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hyungin
나를 닮은 사람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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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한 존재 중에서 사람이란 대체 묘한 존재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우선 묘하고, 어디서부터 오고 가는지, 왜 사는지 모르는 것도 참 묘하고, 무슨 생각 하는지도 묘하고, 백인백색 성미가 다른 것이 또한 묘하다. 내가 만약 조물주였다면, 천지만물을 다 마련하였다 하더라도, 사람이란 묘한 것은 만들지 않았을텐데… 고 이희승 씨의 수필 한 구절이다. 


나를 닮은 사람 눈 씻고 봐도 절대 없다. 안약을 넣고 봐도 보이지 않는 것, 포기할 것 중에 하나 있다. 죽이 맞아 생각이 척척 들어맞고 하는 일들마다 어쩜 그렇게도 문고리 돌쩌귀 맞듯이 빈틈없이 뜻이 맞는 사람 말이다. 잊어가며 제쳐 버리면 마음에 평안이 솟는다.


밖에 나가려면 맨발로도 다니는 사람이 있겠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신발이 필요한데 슬리퍼냐, 운동화냐, 구두냐? 기본적 일상생활 그 평범한 일 하나만으로도 의견이 분분하잖은가. 있을 수도 없겠지만 만에 하나 있다 해도 과연 그들은 서로 만족스러울까? 그런데도 우리는 나와 똑같지 않다고 비방하고 험담하며 어려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함도, 미움도, 사랑도, 나누며 베풂까지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 평생을 함께 한다고 생각해보자. 똑같기에 편안함보다는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같은 생각이기에 서로 융합하고 절충하며 감싸안고 사랑하는 일들, 서로 같은 불평불만들까지도 함께 토해낸다면, 상대성 이론에 잘 적응이 되어갈까?


 상식적으로 이성문제 하나만 보자. 매력적인 여인과 멋진 남성을 서로 좋다고 차지하려 한다면 누가 누굴 양보하며 미소를 띄울까? 끔찍히 좋아하고 아껴주며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데 정말 요긴하고 친밀하게 쌍두마차처럼 굴러갈 수 있겠느냐는 상상을 해본다. 


한 뱃속에서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 형제들도 얼굴모양만 같을 뿐, 하는 행동이며 생각의 차이가 생뚱맞게 엉뚱하다. 쌍둥이 부모인 주위 사람의 이야길 참고해 볼 때, 참으로 인간사 다양함으로 철저하고 오묘한 자연생태계의 이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삶 속에 가족은 물론 평생을 이웃과 친구들 함께 한다. 칭찬과 격려로 정겨운 기쁨 속에 서로 미소를 나누며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나름대로 약속이라도 하듯 열성을 다하고 살아간다. 그들이 나와 똑같은 인격체라면 능히 이겨낼 수 있을까? 저 사람 왜 저래? 왜 저 모양이야? 절망적 비극들이 연출되는 상황들을 피해 살 수 있을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적 특수성에 이렇게 해결될 수 없는 숙제를 안고 우리는 얼버무려 살아가고 있다. 의식이란 특수성을 분별할 수 있는 생명체라면 산 위에, 들녘에 산천초목처럼 그러려니 참아내고, 못 본 척 의젓하게 제자리를 지켜가고 있을 터인데 말이다.


물속을 휘젖고 사는 수백만의 물고기들, 천태만상이 아닌가. 고래가 참치 보고 나를 닮지 않았다고 비아냥거릴까? 새우가 랍스터를 비웃고 시샘하며 왜 그리 덩치가 크냐고 따지고 들까? 말이 소보고 뛰지도 못한다고 흉보며 비웃기라도 하던가?


 그러기에 못 본 척 들녘을 화려하게 장식한 자연의 생태계는 우리곁을 감싸주고 있다. 풍성한 산소를 뿜어대며 가지각색 모양으로 인간사를 말없이 향기롭게 부추기고 있다.


 순리에 적응치 못한 인간적 생태리듬은 묘한 상태로 꼬여있다 해도 절대 억설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으르렁거리며 푸념이 불만으로, 비방이 미움으로, 공격이 원수로, 삶을 애석하게 짓밟고 산다. 오죽해서 종교인의 고백 중에 "사랑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오는데 70년이 걸렸다”고 했을까.


 세상만물은 철저한 개성미로 본위주의적 완벽함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강과 바다도, 산과 들녘도, 인간과 동물들도, 특히 남편과 아내, 내집과 이웃 역시 절대 동질감으로 귀결점을 찾을 수 없는 존재다.


너와 나를 절대 합리화시킬 수 없는 문제들을 접어가며 어물어물 함께하고 있다. 그렇다고 눈을 부릅뜨고 주장하고 성토한다고, 의롭게 공동체란 정의를 표출해낼 수 있을까? 왜 나와 같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습성들 말이다.


우울하고 심란하다고 푹푹 속을 썩히며 가슴을 쳐가면서도 인간사 화합이라는 묘안이 있다. 포용하라는 진리가 가슴을 파고드는 피할 길이 분명 있다. 우리 혼을 정화시켜주는 인격적 여유로움 역시 따뜻한 가슴속에 꽉 차 있다. 더구나 다행인 것은 인간사에 만사를 해결할 수 있는 거룩한 사랑이 정겹게 존재하기에 나와 똑같지 않다고 비관만 하고 살기엔 너무 짧은 인생이 애닯지 않는가.


분홍빛 해당화와 탐스런 빨간 봉숭아 꽃이 함께 정원에 빈틈없이 피었다. 내 뿌리 곁에 다른 뿌리가 뻗어 침범했는데도 불평 하나 없이 의젓하게도 화려함의 극치를 피워내며 서로 다른 꽃으로 참으로 아름답게 피었다. 인간들이여! 나를 보시라. 이 한 계절을 아무 투정도 모른 채 장엄하게 화려한 꽃으로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피워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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