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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4일, N형, M형, 나 이렇게 셋이서 색소폰으로 가곡, 가요, 동요를 연주하는 삼인 음악회가 열렸다. N형은 일흔 하나, M형은 일흔 둘, 나는 일흔 세 살로 채운 밥그릇 수로 말하면 이 셋중 내가 나이가 제일 고령인 '어르신'이었다. 그러나 N형과 M형은 고등학교 시절에 밴드부에 있었던 관계로 소위 빳다(bat:: 배트)를 맞아가며 배운 노장들이라 시곗바늘처럼 정확한 악사들, 나 혼자만 악보도 볼 줄 모르는 까막눈이었다. V 교회를 빌려 열린 이 행사에는 넓은 주차장이 그득하다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왔고 나를 빼고는 모두가 실수 없는 연주를 해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연주회가 끝나고 친교실에서 열린 리셉션 자리에서는 "오늘 음악회가 참 재미 있었다"는 예의성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재미'라는 말 대신에 다른 말이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다른 표현을 열심히 생각해 보았으나 얼른 적합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왜 다른 표현을 생각했을까? 이 재미라는 쉽고 자주 쓰는 단어 속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군데군데 섞여 있어서 동양 문화권에서는 듣는 이에 따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가 쉽기 때문이다. 서생(書生)들에게 그들이 쓴 책이나 논문을 '퍽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면 그 말을 듣는 사람은 '깊이가 없고' '가볍고' '학문적이지 못하고' '중후한 맛이 없는' 책을 읽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서양 문화권에서는 글을 이해하기 쉽게 쓰는 사람들이 대중의 갈채를 받지마는 동양 문화권에서는 어렵고, 무겁고, 중후하게 써야 학문적으로 깊이가 있는 것으로 칭찬 받는다. 시(詩)나 수필 같은 문학작품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면 어딘지 모르게 읽은 작품이 너무 가볍게 흥미 위주로 쓰여져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때가 많다.


 한번은 내가 주례를 선 자리에서 신랑 신부에게 재미있게 살아라는 내용의 주례사를 했더니 나중에 어느 하객 한 분이 와서 새 인연을 맺고 출발하는 신랑 신부에게 재미있게 살라고 해도 되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럼 어떻게 살라고 했어야 되느냐고 물었더니 둘이서 화목하게 살아라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다. 재미가 있으면 화목할 게고 화목하면 재미가 있게 되지 않는냐고 대답하고 말았다.


 참으로 재미란 말은 여러 의미가 섞여 있어서 자칫하면 엉뚱한 말로 들리기가 쉽다.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맛’이나 ‘좋은 성과나 보람’도 재미, ‘요즈음 재미가 어떻소?’ 하고 요즈음 생활 형편을 묻는 말도 재미요, 어느 두 기혼 영화배우가 눈이 맞아 바람을 피우는 가십(Gossip)거리도 재미로 들어간다. 사업하는 사람이 ‘이번에 재미를 좀 봤다’ 하면 이익을 많이 남겼다는 말이요 ‘정말 이렇게 재미없게 나올 작정이요?’ 했을 때는 협박하는 말이 된다.


 아기자기한 즐거움이란 말 속에는 감각적이고, 가볍고, 깊이가 그다지 깊지 않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에 있을 때 정신건강에 대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강연이 끝나고 “강연 참 재미있게 들었습니다"는 칭찬을 던지고 가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너무 약장사 스타일로 떠들었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재미가 부른 남이 저지른 ‘실수’를 옆에서 지켜본 적이 생각난다. 어느 결혼식에 갔더니 주례가 신랑 신부 앞에서 한다는 말이 “오늘 밤에 신랑이 신부를 다룰 기운이 있는지를 검사하기 위해서 두 사람이 여기서 키스를 해 보십시오.” 하는 지시를 내리는게 아닌가 이건 분명 실수, 시쳇말로 ‘오버’다. 주례가 제깐에는 주례사를 재미있고 톡톡 튀는 스타일로 해보이려는 욕심이 지나치다 보니 이런 실수를 저지르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첫날밤에 신랑이 신부를 다루는 기운을 테스트하기 위해 키스를 하라는 것은 애당초 시험 문제가 잘못된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재미란 말은 오해할 여지가 너무 커서 함부로 쓸말은 아닌 것 같다. 이 말 하면 이렇게 걸려들고, 저 말 하면 저렇게 걸려드는 사바 세상.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게 최상의 길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같은 떠벌이가 10분만 말 않고 있으면 욕언증(欲言症: 말을 하고 싶어 미치는 증세; 글쓴이가 만든 말)에 걸려 자리에 드러눕고 말 것 같으니 그 일도 낭패라면 낭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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