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접으며
지도는 길 모르는 여행자를 위한 것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 필요치 않다
여행자는 짧은 시간 많이 걸어도
어디도 가지 못하고 떠나간다
얼굴로 풍경을 가리운 것 모르고
인증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간다
활짝 웃는 자신의 얼굴 기억하리라
몇 십 년을 걸어온 땅에서 묻는다
나는 여행자인가 이민자인가?
지도가 필요하면 여행자인데,
길을 잃고 어디고 가지 못하고
이 땅 여전히 남의 땅이라 해도
늘 춥고 바람 불고 눈이 내리고
맨발로 걷는 땅 얼어 붙어있다
언어가 달라 길을 묻지 못하고
길을 몰라 지도를 산다
사람들 어깨 부닥치며 살아도
마음 문을 닫아 먼 곳에 있다
늦게 와 문밖에 서있는 사람들
어디서 왔는지 묻기 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언제 바람 멈추고 쌓인 눈 녹고
이웃들 마음의 문을 여는 날
여행자의 지도엔 선택이 있어도
이민자의 지도엔 선택이 없는데
지도가 필요 없는 날 언제 올까?
지도 한 장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그 날을 향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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