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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듣는가 

 

 

 

봄 여름의 배신자처럼 쓸쓸한 대지 위에 갈잎만이 뒹굴었지.
나 혼자라서 그럴까. 유달리 더 따분하고 외롭고 서글프다. 그래서 가을비는 그리도 구슬픈가봐.
진초록 무성하게 숲속을 이뤘던 풍성함이 한순간에 우수수 떨어져 버려 훌러덩 부끄럽고 초라하잖아.
실망과 포기까지도 함께 말이야. 
그래도 절망은 없다고 그대와 속삭이고 싶은걸.
무더위 땀방울이 소금기에 힘들어 할 때 그대를 불렀었지.
숲속에 향기로움이 가득한 곳에 여유로운 쉼터가 바로 그곳이라고, 
푸르른 잔디 결에 세상만사 의지했던 그대의 눈빛에 
거무스레 그슬렸던 살결의 의미를 깨우쳐 주기도 했었잖아.
찐하게도 물든 오색 창연하게 물결치는 자연의 향기를 심호흡하면서
그대랑 환호하며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었지.
함께 감사하자고 손짓도 하면서 하늘을 우러러 보았을 때
뜬구름이 우리를 반겨주며 내일을 기대하자고 약속해주었던 
있잖아, 황금 물결치는 결실의 열매들 그 무르익은 오곡백화 말이야. 
씨앗 뿌린 봄에 또한 무더위였던 여름 그러고 보니 
오돌토돌 우리 함께 여물었네, 탐스럽게도 그 열매들을 
우리 셋이 오순도순 다정하게 어깨동무 하고서
날 보고 글쎄 계절의 왕이란다.
봄이 시샘하고 여름이 투정할텐데 어찌할까
아니 그래서 겨울은 그토록 매서운 찬바람 눈보라를 쏟아내는가봐 
질투의 화신인가, 누가 왕이냐고 눈을 치켜 뜨며
그래 그래도 난 기죽지 않을래.
벌거벗은 이 모습 그대랑 나랑 함께 하기로, 
다음 봄엔 왕성한 새잎을 다시 띄울거야. 
환상적인 계절의 변화에 환하게 미소짓던 그 모습 기억하고 있거든 
그래서 나를 보고 왕이라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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