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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lee
골프채를 놓으니-다른 세상이 보인다
ywlee


 

 

 내가 이민 와서 변한 것 중 하나는 바로 골프에 대한 생각이었다. 한국에서는 골프 칠 여력도 안됐지만 국토도 좁은 나라에서 산야(山野)를 마구 훼손해가며 골프장을 만드는 짓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골프채를 휘두르는 사람들은 내 눈에는 미안하지만 머리에 아무 생각도 없는, 골이 빈 부류였다. 그러나 넓은 세상에 오니 이젠 골프를 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는 한인들마다 화제도 대개 골프 뿐이라서 소외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정식으로 레슨을 받은 적이 없다. 그저 운동감각이 뛰어난 친지의 어깨 너머를 기웃거리며 흉내를 내다 바로 필드로 나갔다. 처음엔 뭐가 뭔지 모른 채 클럽을 휘두르다 스트레스만  받고 오기 일쑤였다. 언젠가 ‘머리를 얹는’ 날, 교회 친선경기였는데 여러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그만 헛스윙을 두어번 하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돌아섰던 악몽이 지금도 선하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이를 악물고 드라이브 연습장엘 나가기 시작했다. 점수는 뒷전이고 일단 멀리 날려놓고 보자는 각오였다. 퍼팅이야 순전히 재수요, 점수가 무슨 대수냐며 오로지 멀리 시원하게 장타만 내뿜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연습하다 보니 드라이브 하나만은 자신이 붙기 시작했다. 골프 시작 2~ 3년이 지나도 점수는 여전히 100대를 오락가락 했으나 드라이브만은 자신이 있었다. 드디어 어느 초봄 날, 대학동문 대회에서 나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겁도 없이 장타상을 탄 것이다. 그후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은 나의 특이한 스윙폼을 유심히 살피며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때 이후 나는 서서히 골프에 빠져들었다. 날씨만 좋으면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못하면서 누가 골프 치자고 전화 오기만을 기다렸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다가도 창밖 날씨가 좋으면 나도 모르게 손이 근질거리며 스윙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그렇게 한동안 골프에 빠졌다. 처음 당구를 배울 때, 잠을 자다가도, 밥을 먹으면서도 온통 당구공만 떠오르는 것과 비슷했다. 주말마다 누가 불러주지 않으면 어거지라도 팀을 만들어 나가곤 했다. 이렇게 좋은 운동을 왜 진작 안했나 할 정도였다. 


 그러던 내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골프가 시큰둥해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점수가 별로 신통찮아 재미가 없는 것도 그랬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운동이 시간을 너무 허비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번 나갔다 하면 대개 하루종일을 할애해야 하니 도무지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었다. 운동이라곤 하지만 카트를 탈 경우 운동도 안되고, 점수가 안 나오면 스트레스만 받는 경우가  많았다. 


 친교도 그렇다. 초원을 걸으며 상대방과 대화를 나눈다는 그럴듯한 명분은 허울 좋은 것이다. 나의 경우 골프를 치면서 우정이 돈독해진 경우는 별로 없다. 게임이 끝나면 잘쳤던 코스, 실수한 코스만 생각나지 한참 지나면 누구와 쳤는지 기억도 안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언젠가부터 나의 골프장 출입 횟수는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꼭 필요한 단체의 대회에나 어쩔 수 없이 참여한다. 그 외 시간은 파워워킹을 하거나 책을 한장 더 넘기는데 쓰이기 시작했다. 아내와 느긋하게 산책하면서 지나온 날들과 앞으로의 일을 여유있게 생각해볼 시간도 많아졌다. 할 일이 점차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닌듯 하다. 요즘 한인사회 주변에는 골프채를 놓았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내가 존경하는 K형님, 그 분 덕택에 좋은 골프장도 많이 갔으나 그 분 역시 이제는 잘 안 치신다. 한인들로 바글거리던 골프장에도 한인들 발길이 많이 줄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인들이 먹여살리다시피한 많은 골프장들은 수입이 줄어들게 됐다.


 골프를 멀리하게 된 이유들을 보면, 요즘 비즈니스가 안 좋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아깝다는 사람이 많다. 한번 나가면 최소한  5시간 이상을 할애해야 하니 가게를 하는 분들은 온종일 ‘보초’를 선 부인과 티격태격하기가 쉽고, 집안일에도 자연히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지금까지는 골프를 안치면 별종 취급까지 받았다. 한인들을 만나면 온통 화젯거리가 골프였다. 그러니 골프를 안 치는 사람은 대화자리에서도 소외되기 마련이었다. 나는 처음 이민 와 동포들의 화젯거리가 너무도 빈약한데 놀랐다. 한국정치 아니면 가게, 골프 얘기가 전부였다. 물론, 골프는 따분한 이민생활에서 친교를 나누고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훌륭한 도구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니 문제다. 일은 뒷전이고 골프장부터 달려가니 가게나 집안이 제대로 돌아가겠는가. 


 한국사람들처럼 골프를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골프에 미친 공직자들이 공사(公私)를 가리지 못하고 골프장을 찾다가 구설에 오르는 사례도 수시로 반복되고 있다. 골프는 좋은 운동이되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들에게는 시간낭비적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골프채를 놓으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좀더 생산적이고 보람 있는 일에 시간을 써보려 한다. 골프장에서 돈 버려가며 스트레스 받기보다 느긋하게 자연의 정취도 감상하며 주변을 볼아볼 여유가 있으니 좋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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