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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는 토론토에서 발간되는 신문을 뒤적이다가 호텔스닷컴이라는데서 세계 28개국 여행객 8,600명을 대상으로 호텔의 목욕수건이나 재떨이, 다리미, 책 같은 물건을 몰래 가져온 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결과를 나라별로 보면 덴마크와 네덜란드 사람들의 88.7%가 "아무것도 집어 온 것이 없다"로 답해서 가장 양심적인 고객으로,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북유럽 사람들은 84%로 상위권에 머물렀다. 캐나다는 어떨까? 불란서계 캐나다 사람들은 81%로 영국계의 70%보다 11%가 더 높았다. 불란서계 캐나다 사람들은 81%로 영국계의 70%보다 11%가 더 높았다. 불란서계 캐나다 사람들이 더 양심적이란 말이다. 최하위를 장식한 나라는 멕시코와 콜롬비아로 각각 60%와 43%였다.


 설문조사란 어디까지나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그렇단 말이지 실제 행동이 그렇단 말은 아니다. 어쨌든 호텔 물건을 주인 허락도 없이 슬쩍하는 것은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구태여 다른 것이 있다면 가게에는 감시하는 사람이 있으나 호텔은 감시하는 사람이 없는 차이라고나 할까.


 캐나다에 유학 와서 처음 맞이한 1967년 여름방학 때 몬트리올에서 열린 엑스포67 박람회장에 있는 어느 자그마한 한국기념품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파는 상품은 젓가락, 전통 담뱃대, 재떨이, 한국 인형, 태극기가 그려진 볼펜 등이었다. 그때 박람회장 주위에 손버릇 나쁜 사람들이 많아서 여러 가게에서 손실이 크다는 말이 떠돌았다. 


 하루는 몬트리올에서 발간되는 일간지 <가젵(Gazette)> 기자 한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그가 내게 물어온 말은 "한국에도 가게에서 물건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있느냐? 있으면 캐나다와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한국을 떠난 지가 일 년이 안 되던 때라 애국심이 부글부글 끓어 넘치던 이 젊은 우국지사의 대답: "한국에도 가게에서 물건을 집어가는 사람은 있다. 한국에서는 도둑과 도둑 아닌 사람들 간에 차이가 있어서 도둑이 아닌 사람은 들킬 염려가 없어도 남의 물건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러나 캐나다에서는 교육을 많이 받고, 보기에 점잖은 사람도 일단 기회가 생기면 도둑으로 변한다. "


 캐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잠깐 사이에 도둑으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튿날 몬트리올 신문에는 나의 인터뷰 내용이 꽤 큼지막하게 지면을 차지하였다. 그런데 그날 내가 한 말은 아무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캐나다 생활이라고는 10개월밖에 안되는, 그것도 대학교 안에서만 왔다 갔다 한 우물 안 개구리, 내가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을 본 것이라고는 당시 밴쿠버에 살던 몇몇 사람뿐이지 않은가. 


 교육받고 점잖아 보이는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온 세상 인종들이 북적대는 박람회 기념품 가게에서 물건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캐나다 사람들이라는 증거는 도대체 어디 있는가?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도 없으면서 마구 너스레를 떨었으니 나의 무식과 용맹이 이보다 더 할 수가 있을까?


 법에 어긋나는 일을 수없이 저지르고도 장관 후보로 지명되어 청문회 자리에 불려나온 어느 더러운 지명자처럼 좀도둑질에 관한 한 나 자신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 무더운 여름밤이면 낙동강 모래밭에 누워 놀다가 강 건너 들판에 있는 땅콩, 참외, 수박밭에 몰래 기어들어 가 도둑질하던 전과(前科)가 있는 사람이 아닌가. 아무리 참외 몇 개 훔쳐 먹는데 그치는 장난이라 해도 도둑질은 도둑질. 


 남의 외.수박을 몰래 실례하는 것과 호텔 목욕수건을 집어오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아무리 젊은 시절의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남의 농작물을 해치고 다니던 수박 도둑이 "캐나다 사람들은 기회만 있으면 도둑이 된다"고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진다.


 호텔 물건을 집어가지 않는다고 진술한 덴마크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정말 그럴까? 말과 행동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 그 둘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정도는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키나 체중, 허리둘레 같은 물리적 특성에서는 자기 진술과 실제의 일치 정도가 크다. 그러나 물건을 훔쳤느냐 아니야 같은 정직성이나 책임감 같은 추상적이고 도덕적 비중이 무거운 특성에서는 말과 행동 간의 일치도는 낮아지는 것이다.


 이 세상에 목숨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좋고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버릇이 있다. 그렇다면 덴마크나 네덜란드 사람들도 자기들이 말하는 정도 보다는 더 자주 호텔 물건을 집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01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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