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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람에서 

 

 

 

그날 크루즈 선상의 유난한 밤은 
우주 어머니의 요람에 안긴 아이처럼
하냥 부족함이 없는 평안함으로 떠돌았네.
헤매도는 수평선 너머 머나먼 항로에서 돌아와 
이제금 우주 어머니의 품 속인 대양에서
우주 어머니의 눈빛인 만월에 안겨서 
21세기 우리의 먼 항로는 끝없는 평안함으로 
최신식 크루즈만큼이나 탄탄대로만 같았네. 

 

그러나 세상이 우리 행복을 질시하는 듯
항해 직후 날아든 잔혹한 비보는 
일순간 우리를 하데스의 공포로 곤두박질치게 했네. 
돌아보면 밀려드는 어둠 속 해일을 알기엔 
너무도 나약하고 어리석은 눈먼 영혼이여, 
시야 좁은 세상의 시냇물 가에만 맴돌며 
젖은 종이배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자족하면서 
방황이 방황인 줄 모르던 생철부지였네. 

 

칠흑 어둠 속으로 중병의 징후가 밀려왔다는 
서슬퍼런 칼날 가르는 비보가 날아들었을 때 
우리는 아득한 미지의 주검을 굽어보는 듯 
삶이 퍼올린 우물의 밑바닥을 가늠해 보았네. 
하여, 모든 슬픔이란 실은 우리네 잠든 혼불을 깨우는 
우주 어머니의 손길에 잠시 잠깐 흔들리는 
거듭난 아기 요람의 뒤척이는 몸짓임을 알았네.

 


삶의 폭풍이 잦아들면 어느새 우리는
얼굴 가득 미소로 눈맞춤 할 수 있는 아이,
우주 어머니의 비단옷 스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우주 요람에 안긴 채 
별똥별들이 매달린 행성의 모빌 사이로 울려퍼지는 
우주 어머니의 잔물결 자장가 소리에 취해도는 
흔들리는 요람 속에서 홀로 풍족한 아이, 
은하수 물결 속에 정박한 초신성 샛별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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