는 그러자고 동의하는 내 대답을 듣고 나더니 나보고 동물원에 들어갈 입장료와 점심값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별로 기분이 좋아지질 않았고, 또 어떻게 대답했으면 좋을지 몰라서 무척 당황했습니다. 나는 그동안 K를 집에 불러서 저녁 대접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먹을 음식과 술은 자기가 가져와야 한다는 요구는 한 적이 없습니다. 동물원 가는 날 나는 그날 저녁까지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음료수, 그리고 과일을 듬뿍 가져갔습니다. 자동차도 내 차를 몰고 가고 휘발윳값도 내가 냈습니다. 이제 K와는 관계를 끊어버릴 작정입니다마는 내가 다음에 또 이와 비슷하게 돈이 드는 데이트를 초청받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K가 먼저 동물원에 가자고 제안해왔기 때문에 그날 드는 비용까지 그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인가요?


미스 매너의 답: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남녀간 교제 풍습, 즉 남자가 그날 비용을 물고 여자는 남자 성의에 보답하는 풍습은 없어졌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옛날처럼 남자가 모든 비용을 물던 풍습을 되찾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도 데이트 관계가 아닌 남녀관계에서 각자가 비용을 따로따로 부담하는 것을 환영하지마는, 남자든 여자든 먼저 초청한 사람이 주인이 되어 비용을 부담하는 풍습도 환영합니다. 나는 먼저 의견을 낸 K가 그날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비슷한 경우가 또 있을 때는 비용은 각자 부담하자는 말을 잊지 마시고 '피크닉 가서 내가 먹을 음식은 내가 가져갈게요' 하는 말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위에 적힌 미스 매너에 보낸 "어찌하오리까?"의 인생 상담 내용도 재미있지만 거기에 대한 미스 매너의 답변 또한 무척 흥미롭다. 그런데 내가 만약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어떻게 대답을 했을까? 모르긴 해도 한 2, 30년 전 같았으면 "어디 사람이 없어서 그런 짠돌이를 애인이라고 데리고 다니시오. 당장 갈아치우는 것이 답답생을 위한 최선의 길입니다" 하는 내용의 충고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일 모레면 이순(耳順)의 첫 계단을 디뎌야 하는 신세, 이제는 좀 누그러졌다 할까 좀 더 미지근한 노선을 택할 것 같다. 그래서 "당장 갈아치우라" 같은 과격한 말은 피하고 미스 매너처럼 "요새는 남녀 교제 풍습이 달라서 K같이 별난 사람도 가끔 눈에 띄는 세상이니 좀 더 두고 봐라" 거나 "앞으로는 모든 것을 분명하게 알아보고 조심을 해라. 이를테면 '점심은 거기 가서 사 먹게 되나요?' 하는 질문도 넌지시 던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제의도 했을 것 같다.


 물론 30년 전의 내 충고는 그 당시 한국의 남녀 교제 풍습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일 테고 지금의 대답은 이 북미대륙의 생활 양상에 어느 정도 친숙해져서 좀더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 폭 넓은 이해라는 것도 북미대륙의 생활양상과는 별 관계가 없이 내가 밥그릇을 채운 횟수, 즉 내 나이 때문에 비로소 가능하게 될 때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만사를 바라보는 데는 이 나이란 것이 엄청난 시각 차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예로, 자기 배우자와의 관계도 신혼 때의 사랑[愛]에서 시작하여 중년의 정(情)으로 자리를 옮겨 노년의 낙(樂)에서 머물러 간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친구를 보는 눈, 부모 자식, 형제, 동기를 보는 눈, 결심이나 야망, 탐욕이나 지위 명예 등 인생만사를 보는 눈이 나이에 따라 알게 모르게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2, 30대의 '젊은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서 과감하고 자신에 찬 말투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을 들으면 가냘픈 비웃음이 내 입가를 스쳐 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 여보게 젊은이, 자네가 얼마를 살았다고. ) 물론 7, 80 고령에서는 나의 이 건방진 말에 꼭 같은 조소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러나 아무리 나이를 먹고 북미대륙 생활에 친숙해져서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에 한해서만 그런 것 같다. 내 딸아이가 K에게서 비슷한 대접을 받았다 하자. 그때는 폭 넓은 이해고 폭 좁은 이해고 간에 덮어두고 "애비로서 한마디 한다. 어디 사람이 없어서 그따위 건달을 애인이라고 데리고 다니느냐. 당장 집어치워버려"라는 불호령으로 막을 내릴 확률이 십중팔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만사를 보는 눈은 나이에 따라, 때와 장소에 따라, 내 일이냐 남의 일이냐에 따라 실로 하늘과 땅 차이로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형태의 시각차이 때문에 우리 민요의 어느 구절처럼 우리네 살림살이 말도 많고 눈물도 많은 것이다. (199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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