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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에 대학 동창회에 갔다. 그 모임에서 K 은사가 "노는 법을 배워라"는 짧은 말씀을 하셨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K 은사께서 하신 말씀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놀이는 우리 삶의 질이랄까 요사이 유행어 웰빙이라는 말과 퍽 가까운 관계에 있는 말이다. 그러나 한 마디로 우리는 놀 줄 모르는 사람, 여가를 즐길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지난날 우리가 즐기던 놀이나 여가란 술을 마시거나 고스톱을 치거나 TV를 보는 것이 고작이었지 싶다. 그러나 요사이는 여가에 할 수 있는 놀이 종류가 무척 많아졌다.


 사전을 보면 놀이란 말은 "일 않고 세월을 보내는 것"으로 되어있다. 놀이는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나 일은 힘들고 고단하다는 말이다. 놀이나 여가를 즐기고 나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그로 인해 기분전환이 된다.


 그런데 까마득한 옛날, 그 옛날에는 다스리는 계급과 다스림을 받는 계급 사이에 구분이 없는, 핏줄로 맺어진 사회였다. 그때는 일과 놀이 사이에 뚜렷한 구분이 없었으니 모두가 함께 일하고 함께 놀았다. 일을 하다가 지치면 쉬면서 놀이판을 벌였기 때문에 놀이는 주로 일을 즐겁게 해주는 기능을 했다. 무거운 돌을 여럿이서 함께 옮기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일하는 사람들이 지치면 무거운 돌을 내려놓고 어떤 이는 낮잠을 자고, 어떤 이는 물고기를 잡고, 어떤 이는 꽃을 꺾고, 어떤 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떤 이는 춤을 추고, 어떤 이는 노래를 흥얼거렸을 것이다. 


 이 모두가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한 것, 뱃노래와 농요(農謠)가 그래서 생겼다고 한다. 이러다가 차차 노동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생기는 계급사회로 변해갔다. 윗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힘든 노동을 적게 함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아 놀이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놀이는 화투나 바둑, 장기처럼 주로 앉아서 비벼대는 놀이가 많다. 우리 문화가 벼농사를 짓고 사는 수도작 농경 문화였기 때문에 땅에 대한 집착이 많아 옮겨 다니는 활동이 적어서 그렇다고 한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유목 사회의 놀이와는 다르다.


 그런데 농사를 짓고 살았기 때문에 그 결과 우리는 심리적으로 이성보다는 감성이 우세하게 되었다. 두 사람의 이해관계로 시비(是非)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내가 네 아버지와 얼마나 가깝게 지냈는데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옛날 정(情)이나 인연에 호소하지 사리를 따져서 옳고 그른 것을 가리려 들지 않는다. 


 이처럼 감성이 우세하다 보니 우리는 굿판의 야성과 격성의 심성이 많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최준식 교수에 의하면 굿판의 야성은 원초적 혼돈, 즉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미치광이가 되어 '나를 잊어버린 상태'에서 엉키고 설킨 감정을 마음껏 내뿜는 열정의 마당이라고 한다.


 농사 사회에서는 경쟁보다는 협동이 요구된다. 친화적 감정을 가지는 것이 경쟁심을 가지는 것보다 살아가기에 더 유용한 사회적 기술이다. 그래서 우리의 놀이는 줄다리기나 횃불 싸움 같이 집단의 단결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많다. 


 캐나다나 미국 같은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인종도 여러 가지일뿐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고 선택하는 놀이도 참으로 여러 가지다. 그러나 한국 같은 단순 문화에서는 여가나 놀이가 한두 가지밖에 안 된다 할 정도로 단순하다. 봄이면 연을 날리거나, 널을 뛰고, 가을이면 농악을 하거나 탈춤을 추었다. 그러나 요사이는 고스톱, 술집, 노래방, TV, 해외여행으로 그 수가 점점 늘어간다.


 캐나다나 미국 같은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놀이에 대한 도덕적 규범이 적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고 자기만의 쾌락에 그치면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 같은 단순 문화 사회에서는 "놀이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놀이에 대한 규범이 많다. 우선 놀이는 품격에 맞아야 하고, 건전한 것이어야 하고, 점잖은 것이어야 한다. 옛날에는 탈춤이나 풍물 같은 것은 천민들이나 하는 것, 지배층은 시조나 읊조리고 가야금을 퉁기거나 난초나 치는 소위 격조 높은 놀이를 해야 한다. 그러나 물론 뒤로 돌아서는 기생을 품에 안고 별별 원초적인 놀이를 다 즐기는 그런 이중적인 데가 있었지마는.


 이 글 처음에서 말했던 것을 되풀이해보자: 노는 것도 배워야 한다. 놀 때 일 걱정하고, 일할 때 노는 사람들이 가끔 눈에 띈다. 이것도 일과 놀이가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던 옛 농경문화의 찌꺼기가 아닌가 싶다. 


 '여가'라는 말의 '여(餘)'자는 '먹을 것'과 '넉넉하다'는 두 글자의 만남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다. 우선 먹는 것이 넉넉해야 여가고 놀이를 즐길 생각이 난단 말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이제는 우리 생활의 기본 욕구가 충족되어 놀이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에 5일 일하는 때가 오면 "어떻게 놀까?" 하는 놀이 방법이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것 같다. (20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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