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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신혜 님이 쓴 [열정]이란 책은 조선시대 때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그들이 가진 천부적 재능을 열심히 길고 닦아 드디어 정상의 자리에 오른 음악인들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그래서 '천한 광대 악인(樂人)의 비범한 삶'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 책에는 거문고의 명인 옥보고(玉寶高) 이야기도 나온다. 신라 경덕왕 때 사람 옥보고는 지리산에 들어가 무려 50여 년 동안 거문고를 혼자 익히고 거문고 음악 50여 편을 작곡하였다. 그 후 그가 거문고를 타면 어디선가 검은 학이 날아와서 그 곡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그 때문에 거문고를 현학금(玄鶴琴) 또는 현금(玄琴)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생각이 든다. 5, 60년 동안 혼자 연습한다고 달인(達人)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고루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예술에는 반드시 "이렇게 해봐라" 혹은 "저렇게 해봐라" 가르쳐 주는 스승이 있어여 한다고 믿는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열정이 지극히 높은 사람이 피아노 악보를 한짐 짊어지고 깊은 산 속에 들어가서 혼자 피아노를 4, 50년 연습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렇게 혼자 익힌 그가 정통(正統) 맥을 잇는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배울 때는 코치(coach)가 있어야 하는데 산 속에서 누가 가르쳐 준단 말인가. 정상에 오른 운동선수들. 이를테면 권투의 알리(Ali)나 테니스의 나달(Nadal) 같은 달인들도 아직껏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일러주는 코치가 있다.


 서신혜 님의 [열정]을 보면 남들에게 감동을 주고 천하를 움직이게 한 예술가들은 하나같이 그들 뒤에는 격려해주며 피나는 노력과 지도를 아끼지 않는 스승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에 이름이 난 음악가나 무용수, 시인, 화가들을 보라. 그들이 정상에 오르기 전에는 기를 쓰고 뛰어난 선생 밑에 가서 지도를 받으려고 하고, 또 뒤에서 이러한 기회를 얻어 주려는 재정적 후원을 해주는 조직도 있지 않은가.


 예술인의 천적(天敵)은 가난이다. [열정]에 등장하는 천재 음악인들의 경우 자신의 앞날을 경제적으로 스스로 책임질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1960년대 내가 유학을 떠나기 전만 해도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경제적으로 비교적 부유한 집 출신들이 많았다. 요사이는 그 경향이 더 심해져서 레슨(lesson)비를 감당할 여유가 있는 부모가 아니고서는 자녀가 음악을 전공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을 생각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20억 재산도 없는 놈이 제 새끼들을 음대에 보내는 바보"라는 뼈있는 농담이 떠돌아다닌 때가 벌써 몇 십 년 전이 아닌가. 지금은 그 20억이 4, 50억으로 불어났을 것이다.


 몇 주 전 토론토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훈훈한 인정을 담은 기사가 하나 실렸다. 즉 토론토교향악단 트럼펫 연주자로 있는 맥캔들리스(A. McCandless)는 그 부인이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아이 이름을 자렛(Jarrett)이라 지었다. 자렛이라는 이름 뒤에는 다음과 같은 긴 사연이 소개되었다.


 지금으로부터 31년 전, 그러니까 1980년 당시 10살 백인 중학생이던 맥캔들리스는 미국 켄터키 주 렉싱턴(Lexington)에 살고 있었다. 흑백 통합학교를 다니던 맥캔들리스는 자렛이라는 34살의 흑인 음악선생에게서 트럼펫 레슨을 받았다. 아버지가 지붕덮개 공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 맥캔들리스에게 과외레슨은 큰 재정적 부담. 그러나 음악선생 자렛은 맥켄들리스에게는 레슨비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 돈으로 새 트럼펫도 하나 사주며 지성으로 트럼펫 연주를 가르쳤다. 이에 힘을 입은 맥캔들리스는 기악을 전공으로 택하고 뉴욕주 로체스터에 있는 명문 이스트만(Eastman) 음대에 입학했다. 과정을 마친 그는 뉴욕, 시카고 등 미국의 여러 교향악단에서 연주자 생활을 하다가 몇 년 전 토론토 교향악단으로 오게 된 것이다. 자기를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한 그 흑인 음악선생을 잊지 못하여 아내가 사내아이를 낳자 이름을 자렛이라고 지은 것이다. 그야말로 요새 점점 들어보기가 어려워지는 말 "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해요(To sir, with love)"의 훈훈한 이야기다.


 이같은 우리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한 이 세상은 아름답고 살맛이 나는 곳. 괴테(Goethe)가 말했던, ‘하늘에는 별이 있어서 아름답고 땅에는 꽃이 있어서 아름답다’고-. 나는 여기에 한마디 더 붙이고 싶다. 사람에게는 사랑이 있어서 아름답다고-.


 언제고 틈이 나면 나는 맥캔들리스가 부는 트럼펫 소리를 들으러 가볼 생각이다. 트럼펫 소리야 누가 불든 나 같은 귀머거리에게는 마친가지로 들리겠지만 따뜻한 인정의 숨결 아래서 숙성(熟成)된 트럼펫 소리는 더 다정하고 가깝게 들리지 싶다.(20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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