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QC
추천업소
추천업소 선택:
추천업소 그룹 리스트
  • 식품ㆍ음식점ㆍ쇼핑1
  • 부동산ㆍ건축ㆍ생활2
  • 미용ㆍ건강ㆍ의료3
  • 자동차ㆍ수리ㆍ운송4
  • 관광ㆍ하숙ㆍ스포츠5
  • 이민ㆍ유학ㆍ학교6
  • 금융ㆍ보험ㆍ모기지7
  • 컴퓨터ㆍ인터넷ㆍ전화8
  • 오락ㆍ유흥ㆍPC방9
  • 법률ㆍ회계ㆍ번역10
  • 꽃ㆍ결혼ㆍ사진11
  • 예술ㆍ광고ㆍ인쇄12
  • 도매ㆍ무역ㆍ장비13
  • 종교ㆍ언론ㆍ단체14
young2017
꿈의 현실(The Reality of the Dream)(4)
young2017

 

 

 

(지난 호에 이어)
그때 나는 아마 이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아마 '감상과 지음'이 같이 한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리라. 


열망과 영감이 만나서 이루는 노래, 아픔과 슬픔이 새로운 북소리가 되어 울리는 비장함이 흐르는 노래, 한이 어리어 흐르는 강의 노래, 기운차 흐르는 산맥을 광활한 대지가 바라보는 노래, 그리고 '내 여기 기백의 씨앗을 이 가슴에 뿌리노라' 라고 외치는 나의 목소리. 아마 다른 아이들도 자신들의 가슴 가슴에 그 시의 작자에게서 흐르는 기백의 씨앗을 그들의 가슴에 뿌렸을 것이다.


 알코올 내음이 아득한 매화향기처럼 밀려오고 선생님과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자ㅡ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제 3연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에 대해 우리 함께 숙고해봅시다." 선생님의 맑고 근엄한 목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왔다.


 등굣길, 개나리 피는 봄에 부는 봄바람이 보리밭 위에 파도를 그리며 지날 때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가 떠 올랐다. 함박눈이 진녹의 보리밭에 내리는 것이 연상되었다. 하얀 눈송이가 푸른 보리잎 녹색 끝에 닿자마자 사라져버리는 풍경이었다.


 그런 상념에 젖어 있을 때, 선생님께서 "누가 이 연을 한번 읽어 보겠는가?" 하시었다. 잠시 고요함이 흐르고 있는데, "제가요" 하며 제천(帝天)이가 손을 들며 말했다. 제천이는 항상 싱글벙글 하면서도 사람들 앞에서는 괜히 수줍어 하고 쑥스러워 하는 아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차례가 오면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을 잘하는 그런 아이다. 그런 제천이가 수줍어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잘 말할 때 어떤 아이들은 키들대며 웃곤 하였다.


 선생님께서 "응ㅡ 제천이 읊어라" 하셨다. 아이들이 조용히 그를 응시하며 듣는다. 제천이가 "흠ㅡ"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라고 소중한듯한 목소리로 읊었다. 


보통 수줍어하며 자신의 의견을 말 할 때와는 달리 그의 목소리에, "또 다른 제천이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의 목소리가 "끊임없는 광음을" 말할 때 내 마음에서 낮과 밤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연상 되었다. 순식간에 연상되는 광경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눈 내리는 들판, 꽃 피는 대지, 출렁이는 강물이 흐르고, 양떼 구름이 어리고, 서늘한 가을 기운이 사라지며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꽃과 나무들이 많은 빛의 색으로 피어서 빛으로 사라지고는 했다. 그러면 그런 빛이 내 가슴에 빛으로 차오르고 있었다. 제천이의 가슴에서도 그렇게 피고 지며 빛으로 차오르고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의 목소리로 나온 제 3연과 제천이의 목소리로 읊어진 제 3연이 다르게 각각의 개성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선생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시었다. "무엇이 여러분의 가슴에 내리는 가요?" 라고, 그러시면서 "누가 자신의 가슴에 느낀 것을 말해 줄 수 있나요?" 정중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물으셨다. 


우리에게 잠시 고요함이 드리웠다. 나는 순간 '내가 말해 볼까'라고도 생각해 봤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만 두었다. 


선생님께서 말씀 하신다. "'지금 눈 나리고'에서 '지금'이 어떤 한 현장의 시간으로 작용하는 것이 느껴지지요? T S Eliot가 'still point'라고 말할 때 느끼는 어떤 것, 여기에서 '스틸 포인트'가 나에게 주는 느낌은 어떤 무한대의 시간에서 한 점을 상정하는 느낌을 준다면, 이육사님의 '지금'이 주는 느낌은 지금 '여기'에 공간화 되어 내가 서 있는 땅을 느끼게 하는 느낌. 바로 내 육신이 지상에 내리는 느낌이랄까요. 무한의 공간에서 유한의 육신이 멈출 집에서 쉬고 일어나 다시 걸어 나아가는 자리를 '지금'이 가리키는 것 이랄까요. 그리고 그 다음, '눈 나리고'가 풀어주는, 어떤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그러나 곧 멈춤으로 쉬는 자유, 귀향하며 땅에 내리어 녹아 드는 빛, 귀향의 어떤 본원적임을 시사하는 느낌, 땅의 물이 하늘의 물이 되었다가 다시 내리는 땅으로의 귀환, 눈이 땅 위에 내리어 자신의 몸을 누군가에게 보여준 뒤 녹으며 되는 눈물, 변신한 눈에서 다시 변신하여 눈물이 되어 다시 '물(水)이며 물질(物質)'로의 귀향이랄까요."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WWW.AHAIDEA.COM
4065 CHESSWOOD DR. NORTH YORK, ONTARIO,M3J 2R8, Canada
[email protected] | [email protected]
Ahaidea
캐나다 daum.ca와 대한민국 daum.net은 관련성이 없습니다.
Copyright © 2024 AHAIDEA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