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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를 모르던 사람-너무 일찍 떠난 이영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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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 중엔 무슨 얘기를 하면 대개 부정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늘 긍정적이고 밝은 인상에 주로 ‘예스’라고 응답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언제 만나도 기분이 맑아지고 좋다. 이영실 토론토한인회장이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는 아무리 난처한 부탁을 해도 ‘NO’라고 할 줄을 모르던 분이었다. 


 지난해 7월 한인회관에서 조성훈(Stan Cho) 온주의원 당선 사은행사가 열리는데 축하노래 좀 불러달라고 요청을 했더니 이 회장은 그날 마침 다른 스케줄이 있긴 하지만 어떻게든지 맞추어 보겠다고 했다. 결국 다른 약속시간을 늦추면서까지 이 회장은 행사에 출연을 해주었다. 


 이뿐 아니라 신문사 행사 등 이런저런 일로 노래를 한곡 부탁해서 거절을 당해본 적이 없다. 그녀가 여러 한인단체에서 활동하게 된 것도 아마 이런 마음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심성이 착한 그녀는 아무리 곤란한 부탁을 해도 거절을 못하는 타입이었다. 해맑은 인상도 그렇고, 하는 행동도 너무나 순수하고 명랑해서 솔직히 나이가 나(1956년생)보다 아래인 줄 알았다. 


 그녀는 특히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2015년 여름 언젠가는 한인사회에서 처음으로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악극을 공연할 계획이라면서 좀 도와 달라고 했다. 그때 이 회장은 전통무용인 금국향 선생님, 그리고 나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홍보계획을 논의하는데, 밝고 겸손한 모습이 그렇게도 사람을 편하게 하고 기분좋게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언제나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먼저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어두운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니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 그것은 아마 평소 건강상의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한인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과중한 업무에 따른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돼 그리 됐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10여만 광역토론토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토론토한인회장은 그리 쉬운 자리가 아니다. 업무의 기획에서부터 끝마무리까지 회장이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다보니 일이 산더미 같고 아무리 업무를 잘해도 본전이라고,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다. 일반 동포들은 그저 행사 때 참석이나 해주면 되지만 회장은 거의 온몸을 던져 일해야 한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겠는가. 


 이 회장이 집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날도 설날행사와 삼일절 100주년 기념행사 등 여러 일을 앞두고 준비를 하다 업무과로로 그리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은 본인이 원해서 회장을 맡은 것이 아니다. 고인은 2년 전 한인회장 선거에서 이기석 후보팀의 부회장으로 함께 나서 당선됐으나 지난해 9월 이기석 회장이 연방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임한 후 회장직을 맡게 됐다. 즉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되자 엉겁결에 그 역할을 떠맡게 된 것이다.   


 사실 한인회장단에 러닝메이트로 출마할 때 장차 회장(대행)까지 염두에 두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인이민사 반세기 동안 그런 사례도 없다. 토론토 한인사회에서 부회장이 회장대행을 맡은 것은 이영실 회장이 처음이었다. 여성이 한인회장직을 맡은 것도 처음이다. 이래서 한인사회는 고인의 너무 이른 죽음에 더욱 안타까워 하는 것이다. 가녀린 여성에게 너무도 벅찬 짐을 지운 것이 아닌지 하는 죄책감이 드는 것이다.   


 이 회장은 다재다능한 예술인이었다. 노래교실 강사로, 악극 배우로, 봉사단체 멤버로… 한인회 뿐만 아니라 각종 동포행사 때마다 출연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여러 동포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그녀에게 “올해 정식으로 한인회장에 출마하실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저는 단체장보다 문화예술 분야 활동이 더 맞는 것 같다”며 다시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특히 “한인회장을 그만 두면 가족들과 여행도 좀 다녀오고 문화활동도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했는데 허무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 달여 전, 이 회장은 나에게 인물사진을 보내주며 “앞으로는 이 사진을 보도자료로 사용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것이 그의 마지막 사진이 될 줄이야! 그녀는 SNS에도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 화이팅!” 등 나를 격려하는 글을 많이 보내주었다. 이 회장이 그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어디서고 나타날 것만 같다.    

 
 평소 이 회장과 단짝으로 붙어다니며 함께 문화예술 공연에 참여했던 금국향 선생은 “저는 지금 바람부는 거리에 서 있습니다. 이 황망한 슬픔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예술가를 그냥 보내려 합니다….한인회장 임기가 끝나면 다시 좋은 작품 하자고 극장을 섭외하러 다니고 서로 다른 오지랍을 서로 나무라며 그렇게 붙어 다니며 ‘명콤비’라고 이름 붙여주신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이렇게 짝을 놓아줘야 하는지. 아직 보낼 준비가 안됐는데…” 라며 슬픔을 나타냈다. 


0…한편, 수일 전에는 ‘웃음전도사’로 알려진 함화신 여사가 지난해 발병한 뇌종양으로 별세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는 등, 최근들어 한인사회에 슬픈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빈 자리가 커 보인다.  


 차제에, 남모르게 수고하는 한인단체장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격려를 해줘야겠다. 참여도 안하면서 비판만 하지 말고 가급적 단체장들을 성원해주어야 할 것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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